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년 2월 킹조지섬에 세종기지를 세운지 2년, '미지의 땅' 남극연구에는 많은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1년전 아르헨티나선박 침몰사고 후 환경오염에 관한 우려가…
89년 10월 18일 우리나라는 파리에서 열린 제9차 남극조약특별협의회의에서 23년째로 남극조약협의당사국 자격을 획득했다. 78년 크릴(새우의 일종) 어업을 위해 남극에 진출한 이래 11년만에 우리도 남극과 관련된 규정의 개폐나 심의에 떳떳하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된 것이다.
이 자격의 획득요건이 실질적인 남극연구를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므로, 88년 2월 세종기지의 건설과 두차례에 걸친 남극과학 연구단의 연구결과가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도 함께 지니고 있다.
남극의 자연환경
남극은 1819년 지구상에서 가장 늦게 발견된 면적 1천3백60만㎢의 대륙이다. 그린랜드 알래스카 시베리아 등 육지로 둘러싸여 바다인 북극과는 달리 남극에는 원주민도 없고 백곰도 없다. 남극에는 태양의 고도가 낮아서 조금 도달하는 태양열마저 대부분 얼음에 반사되어서 몹시 춥다. 83년 7월 해발 3천4백80m의 소련기지 보스토크에는 영하 89.6℃가 기록되는 등 전반적으로 북극보다 기온이 더 낮다.
남극은 98%가 평균두께 2천1백690m의 얼음으로 뒤덮여 있다. 이 얼음이 모두 녹는다면 전세계의 평균해면은 60~70m 상승하게 된다. 남극대륙의 2% 정도 지역에는 여름철인 11~2월 사이에 눈이 녹아 흙과 바위가 드러난다. 여기에 지의류(地衣類)와 단세포식물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8백여종의 식물이 서식한다. 남극에서 꽃피는 고등식물은 단 2종이 발견되었을 뿐이다.
남극해의 대단히 찬 해수는 바다밑바닥을 흘러 북대서양 해저에까지 이르는 남극저층수가 된다.
남극의 자연환경 특징중의 하나는 바람이 세다는 점이다. 대륙빙상위의 찬 공기가 해안 낮은 곳으로 흘러가면서 생기는 이 바람은 '카타배틱바람'이라 불려지는데 해안지역에서 특히 매섭다. 이 바람에 눈이 날리면 불과 몇m 앞도 안보이는 남극폭설풍이 되어 남극 탐험을 가로막는 훼방꾼으로 등장한다. 1912년 아문젠보다 한달 늦게 남극점에 도달한 스코트일행은 중간에 조난한 2명을 빼고 나머지 3명이 연료와 식품이 저장된 완톤창고 20㎞ 남쪽까지 갔지만, 워낙 바람이 세어서 더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조난했다.
남극은 보통 6개월씩 밤낮이 교차된다고 알려져 있지만 지역에 따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가령 남위 78도 부근에서는 하지를 전후한 넉달동안 밤이 계속되며 동지 전후의 넉달동안은 낮이 나머지 두달동안은 밤낮이 교차한다.
남극은 약 2억년전에는 아프리카 인도 호주 남미 등과 연결되어 곤드와나대륙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후 해저가 확장되면서 이동하여 현재의 위치에 오게된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얼음으로 덮여있지만 지질시대의 옛날 환경은 열대우림기후가 발달하여 석탄층의 기원인 삼림이 크게 번성했다. 또한 석유 구리 니켈 크롬 백금 등 지하자원도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다. 그러나 남극의 지하자원은 아직 개발에 착수하지 않은 단계이며 단지 언어 종교 이념 피부색이 다른 사람들이 사이좋게 과학연구에 힘을 쏟고 있을 뿐이다.
남극 자연환경의 또 한가지 특징은 대단히 건조하다는 점이다. 해안지방의 강수량이 연 5백㎜ 정도로 우리나라의 3분의 1정도이며 내륙고원지대는 이보다 적어 사하라사막보다 건조한 실정이다. 한마디로 남극은 '하얀 사막'이다. 기온이 낮고 따라서 물질의 순환이 느리며 한번 파괴되면 원상으로 회복하는데 긴 시간이 소요되는 지구상의 마지막 청정(淸淨) 지역'인 것이다.
여섯가지 해결과제
남극은 아직 인간의 손이 완전히 미치지 않는 미개척의 지역이라는 점에서 학문적인 연구가치가 대단히 크다. 단지 자연환경이 워낙 가혹해서 문명세계에서의 연구와는 다른 몇가지 해결과제를 갖고 있다.
첫째 식품 생활소모품 연구기기 연료 등 물 이외의 모든 물품을 문명세계로부터 공급받아야 한다.
둘째 이들 물품을 운반할 수송시설이 필요하다. 남빙양은 겨울에는 상당 부분에 두께 1.8m정도의 해빙이 발달하며 여름에는 유빙(流氷)으로 덮여있다. 이러한 얼음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쇄빙선(碎氷船) 또는 내빙선(耐氷船)이 필수적이다. 또 남극해안은 대부분 빙벽이나 바위로 되어 있어 접근이 용이하지 않다. 따라서 물자의 하역에는 수륙양용차나 헬리콥터 등이 등장한다. 대륙내의 수송에는 비행기 헬리콥터 또는 설상차(雪上車)가 동원된다.
셋째 본국과 기지, 기지와 현장조사팀 기지와 인근기지 사이의 통신도 굉장히 중요하다.
넷째 연구원들이 불편없이 연구할 수 있도록 기지를 유지해야 한다. 이를위해 발전 통신 영선기계 전자 중장비시설, 의료, 취사, 행정 등 여러분야의 기술자들이 필요하게 된다.
다섯째 남극연구나 기지유지에 투입되는 인력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극한 상황에 대한 적응능력이 요구된다. 또한 남극에 투입되는 모든 장비는 고장에 대비해 예비부품을 항시 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남극연구는 연구 그자체도 큰 프로젝트이지만 연구인원과 장비, 기지를 유지하는데도 많은 노력이 소요된다. 따라서 남극연구에 긴 역사를 가진 나라들은 반드시 남극연구 전담기관이 있다. 영국 소련 서독 일본 아르헨티나 칠레 등이 대표적인 예다.
남극조약의 발효
1817년 남극을 첫발견한 이래 19세기말~20세기초에 이르는 '영웅들의 탐험시대'와 그 이후의 '기계화 탐험시대'를 거쳐 1957년부터 본격적인 과학조사연구가 시작되었다.
1959년에는 미국 영국 소련 프랑스 일본 호주 뉴질랜드 남아공화국 벨기에 노르웨이 칠레 아르헨티나 등 12개국이 계속적인 남극연구와 국제협력의 필요성을 공동으로 확인했고 2년후인 1961년 6월 23일 남극조약을 발효시켰다.
남극과 관련된 최근의 국제적 추세는 다음과 같이 몇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남극조약에 가입하는 국가가 점차 늘고있다. 예를들면 61년에는 처음서명국 12개국을 포함, 16개국에 불과했지만 현재 39개국이 남극조약에 가입해 있다. 우리나라는 86년 11월 28일 세계 33번째로 이 조약에 가입했으며 북한은 87년 1월 35번째로 가입했다.
둘째 남극조약국이 증가하면서 남극에 연구기지도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80년대 들어 서독 인도 브라질 우루과이 중국 동독 이탈리아 한국 스페인 스웨덴 노르웨이 페루 에콰도르 체코 등이 기지를 신설했다. 이미 기지를 설치했던 나라들도 기존 기지를 증설하고 있다. 서독 인도 소련 등이 기지를 증설했으며 일본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셋째 남극연구의 방향이나 목적이 남극의 오염되지 않은 환경을 그대로 보존하자는 쪽으로 뚜렷이 기울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매우 주목할만한 사실로 최근 고조되고 있는 지구전체의 오염문제와 이를 해결하려는 반공해운동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아무튼 지구상의 '마지막 청정지역'으로서 남극을 인류의 훼손으로부터 보호하자는 것이다.
남극환경의 보존의지는 원초서명국을 주축으로 유자격국가에만 참가자격을 주기로 한 '남극조약협의회'에서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남극 동식물보호에 관한 합의'(1964) '남극물개보호협약'(1972) '남극해양생물자원보호협약'(1980) 등에 이러한 취지가 잘 나타나 있다.
환경논쟁 초래한 아르헨티나선박사고
이러한 국제적인 합의 이외에도 최근 남극환경을 보호하자는 국제적인 여론은 점점 거세어지고 있다. 그 직접적인 계기가 된 것이 89년 1월 28일 서남극 앤버스섬 미국 파머기지앞에서 아르헨티나 남극보급선 '마히아 타라이소'호가 침몰한 사건이다.
남극반도에 위치한 아르헨티나기지에 식품 연료 등 물자를 공급하고 관광객을 수송하던 이 배는 길이가 1백30m 배수량이 1만4천t급으로 건조된지 8년 미만의 비교적 신형선박이었다. 사고로 6백여t의 기름이 흘러나와 인접한 특별보호지역(No17)을 비롯, 주변 해안을 크게 오염시켰다. 특별보호지역에는 예외적으로 많은 해양 및 육상생물이 살고 있으며 펭귄 스쿠아 코므란트 등 6종의 조류가 번식하는 남극에서 자연생태계를 가장 뚜렷이 보여주는 지역이다. 바다가 기름에 오염되자 어미새가 돌아오지 않고 어미를 기다리던 새끼들이 죽어서 이를 수거하는 장면은 인간이 초래한 자연의 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사고당시 우리나라 제2차 남극연구단도 임대했던 칠레선박을 타고 사고해역에 출동해서 스페인 미국 칠레 등과 함께 인면구조 작업을 벌였다. 유럽의회에서는 이 사건이후 "실력없는 나라는 남극에 들어가지 말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당시 이 선박에는 대당 1천5백만달러 상당의 신형 헬리콥터 두대가 탑재돼 있었는데 침몰하면서 이륙을 못해 모두 1억달러 이상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인간의 발길이 드문 남극의 자연환경은 순간이라도 방심하면 엄청난 재앙을 초래하고 또 그 회복이 상상밖으로 느리다.
88년 6월 뉴질랜드 웰링톤에서는 남극지하자원개발방안이 합의됐다. 이 합의에 따르면 환경보호에 역점을 두면서 지하자원을 개발하도록 했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선박사고로 충격을 받은 호주 프랑스 서독 인도 등이 적극 반대해서 이 합의 자체가 무산될 전망이다. 반면 미국이나 소련 칠레 일본 등은 지난 8~9년간 인간의 노력으로 더이상 완벽한 것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하자원을 개발하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린피스」의 활약
남극보호운동에는 각국 정부도 나서고 있지만 비정부환경보호단체, 가령 '그린피스'(Green Peace)나 세계야생생물보호협회 등의 영향력도 크게 작용한다.
그린피스는 전세계에 2백50만명 이상의 회원수를 가진 강력한 환경보호단체다. 이들은 환경보호를 단지 말이나 글로 주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한다. 예를들면 소련이 고래잡이금지협정을 어기면 포경선에 접근하여, 그 위반사실을 알리고 포경선이 조준한 고래앞으로 고무보트를 타고가서 "고래를 죽이든가 사람에게 쏘든가 마음대로 하라"며 육탄으로 환경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산업쓰레기를 바다에 버리는 경우에도 쓰레기드럼이 떨어지는 지점에까지 직접가서 해양오염을 막기도 한다.
그린피스는 1천5백t급 전용선박으로 남극기지를 순회하면서 각국 기지들의 환경보호 상태를 감시하고 있다. 그린피스 동남극 로스섬에 있는 남극최대기지인 맥머드기지(미국)에서 20㎞ 떨어진 '케이프에반스'에 '세계의 공원, 남극'이라는 푯말을 걸고 4명이 항상 상주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세종기지도 두차례에 걸쳐 이 단체의 검열을 받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린피스의 주장은 남극조약조인 당사국들의 남극에 대한 시각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극도전의 교두보 「세종기지」
우리나라는 78년 남빙양에서 크릴어업을 시작하면서 남극에 처음으로 관심을 보였다. 이때 크릴어업과 함께 약간의 일반해양 조사도 병행했다. 그러나 한국의 본격적인 남극과학연구는 세종기지를 건설하면서 시작됐다.
88년 2월 10일 '제1차 대한민국 남극과학연구단' 동·하계 대원들을 태운 '크루즈데 프로워드'호는 마무리공사가 한창인 킹조지섬의 세종기지에 도착했다. 이 배는 칠레의 폰타아레나스 선박회사에서 빌린 9백t급 선박이었다. 이때부터 연구단은 남극자연환경의 이해와 보존연구 및 부존자원의 조사와 개발가능성에 연구의 목표를 두고 2년동안 활동을 벌여왔다.
우선 1차 남극연구단의 당면과제는 기지주변의 환경조사였다. 세종기지주변의 육상 해상 및 대기환경을 관찰하고 조사연구하는데서 연구는 시작됐다. 연구항목은 일반해양학 육상지질 육상생물 대기과학 등으로 해양연구소와 동력자원연구소, 국내 대학에서 연구진들이 참여했다.
일반해양학은 해수유동, 해양생물, 해수의 화학적성분, 해저퇴적물과 지하구조가 세부 연구과제로 되었다. 육상지질분야는 암석의 조성과 지질구조선의 방향연구가 주목적이었다. 육상식물은 기지주변의 식생파악에 초점이 맞춰졌으며 대기과학 분야는 기상현상의 관측 기록 및 해석에 주안점이 두고 연구가 진행됐다.
하계조사단은 배를 타고 최대수심 1백10㎝인 맥스웰만을 탐사했다. 탐사결과는 흥미로운 것이 많았다. 맥스웰만 해저에는 저탁류(低濁流)현상이 뚜렷이 나타났으며 남극해저에 흔한 유빙운반퇴적물도 발견되었다.
기지주변의 기상은 여름에는 평균 0.5~1.0℃ 정도로 영상기온을 나타내지만 기상변화가 심해 비 진눈깨비 바람 안개 등이 수시로 발생했다. 바람도 심한 경우 초속 25~30m가 넘어 이때 모든 선박은 서둘러 대피해야 했다. 자칫하면 유빙에 부딪치거나 해안으로 밀려가게 된다. 실제 88년 3월경 2만5천t급 기지건설선이 큰바람에 밀려간 사건도 있었다.
남극기지에서 조사한 자료는 국내에서 분석되어 88년 6월 연구보고서로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는 (주)동방원양이 출어했던 '제7차 크릴조업'(87.12~88.2)에 함께 승선했던 연구원들이 수행한 스코티아해역의 수온분포, 영양염류 및 클로로필 분포 등의 연구결과도 함께 실려 있다.
88년 11월에는 '제1차 남극과학 국제학술대회'가 서울에서 열려 9개국에서 참가한 학자들과 국내 과학자 수십명이 모여 남극연구결과를 토의했다. 육상지질 지구물리 육상동물 해양지질 고층대기물리 등 남극과학의 여러 분야가 폭넓게 논의됐는데, 남극연구의 역사가 짧은 우리로서는 매우 유익한 자리였다.
제1차월동대(88.2~89.1)는 13명으로 구성됐다. 지질학 생물학 기상학을 전공한 4명의 학자와 통신 발전 기계 전기 의료 통역 취사 야외조사보조 등의 지원요원이 포함됐다. 1차월동대의 임무는 기지주변의 연간환경변화를 관찰하는 것 이외에 극지에서 1년을 사는 동안 얻어지는 생활체험과 기지 유지 경험을 얻는 것이었다. 이때까지 한국인으로서 남극에서 1년간 살아본 사람이 없었다.
남극기지에서 1년 사는 동안 최저기온은 -19.9℃(8월하순), 최고기온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10.4℃(12월중순)가 기록됐다. 최대풍속은 43.3m/s(12월하순)이었으며 연평균 7.6m/s의 풍속을 나타냈다. 평균기압은 991mb로 서울보다 훨씬 낮았고 기압 변화가 심한 날은 15mb 이상씩 차이가 나기도 했다.
기지 남쪽해안에는 쥐투와 췬스트랩이라는 펭귄 두 종류가 살고있으며 자이언트페트렐 바다제비 갈매기 등도 서식한다. 남극에서 꽃피는 식물 2종 가운데 하나인 남극잔디도 발견됐다.
7월초에는 기지앞바다에 두께 60㎝의 얼음이 얼었다. 이 얼음은 9월하순 폭풍으로 깨어져 나갈 때까지 온통 바다를 덮었다. 이때를 이용해 연구원들은 얼음에 구멍을 뚫고 해저퇴적물을 채집했다. 또 4시간 간격으로 24시간 연속 해수의 수온과 염분을 측정했으며 식물성 동물성 플랑크톤도 채집했다.
89년 1월에는 앞서 말한 아르헨티나 선박의 인명구조를 위해 출동, 머나먼 남극에서 진한 인류애를 함께 나누었다.
고층대기의 새로운 현상발견
제2차 남극연구단의 하계조사팀은 89년 1월 19일부터 2월 15일까지 활동했다. 연구범위는 기지주변의 환경조사로서 1차팀의 연구분야외에 고층대기분야가 추가됐다.
육상환경연구에는 기지가 위치한 바튼반도 및 북쪽 위버반도 일대의 지질 암석연구, 중력측정을 통한 지체구조이해, 필레스빙원에서의 음이온분포, 물개의 분포와 번식생리 등이 관심의 대상이었다. 특히 필레스반도에서 실시한 얼음시추시에는 우루과이 아르티가스기지의 협조가 컸다.
해양환경분야에서는 맥스웰만의 수온 염분 영양염류 식물색소량 등도 측정됐다. 또 플랑크톤과 동·식물의 분포 및 현존량도 파악해 기재했다. 해저지형과 퇴적상 및 퇴적물내에 포함된 규조류도 조사됐다.
2차남극연구에서 특기할만한 사항은 미국 뉴욕주립대 대기과학과 김재수박사팀과 공동으로 고층대기물리를 연구한 점이다. 세종기지는 지리적으로는 남위 62°13' 서경 80°45'에 위치하지만 지자기(地磁氣)적으로는 남위 55°48' 동경 19°12'에 위치한다. 따라서 지자기변화와 관련한 고층대기물리현상의 관측에 적합한 장소이다. 고층대기의 변화는 지상의 기상변화와 밀접하게 관련돼있다. 고층대기의 연구를 위해 세종기지에는 첨단 장비인 패브리-페로간섭계를 설치했으며 관측자료는 컴퓨터로 처리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강력한 태양활동과 지자기폭풍으로 인한 상층대기의 온도상승과 팽창이 관찰됐다. 또 관측자료와 모델을 이용한 예측치를 비교, 분석했으며 지자기현상의 평온기와 혼란기 특징도 알 수 있었다.
89년 2~3월 태양과 지자기활동이 활발한 기간동안 남극상층 열권의 온도는 평균 1,390~1,493K였다. 이는 분반구 중위도에 속하는 뉴욕에서 78~82년 사이에 측정한 값보다 114~266K 정도 높은 온도이다. 준경험적 모델에 의한 계산은 실제 열권온도를 정량적으로 280~465K 정도 낮게 추정하고, 따라서 태양과 지자기활동에 의한 열권의 온도변화를 추정하는데 부적합하다는 새로운 사실이 이 연구결과 밝혀졌다.
2차월동대(89.2~90.1)는 연구원 4명 기지유지인력 10명 등 14명으로 구성됐다. 지난해 1월 19일 기지도착 이후 패브리-페로간섭계 중력계 자력계 지진계 등을 설치하고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중력측정을 통해 중력이상값이 기지주변 암석의 밀도차이에 의한 것이거나 단층의 존재로 인한 것임을 알아냈다. 물론 기상을 관측하고 관측자료를 분석하여 기지주변의 생물, 특히 저서(底棲) 생물의 관찰도 기본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2차월동대는 3차월동대에게 기지를 인계하고 오는 1월말 귀국할 예정이다.
90년대의 도전분야
남극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선지 2년, 그동안 우리는 최초로 우리 국토 아닌 다른 곳에서 기지를 건설하고 미지의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고 있다. 남극은 이제까지 인간이 생존했던 지구상의 어느 지역보다 자연환경이 특이하다. 이러한 자연환경의 연구를 통해 인간은 이제까지 알지못했던 많은 과학적인 진리에 접근하려고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 생각해 보면 남극은 아직 인간의 오염이 미치지않은 자연 그대로의 깨끗한 지역이다. 아르헨티나보급선의 침몰로 인한 해양오염은 남극훼손의 가능성을 일깨워 세계적으로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더구나 남극은 한번 훼손되면 스스로의 회복력이 대단히 느린 자연환경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남극연구는 연구지역을 보다 확대하고 연구내용도 다양하게 해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의욕있고 유능한 과학자들의 과감한 도전과 국가적인 연구지원, 그리고 해외로 눈을 넓혀 국제적인 공동연구에도 적극 참여해야 할것이다.
「3차 동·하계 연구팀」출발
조류학자와 교사·학생견학단도 동행
오는 2월이면 우리나라가 남극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3년째로 접어든다. 해양연구소는 이미 지난해 12월 13일 '제3차 하계연구단'(단장 장순근)을 출발시켰고 '제3차 동계연구단'(단장 양재삼)을 1월초 떠나보내기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남극연구는 여름에 해당하는 12~2월 동안 단기간에 조사활동을 벌이는 하계연구팀과, 1년 동안 남극기지에 상주하면서 정기적인 관측활동을 하는 동계연구팀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3차 하계연구단(89.12.13~90.2.3)은 종전까지 세종기지 부근에서 수행했던 조사경험을 토대로 조사지역을 넓혀 브랜스필드해협과 남쉐트랜드군도 및 남극반도에까지 연구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브랜스필드해협의 물리 화학 생물 지질학적 환경을 조사하고 남극 반도에 '제2기지'설치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임무도 함께 띠고 있다. 또 일반해양조사를 위해 파도가 험한 외양(外洋)에서도 자료수집이 가능한 2천t급 영국조사선 '이스텔라'호도 40일간 임대해 두었다.
3차 하계연구단은 생물분야에 유전공학센터, 지질분야에 부산수산대, 조류학에 경희대 윤무부교수가 참여하는 14명의 연(硏)·학(學) 공동팀으로 구성됐다. 조류학자 윤무부교수는 킹조지섬의 조류분포와 생태학연구를 수행한다.
특히 이번 하계팀에는 교사·학생 4명으로 구성된 남극견학단이 참여해 50일간 세종기지에 체류하면서 남극의 신비한 자연환경과 연구상황을 직접 체험할 기회를 가진다. 김영수교장(서울 원촌국교)이 인솔하는 견학단에는 박관근(전남 목포고 1년) 임용운(경남 창원 경원중 2년) 고윤호(서울 당산서중 1년)군이 참가한다.
3차 동계연구단(90.1.15~91.1.31)은 연구원 4명, 지원인력 10명 등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이 연구팀은 1, 2차 동계연구를 통해 축적된 관측자료를 기초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남극연구의 세부항목도 다양화할 계획이다. 연구분야는 해양물리 해양생물 해양화학 해양지질 지구물리 기상 고층대기물리 등 7개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