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창작의 대중화를 실현한다

캠코더의 세계

카메라와 VTR의 기능을 겸비한 캠코더 하나만 갖추면 누구나 영화감독이 될 수 있다.

아름다운 인물이나 풍경을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어하는 욕구가 그림을 만들어냈다. 여기에 만족하지 못한 인간의 노력은 사실에 가장 가까운 사진을 찍는 카메라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카메라의 역사는 이러한 인간표현욕구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끊임없는 표현 욕구가 마침내 비디오카메라와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간 캠코더(camcorder)를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19세기 중엽에 그림을 그리기 위한 보조기구로 발명된 카메라는 오늘날의 카메라와 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단순한 '구멍뚫린 나무상자'에 불과했다. 과학의 발달은 렌즈와 필름의 여러가지 기능을 보완해 오늘날의 카메라를 탄생시켰다.

그러나 카메라는 정지된 순간만을 촬영할 수 있을 뿐 연속적인 동작은 표현할 수 없는 단점을 가졌다. 이러한 단점을 해결한 것이 바로 촬영기다. 촬영기는 움직이는 물체를 연속적으로 찍어, 이 필름에 빛을 통과시킬 경우 사람의 눈에는 사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스크린에서 사물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착시현상의 하나로 실제로는 불연속적인 동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불연속적인 사진을 연결시키는 것과는 달리 연속적인 순간들을 촬영할수 있게 된 것은 비디오카메라가 발명된 이후다.

비디오카메라는 피사체의 상을 필름에 찍는 것이 아니라 전기신호로 바꾸어 자기 테이프에 기록하는 방법이다. 이것의 기본적인 원리는 이미 19세기말 네덜란드사람 폴센에 의해 자기녹음기가 개발됨으로써 증명된바 있다.

자기녹음방식은 음성을 자기신호로 기록 하는 것이었지만 화면을 녹화할 수 있는 방법으로 계속 연구가 진행된 결과 1950년 미국에서 최초의 고정헤드VTR(Video Tape Recorder)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최근의 VTR은 비디오카메라와 레코드가 분리된 거치형 VTR이었으므로 캠코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이 VTR의 역사를 살펴보지 않을 수 없다.

카메라와 VTR을 결합

현재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치형 VTR은 50년대에 미국에서 먼저 개발되었지만 실용화되지 못하고 특정한 분야에만 이용되다가 70년대에 들어서면서부터 소니 히다치 등 일본기업들에 의해 상품화되기 시작했다.

일본 소니사는 75년 테이프 폭이 0.5인치(12.65㎜)인 베타막스방식의 VTR를 개발했고, 일본 빅터사는 테이프의 폭은 같으나 녹화방법과 시간이 다른 VHS(Video Home System)방식의 VTR을 내놓았다.

베타막스방식과 VHS방식은 비디오테이프가 헤드에 맛물려 돌아가는 방식이 서로 다른데 베타막스방식은 V자형, VHS방식은 M자형으로 돌아가도록 만들어졌다.

이에 따라 두 방식은 서로 테이프를 교환할 수 없게 되었다. 최대녹화시간도 베타막스방식이 5시간인데 비해 VHS방식은 8시간까지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또 비디오테이프의 폭에 따라 0.5인치인 베타막스 VHS방식과 8㎜방식으로 나뉘어지기도 한다.
테이프의 폭이 8㎜인 8㎜방식은 가장 늦게 개발된 VTR로 80년대 들어와서야 실용화되기 시작했다.

VTR은 한마디로 피사체를 전기신호로 변환시켜 테이프에 연속적으로 입력시켰다가 그 신호를 다시 TV나 모니터에 재생시켜 볼 수 있게 만든 장치다.
VTR를 이용애서 화면을 보기위해서는 먼저 피사체를 촬영하는 비디오카메라와 이 피사체를 녹화시키는 VTR부, 그리고 VTR에 녹화된 화면을 재생해서 보는 TV나 모니터 등이 필요하다.

그런데 종전의 VTR은 비디오카메라와 녹화기가 따로 떨어져 있어 두사람이 카메라와 녹화기를 들고다니면서 촬영을 해야만 했다. 또 값도 비싸 방송용이나 기록용 등 특별한 경우에만 사용되는 등 일반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러한 거치형VTR의 문제점을 해결한 것이 바로 캠코더(카메라+VTR)다. 캠코더는 비디오카메라에 VTR를 부착시켜서 혼자서도 촬영 녹화를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소형화의 역사
 

(그림 1) 캠코더와 VTR의 차이점


캠코더는 기능면으로 볼때 종전의 비디오 카메라와 VTR를 단순히 결합시킨데 불과하지만, 누구나 쉽게 비디오촬영을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점에 있어서는 획기적인 변화를 불러왔다.

캠코더는 VTR과 마찬가지로 테이프의 폭, 녹화방식에 따라 VHS, VHS-C, 8㎜방식 등 크게 세가지로 나뉘어진다. 84년 미국 코닥사는 최초로 8㎜방식의 캠코더를 개발했다.

8㎜캠코더는 전체무게가 2.5㎏정도로 노약자나 여자도 손쉽게 메고 다닐 수 있을 정도다. 85년 일본 마쓰시타사가 개발한 VHS방식은 테이프의 폭이 0.5인치이므로 배터리 등을 모두 포함하면 3.6㎏에 달해 기종의 VHS테이프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너무 무거워서 이동하는데는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VHS캠코더의 단점을 보완한 것이 VHS-C방식. 이 캠코더는 테이프폭은 0.5인치이지만 크기를 줄여 캠코더의 크기도 대폭 축소했다.
캠코더 하나를 만들기 위해서는 광학기술을 비롯해 반도체 전자회로기술 마이크로전자기술 정밀기계기술 등 기계와 전자에 관한 거의 모든 분야의 초정밀기술이 필요하다. 그래서 캠코더를 생산할 수 있다고 하면 일단 기계 전자기술의 정상에 올라섰다고 평가된다.

캠코더는 빛을 받아 카메라 내부에 상을 맺히게 하는 렌즈부와 렌즈를 통해 들어온 상을 맺히게 하는 렌즈부와 렌즈를 통해 들어온 전기신호로 바꾸어주는 카메라부, 이 전기신호를 비디오테이프에 녹화시키거나 재생시켜주는 VTR부,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를정확하게 장착시키고 안정하게 주행시켜주는 데크부 등 크게 네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비디오카메라 렌즈가 일반 카메라 렌즈와 다른 점은 피사체가 필름에 맺히는 것이 아니라 CCD(고체촬상소자)에 맺혀진다는 것이다. 또 피사체의 연속적인 동작이 기록되어 어느 때라도 원하는 순간에 화면을 정지시키면 필요로 하는 동작을 볼 수 있다는 것도 일반 영사기와 다른 점이다.
캠코더는 사람이 일일이 초점을 맞출 필요없이 피사체의 거리에 따라 자동적으로 초점이 조절되는데, 초음파나 적외선을 이용해서 반사시간이나 반사각도를 측정해 조정하는 방식이 있고 피사체에서 반사되는 빛만으로 거리를 측정하는 방식이 있다.

카메라부의 핵심을 이루는 CCD는 새끼 손톱만한 크기의 면적에 30만개의 작은 소자가 들어있는 고집적 반도체소자로 이 소자의 수가 몇개나 되느냐에 따라 화면의 선명도가 결정된다. 이를 흔히 화소수라고 하며 화소수가 많을수록 선명도가 높은 것이다.

비디오카메라에 찍힌 피사체는 CCD에 맺힌 뒤 색분리회로에 입력된다. 색분리회로는 휘도 색상 포화도라고 하는 색의 세가지 성분을 분해하는 작용을 한다.

휘도(輝度)는 밝고 어두운 정도를, 색상은 색의 구분을, 포화도는 색의 진하기 등을 말하며, CCD에서 출력된 전기신호는 색분리회로를 거치면서 휘도성분과 색성분으로 나뉘어지고 색성분은 다시 청색 녹색 적색 신호로 분리된다. 이 네가지 신호가 각각 신호처리회로에 입력되어 마지막으로 엔코더 회로에서 완전한 전기적 영상신호로 합성되며 이 합성된 전기신호가 VTR부로 넘어가게 된다.

다음단계인 VTR부는 카메라에서 촬영한 영상을 비디오테이프에 기록하는 녹화기능과 이 녹화된 영상기록을 다시 TV나 모니터에 재현시켜주는 재생기능 등 크게 두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녹화과정을 간단히 살펴보면 먼저 피사체의 영상이 카메라부에서 전기적 신호로 바뀌어 색분리회로를 거친 뒤 다시 영상신호로 합성돼 최종적으로 데크부의 비디오테이프에 녹화된다.

재생과정은 녹화기능의 역으로 진행되며 비디오테이프의 영상신호가 색분리회로를 통해 TV화면에 맺히게 된다.

VTR부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데크부는 비디오테이프에 영상신호를 기록하거나 재생시켜주는 장치. 기본원리는 오디오데크와 같으나 오디오헤드는 고정되어 있는 반면에 VTR헤드는 고속으로 회전하고 비디오테이프도 동시에 고속주행하므로 기구적 구조가 매우 복잡하다. 또 0.3μ까지의 정확한 고정밀성이 요구되기도 한다.

이 데크부는 테이프를 드럼(drum)에 감아주는 로딩(roading) 및 주행계와 테이프를 일정한 속도로 이동시키는 릴(reel)계, 그리고 테이프와 접촉하여 영상신호를 녹화시키거나 재생시켜주는 드럼계 등으로 구분되며 이 모든 부분은 캠코더에 내장된 마이크로 컴퓨터에 의해 정밀제어된다.

캠코더에는 6배에서 10배까지 피사체를 확대시킬수 있는 줌기능과 자동초점조절기능 자동조리개조절기능 자동색상조절기능 접사기능 등 일반 카메라가 갖지 못한 다양한 기능들이 있다.

이중에서 캠코더만 갖고 있는 자동색상조절장치(auto white balance)는 우리 눈으로 분별할 수 없는 색의 온도를 측정해서 흰색을 정확하게 표현하는 역할을 한다. 색상온도는 보통 실내 백열등 하에서 2천7백9K 정도이고 실외의 태양광선 아래는 5천3백K, 구름낀 날씨에는 7천K까지 상승한다.

사람의 눈에는 어느 상황에서나 모든 색이 같은 색으로 보이지만 카메라의 경우에는 색온도가 낮을수록 색이 전체적으로 붉게 되고 색온도가 높으면 푸른색계통으로 치우치게 된다. 따라서 카메라로 촬영할 경우 상황에 따라서 색온도가 변하고 흰색의 기준도 달라져 정확한 색을 재현시키기 위해서는 이 변화하는 온도에 맞도록 흰색의 기준을 맞춰주어야 한다.
 

영상창작의 즐거음을 만끽
 

(그림 2) 캠코더의 구조


우리나라에서는 87년 금성사가 처음으로 'GS8AF'라는 모델의 캠코더를 시판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삼성전자도 88년부터 VHS-C 방식인 'SVIC15'를 내놓았다.

금성의 GS8AF는 8㎜방식으로 VHS방식의 VTR에는 사용할 수 없었으나, 나중에 기존 VHS방식과 호환성이 있는 'GVM70AF'가 개발됐다.
삼성의 'SVIC15'는 테이프의 폭이 0.5인치이지만 캠코더의 크기를 작게 만들었다. 이 테이프를 기존의 거치형 VTR에 재생시켜 보기 위해서는 별도의 수신기를 작동시켜야한다.

대우전자에서도 최근 캠코더를 생산, 현재 국내에는 금성의 'GS-V1'과 삼성의 '매직-V', 대우의 '탤런트V' 등이 3파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캠코더의 분포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지역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미국의 경우에도 VHS 방식이 60%, 8㎜가 30%, 나머지 10%를 VHS-C방식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은 미국과 달리 VHS 방식은 10%에 불과하고 대신 VHS-C와 8㎜방식이 각각 45%씩의 비중을 점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8㎜가 50%, VHS-C방식이 40%, VHS-풀방식이 10%씩 보급되어 있다.

몇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VTR를 갖고 있는 가정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가격도 낮아지고 기술수준도 높아져 컬러TV와 함께 보급률이 급격히 높아져 웬만한 가정에서는 쉽게 VTR를 볼 수 있을 정도가 됐다.

캠코더의 경우에는 아직까지 널리 보급되고 있지 않지만 현재 1백만원대의 가격이 낮아지고 소비자들의 생활수준도 향상되는 추세여서 몇년 이내에 일본이나 미국처럼 레저용으로 대량 보급될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누구나 쉽게 촬영 편집 보관할수 있도록 영상창작을 대중화 할 캠코더는 우리 생활 구석구석에 문화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결혼식 기념식뿐만 아니라 돌잔치 입학식 졸업식 여행 등 어느 곳에서나 캠코더가 등장, 기록을 남기고 외국에 멀리 떨어진 가족에게 안부내용을 담은 비디오테이프를 편지처럼 보낸다든가 하는 모습이 요즘에도 별로 낯설지 않다.

그러나 캠코더가 인간생활을 편리하게만 바꿔주는 것은 아니다. VTR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불법 비디오영화가 청소년들에게 파급되어 온갖 비행을 조장하고 있듯이 캠코더를 건전하게 이용하지 않을 경우 첨단기술은 오히려 우리들의 정서생활을 크게 해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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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김병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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