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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경지에 이른 현대의 도청기술

날로 교묘해지는 첨단 도청술, 특히 우리나라는 법률의 미비로 도청에 대해 무방비 상태나 다름없다.

지난 11월 중순 학교 교무실에 도청기를 설치, 동료교사의 동태를 감시했다가 말썽이 돼 해직된 교사가 복직되었다는 기사가 신문의 적지 않은 지면을 차지하였다. 경기도 파주의 Y고등학교 이야기이다. 도청이란 어마어마한(?) 행위가 일반 사람들에 의해서 우리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준 기사이다.

재선을 목적으로 상대방 선거사무실에 도청장치를 해 현직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온 워터케이트사건이나 미소의 첩보전, 우리나라의 특수정보기관 등으로만 연결시킬 수 있었던 도청이 이제 우리 가까이에 다가온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교무실 도청사건은'은 지난 10월 중순 16년만에 부활된 국정감사 중에 신문의 1면톱을 장식했던 '특수도청기관' 기사보다도 더욱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현대의 도청은 과학기술이 발달로 초소형 초정밀 도청장치를 등장시켜, 우리나라 속담에서 도청의 귀재로 표현되는 '쥐도 새도 모르는 도청'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전화도청은 도청의 고전에 불과하고, 마음만 먹으면 어느 장소라도 간단한 도청기를 사용해 방안의 모든 소리를 외부에서 생생하게 청취할 수 있는 것이 현대의 도청술이다. 사람의 말소리는 물론 타이핑소리를 도청해 문서를 해독하며, 컴퓨터가 작동할 때 나오는 자기장을 감지해 컴퓨터에 입력되는 내용을 알아낸다. 커튼에 꽂아진 1.5mm 안팎의 핀이 도청기이며 커튼의 섬유올에 섞여진 광섬유를 통해 비밀정보를 외부로 송신한다. 또한 도청장소에 아무런 장치도 하지 않고 외부에서 레이저광선을 쏘아 실내의 목소리를 감지해낸다.

다양하고 광범위한 전화도청

현대는 '통신의 시대'.

지금 이시간에도 어마어마한 정보가 전화로 팩시밀리로 컴퓨터로 교환된다. 이들 정보는 여러 사람에게 공개돼도 좋은 것도 있지만, 대부분 비밀을 요하는 것이고 사람이나 기관, 기업에서 알면 악용할 소지가 있는 것도 상당수 있다.

사람이 사람에게 직접 전달하는 정보는 당사자들만 조심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계에 의존하는 전기통신 시대는 그만큼 중간에 정보를 도난당할 위험이 많은 것이다. 전화나 팩시밀리 컴퓨터는 정보전달의 편리한 수단은 될 수 있을지언정 정보의 비밀유지까지 보장해 주지 않는다. 전화는 물론 팩시밀리 비화장치도 현대의 하이테크 기술 앞에서는 무릎을 꿇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도청은 말 그대로 '몰래 엿듣는 행위'를 말한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전화도청이다. 우리나라 전화보급률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최고 수준이다. 1천만회선의 보급으로 이미 '1가구 1전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전화도청은 어떤 방법으로 가능할까. 전화도청의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이론적으로 제일 먼저 가능한 곳이 교환기가 있는 전화국이다. 전화국에는 전전자(全電子)교환기가 설치돼 있어 과거에는 직접 사람의 손으로 연결해주던 것을 컴퓨터가 자동으로 연결해준다. 도청방법은 교환기에 들어와 있는 여러 회선 중에 해당번호의 회선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면 된다. 요즘에는 음성이 들리면 자동으로 녹음기가 작동되는 음향감지녹음기가 개발돼 도청을 더욱 손쉽게 할 수 있다. 이러한 원리는 사설교환기가 설치 돼 있는 회사내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나라 경우, 정치인이나 반정부운동을 주도했던 지식인 학생 노동운동가등 특정인에 대한 정보기관의 도청은 대부분 전화국 내의 교환기도청이 주류를 이루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과거 정치권력의 성격상 특수기관이라 한다면 전화국 출입정도는 자유자재로 가능하고, 전화국에서 이를 제지할 아무런 실질적인 힘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들이 수사기관에 붙잡혀 갔을 경우 처음에는 대부분 전화도청 자료를 가지고 수사를 시작했다고 술회하고 있다. 최근 청문회를 통해 국민에게 널리 알려진 노무현의원은 87년 6월항쟁 기간, 미행과 도청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한 감시를 받았다. 재야단체나 학생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 참여하기도 힘들어 미행을 간신히 따돌리고 집에 들어와 친구에게 딱 한통의 전화를 걸었는데, 몇분 후에 경찰이 집에 찾아와 확인하고 감시하더라는 것이다.
 

도청의 여러가지 형태


아마추어도 가능하다.

전화도청의 다른 방법은 전화선과 전화기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는 방법이다. 전화선도청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옥외 전화단자에서 도청하는 방법. 아파트나 빌딩에는 반드시 각 가정이나 사무실에 전화선을 공급하는 단자가 설치되어 있다. 이 단자의 선을 끌어내 도청할 수 있다.

선을 끌어내 직접 도청하는 방법도 있지만, 선을 끊어 녹음기를 연결해 놓는 방법도 있고 도청송신기를 전화선에 부착해놓고 FM라디오를 가지고 1백m 내의 거리에서 수신하는 방법도 있다.

옥외단자에서 도청하는 방법은 실내의 전화기 주위에서 도청하는 방법과 같다. 즉 옥외단자에서 줄을 끊어 녹음기를 설치하는 방법은 전화기 주위의 전화선을 끊어 설치하는 것과 같고, 소형 송신기를 설치하는 방법은 전화기 내에 일명 '버그'(bug)라고 불리는 소형도청기를 설치해놓고, 일정거리에서 주파수대를 맞춘 수신기(FM라디오 등)를 갖고 엿듣는 것과 같다. 유선인 경우 녹음기를 연결시키면 자동 녹음된다.

전화기 주위에서 도청하는 방법 중 독특한 것은 전화수화기 속에 도청 송신기를 설치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되면 전화음은 물론 전화가 있는 실내 공간의 모든 소리도 도청된다. 전화를 쓰지 않을 때도 일반도청기로 작동하는 것이다. 서울 기독교회관 관계자는 회관 내 회의실이 이런 방법으로 도청되었다고 주장했다.

세운상가를 비롯 전자상품상가에는 전화도청기가 눈에 띈다. 이들 상품 중 대부분은 앞에서 말한 녹음기를 갖춘 유무선 전화 도청기. 전화선을 끊어 녹음기 연결한 유선도청기는 10만원 내외고 송신기를 전화기 속이나 주위에 설치하고 원거리(1백m내)에서 수신기를 갖고 도청하는 무선전화도청기는 이보다 가격이 비싸다. 여기에 연결해 사용하는 녹음기는 일반 녹음기를 개조해 사용한다. 즉 이 제품들은 제조회사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세운상가 전자기술자들이 고객의 필요에 따라 상품화한 것이다.

유효거리 1백m

여기서 판매되는 제품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일명 '전자귀' 또는 '스파이더'로 불리는 소형도청기. 크기는 보통 30×15×20mm 정도로 가격은 10만원선. 어느 장소에서나 설치해놓고 주변 1백m 내외에서 FM라디오 정도의 수신기를 갖고 도청할 수 있는 고감도 소형도청기이다. 이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들여온 수입품이나 간혹 국산도 있다.

일체의 경우 5백m까지 송수신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상시 유효출력이 미치지 못하고, 현실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송수신거리가 1백m 이상이면 무선송신 감시차량에 적발된 가능성이 많아 아마추어 무선도청 유효거리는 1백m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전화도청기를 비롯 소형도청기가 전자상품상에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기 때문. 세운상가 도청기전문업체 S사측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4∼5년 전만 하더라도 전화도청기를 찾는 사람은 개인관계 즉 부부간의 의심이나 자녀교육상 또는 극히 개인적인 호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은 회사 차원에서의 노무관리, 지사 지점의 감독 등 경영자들이 업무상 찾는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이중에는 직접적인 표현은 안하나 경쟁업체의 동향파악 등에 용도를 생각하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조그만 사무실이나 영세업체에서 중소기업이나 대기업으로 수요처가 바뀌어나가는 것도 특색이라면 특색이다."

사설교환기가 설치되었거나 스피커가 마이크 역할도 하는 '인터컴'이 설치돼 있는 사옥을 가진 대기업에서는 굳이 소형도청기가 필요없으나,  도청은 공개적으로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므로 부분적으로 소형도청시설이 활용된다는 것.

좁쌀보다도 작게

현재 국내의 도청기술은 이 정도에 머무르고 있으나, 미·소를 중심으로 한 첩보전에 활용되는 도청기술은 이미 예술의 경지에 이르고 있다.
그 첫번째 특징이 쉽게 눈에 띄지 않게 하기 위한 소형화이다. 전자기술의 발달은 무수한 트랜지스터를 손톱만한 크기의 공간에 집적시킬 수 있다. 마찬가지로 소리를 감지해 일정한 주파수로 발신해내는 송신기 정도야 무한정 작게 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선보인 것 중 소형도청기의 대표적인 것은 서류철에 사용되는 핀의 머리정도 크기. 약 1.5mm인 이 도청기를 전화선에 꽂아 놓으면 전화도청은 물론 방안의 모든 소리를 감지해낸다. 현재 국내에서 선보이고 있는 도청기(30×15×20mm)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물론 이 경우도 무선이 있고 유선이 있다. 유선일 경우 송신선은 머리카락 보다 굵기가 작다. 앞에서 이야기한 커튼의 한올이 송신선일 수 있고 카핏에 숨길 경우도 사람의 눈에 발견되기는 극히 어렵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송신기의 전원. 아무리 작은 배터리라도 핀의 머리정도 크기에 삽입시키기는 곤란하므로 외부에서 무선신호를 주어 작동시키는 방법이 실용화되고 있다.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전화선에 꽂아 놓으면 전화통화 순간마다 전화선에 흐르는 음성전류를 전원으로 활용하는 방법도 모색된다. 그밖에 시계 타자기 조명기 등에 설치, 이들 전원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 정도의 소형도청기면 우리가 첩보영화에서 보듯이 만년필 책갈피 옷 등에 손쉽게 부착할 수 있다.
 

「전자귀」라 불리는 도청기^도청하고자 하는 곳에 아무데나 설치해놓고 1백m거리 이내에서 수신기(FM라디오)를 갖고 도청하면 된다.


레이저의 활용

도청기술의 절정은 아무런 장치를 하지 않고도 원하는 곳의 모든 소리를 감지해낼 수 있는데 있다.

대표주자는 레이저. 밀폐된 실내에서는 사람의 대화가 공기에 압력을 가해 창문 등을 아주 미세하게 자극한다. 이 미세한 떨림을 레이저로 감지한다. 즉 도청을 필요로 하는 곳에 직진성이 좋은 레이저광선을 쏘아 다시 반사시켜 창문의 미세한 진동을 감해내는 것이다. 반사돼 나오는 레이저광선은 미세한 떨림에도 파형이 변형된다. 이 변형을 통해 사람의 대화내용을 알아내는 것이다. 이 방법은 사람의 목소리뿐 아니라 타자기 소리 등도 재생시켜 어떤 내용이 타이핑 되었는지를 알아낼 수 있다. 한가지 단점은 레이저광선의 직진성 때문에 중간에 장애물이 있으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이러한 첨단도청기술의 주요 무대는 미국과 소련내에 있는 양국의 대사관이다. 87년 봄 모스크바의 미국대사관은 경비병들을 매수, 대사관내에 도청창치를 했다고 비난하고, 도청전문가를 소련에 급파, 건물의 개조작업을 서둘렀다. 이에 대해 소련은 미국내 소련대사관에서 발견했다는 도청기를 공개하고 반격에 나섰다. 사실 미소의 '도청전쟁'은 어느 일방의 잘잘못을 따질 성격의 것이 아니다. 이미 쌍방 모두 도청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고 누가 상대방이 모르는 방법을 사용, 효과적으로 도청하고 있는가의 문제다.

미국이 주장하는 모스크바내 신축 중인 미국대사관의 도청방법을 알아보자. 앞에서 언급한 전화도청은 기본이고, 전동타자기 속에 도청장치를 설치해 타자수가 문자를 칠 때마다 코드화된 전기신호를 발사, 도청장소에는 똑같은 문서가 타자된다는 것. 컴퓨터도 예외는 아니다. 컴퓨터는 메시지만을 위한 도청장치는 개발되지 않았으나, 컴퓨터가 작동할 때 발신하는 전자기장(電磁気場)을 고성능 안테나로 포착하는 방법으로 도청한다.

소형카메라를 복사기 내에 설치하여 복사되는 모든 문서를 자동 전송하기도 한다. 물론 도청장치가 따로 필요없는 레이저도청도 동원된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내 소련대사관에서도 대동소이하다.

도청방지 기술도…

그런데 문제는 도청을 방지하는 기술도 그만큼 발전한다는 것이다. 85년에 소련내 미국대사관 신축공사장에 조그만한 사건이 일어났다. 공사장에서 일하던 소련인 노동자들이 갑자기 공사를 그만두고 철수해 버렸다. 이유인즉 미국측이 건물구조 검사용으로 사용중인 X선탐지기에서 방출되는 X선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것.

그러나 실제는 X선탐지기가 도청기및 도청을 위한 건물구조를 탐지하는데 쓰였다는데에 있다. 도청장치를 하지 않고 직접 레이저를 쏘아 반사된 레이저파형을 갖고 사람의 대화나 타이프라이터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유사하게, 극초단파를 활용 도청하는 방법이 있다. 이를 위해서는 콘크리트 건물벽 속에 특수공간이 있어야 한다. 사람의 음성이 콘크리트벽을 울리면 이 공간으로 말미암아 진동이 증폭된다. 극초단파를 이 벽에 쏘면 반사돼 나오면서 파형이 변조되고 이를 분석하면 대화내용을 검색해낼 수 있다. 추측이지만 미국 대사관 건물도 이러한 공간이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X선탐지기를 동원했을 수 있다.

이론적으로 광범위한 주파수대를 가진 수신기가 있으면 얼마든지 무선도청은 알아낼 수 있다. 자주 사용되는 '버그탐지기'는 저주파에서 고주파까지 전파를 탐지, 경고음을 발한다.

그러나 유선인 경우 도청장치는 탐지가 쉽지 않다. 도청음은 커튼이나 카핏의 올속에 숨겨져 있는 광섬유를 통해 건물 외벽에 숨겨진 적외선송신기로 보내진다. 이 송신기는 광신호를 도청본부로 송출한다. 이 경우 전자파를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탐지해내기가 힘들다. 이런 경우에 X선탐지기가 활용된다.

무선인 경우에도 광범위한 주파수대의 수신기인 '버그 탐지기'에 속수무책이지는 않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방법을 탄생시킨다. 계속 전파를 발신하지 않고 모았다가 한꺼번에 짧은 시간에 처리하는 방법이 있다. 이른바 배치(batch)처리. 도청기에서 나오는 전파를 잡으려면 극히 짧은 시간(1백만분의 1초) 동안에 도청기의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도청기에서 발신되는 전파의 종류도 파장이 극히 짧은 마이크로파를 쓰면 그만큼 탐지기에 드러날 확률이 적다. 약간은 고전적인 방법이지만 탐지기에 혼란을 주기 위해 송신할 때마다 여러 주파수대로 변조시켜 송신하는 방법도 있다.

도청을 하려는 자와 도청을 방해하려는 자의 치열한 싸움은 좀더 원색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경우가 있다. 도청 송신기에서 발사되는 전파보다도 파장이 짧은 강력한 전파를 발사해 교란시키는 방법이다. 이 경우엔 마이크로파의 일종인 극초단파가 주로 사용한다.

그런데 마이크로파는 인체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1965년에 모스크바의 미국대사관 직원들이 잇달아 사고력 저하나 권태감을 호소한 적이 있다. 이를 조사한 CIA(미국중앙정보국)는 "외부에서 발사되는 마이크로파를 조사(照射)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뒤에도 미국대사관 직원과 그 가족들의 혈액을 검사한 결과 비정상적인 백혈구 증가현상이 나타났다. 왜 그랬는지 확실한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도청전파와 도청을 방해하려는 전파 사이의 피해가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다.

워싱턴 내에 소련대사관의 위치를 놓고도 도청에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다. 워싱턴의 새 소련대사관은 높은 언덕에 자리잡고 있어 백악관을 비롯 미의회의 도청을 하기엔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가정되는 방법은 레이저도청. 손전등만한 작은 레이저발사리를 이용, 백악관을 비롯 워싱턴 내의 주요 건물안에서 이루어지는 대화를 엿들을 수 있다.

미국 과학자협의회의 '존 파이크'는 이에 대해 백악관의 창문은 레이저도청을 방지하는 두터운 커튼이 사용될 것이며, 백악관 창문에 소형 소음발생기도 설치해두고 있다고 밝혔다.

격추실황 생생히

이처럼 약간은 낭만스런(?) 정보전에 도청이 사용된 것과는 또다른 차원의 냉엄한 전자전(電子戰) 에서도 촌각을 다투는 정보수집을 위해 도청이 상시 사용된다. 촌각을 다툰다는 의미는 잘못되면 수천 수만의 목숨이 달아나고 사소한 실수로 버튼 하나 잘못 눌러져 전인류가 다함께 핵의 제물로 사라질지 모른다는 냉혹한 현실을 담고 있다.

전자기술을 사용한 현대의 전자전은 평상시에도 벌어지고 있다. 지구상공을 누비는 항공기 지상기지 선박은 모두 전자전쟁에 참여하고 있다. 군사정보를 모으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이는 미국과 소련의 힘겨루기는 세계대전을 유발할 가능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써늘한 전자전의 핵심도구 중의 하나가 전자도청장치이다.

상대방의 방공력(防空力)을 시험하는 것으로 정면으로 도전하는 방법이 있다. 이름하여 정공법, 소련의 레이다 위치, 모니터주파수 등을 알기 위해서 미군정찰기는 정기적으로 소련의 방공영역에 접근하고 있다.

83년 최대의 미스터리, 우리나라 민간 여객기 KAL007기 추격사건은, 미국의 전자정찰기 RC-135와 KAL007이 매우 유사하다는 점에서 전자전의 희생물이 아닌가하는 의혹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의도적으로 항로를 이탈한 것은 아닐지라도 KAL기가 정상궤도를 이탈해 소련 영공에 잘못들어간 것을 미국이나 일본에서 이미 알고 있었고 이에 대한 경고를 할 수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KAL기가 격추당한 북해도 상공은 미국 소련 일본의 모든 최첨단 전자장비의 촉각이 곤두서 있는 곳으로 여기를 통과하는 모든 유무형의 정보는 어떤 방법을 통해서든지 도청된다.

실제로 미군과 일본의 전자감청 네트워크는 KAL 최후의 순간을 생생하게 엿듣고 있었다. 갑작스럽게 출현한 KAL기에 대해 소련레이다가 추적하고 있는 상황, 요격기 조종사와 관제소간의 통화내용, RC-135인지 아닌지에 대한 대화내용 등이 소상하게 미국의 전자감청장치에 의해 도청되고 있었다. 이중에는 소련 요격기 조종사의 '꼬리에 KAL 표시가 되었다' '경찰기가 아니라 민항기다'라는 교전내용도 있었고 관제소측의 드라이한 격추명령도 경기가 실황중계 되듯이 도청되었다.

왜 미국은 KAL이 항로를 이탈하여 소련의 무르만스크로 진입할 때 경고하지 않았는가, 소련은 RC-135 정찰기로 오인했다고 변명했지만 민항기라는 사실을 전해들으면서 격추명령을 내렸는가.

수수께끼는 명확히 풀리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의 도청능력은 소련에 알려지지 않았고, 미국은 이 사고 덕분에 소련의 방공망의 실제를 경험하였던 것이다.

도청의 도덕성 문제

건강한 의미의 도청이 있을 수 있을까. CIA 우방국(?) 원수에 대한 도청. 물론 여기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돼 있다. 박동선 사건, 김동조대사의 미의회 로비활동 전말 등은 모두 도청으로 드러났다는 것이 정설이다. 미소의 대사관을 중심으로한 도청전쟁, 스타워즈의 핵심을 담당하는 우주도청도 악이 악을 부르는 악순환의 연속일 뿐 합리화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유괴범이나 마약밀매 등 조직적 흉악범죄 집단을 검거하는데 사용되는 극히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건강성을 갖춘 도청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엊그제까지, 아니 지금도 행해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우리나라 정보기관의 특정인에 대한 전화도청, 노무관리의 편의성을 위해 행해지는 기업에서의 도청, 교육자들끼리 동료교사의 동태를 감시해 이사장에게 보고하기 위한 도청, 부부관계의 불신임을 단적으로 증명해주는 집안내에서의 전화도청 등 어느 것 하나를 봐도 도덕성을 갖춘 것은 없다.

특히 기업경영에서의 노무관리방법으로서의 도청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보다 적극적이며 창조적인 자세의 기업관을 갖게하지 못하고 수동적이며 감시받는 로봇인간만을 양성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서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도청 방지 법률 제정 서둘러야-엄격한 제한 규정 명문화

 

우리나라는 헌법18조에 '모든 국민은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않는다'고 선언적으로 명시되어 있을뿐 도청을 처벌할 법규정이 없다. 형법 3백16조에 남의 편지나 문서를 뜯어보는 행위에 대해 '비밀 침해죄'로 3년 이하 징역, 6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되어 있을 뿐이다. 이 경우에 전화도청은 해당이 안된다. 또한 83년에 제정된 공중전기통신사업법(1백1조)에 전화국 직원들의 전신전화국의 비밀 누설 또는 비밀 침해 행위에 대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백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하고 있으나 전화국직원에 국한된 법률일 뿐이다. 이에대해 법조인들은 정보화사회의 환경조성을 위해서라도 도청에 대한 규제법을 하루빨리 제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현재 '도청에 관한 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불법도청이 국민의 공·사생활에 주는 불편과 불이익을 없애고 국민 대다수가 특수 수사기관에 의해 도청이 불법적으로 자행되고 있다고 느끼고 있는 점을 시정하기 위해서 제정될 이 법률의 내용은 △ 도청대상범죄는 간첩행위 반역 살인 납치 강도 등 중대범죄로 국한하고 △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만 도청을 할 수 있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긴급한 범죄나 보안을 유지해야 할 조직적범죄에 대해서는 법원의 사후 인가가 가능토록 되어 있다.
 

외국의 경우 도청은 엄격히 법률로 규정돼 있다. 미국의 도청대상은 유괴 마약 밀매 범죄에 국한돼 있으며 검찰의 승인과 검사가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 도청을 할 수 있다. 서독도 도청신청권자는 연방정보부장으로, 도청 명령권자는 수상으로 국한돼 있다. 우리나라도 하루빨리 법제정을 서둘러 도청을 사회적범죄로 인식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며, 법운용시에 추상적 표현인 국가안보나 조직적 범죄 등의 확대 해석에 유의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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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정경택 기자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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