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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도 2만명의 환자가 있는 자폐증은 조기발견과 조기 특수교육을 요구한다.

자폐증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현재 절찬리에 상영 중인 영화 '레인맨'에 대해 잠시 언급한 뒤 자폐증이란 어떤 병인지에 대해 설명하기로 한다.

영화의 줄거리를 간략히 소개하면 이렇다. 아버지 유산처리에 불만을 품은 동생이 돈을 목적으로 자폐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형을 납치하면서 스토리는 전개된다. 그 뒤 자폐증인 형과 생활하면서 답답하고 기가 막히는 일을 수없이 겪게되는 과정에서 동생은 형에 대해 깊은 애정을 느끼게 된다는 가슴 뿌듯한 주제를 다룬 영화이다. 자폐증 증상으로 인해 동생이 겪게되는 예기치 못한 수 많은 일(자폐증 증상)들은 차차 설명하기로 하고 우선 자폐증이란 어떤 병인가에 대해 소개한다.
 

3세 이전에 발생한다.

자폐증이란 3세 이전에 생기는 대인관계 장애, 언어장애, 고집스런 행동으로 요약되는 소아정신질환이다.

대개 1세 이전에 옹알이를 안한다거나 엄마와 눈을 맞추지 않으면 자폐증을 의심할 수 있다. 또 엄마가 없어져도 찾지 않거나 처음 보는 사람에 대해 낯을 가리지 않고 이름을 불러도 딴청을 피는 증세를 보인다. 3세 이후에도 전혀 말을 못하고 혼자서 놀고 재롱을 피우지 못하는 과정을 겪게 된다.

혹시 '얘가 귀머거리가 아닌가?' '혀가 이상한 아이가 아닌가'하여 병원을 찾게되는 경우가 대표적이고 흔한 예다.

영화속 주인공은 레인맨의 흔한 예다. 중년이 된 어른이다. 그러나 실제 자폐증은 3세 이전의 꼬마시절에 생긴 것이다. 다시 말해 자폐증은 어릴 때 발병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생 동안 지속되는 병이다.

하지만 자폐증은 그리 흔한 병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 약 2만명 정도 있다고 추산된다.

자폐증의 원인에 대해서는 많은 주장이 있다. 과거에는 자식에 정이 없는 냉담한 어머니로 인하여 생긴다고 했다. 그래서 모든 책임을 엄마에게 돌렸으나 실제 정확한 원인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의 의학지식에 의하면 환경적 심리적 원인보다는 다른 데 병인(病因)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일차적 주된 원인으로 뇌의 외부자극에 대한 지각-인지 통합기능 장애를 꼽는 것이다.

자폐증처럼 부모 치료자 모두를 당혹케하고, 좌절시키고 동시에 신비한 기대감을 갖게하는 장애는 아마 없을 것이다. 외모는 보통 사람과 전혀 다를 바가 없다. 얼굴 생김새가 단정하고 오히려 영리해 보이기까지 하며 때로는 컴퓨터 처럼 뛰어난 기억력을 보인다. 또 물건을 분해하고 조립하는데 천재적 능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몇시간 같이 있어보면 보통 사람이 도저히 이해 못할 수수께끼 같은 행동을 보여주는 특이한 질환이다.

수수께끼같은 행동

대체로 자폐증 증상은 크게 6가지 특징적 행동으로 요약된다. 첫째 대인관계 장애, 둘째 언어소통 장애, 세째 반복적이도 고집스런 행동, 네째 천재적 특수능력, 다섯째 특이한 관심분야, 여섯째 특정 자극에 대한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를 영화의 주인공 레인맨이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와 연결시켜 보자.

●대인관계 장애

레인맨을 얼핏 볼 때 첫번째 느끼는 이상한 점은 다음과 같다. 얼굴에 표정이 없고 걸음거리도 자연스럽지 못하고 얘기를 나눌 때도 상대방의 얼굴을 쳐다보며 얘기하는 법이 절대 없다. 그래서 마치 감정없는 로봇이 왔다갔다 하는 느낌을 받게 된다. 실제로 자폐증 환자는 감정 표현이 거의 없다. 설령 감정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보통 사람들과는 다르다. 요컨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감정이 서로 통해 웃는다거나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했던 물건이나 욕구가 달성 될 때 만족해 하거나 반대로 화를 내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므로 희로애락 감정은 대개 대인관계에서 생긴다. 그러나 자폐증 환자의 경우 상대방에 대한 감정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상대방에 대해 사랑 미움 그리움 같은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거나 느낀 감정을 표현하는데 미숙하다. 영화속에서도 이런 점은 여러 장면에서 찾아볼수 있다.

물론 레인맨이 웃는(감정을 나타내는)경우가 몇번 있었다. 식당에서 자기가 꼭 먹어야 되는 팬케익과 꿀이 나왔을 때 만족해하는 웃음, 그리고 자기가 반드시 시청해야 하는 TV 프로그램 '시민법정'을 보게 되었을 때 웃는 웃음이었다. 결코 상대방과의 대화중 서로 감정이 통해 터뜨리는 보통 웃음은 아니었던 것이다.

레인맨은 술집에서 젊은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나 그것은 그 여자가 풍기는 매력에 끌린 것이 아니다. 단지 반짝거리는 그 여자의 목거리에 대한 호김심 때문에 관심을 보인 것이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동생 애인과 키스하는 장면에서도 막대기같이 뻣뻣이 서 있다가 '키스한 느낌이 어떠냐'는 상대방 여자 질문에 그저 '축축했다'는 대답을 덤덤이 할 뿐이다. 정상 사람 같으면 이성과의 데이트라든지 첫 키스 경험에 대해 그렇게 표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황홀했다거나 하는 느낌이 응당 있어야 하는데 레인맨은 전혀 상대방 여자에 대한 반응이 없었다.

대개 자폐증 환자의 경우 이성과의 연애나 부부생활을 하지 못한다. 연애나 결혼생활은 고차원적인 미묘한 감정교류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자폐증 환자에게는 벅찬 일이 되는 것이다. 그들은 성적 욕구를 자위행위를 통해 발산한다.

영화에서는 상대방과 감정이 전혀 통하지 않는 극단적인 장면도 그려져 있었다. 동생이 기뻐서 레인맨을 껴안는 순간 그는 동생이 자기를 사랑해서 껴안는 줄 전혀 알지 못한다. 그래서 신체적 접촉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그만 동생을 밀쳐버린다. 이렇듯 자폐증 환자는 상대방의 감정과 동떨어져 자기 세계에만 빠져 있게 된다. 주변 사람에 대해 관심이 없어 보이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답답함을 느끼게 한다.

●언어장애
 

보통 아이의 경우 만 3세가 되면 3단어로 된 문장을 유창하게 구사한다. 또 간단한 명령어는 다 알아 들어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게 된다. 그러나 자폐아의 경우 3세가 되어도 말을 전혀 못한다. 대개 이 증상으로 처음 병원을 찾게되는 예가 가장 흔하다. 자폐증 경우 '아무개도 6살이 되니 말이 저절로 트이더라. 그냥 기다리면 돼!'하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레인맨의 경우 언어소통이 정상인과 같이 유창하지는 않지만 자폐증 환자중에서는 수준급이다. 이는 상당한 특수교육과 언어치료를 받은 결과로 보여진다.

자폐증의 경우 언어표현 능력이나 이해능력이 모두 떨어진다. 또한 목소리가 특이하거나 발음이 어색한 경우가 많다. 억양이 단조롭고 대답하는 건지 질문하는 건지 상대방이 잘 모를 때도 종종 있다.

말할줄 아는 단어나 문장도 대화에 별로 활용하지 않는다. 대개는 혼자 중얼거린다. 마치 고장난 전축에서 바늘이 튀어 계속 똑같은 노래가 끝없이 흘러나오듯이 딴 사람에게는 의미없는 주제의 이야기를 때와 장소를 안가리고 반복적으로 중얼대는 것이다.

레인맨의 경우 지금 얘기한 증세를 다 보인다. 우선 천편일률적인 단조로운 억양을 꼽을 수 있다. 또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1루수···, 2루수···, 누가 돈을 벌지···'라는 과거 TV에서 본 코미디 주제를 계속 중얼거리는 모습도 자폐증의 특징적인 증상이다. '레인맨 너는 ○○하다'라는 상대방 얘기에도 계속적으로 '나는 모범 운전사다', '약 처방은 꼭 먹어야 한다' 라는 엉뚱한 얘기로 일관한다.

'병원에서 살 것이냐? 아니면 병원을 떠나 동생과 살 것이냐?'를 묻는 변호사의 중요한 질문에 대해 계속 '-음 -음' 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깝게 만들었던 장면, 동생이 '이젠 형이 내 차를 운전해도 돼'라는 얘기를 하자마자 즉각적으로 운전대를 잡으려 하다가 사고가 날뻔한 장면, 신호등이 고장나 '보행중지'등(燈)이 켜지자 차도에 그냥 서버리는 행동에 대한 묘사가 가장 잘 되었고 보는 이로 하여금 평생 잊지 못할 인상적인 장면을 계속 연출하고 있었다.

'11시가 되었으니 불끄고 자야 한다' '3시가 되었으니 TV 시민법정을 봐야 한다', '월요일이니 피자를 먹어야 한다'는 등 자기가 통상적으로 해오던 꽉 짜여진 스케줄 그대로 해야 안심이 되고 그렇지 못할 경우 심한 불안과 발작증세를 보인다. 'K마크 팬티를 꼭 입어야 하고', '음식먹을 때 꼭 포크 대신 이쑤시개를 사용해야 되고', '항시 TV 수상기를 들고 다녀야 하고', '자기방 물건의 위치는 항시 같아야' 안심이 되는 장면이 계속 이어진다.

고집붙통의 레인맨 행동에 대해 동생은 화가 머리 끝까지 올라 벌판에서 차를 세우고 혼자 고래고래 소리지른다. 충분히 이해가 된다. 발로 땅을 차며 흥분을 가라앉히는 답답한 동생의 심정도 잘 묘사되고 있다. 아마 자페아를 다루어 본 경험이 있거나 관찰한 경험이 있으면 동생의 미칠것 같은 답답한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천재적 능력

초능력은 모든 자폐증 환자에게 볼 수 있는 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일부 자폐증 환자에게서 볼 수 있는 특이 증상인 것이다. 예를 들어 말을 전혀 못하는 3세 아이가 기르쳐주지도 않은 글자를 뜻도 모르면서 줄줄 읽는다든지, TV 선전 화면을 정확히 기억하며 그림을 그린다든지, 지하철역 이름을 줄줄 외운다든지 하는 특이능력을 가진 자페아동을 가끔 병원에서 본다. 필자도 자폐아가 보이는 특수 능력에 대한 기대가 많았다.

그러나 현재 알려진 바로는 반 정도의 자폐아는 보통 정도의 지능수준이다. 나머지 반 정도는 오히려 정성 이하의 지능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학자는 자폐증 환자가 보이는 특이한 기억능력은 이들의 관심의 촛점이 별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즉 보통 사람이 무심히 지나치는 일들에 대해 강렬한 호기심과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레인맨이 보여주는 특수능력은 한번 본것을 줄줄 외우는 뛰어난 '시각적 기억력'과 '숫자 계산 능력'이었다. 전화번호부 주소레코드 목록 등을 한번 보면 그 자리에서 모두 암기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또 2백46개의 이쑤시개를 한 눈에 세고, 도박판에서 카드 4벌을 모두 외워 거액의 돈을 따는 장면이 나온다. 물론 관객들을 위해 자폐증 환자의 특수능력이 과장되게 표현된 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숫자나 기억력 등 자폐아에서 볼 수 있는 특수능력 주제는 잘 묘사된듯 보인다.
 

●관심분야의 특이성

자폐증 환자의 경우 보통사람이라면 지겨워 하는 놀이를 세월가는 줄 모르고 즐긴다. 또 보통사람 같으면 전혀 재미가 없는 일들을 넋나간 사람처럼 보는 특징을 지녔다.
흔히 병원에서 보는 자폐아의 경우 빙빙 회전하는 물체를 좋아한다. 예컨대 자동차바퀴나 빙빙 돌아가는 이발소 표시등을 시간 가는줄 모르고 쳐다본다. 레인맨의 경우도 마찬가지. 세탁기에서 빙빙 도는 빨래를 하염없이 보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또 자동차를 타고 갈 때 밖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스쳐지나가는 도로난간이나 철로 레일을 넋나간 듯이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카지노에서 포커도박 게임을 하다 말고 갑자기 빙빙 도는 오락게임을 본 순간 갑자기 일어나 그쪽으로 가는 장면 묘사가 훌륭히 되어 있다. 이같은 현상은 자폐아와 보통사람과의 감각기능 차이로 설명되어진다.

●특정 자극에 대한 과민·과소 반응

자페아의 경우 보통사람이 별 반응없이 지나치는 소리나 빛 냄새 자극에 대해 지나치게 흥분하기도 한다. 반대로 전혀 자극에 대한 반응을 안하는 수도 있다. 특정 가수나 아나운서의 목소리에 놀라서 어쩔줄 몰라하거나, 반대로 아무리 이름을 불러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증세는 임상에서 흔히 본다.

레인맨은 이같은 현상도 보여준다. 목욕탕에서 더운 물을 틀었을 때 갑자기 흥분, 어쩔줄 몰라하는 장면이 그렇다. 또 화재경보기가 작동되어 요란한 소리를 낼 때 견디지 못하고 머리를 창에 부딪치는 행동을 보이다가, 동생이 경보기 작동을 멈추자 곧 평온을 찾는 장면은 훌륭한 예가 된다. 주변 사람들은 왜 그러는지 알 수 없다. 아마도 자페증 환자의 기억속에 과거 어떤 특정한 정신적 충격에 대한 회상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으로 보인다.

어머니의 교육이 중요

자폐증의 치료란 한마디로 조기발견과 조기 특수교육이다. 자페아의 경우 대개 3세 정도면 충분히 진단이 가능해진다. 자폐아를 발견하면 즉시 전문적으로 다루는 특수교육기관에 보내져야 한다.

특수교육기관이란 한 선생님이 여러 명을 지도하는 일반 유아원과 달리 소수 인원에 대한 집중적인 놀이치료 행동치료 언어치료를 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자폐아동을 다루어 본 경험이 있는 선생님이 있는 곳을 말한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이같은 자폐아 전문 특수치료기관이 여럿 있으나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자폐아동과 가장 접촉 시간이 많은 어머니가 아이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알려주는 부모교육도 중요하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자폐아 부모의 모임이 결성, 상호 정보교환도 한다.

그러나 구미 선진국이나 일본에 비해 자페아에 대한 일반대중의 인식이 부족한 상태이다. 게다가 특수교육 프로그램이 주로 국민학교 이전 단계에 국한되어 있을 뿐이므로 앞으로 사회적 관심이 절실힐 요구된다.

영화 끝 부분에서 레인맨과 동생이 헤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동생은 레인맨과의 이별에 눈물을 글썽인다. 이때 레인맨은 동생에 대해 약간의 감정을 표현하는듯 보이다 곧 자기 본연의 자세로 돌아간다. 떠나는 기차에서 동생에게 손한번 들어주지 않는 안타까운 여운을 남기지만 결코 미워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