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은 겨울에 가장 맛이 난다. 그 맛은 담백하고 시원하다. 이것은 음식의 계절감을 잃어가고 있는 현대에 자연이 인간에게 주는 미각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그 복에는 무서운 독이 있다. 그 독의 정체는 무엇일까.
겨울은 복 요리의 철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어디서나 '복매운탕'간판을 볼수 있고 일년내내 그것을 먹을 수 있다. 그러나 복은 겨울부터 이른 봄까지가 제철인 것이다.
복을 사람이 식용으로 한 역사는 상당히 오래다. 황하와 양자강에서 자라는 복을 중국사람들이 식용으로 했다는 고대의 기록이 있다. 당시 그 모양이 마치 돼지와 비슷하다 하여 한자로 河豚이라고 표기했다. 그러나 지금은 일본에서 표기한 복(鰒)이 통용되고 있다. 영어로 Puffer또는 Swellfish라 하는 것도 같은 발상의 표현이며 학명은 Tetraodontidae이다.
한국근해에 30여종
종류는 복어목(目) 참복아목 참복과에 속하는 것 중 한국 근해에는 자지복 까칠복 검복 졸복 까치복 복섬 매리복 바실복 황복 흰점복 눈불개복 밀복 꺼끌복 별복 흰복 청복 등이 있다.
그밖에 분류학상 참복과와 더불어 복어목에 속하는 개복치아목 개복치과의 물개복치가 있고 파랑쥐치아목에는 은비늘치상과의 은비늘치, 분홍쥐치과의 분홍쥐치가 있으며 불뚝복상과의 불뚝복, 쥐치복상과의 파랑쥐치 갈쥐취 무늬쥐치 그물쥐치가 있고 쥐치과에는 새앙쥐치 쥐치 말쥐치 별쥐치 흑백쥐치 그물코쥐치 객쥐치 날개쥐치 물각쥐치가 있다. 또 거북복아목에는 거북복뿔복이 있고 육각복과의 육각복이 있다.
몸이 긴 달걀형이고 몸표면은 아주 매끄러운 것과 바늘같은 비늘이 있는 것이 있다. 입은 작고 아래 위 두턱에 각 2개의 대문이 모양의 턱이가 있고 좌우로 있는 2개의 중앙봉합선에서 서로 닿아 전체로서 주둥이 모양을 이루고 있다.
가슴지느러미는 짧고 작은 아가미 구멍이 그 바로 앞에 뚫려 있다. 배지느러미는 없다. 어느 지느러미나 모두 물렁살로 되어있고 가시모양이 아니다. 위는 잘록해져서 등과 배의 두 부분으로 나눠져 있으며 배쪽 부분을 팽창낭이라 하고 그 뒷면이 몸벽에 유착되어 있다. 이 팽창낭에 물이나 공기를 들여마셔 배를 부풀릴수 있는데 마시는 물의 양은 몸무게의 4배에 이를때도 있다. 놀랐을 때 갑자기 커지는 것은 이런 얼개 때문이다. 복의 체측근은 오히려 퇴화되어 있고 그 대신 등지느러미 꼬리지느러미의 굴근이 잘 발달되어 있어 이런 근육도 배를 부풀게 하는 구실을 돕는다.
온대에서 열대에 걸쳐 널리 분포하는 연해성의 해산어로서 주로 꼬리지느러미를 좌우로 흔들어 헤엄치며 몸이 둥글어 속도가 느리다.
복의 배가 풍선처럼 부푼 모양은 참으로 우스꽝스럽다. 그것은 적을 위협하거나 해저의 모래를 불어 일으켜 먹이를 잡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 독특한 것은 눈을 감았다 떴다 할 수 있다. 보통 바닷 고기는 그것이 될 수 없는데 복은 눈꺼풀에 해당되는 부분에 많은 주름이 있어 사진기의 조리개처럼 폈다 오무렸다 하는 것이다.
단단한 이를 가지고 있고 턱의 근육도 발달된 육식성으로 새우게 불가사리 작은 물고기 등을 먹는다. 또 입으로 물을 뿜어 바다밑의 모래 속에 있는 조개 털갯지네 등을 잡아 먹는다. 낚싯줄을 잘 물어끊고 낚아올렸을 때 끄륵끄륵 이를 가는 것도 이와 턱이 발달되어 있기 때문이다.
어선에서 낚아올렸을 때 어부들은 이 예리한 이빨을 뽑아버린다. 활어조에 넣었을때 서로 물고 뜯고하여 죽게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냉동운반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복은 활어가 고급품이다.
복을 먹는 습관은 고대부터 있었으나 회로 먹은 것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 맛있는 것을 찾는 인간의 본능이 발견한 조리법이다.
복요리에서는 이 복회가 최고다. 큰 접시에 담은 모양은 시각적으로도 예술에 가깝다.
뼈에 붙은 살과 껍질에 붙은 살을 얇게 베어내 속살만을 횟감으로 쓴다. 얇게 베어낸 한점한점을 접시의 바깥쪽에서 가지런히 놓아 들어간다. 그 모양은 마치 큰 국화송이가 펼쳐져 있는 것 같이 보인다. 먹을때는 중심부에서 꽃잎을 한잎 한잎 떼어내듯 집어낸다.
복요리는 이밖에 살을 찐 수육, 얼큰한 양념과 함께 끓인 매운탕, 담백하게 끓인 국…등 여러가지가 있다.
시원한 맛 속에 무서운 독이…
담백하면서 시원한 겨울 기호식품인 복에는 맹렬한 독이 있다. 이 독 때문에 목숨을 잃은 사람이 적지 않다. 60년대 까지 만해도 복 알을 잘못알고 끓여먹은 일가족이 떼죽음을 했다는 사건이 가끔 신문지면을 장식했다. 대구알이나 명태알과 비슷한 복의 알을 잘못알고 끓여먹은 사람들이 죽은 것이다. 그때만 해도 복의 알이 그렇게 무서운 독이란 것을 모르는 사람이 많았고 복의 알을 처리하는데 소홀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고를 막고 전문가만이 조리를 할 수 있도록 우리나라와 일본은 복요리 판매를 면허제도로 규제하고 있다.
복전문 조리사면허는 복의 종류와 독성의 계절적 변동에 관한 정확한 지식이 있어야 한다. 한가지 예를들면 면허가 있는 조리사는 복을 조리할때 간이나 난소및 내장을 제거할때 이를 다치지않게 다룬다. 그래서 자격있는 요리사가 있는 음식점에서 복을 먹고 중독을 일으키는 일은 거의 드물다. 중독사고는 면허없는 사람이 복을 다루는 음식점에서 자주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확한 통계가 없으나 복을 즐겨먹는 일본에서는 연간 1백명 정도가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복의 독은 테트로도톡신(tet-rodotoxin)이라는 화합물이며 분자식은 ${C}_{11}$${H}_{17}$${O}_{8}$${N}_{3}$이다. 특히 식용으로 많이 쓰이는 복의 난소와 간장에 많다. 복의 난소 1t에서의 수량은 양 10g인데 동물의 몸무게 1㎏당의 치사량은 불과 몇 ㎍이라는 강력한 것으로 그 독성은 시안화칼륨의 수백배에 이른다.
복독의 함량은 복의 종류와 계절에 따라 다르며 장기별로는 난소에 가장 많고 이어 간장 피부 장의 순이며 근육에는 극히 적다. 봄철 산란기의 난소에는 특히 독이 많고 이 독은 보통 열에 의해서는 파괴되지 않는다.
이 독은 신경독이며 운동신경과 지각신경의 말초를 마비시키고 동시에 연수의 중추에도 작용한다. 중독되었을때의 증세는 먼저 위화감이 오고 입술과 혀 손발의 지각이 마비된다. 이어 증상이 진전되면 전신의 근육이 마비되어 언어가 불분명하여지고 호흡이 약해진다. 청색증으로 손발의 말단이나 안면에 자반이 나타나고 의식은 명료하지만 끝에가서는 호흡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중독되었을때의 응급대책으로는 즉시 토제나 하제를 투여하고 혈압상승제를 써서 혈압을 유지하고 인공호흡을 시킨다. 그러나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런 맹독의 테트로도톡신이 신경통 위경련 피부의 가려움증 야뇨증 등의 치료용 의약으로 쓰이고 있다.
테트로도톡신의 독성 원인 규명을 위한 연구
복독 테트로도톡신의 구조는 1964년 일본 교토에서 열렸던 천연물화학 국제회의에서 도쿄대학의 '쯔다 야스스케' 교수팀과 나고야대학의 '히라다 요시마사' 교수팀, 미국하버드대학의 'R.B. 우드워드' 교수(65년 노벨화학상수상)팀 등 3개팀이 동시에 발표했다.
이 테트로도톡신은 신경세포막의 나트륨이온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통로(채널)를 막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이 독이 몸에 들어가면 마비를 일으키는 것이다.
당시에는 테트로도톡신이 복에만 있는 톡특한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러나 최근까지 복어 이외의 동물에서도 이 독이 발견되어 문제가 복잡하여졌다.
처음 1964년에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모셔'교수팀이 캘리포니아 영원(도롱뇽의 일종)이라는 복과 인연이 먼 동물의 알에 있는 독이 테트로도톡신과 같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뒤 1969년에 도쿄대학농학부 수산학과의 '하시모토'교수팀이 대만 필리핀 오키나와 등지 연안에 서식하는 명주모래무지의 내장과 난소에 역시 이 독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명주모래무지가 서식하는 연안 주변의 주민들은 오래전 부터 이 고기는 '먹으면 위험한 고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한다.
다음으로 1972년에는 양서류인 개구리의 피부에서도 발견되었다. 코스타리카에 서식하는 유독 개구리에서 였다.
이어 78년에는 연체동물에서도 발견되었다. 오스트레일리아 연안과 일본 남서쪽 연안에 서식하는 손바닥만한 작은 문어에서 였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해수욕을 하던 사람이 이 문어에 물려 사망한 예도 있었다.
그리고 소라고둥과 조가비에서도 발견되었다. 소라고둥과 조가비는 중장선(中腸腺·무척추동물 장관의 두 끝에 있는 샘)에 독이 있었다. 극피동물(棘皮動物)인 불가사리와 절족동물(節足動物)인 게에서도 발견되었다.
일본 히로시마대학 생물학부의 '미야자와 케이스케'교수팀은 편형(扁形)동물과 유형(紐形)동물, 모악(毛顎)동물에서도 테트로도톡신을 발견했다.
이 상태로 나가면 더 많은 여러가지 동물에서도 테트로도톡신이 발견될 것 같다.
이런 테트로도톡신이 발견된 동물은 계절이나 장소 개체에 따라 독의 양이 많거나 적거나 했다.
또 이런 독이 함유되지 않은 먹이로 양식한 복은 독이 없다는 사실도 도쿄대학 농학부 '마츠이타카시'교수팀이 밝혀냈다.
그렇다면 복독은 복에만 있는 독특한 것이 아니란 것이 이미 드러났다. 그래서 복 이외의 어딘가에 독의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복독의 원인 찾기가 시작 되었다.
일본 토후쿠대학 농학부의 '야스모토 켄'교수팀은 복의 먹이인 해조나 플랑크톤이 이 독을 생산하는 것이 아닌가 하여 추적했다.
간장에 테트로도톡신이 많은 복은 석회조(石灰藻)라는 해초를 먹이로 하고 있다. 그래서 이 해초를 조사해보니 그 독이 발견되었다. 이 먹이가 원인일 가능성이 짙어졌다. 그러나 이 해초도 채집하는 장소와 시기에 따라 독이 있다가 없다가 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원인이 있음에 틀림없다.
작은 미생물을 의심하게 되었다. 독성이 있는 게에 붙어있는 세균(알테로모나스)을 배양하여 보니 배양액에서 테트로도톡신이 검출되었다. 86년의 일이었다. 그뒤 지금까지 복과 영원의 피부에서 채집된 비브리오균 외 여러가지 세균에서 이 독을 만들어낸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래서 지금은 복독의 원인이 세균으로 좁혀지고 있다.
그러나 테트로도톡신이 어떻게 합성되는가. 또 어째서 이런 독을 가진 동물이 살아 있을 수 있는가. 이런것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최근에 테트로도톡신의 구조 일부를 달리한 동족체가 몇개 발견되었다. 이것이 독의 합성과 관계되어 있는것이 아닌가하여 지금 추적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