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과 두뇌, 행동양식과의 관계는 명확치는 않아도 상당한 관련이 있는 것을 여겨지고 있다.
우리는 음식을 먹음으로써 생명을 유지하고 생활에 필요한 활력을 얻을 수 있다. 또 음식은 직접 인간활동에 필요되는 에너지를 공급하고 우리 신체의 구성 성분과 대사물질을 만든다. 간접적으로는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즉 균형된 영양상태는 신체의 성장을 원활하게 할 뿐 아니라 심리적 기능과 지적 활동을 원만히 이루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의 성장·발육과정은 크게 질적인 면과 양적인 면으로 나눌 수 있다. 세포수가 증식하고 분화되는 질적인 기간, 세포수 및 크기가 증가하여 질적·양적 성장 발육이 함께 일어나는 기간, 세포크기가 증가하는 양적인 기간으로 나누어지는 것이다. 또 신체기관마다 이 시기가 서로 다른 것이 특징이다.
생후 6개월까지가 중요
성인의 뇌는 외부조건에 비교적 안정, 기아상태에서도 그 무게를 유지하는 두뇌 절약작용(brain sparing action)이 있다. 그래서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두뇌는 발육과정중 안전하게 보호되는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 그러나 그 후 여러 실험적 근거에 의하여 뇌의 성장발육 과정이 밝혀지고, 영양실조로 인한 뇌의 구성성분함량의 변화가 알려짐으로써 영양상태가 뇌 발달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높아졌다.
사람의 뇌세포는 증식기가 둘로 나누어진다. 첫째 기간은 출생 후 15~20주까지이고 둘째 기간은 25주부터 2년까지이다. 이처럼 두뇌와 중추신경계는 태아기와 신생아 초기에 급격히 성장한다. 생후 6개월이 되면 두뇌 전 세포수가 최대에 이르고 4세가 되면 두뇌의 90%가 형성된다.
사람의 경우 생후 6개월 이전에 심한 영양실조에 걸리면 뇌세포수가 감소되고 생명 유전물질인 DNA와 RNA 그리고 효소의 활성도 및 신경전달물질인 뉴로트랜스미터(neurotransmitter)가 감소됨을 볼 수 있다.
또 영양불량으로 인해 사망하였거나 혹은 우연히 사망한 아이들의 두뇌연구에서, 어릴 때 심한 영양실조에 걸린 유아는 정상 아동에 비해 두뇌 세포수가 감소되어 있음을 확인하였다. 또한 이와 같은 위험시기에 야기된 영양실조와 영양불량은 뇌세포수의 감소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다시 회복될 수 없다는 게 특징이다.
두뇌신경이 신체내 세포들에게 어떤 신호를 전달하는 과정은 특별한 화합물인 신경전달물질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런데 신경전달물질은 수면, 행동의 민활성, 기분, 우울증, 공격성과 통증에 대한 예민성에까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또 두뇌의 활동이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물의 영양성분에 대해 몹시 민감하다는 많은 과학적 증거가 있다.
두뇌의 신경전달물질에는 세로토닌 아세틸클린 카테콜라민 등이 있다. 그런데 이들 세로토닌(serotonin, 혈액이나 중추신경계에 있는 일종의 혈액수축제로 트립토판에 의해 만들어진다), 아세틸콜린(acetylcholine, 콜린에 의해 만들어지며 부교감신경과 관계가 있다)과 카테콜라민(catecholamine, 도파민 에피네프린 노에피네프린을 포함한다) 등의 합성이 식사중의 영양소인 트립토판(tryptophan) 콜린(choline) 티로신(tyrosine)등에 의존한다고 알려져 있다.
티로신과 트립토판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들. 그러므로 단백질이 풍부한 식품에는 이들이 함유되어 있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콜린은 비타민B 복합체의 하나다. 또 이것은 아세틸콜린이 되어 신경전달에 큰 역할을 한다.
신경전달물질들이 합성되는 비율과 방출되는 양은 그 사람의 영양상태와 섭취하는 식품의 성분에 따라 변화된다. 특히 신경전달물질 방출의 변화는 사람들의 기능과 행동에 관련된다. 결과적으로 영양은 사람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물실험에서 나타난 결과를 살펴보자. 당질이 많고 단백질은 적은 식사를 제공한 실험동물은 두뇌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수준을 증가시켰다. 그리고 동물들은 이렇게 마련된 음식을 잘 먹으려들지 않았다. 식욕의 현저한 억제를 보인것이다.
반대로 저(抵)당질 고(高)단백질 식사는(이것은 체중조절 식사에 이용되지만)세로토닌의 분비를 억제하고 그 결과 당질에 대한 식욕을 증가시켰다.
이같은 동물실험의 결과는 사람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예컨대 체중조절 환자에게 당질의 공급을 줄이면 긴장 또는 우울증에 걸리고 몹시 곡류음식을 먹고 싶어하다가, 당질을 섭취한 뒤에는 평화로워지고 안정되는 것을 종종 관찰할 수 있다.
또 당질의 섭취와 트립토판의 급식은 정상 행동을 변화시킨다. 즉 피로와 졸리움이 증가되고 행동도 둔해지는 것이다. 그리고 가벼운 아픔에 대한 민감도가 감소되고 잠드는 시간이 길어진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설탕과 전분중 어느 것이 더 이같은 행동 변화에 영향을 주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단지 당질의 흡수도와 인슐린(insulin) 분비 자극력의 차이가 문제되지 않나 추측하고 있다.
분노를 일으키는 영양소
이와같이 식사와 행동과의 상관관계에 대한 연구는 그전부터 많은 영양학자들의 관심사가 되어왔다. 초기에는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영양불량이 인지(認知)능력의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규명하는데 연구의 중점을 두어 왔지만, 최근에는 특수한 식이 요소가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끼치는가를 연구하는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즉 설탕의 과잉섭취, 식품 첨가제의 과용, 편식에서 오는 영양결핍이나 과잉증, 또는 식사조성의 변화등이 비행이나 범죄행위, 과민성 행동, 수면시간, 우울증 및 인지발달 등과 어떤 관련이 있는가 하는 문제들이 연구되고 있다.
최근 어떤 특정한 음식 또는 영양소가 분노나 적대감정의 원인이 되고 개인에 따라 비행 또는 범죄행위까지 일으킬 수 있다는 학설이 등장,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제기된 가설중에는 반응성저혈당증(reactive hypoglycemia, 혈액중에 당질이 부족한 상태), 설탕의 과잉섭취, 식품첨가제의 과용, 식품 알레르기 현상, 비타민과 무기질의 결핍 및 과잉증, 그리고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의 문제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식사와 범죄간의 관계에 대한 임상적 과학적인 증거는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재소자(在所者)의 식사에 무기질과 비타민을 보충하는 등 여러가지 변화를 준후 영양소 불균형, 식품알레르기 그리고 저혈당증 등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각종 실험이 실시되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낮은 혈당 농도가 난폭한 범죄의 중요 요인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이것은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고 진단방법 등이 모호해서 아직 확인되지는 않고있다.
설탕과 과민성 행동
작은 일에도 곧잘 짜증을 내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어린이들이 많다. 이런 어린이들의 과민성 행동(hyperactivity)은 일반적으로 주의력이 부족한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지나친 운동신경의 흥분 충동성 부주의 주위산만 불안 그리고 욕구불만 등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과민성 행동의 원인이 유전적 환경적 요인들과 복합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되지만 그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다만 식품첨가제 설탕 카페인 과량의 비타민 섭취가 이 질환의 발생과 관련되어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식사와 과민성 행동에 관련된 주요 이론 중의 하나를 소개한다. 1970년대 초기에 페인골드(Feingold)는 식품첨가제 특히 인공 식용색소(식품에 색을 내게 하는 물질로써 석탄에서 추출한 타르색소가 많이 쓰인다)와 방향제(식품에 특수한 향기를 내게 하는 물질) 그리고 자연산 살리시에이트(salicyate)가 과민성 행동의 원인이 된다고 하였다.
그는 이 3가지 물질을 제외시킨 특수식사를 급식했더니 과민성 행동을 보였던 어린이의 50%에게서 과민행동이 억제되었다고 보고했다. 페인골드의 주장은 다른 연구자들의 임상적 실험과 조사에 의해 실증되지는 못했으나 과민성 행동을 보이는 어린이의 부모들 중에는 페인골드의 식사법을 믿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
한편 과민성 행동의 원인을 저혈당증과 설탕의 과잉섭취에서 찾는 학자들도 있다. 하지만 아직은 불분명한 부분이 많다. 어린이들이 과민하게 행동하는 것이 저혈당증에 의한 간접적인 이유때문인지 설탕에 의한 직접적 효과인지 자신있게 말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프린즈(Prinz)와 그의 동료들은 1980년대초, 과민성 행동을 보인 어린이들에게 7일간 설탕을 다량 먹였다. 이 실험은 설탕이 어린이의 파괴적 혹은 불안정한 행동과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최근의 여러 조사는 설탕 섭취와 과민성 행동간의 연관설(説)에 대해 타당성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므로 더욱 많은 연구가 요구되고 있다.
우울증과 수면에 영향을 미친다
수면은 필수아미노산인 트립토판에 의해 생성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에 의해 조절된다고 믿어지고 있다.
트립토판은 식이(食餌) 단백질의 구성요소이지만 당질이 풍부한 식사를 했을때 뇌에서 이 아미노산 수준이 증가하게 된다. 이것은 당질의 섭취가 인슐린분비를 촉진시키기 때문이다. 인슐린은, 혈액 내에서 트립토판과 뇌의 흡수를 놓고 경쟁하는, 다른 중성 아미노산의 농도를 효과적으로 낮추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즉 인슐린은 뇌의 트립토판 흡수율을 높여 결과적으로 세로토닌 합성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수면에 대한 트립토판의 효과는 다소 제한돼 있다. 가벼운 불면증이 있는 사람과 잠드는데 걸리는 시간(수면 잠복기)이 다른 사람들보다 조금 더 긴 사람들에게만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것이다. 즉 그들이 잠드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시켜줌으로써 수면 효과를 거둘 수 뿐이다. 그러나 심한 불면증이 있는 사람의 경우엔 그리 큰 효과가 없다.
또한 트립토판은 당질의 기호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질이 풍부한 식사는 예민한 행동을 유발시키는 것으로 보이나, 이는 섭취자들의 나이와 성별에 따라 서로 다른 효과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스프링(Spring)과 동료들은 당질이 풍부한 식사를 준 집단의 사람들이 단백질이 풍부한 식사를 공급받은 사람들에 비해 민활성이 감소하였다고 말하고 있다. 또 당질이 풍부한 식사를 하였을 경우 남성에 비해 여성이 졸음을 더 느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40대 이상의 사람들은 젊은이들에 비해 고(高)당질 식사 후 주의력이 더 떨어진 것도 밝혀냈다. 트립토판이 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메카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또 트립토판이 뇌의 세로토닌 수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되지만 직접적으로 조사된 바는 아니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의 결핍은 우울증과 같은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반대로 우울증을 치료하는데 있어서, 세로토닌이나 노에피네프린 생성에 관여하는 영양물질인 트립토판과 티로신의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논란이 많다.
공부를 잘하게 하는 철분(?)
철분과 같은 특정 영양소의 결핍 또는 단기간의 금식(아침식사를 거르는 일)이 인지(認知)수행 능력을 방해하는지 여부는 학령기 아동의 부모들과 교육자들에게 특히 관심을 갖게 하는 문제이다. 무슨 음식을 먹이느냐에 따라 아동의 성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므로 자연 관심을 끈다.
철분을 적게 섭취하면, 긴장기간이 감소하고 인지발달이 지연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즉 학습능력과 기억력이 감퇴되고 정상적인 학습을 저해한다는 것인데 확언하기는 아직 빠르다. 실험 방법과 측정기준의 불확실성, 복잡한 변수 등으로 인해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운 것이다. 그러나 인지능력에 대한 철분관련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있다. 철분결핍상태인 어린이에게 가벼운 치료를 해주었더니 인지수행능력을 증가시켰다는 사실은 철분상태와 인지능력간의 관련성을 지지해준다.
그러면 철분은 어느 식품에 많으며 철분결핍은 왜 생기나? 철분과 같은 미량원소는 여러 식품에 산재되어 있으나 극히 미량이다. 하지만 쇠고기, 간, 짙은 녹황색채소류, 곡류 등에는 상당량 함유되어 있다.
특히 우리 식생활을 돌이켜보면 철분결핍의 소지가 높음을 알 수 있다. 철분이 많은 동물성 식품의 섭취가 부족한데다 간(肝)처럼 상용(常用)하지 않는 식품에 철분이 들어있어 이용도 잘 되지 않는다. 또 채소 소비는 많지만 배추 무우 등 담황색 채소를 주로 먹고 녹황색 채소류의 소비는 적다. 그리고 도정이 많이 된 곡류를 먹는 것도 철분부족현상을 이끄는 이유가 된다.
아무튼 어린이의 영양상태가 좋을수록 학습능력이 증가된다는 연구결과가 학자들사이에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아침식사를 거르는 것이 어린이의 감정적 행동과 수리력, 독서능력에 역효과를 보인다는 실험보고도 있다. 비록 역효과를 내는 기간은 한정돼 있지만.
아침식사가 인지수행능력을 증진시킨다는 연구결과도 나오고 있다.
아프라키 케냐와 캐나다의 토론토에서 교사들이 조사한 바에 의하면 불충분한 아침식사를 한 아이들이 아침식사를 잘 한 아이들보다 더 피로해 보였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공부를 하면서도 주위가 산만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아이오와대학에서 실시한 실험에서도 충분하고 고른 영양의 아침식사가 효과적인 교육계획을 위해 꼭 필요한 것으로 밝혀졌다.
인간의 두뇌를 1백% 발휘할 수 있을까?
말리(Marley)는 60명의 남미어린이를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하였다.
우선 실험집단을 셋으로 나눴다. 제1집단은 건강관리만 받았고, 제2집단은 건강관리와 적절한 영양을 받았고, 제3집단은 건강관리와 영양, 그리고 좋은 환경을 제공하였다. 그리고 2년 뒤 세 집단의 어린이를 평가해 보았더니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보건 영양 환경 중 영양이 지적발달의 첫째 조건이었음이 밝혀진 것이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두뇌는 잠재적으로 식사로부터 정보를 받고 있지만 식사와 행동과의 관계에 대한 증거는 아직 미약하다.
이것은 사람의 미묘한 행동변화를 정량적으로 정확히 측정하기가 어렵다는데 기인한다. 특히 인간을 실험대상으로 할 경우,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가지 요인들을 전부 다 고려하여 조절하기 어려운 점등 실험상 문제가 많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재 영양학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쏟고있는 것은 두되세포수의 감소가 두뇌의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하는 점이다. 또 우리가 전(全) 두뇌의 잠재력을 1백% 발휘할 수 있을지, 그리고 세포수의 제한이 지적 자극에 의해 어느정도 극복될 수 있는지가 연구의 과제로 남아있다.
인간의 영양생활은 태아기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으나 실은 그렇지 않다. 그 훨씬 이전 즉 부모의 영양 상태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부모의 영양상태는 심신이 원만하고 건강한 어린이를 낳고 기르는데 기본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균형된 영양소의 섭취는 평생을 계속해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