인간의 시야를 한층 넓혀준 망원경이 발명된지 약3백년이 지났다. 망원경의 발달과정과 그 원리를 살펴본다.
인간은 아주 훌륭한 시각(視覺)을 가지고 있어서 먼 하늘의 별이나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얻은 지식의 80% 정도는 시각을 통해서 얻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한계는 별의 등급으로 대략 6등성 정도인데, 이것은 1촉광의 빛을 10km 거리에서 볼 수 있는 빛의 밝기다. 그러나 실제 밤하늘에서 관측하고자 하는 대상은 아주 멀리 떨어져 있고 또 어둡기 때문에, 우리의 육안(肉眼)만으로는 충분히 모을 수가 없어 더 많은 빛을 모으기 위해서 망원경을 필요로 하는 것이다.
망원경(望遠鏡, telescope)은 말 그대로 멀리 있는 물체를 가까이 보기 위해서 만들어진 광학 기기이며, 크게 지상 망원경과 전체 망원경으로 대별된다.
안경제조업자의 우연한 발명
최초의 망원경은 1608년 네덜란드의 안경제조업자인 리퍼세이(Lippershey)에 의해 발명됐다. 대부분의 발명이 그러하듯이 망원경도 리퍼세이가 우연히 두장의 렌즈를 가지고 적당히 거리 조절을 해보다가 멀리있는 물체가 아주 가까이 와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된 것이 발명의 시초다.
그는 볼록렌즈와 오목렌즈를 가지고 우연히 지붕 위의 풍향계(그 당시에는 닭의 모습을 한 풍향 풍속계가 유행)를 보았더니 바로 눈 앞에 있는 듯한 느낌을 가지게 됐다. 그는 물체쪽에 볼록렌즈를 사용하고 눈쪽으로 오목렌즈를 사용한 최초의 망원경을 제작한 것이다. 이 망원경은 물체의 상을 똑바로 볼 수 있는 것으로 배율은 약 3배정도였다. 이 망원경은 학문적으로는 사용되지 않았으며 군사용으로 판매됐다.
리퍼세이의 망원경 발명 소식을 들은 이탈리아의 갈릴레이(G. Galilei)는 독자적으로 배율 약 30배 정도의 망원경을 1609년 제작해, 1610년부터 목성의 4대 위성, 달분화구, 태양흑점 등을 관측했다. 처음 제작한 것은 구경이 3.8cm, 초점거리 1백28cm였으며, 그 구조는 리퍼세이 것과 똑같이 대물렌즈인 볼록렌즈와 접안렌즈인 오목렌즈를 사용한 굴절망원경이었다.
그러나 갈릴레이 망원경은 시야(視野)가 매우 좁았기 때문에 천체를 관측하기에는 불편했다. 1611년 독일의 케플러(J. Kepler)는 갈릴레이식 망원경의 접안렌즈에 오목렌즈가 아닌 볼록렌즈를 사용해 시야가 넓고 색수차(色收差)도 갈릴레이식 망원경보다 적은 케플러식 망원경을 제작했다.
현재의 굴절망원경은 전부 케플러식으로 제작되고 있으며, 갈릴레이식은 지상용 망원경과 오페라경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굴절망원경(refra tor)은 19세기말까지 계속 발전해 1897년 마침내 직경이 1m나 되는 대형 굴절망원경이 미국 여키스(Yerkes) 천문대에 설치됐다.
굴절식에서 반사식으로
그런데 굴절망원경은 발전을 하면서도 몇가지 약점으로 인해 다른 형태의 망원경발명을 필요로 했는데, 이러한 필요성을 제일 먼저 인식한 사람이 바로 영국의 뉴턴(Newton)이었다.
그는 굴절망원경의 색수차를 없애기 위해 굴절률이 서로 다른 유리로 렌즈를 연마하던 중, 색수차의 원인이 빛이 렌즈를 통과하여 굴절할 때 생기는 것임을 깨닫고 1668년 빛이 렌즈를 통과하지 않고 거울에 반사하는 반사식 망원경을 제작했다.
뉴턴과는 별도로 반사식 망원경을 구상한 사람은 스코틀랜드의 그레고리(J. Gregory)다. 당시 24세였던 그는 1663년에 저술한 옵티카 프로마타(Optica Fromata)라는 책에서 현재 그레고리식이라고 일컬어지는 망원경을 구상해 제안했다. 이 망원경의 구조는 뉴턴식과는 달리 반사경에 구멍을 뚫어 뒤에서 보게 되어 있는 구조인데, 제작이 힘들어 8년 뒤인 1671년에 와서야 후크(Hook)에 의해 제작됐다.
한편 프랑스의 카세그레인(Cassegrain)도 현재 카세그레인식이라고 불리는 망원경을 1671년에 제작했다. 이 방식은 그레고리식과는 달리 부경(副鏡, 또는 사경)에 볼록거울을 사용 했는데, 그 위치는 주경(主鏡, primary mirror)의 초점 안쪽이며 상은 거꾸로 보인다.
반사망원경의 출현은 굴절망원경의 색수차 단점을 보완키 위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여러 종류의 반사망원경이 설계 제작돼 그 효율성이 입증됐으나, 월리엄 허셀(W. Herschel)에 의해 반사망원경이 활용되기까지는 거의 굴절망원경이 주류(主流)를 이루었다. 이에 따라 관측 대상도 은하나 성운 성단보다는 일반 행성으로 고정되다시피 했다.
20세기에 들어오면서부터 반사망원경이 굴절망원경을 누르고 천체 망원경의 주류를 이루었는데, 특히 1930년 슈미트(B. Schmidt)가 발명한 슈미트 카메라는 천체사진 촬영의 새로운 장을 열어 주었다.
이 슈미트 카메라는 넓은 영역의 하늘을 촬영하는데 가장 적합한 기기로서 각광을 받았다. 최근에 들어서는 카세그레인 방식과 혼합돼 안시(眼視) 관측용 기기로도 제작되고 있으며 이러한 방식을 슈미트 카세그레인 방식이라고 한다. 현재 미국의 셀레스트론사의 망원경이 이 방식으로 제작되고 있다.
1941년 소련의 막스토브(D, Maksutov)가 현재 막스토브 망원경이라 불리는 것을 발명했는데, 이 망원경은 슈미트 방식처럼 렌즈와 반사경을 조합한 망원경으로서(반사·굴절망원경) 아마추어들에 의해 많이 자작(自作)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서도 이만성씨(미리내 천문회원)가 2대의 막스토브 망원경을 자작하여 관측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퀀텀 등의 회사에서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최근에 들어서는 세계의 큰 천문대의 망원경으로 리체이-크레티엔(Ritchey-Chretien) 방식이 많이 사용되는데, 이는 기존 카세그레인 방식보다 초점비(F수)를 더 짧게(보통 F8 내외)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코마수차(coma 收差) 제거 효과도 좋다. 이 방식의 망원경은 전체 형식을 카세그레인식으로 했으나 반사경의 면이 포물면이 아니라 편구면으로 했기 때문에 제작에 어려움이 많다.
반사경을 이용한 천체 망원경 중에서 가장 큰 것은 1978년에 세워진 소련의 철렌추크스카야(Zhelenchukskaya) 천문대의 구경 6백cm 망원경이나 잘 가동이 되지 않고 있다. 활발하게 천문관측을 하고 있는 것은 1948년에 세워진 미국의 팔로마(Palomar) 산의 구경 5백8cm 망원경이다. 천체 망원경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것은 1990년 4월 우주 궤도에 진입한 미국의 허블우주망원경이다(과학동아 90년6월호 참조).
우주를 살피는 「전파의 창」
지금까지 살펴 본 것은 물체의 빛을 우리눈으로 느끼는 소위 가시광선(可視光線)을 포착하는 망원경, 즉 광학 망원경(光學望遠鏡)이었다.
지구상에서 하늘을 들여다 보는 창문은 현재까지 두개의 창이 열려져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가시광선이 들어오는 '광학의 창'(光學窓)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전파의 창'(電波窓)이다.
우리는 1931년에 발견된 새로운 '전파의 창'을 통해 또 하나의 새로운 천문분야를 확인하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1931년 미국 벨연구소의 무선기사였던 잔스키(K. Jansky)는 장거리 무선 통신을 하려고 안테나로 실험을 하고 있었는데, 안테나가 은하수 방향으로 갈 때마다 공간에서 오는 전파의 잡음이 감지됐다. 그는 이 전파 잡음이 은하계 속에 근원을 둔 전파원에서 오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 후 1936년 레버(G. Reber)는 지름 10cm 정도되는 밥공기 모양의 전파 안테나를 통해 우주에서 오는 전파를 관측했다. 오늘날에는 전파 천문학이 천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로 자리잡고 있다.
우리나라도 1986년 충남 대덕에 있는 천문우주과학연구소에 구경 14m 전파 망원경을 설치해 본격적인 연구 활동에 임하고 있다(과학동아 90년 5월호 참조).
다양한 원리
지금까지 살펴본 망원경의 발달사를 분류해보면 (표)와 같다. 각 망원경별로 간단한 원리를 살펴보자.
■굴절망원경
먼곳의 물체에서 온 빛을 대물렌즈를 사용해 한곳에 모아 상을 맺게 하는 방식. 광선이 렌즈를 통과할 때 빛이 굴절하여 초점이 맞추어진다. 여기에는 갈릴레이식과 케플러식이 있다.
⦁갈릴레이식
볼록렌즈 하나와 오목렌즈 하나로 구성된 망원경으로 시야가 좁고 배율도 높지 않기 때문에 요즘에는 천체 망원경으로 쓰이지 않고 있다.
⦁케플러식
오늘날 사용하는 굴절망원경이 대부분은 이 방식이다. 두 장의 볼록렌즈를 각각 대물렌즈와 접안렌즈로 사용한 망원경이다. 시야가 넓고 배율도 높게 할 수 있으나 단일 렌즈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색수차가 생기고 도립상이 맺힌다.
요즘 사용하는 굴절망원경은 색수차를 없애기 위해 두 장 또는 석 장의 렌즈를 조합하여 만든 색소(色消)렌즈를 사용하고 있는데, 두 장의 렌즈를 사용한 색소렌즈를 아코마틱 렌즈(archomatic lens)라 부르고 세 장의 렌즈를 사용한 것을 아포크로마틱 렌즈(apochromatic 1ens)라 부른다.
■반사망원경
거울 표면에 알루미늄이나 은으로 진공 코팅한 포물면경을 대물경(對物鏡)으로 하는 망원경으로 빛이 거울에 반사하여 초점이 맺혀진다. 여기에는 뉴턴식과 허셀식 등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뉴턴식
1668년 뉴턴이 고안한 것으로, 포물 오목면으로 된 주경과 평면으로 된 사경(斜鏡 또는 부경)으로 구성돼 있다. 주경에 의해 모아진 빛이 초점에 모이기 직전 45° 기울어지게 놓은 평면경을 이용, 직각으로 끌어내 상을 보는 방식이다. 반사망원경 중 제작과 사용이 간편해 오늘날 아마추어용의 대부분은 뉴턴식 망원경이다.
⦁그레고리식
스코틀랜드의 그레고리가 고안한 것으로, 중앙에 작은 구멍이 뚫려 있는 포물오목면의 주경에서 반사하는 빛을 작은 타원 오목면의 부경을 이용해 다시 반사시켜 그 빛을 주경의 뒷면으로 통하게 하는 방식이다.
⦁카세그레인식
프랑스의 카세그레인이 고안한 것으로 주경에서 반사한 빛을 2차경에서 다시 반사시켜 주경 중앙의 작은 구멍을 지나 주경후방에 위치한 주경과 부경의 합성 초점에 상을 맺는 방식으로, 초점거리는 주경의 초점거리보다 3~5배 더 길어진다. 상은 도립상(倒立像)이 되고 유효 초점거리가 증가하므로 배율을 높일 수 있으며 초점거리에 비해 경통의 길이를 짧게 할 수가 있다. 중형 이상의 망원경에 주로 사용되며, 스펙트럼 연구용 및 광전 측광에 편리한 망원경으로 오늘날에는 아마추어도 많이 이용한다.
⦁허셀식
1972년 허셀이 고안한 것으로 부경을 쓰지 않고 주경을 경통의 중심선에 대해 약간 기울여 장치해 경통의 옆면에 초점을 맞춰 상을 보는 방식이다. 부경이 없으므로 빛의 손실이 적고 다른 방식보다 밝은 상이 맺히지만 주경이 기울어져 있어 별을 경사광(傾斜光)으로 보는 까닭에 성상(星像)이 일그러져 실제 별들간의 상대적 위치를 관측하는데 부적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에는 만들고 있지 않다.
■반사·굴절망원경
반사와 굴절 양족의 장점을 살려서 만든 망원경으로 1814년 해밀튼에 의해 시작됐다. 반사와 굴절에 의해서 상이 만들어지므로 반사·굴절망원경이라 한다. 구조상으로 볼 때 반사식의 코마수차를 제거하기 위해 고안한 것. 주경은 포물면경이 아닌 구면경이므로 대체로 제작이 용이하다.
반사상의 결점이 제거되고 경통도 굴절에 비해 아주 짧아서 마운팅과 조작이 편리하다.
⦁해밀튼식
1814년 영국의 해밀튼이 고안한 것으로 잔존 수차를 수정하기 위하여 초점거리를 길게 했다. 반사렌즈가 작으므로 전체 중량이나 제작비가 감소하고 온도 변화에 따른 경면의 비틀림 오차가 적은 대신에 색수차가 조금 있는 결점이 있다.
⦁슈미트 카메라
1930년 독일 함부르크 천문대의 슈미트가 고안한 것으로 구면 오목경의 굴곡 중심에 보정판을 두었다. 포물면경에 의한 것보다 수십배 넓고 밝은 시야를 지니며 코마 수차가 거의 제거된 이상적인 반사망원경이다. 안시용보다는 천체 사진 촬영용으로 사용되므로 망원경이면서도 카메라로 불리고 있다. 보정판은 주변부를 오목면으로, 중앙은 볼록면으로 구성된 극히 복잡한 비(非)구면으로 연마하는 것이므로 제작이 어려웠으나, 오늘날에는 뉴턴링을 이용하여 연마하는 방법이 발견돼 제작이 쉬워졌다.
⦁막스토브식
1941년 소련의 막스토브가 고안한 것으로 슈미트 카메라의 비구면 제작이 어렵기 때문에 슈미트 카메라의 보정판 대신에 메니스커스(한쪽은 볼록, 다른 한쪽은 오목렌즈) 구면렌즈를 사용하고 렌즈 중심에 코팅을 해서 카세그레인식처럼 만든 망원경이다.
경위대식과 적도의식
천체 망원경은 배율이 아무리 낮아도 손으로 들고서 관측을 할 수 없다. 또한 시야가 좁은 검은 하늘을 배경으로 희미한 별을 오랫동안 시야에 넣어야 하므로 마운트(mount, 架臺)가 필요하며, 마운팅의 성능이 망원경의 성능을 크게 좌우한다. 가대는 크게 경위대식과 적도의식으로 나뉜다(그림 1).
■경위대식
경통이 수평과 수직의 두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되어 있는 장치로 지상의 경치를 관망하거나 남쪽에 가까운 별을 짧은 시간 관측하는데 사용하기 좋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천체를 관측하기에는 부적당하며 천체사진의 가이드 촬영은 불가능하다. 망원경 발명 이후 2백년이 지날 때까지 모든 망원경의 가대는 경위대식이었다.
■적도의식
1820년 독일의 물리학자 폰 브라운 호퍼(Von Braun Hofer)가 소련의 도르팻(Dorpat)대학 9.5인치 굴절망원경에 설치한 것이 최초로, 지구의 자전축에 평행하게 회전할 수 있는 축(극축)과 이 축에 직각을 이루는 평면 내에서 회전할 수 있는 축(적위축)으로 구성된다. 이 적위축에 직각으로 망원경을 설치한 것을 적도의식이라 한다.
적도의는 적위축의 회전에 의해 원하는 적위 방향으로 망원경이 향해지고, 극축에 의해 시권 내로 향하게 돼 있으므로 한번 천체를 시야 속에 넣은 후는 한방향의 운동으로 천체의 일주운동을 따르게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