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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소

저 높은 곳을 향하여

명랑한 기분파인 염소는 항상 고지에 오르고자 하는 본능을 지니고 있다.

오늘날 사육되고 있는 염소는 선사시대에 가축화된 염소의 후손으로 알려져 있다. 개(犬) 다음으로 오래된 가축인 염소의 야생원종은 아직도 서아시아의 크레타섬 산악지대에 살고 있다. 고대 이집트의 건축물에서는 긴 비문과 함께 새겨진 염소 그림들이 발견되곤 한다. 또 고대 이집트 농민들의 생활을 묘사한 묘비(墓碑)용 장식판화에도 반드시 염소가 등장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이미 오래 전부터 나일강 계곡의 주민들이 염소를 길러왔음을 알 수 있다.

염소는 포유류 소과(科)에 속하며, 가축화된 염소의 학명은 Capra aegagrus hircus다. 산양이라고도 불리는 염소의 겉모양은 앙과 아주 비슷하다. 따라서 이 두 가축은 구별하기가 매우 어렵다.

염소의 수컷은 턱수염이 있고, 양에서 볼 수 있는 안하선(眼下腺) 서혜선(鼠蹊腺) 제간선(蹄間腺) 등이 없다. 반면 염소꼬리가 시작되는 부위 바로 아래에 냄새를 풍기는 미하선(尾下腺)이 있다.

숫염소는 언제나 당당하고 엄숙하며 암컷보다 대담하고 용감하다. 또 양은 젊을 때만 기운차지만 염소는 나이를 먹어도 생명력이 왕성하다.

체형은 품종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있다. 네 다리가 긴 염소가 있는가 하면 통통하고 짧은 놈도 있다. 어깨까지의 높이는 대개 40~85cm인데 야생염소 중에는 1m나 되는 놈도 있다. 야생염소의 몸무게는 30~90kg이 보통이나 때로는 1백20kg이나 나가는 놈도 있을만큼 다양하다.

털은 양털처럼 부드럽지만 조잡하고 두꺼운 편이다. 비교적 짧은 털 속에는 가늘고 조잡한 속털이 숨겨져 있다. 그러나 아시아에 분포된 몇몇 품종은 털이 길고 비단결 같은 데다 속털도 풍부, 모용(毛用)으로 비싸게 팔린다. 털빛깔 역시 다양하다. 백색 흑색 갈색 담황색을 주로 띠는데 회갈색에 점은 반문(班文)이 있는 놈도 있다.
 

명랑한 기분파인 염소
 

고집세기로 유명해

우리나라에는 고려 충선왕 때 중국에서 수입한 것이 한국 재래 산양의 선조다. 몸집이 작고 털빛깔은 검은 것이 보통이나, 간혹 흰색 갈색 등 여러 빛깔이 나타나기도 한다.

암·수 모두 뿔이 있으며 체질이 강건하고 병에 대한 저항성이 강하다. 특히 고기맛이 좋아서 식용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예로부터 한방(漢方)에서는 염소가 보혈작용을 하고 근육을 튼튼히 해준다 하여 체력증강용으로 쓰고 있다. 또한 정력·강장제로서도 효험이 있다고 하며 임산부의 보약으로는 제일로 치고 있다.

몸무게는 암컷이 25~30kg, 수컷이 30~40kg으로 가벼운 편이며 아무 풀이나 잘 먹는다. 또 고집이 세기로도 유명하다. 옛부터 전해오는 우리 속담에 '염소고집'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니까.

염소품종은 이용목적에 따라서 유용(乳用) 모용(毛用) 육용(肉用)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또 생산지에 따라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종으로 나눌 수도 있다.

유럽에는 스위스가 원산지인 자넨종과 토겐부르크종이 널리 퍼져 있다. 둘다 젖짜기용이다. 자넨종은 한마리당 연간 2백30kg 정도의 젖을 생산한다. 환경에 대한 적응성이 뛰어난 토겐부르크종은 미국 캐나다에서 많이 사육하고 있다.

이집트 수단 이디오피아가 원산지인 누비안종은 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젖짜기용 염소다. 아프리카산 염소들은 황폐한 땅에서 거친 사료를 먹고서도 비교적 많은 젖을 생산, 주민들의 중요한 식량보급원이 되고 있다.

아시아 대표는 털을 이용하는 앙고라종과 캐시미어종이다.

독특한 털을 갖고 있는 앙고라염소는 사육하는 염소 증에서 가장 아름답다. 크고 완강한 체구, 가는 다리, 독특한 곡선을 그리는 뿔을 지닌 앙고라염소의 털은 대단히 길어 자그마치 30~50cm나 된다. 한마리에서 채취할수 있는 털은 연간 1천2백50~2천5백g 정도.

지금은 앙고라염소의 털이 '모헤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옛날에는 그리 유명하지 않았다. 양처럼 털이 꼬불꼬불한 염소를 처음 소개한 유럽인은 프랑스의 자연주의자인 부론(1517~1564)이었다. 그는 이 염소털이 비단처럼 질이 좋고 눈처럼 희기 때문에 '오로'라고 불리는 직물의 원료가 된다고 했다.

캐시미어염소 역시 유명한 모용종이다. 티벳으로부터 소련의 키르기스공화국, 우즈베크공화국에 이르는 지역에서 서식하는 이 아름다운 염소의 털은 가늘고 광택이 나며 촉감이 무척 부드럽다. 털빛깔은 백색에서 암갈색까지 다양하며, 때로는 검은 색인 놈도 있다.

유럽에서는 이 염소털로 짠 캐시미어숄이 이미 오래 전에 수입돼 애용되고 있었지만 숄의 원료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었다. 1664년에 무굴제국의 황제를 수행, 티벳을 방문한 프랑스 의사가 캐시미어염소를 발견하기 전까지 이 질좋은 숄이 무엇의 털로 만들어졌는지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그 후 유럽에 이 염소를 들여온 사람은 캐시미어숄을 짜는 기술을 도입한 데루노남작이었다.

시기심이 강한 동물

이처럼 염소는 먼 옛날부터 다양한 쓰임새로 인해 주목을 받아 왔으며 그 결과 세계 각처에 널리 보급됐다.

염소의 성격은 많은 점에서 면양과 닮았지만 다른 점도 적지 않다. 염소는 명랑한 기분파로 언제나 놀고 싶어서 안달하는 동물이다. 염소의 새끼는 태어나서 2주만 되면 뛰어다니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먼 곳까지 원정을 간다.

또 언제나 높은 곳에 올라가고 싶어하는 그들만의 천성을 곧잘 드러낸다. 쌓아올린 재목더미나 돌 위에 올라가거나 바위산이나 계단 끝까지 오르는 게 그들의 최대 낙이다. 때로는 높은 곳에 오른 뒤 되돌아 내려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절대로 눈을 돌리는 일은 없다. 그럴때 염소들은 절벽에서 태평한 모습으로 깊은 골짜기를 내려다 보기도 한다.

교미기에 보여주는 수컷끼리의 싸움질은 다른 동물의 경우와 매한가지다. 그런데 때때로 암컷끼리 한판 벌이기도 한다. 염소는 상대방을 뿔에 걸어서 멀리 던져버리는 기술이 특기인데 길게는 15분간 계속 싸우기도 한다.

그러나 부상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고 눈이 충혈되는 정도다. 또 염소는 놀랐을 때 펄쩍 뛰어 올라 급히 달아나는 습관이 있다. 용감하기로 소문난 염소도 아무 것도 아닌 소리에 깜짝 놀라 도망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이 염소를 멈추게 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한편 염소는 옛날부터 사람에게 사육돼 왔으므로 사람에 대한 애정이 깊다. 산지에서 낯선 등산객을 만나면 몇시간씩 계속 따라가기도 한다.

염소는 자신에게 먹을 것을 준 사람을 알아 보고 다시 만났을 때 환대를 한다. 또 독점력이 매우 강하다. 주인의 귀염을 받는 염소는 다른 동료가 주인에게 다가가는 꼴을 못본다. 뿔로 공격을 해서 시기심을 나타내는 것이다.

그들은 영리한 동물로 알려져 있다. 잘잘못을 가릴 줄 알고 잘못하면 벌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염소는 면양 방목주의 중요한 일꾼이다. 실제로 스페인에서는 면양무리의 리더로 염소를 앞세운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다. 여름에 수개월간 면양을 2천~3천m 산지로 데려가서 방목을 할 때 염소를 길잡이로 삼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씩 산꼭대기를 좋아하는 염소를 따라 위험한 산길을 올라간 면양들이 다시 내려오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염소가 제일 좋아하는 풀은 건조한 기후에서 자란 풀이다. 특히 비옥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고지에서 나는 풀들을 잘 먹는다. 그러나 비료를 주었거나 부식토가 포함된 초원은 염소목장으로 적당치 못하다.

염소를 방목하려면 우선 물먹는 곳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들은 조악한 사료를 먹여도 잘 견디는데 메마른 목장이나 자갈만 있는 곳에서도 용케 먹을 것을 찾아낸다. 그러나 나무잎이나 새순까지도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염소의 왕성한 식욕이 삼림을 황폐하게 한다는 비난이 쏟아지기도 한다.

새끼를 분만하는 데 제일 좋은 연령은 수컷이 20개월, 암컷이 18개월 쯤 되었을 때다. 씨받이 숫염소는 1년에 1백~2백 마리의 임컷과 교미를 할 수 있다. 임신기간은 1백50일, 1회 출산수는 1~4마리다. 출산된 새끼염소의 체중은 보통 40kg 정도다. 젖을 먹는 기간은 1백일이며 2년이 지나면 성숙한 염소가 된다. 평균 수명은 15년.

오랜 옛날부터 우리와 함께 살아 온 염소의 우수한 장점을 개발하고 점점 쇠퇴해가는 염소사육을 증진시켜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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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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