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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생활에 활용되는 캐나다의 비디오텍스

직업안내와 농사정보에 큰 도움

세계 각국에서 뉴미디어의 총아 비디오텍스가 각광을 받고 있는 속에 캐나다가 비디오텍스 선진국이 된 비결은 무엇인가?

터론토는 온테리오호 북쪽연안에 있는 인구 약2백만의 도시. 상공업 중심지로서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도 활기를 느끼게 하는 도시다.
이곳에 캐나다 최대의 명물이 하나 있다. 그것은 1982년 6월에 가동을 시작한 '텔레가이드'다.

텔레가이드란 터론토의 시티가이드(거리의 정보안내)를 말한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다른 도시에서 대개 무료로 배포하고 있는 시민생활정보지와는 달리 이것은 컴퓨터의 단말장치다. 매월 새로운 내용을 만들어 발행하는 정보안내지를 그대로 컴퓨터에 입력한 것이다.

호텔을 비롯하여 공항 역 쇼핑센터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서 반드시 이 단말기가 있다. 호텔 프론트옆에 있는 단말기를 살펴보면 처음 목차는 행사 극장 오락레스토랑 호텔 쇼핑 스포츠 일기예보 등 모두 12항목이 있다.

그중에서 알고싶은 항목의 키를 누르면 그 화면이 나타난다. 레스토랑안내 번호를 누르면 화면에 요리 종류가 여러가지 나온다. 캐나다 요리를 비롯하여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헝가리 인도 이탈리아 등등 다양한 종류가 선보인다.

중국요리를 고르면 '장소는 어디로 하겠습니까' 하고 화면이 질문한다. 중심가 남동지구 남서지구 북동지구 북서지구 등으로 나누어진 지역이 화면에 나온다. 터론토의 차이나타운은 중심가에 있으므로 그 단추를 누르면 그곳에 등록된 점포이름이 나온다.

그리고 각각의 점포에는 몇가지 색의 화면이 준비되어 있다. 점포의 상세한 지도와 영업시간 명물요리 등의 정보가 1페이지의 화면에 입력되어 있다.

이용자는 장소와 시간 요리종류 가격 등을 미리 자세히 알고 찾아갈 수 있다.

레스토랑 뿐만아니라 공공시설 소재지, 목적지에 이르는 최단거리, 행사일정 등을 아는데 대단히 편리하다.

이 텔레가이드는 연방정부와 주정부가 전면적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운영주체는 민간기업이다. 위니펙시에서 농가용 정보시스템 '그라스 루트'(grass roots)를 운영하고 있는 인포매트사가 시스템의 개발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같은 비디오텍스라도 그라스루트는 가정이나 사무실용인데 이것은 일반용으로 시스템의 성격이 전혀 다르다. 기술내용도 상당히 다르다.

시험제작시스템은 81년에 완성했고 그 뒤 몇가지 기술적인 문제를 극복하여 지금 모양으로 정착시켰는데, 시내 전체에 1천대 가까운 단말기가 있다.

터론토 최대의 복합형쇼핑센터 이튼센터에서는 '비디오프레스'라는 또다른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이것은 키 조작으로가 아니라 감압식(感壓式)의 특수한 텔레비전화면을 사용하여 필요한 정보를 볼 수 있게 한 것이다.

이튼센터는 백화점을 중심으로 각종 전문점 레스토랑 영화관 등 1백개 이상의 점포가 있는 대쇼핑가다.

넓은 센터의 눈에 띄는 장소에 단말기가 놓여 있어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린다. '오늘의 특매 정보'를 누르면 '삑'하고 작은 소리가 나면서 '한국산 컬러텔레비전 대특매 ×××달러'라는 안내화면이 나타난다.

비디오프레스는 화면을 4, 5개로 분할하여 한 부분에 손을 대면 차례로 준비된 화면으로 변하게 되어 있다. 키 입력방식의 텔레가이드만큼 정보를 선택할 가닥은 많지 않다. 그러나 이 방식은 두세살되는 어린이도 그림을 보면서 자유롭게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터론토는 비디오텍스의 실험도시라 할 만한 곳이다.
 

국토가 광활한 캐나다에서 비디오텍스는 교육 농업 관광에 널리 이용된다.


직업안내 서비스 「에듀네트」

주정부의 교육통신청이 운영하는 공영텔레비전방송국도 이 실험에 참가하고 있다.

텔레비전 온테리오에서는 1979년부터 비디오텍스시스템인 텔리던을 이용한 서비스를 개시하였고, 1982년부터는 '에듀네트'라 부르는 고교생용의 직업안내서비스를 전화망을 이용하여 실시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청년층의 실업률이 대단히 높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래서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고교생이 자신에게 어떤 일이 맞는가, 또는 어떤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자격이 있어야 하는지를 알 수 있도록 했다.

키 패트를 조작하면 여러가지 직업과 그 코드가 화면에 나타난다. 어떤 학생이 변화사를 지망한다고 하자. 그 직업의 이름을 코드에 넣으면 변화사가 어떤 일을 하는것인가하는 설명이 나온다. 그 다음 화면에는 자격을 취득하는 방법, 그리고 그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주내의 대학과 학부가 표시된다.

캐나다의 텔리던 보급은 대단한 것이다.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전면 지원으로 30가지 가까운 서비스가 각지에서 가동되고 있다.

국토의 면적이 소련에 이어 세계 제2위로 광대한 캐나다는 원래 우주통신 등 고도의 통신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국토의 남쪽에는 태평양연안에서 대서양연안까지의 장대한 국경선을 접하는 기술대국 미국이 있다.

비디오텍스에 거는 캐나다의 열의속에서 이 새로운 기술분야에서 어쨌든 미국을 앞서는 기술우위를 확보하여 첨단산업을 육성하려는 비원같은 것이 있다.

그 목표는 차츰 달성되어가고 있다. 그것이 바로 텔리던기술이다.

텔리던의 어원은 그리스어의 TEL(먼 곳의 땅)과 IDON(나는 안다)을 합성한 것이다.

1970년대 초에 소개되기 시작한 유럽의 첨단시스템에 자극받아 연방정부통신성의 통신연구센터가 연구에 착수, 1978년에 기술을 실용화했다.

기술개발은 유럽에 비해 좀 뒤떨어졌으나 그것은 오히려 다행한 것이었다. 그동안의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기술의 발전성과를 전면적으로 수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① 유럽방식의 전용단말기 뿐만 아니라 디코더라는 해석장치를 붙이는 것만으로 퍼스널컴퓨터나 가정용 텔레비전도 단말기로 이용할 수 있는 범용성 ② 전송경로도 전용 전화회선뿐만 아니라 통상의 공중전화회선, 케이블 TV의 전송, 위성통신의 전파 중 어느 것이나 상관없는 범용성이라는 대단히 뛰어난 특징을 가진 기술이 개발되었다.

캐나다로서는 컴퓨터대국 미국에서 비디오텍스 기술개발이 지연된 것이 대단한 행운이었다. 기술발표 3년 후인 81년에는 미국 최대의 전화회사 AT&T가 텔리던 방식을 전면적으로 채용한 비디오텍스 규격을 발표했고, 그 다음해인 82년 6월에는 미국규격협회(ANSI) 캐나다규격협회(CSA)라는 두 기관이 공동으로 비디오텍스의 표준안을 작성했다.

북국 캐나다에서 생긴 선진기술은 비디오텍스에서는 세계 최대의 시장이라 할 수 있는 북미지구를 규격상으로 제패해버린 것이다.

그라스루트

농가를 위한 정보시스템도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캐나다의 태평양쪽 현관 밴쿠버에서 동쪽으로 약 2천㎞거리에 있는 위니펙시는 북미 대륙의 거의 중심부다. 대륙의 중서부에 광활하게 펼처진 대곡창지대의 북쪽 가장자리이며 시가지를 제외하고는 시야의 끝이 보이지 않는 흑갈색의 농지와 목초지가 지평선 멀리 뻗어있다.

위니펙시는 캐나다의 곡창지대 매니토바주의 수도로 도시권 인구가 약 60만명인 도시다. 매니토바주만해도 한반도의 3배가 넘는 광대한 대지에 1백만명 남짓한 인구가 살고 있을 뿐이다. 게다가 총인구의 반 이상은 위니펙시와 그 근교에 집중해 있다. 주변부의 인구 희박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지상에서 가장 인구밀도가 낮은 이 지방에 80년대에 들어 농가를 대상으로 한 비디오텍스 '그라스루트'가 실용화되었다.

그라스 루트는 캐나다 정부가 최초로 텔리던을 실용화한 시스템이다.

이렇게 사람 그림자가 드문 곳에 미래기술의 대표격인 비디오텍스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그라스루트 시스템은 이 지역의 전화산업을 담당하고 있는 매니토바전화회사와 동부의 대도시 터론토에 본사가 있는 인포매트사가 공동으로 운용하고 있다.

인포매트사는 캐나다의 출판사 서샘사와 터론토 최대의 일간지 '터론토 스타'를 발행하고 있는 톨스타사가 75년에 설립한 전자출판서비스전문의 하이테크 기업이다.

상용화라지만 이용자로부터 수신료를 받지 않는다. 석유회사 엑슨과 비료회사 은행등 1백 50개사가 각각의 화면을 제공하는 스폰서가 되어 있다.

이 사업은 처음 출발할 때 3, 4년은 적자를 예상했으며 스폰서도 장래의 권리를 확보하려고 참가한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시스템이 가동할 수 있었던 것은 전화회사의 수용체제가 갖추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매니토바 전화회사는 기술개발에 특히 열심이다. 위니펙에서 약 50㎞ 떨어진 '엘리'라는 인구 4백명 정도의 작은 마을에서는 광섬유를 사용한 디지털 교환망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그라스루트 서비스의 첫화면은 북아메리카 전역의 기상상황이다. '날씨는 맑고 기온은 6℃, 북서풍, 풍속 약 10m' 등으로 나타난다. 이 예보는 그로부터 12시간 뒤인 다음날 아침6시의 상태도 알려준다.

대륙성기후인 이 지역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날씨가 급변한다. 수확기와 같이 중요한 시기에는 이른 아침부터 깊은 밤까지, 많을때는 10회 가까이나 예보를 자주봐야 한다. 텔레비전 방송에서도 자주 예보를 하지만 그라스 루트는 24시간중 필요한 때 언제나 이용할 수 있으므로 훨씬 편리하다.

비디오텍스의 기상예보는 대단히 상세하다. 예보는 매니토바주의 5개 지구, 사스케체완주, 앨버타주, 온테리오주 남서부 여러 도시의 각 지구로 나누어 나타낸다. 캐나다와 미국에 걸친 대평원지구의 3일간의 단기예보, 25일간의 장기예보도 정확하게 전해준다.

그라스 루트에서는 곡물의 경우 위니펙 상품거래소의 현물, 선물거래의 상품거래소의 현물, 선물거래의 최신가격이 곡물 종류대로 시시각각 표시된다.

가령 화면에 나타나는 채소종자 선물거래 수치를 보면서 생산농가는 집에 앉아서 거래실태를 알 수가 있다. 화면을 바꾸면 가격추이를 그래프로 볼 수도 있다.

위니펙뿐만이 아니다. 미국 시카고시장의 거래도 시시각각 들어온다. 농가에서는 각지의 시장동향을 100% 파악하여 곡물을 팔 가격과 시기를 검토할 수가 있다.

이 시스템이 가동하기 전까지는 시장의 가격변동을 알기 위해 몇번이나 위니펙시장이나 창고에 시외전화를 해야만 한다.

그라스 루트는 시장의 가격변동 뿐만 아니라 영농상담서도 큰 몫을 하고 있다. 제초제와 살충제이용법, 비료이용법 등 여러가지다. 제초제이용법의 경우 중요 데이터를 입력하면 매니토버주 잡초구제가이드에 기초하여 어느 특정의 곡물 농토에 생기는 8종의 잡초에 대하여 그 가장 적절한 구제방법을 프로그램이 추천해준다.

정보홍수속에서 사는 도시주민과는 달리 자연의 악조건속에서 사는 사람들은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정보를 그때그때 입수하는데 큰 곤란을 겪는다. 이것을 비디오텍스가 해결해 주고 있는 것이다.
 

화면에 손을 대면 메뉴가 나타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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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희경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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