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슈퍼마우스는 태어난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계속 크고 있다. 얼마만큼 더 크게 될지는 모른다. 보통 마우스는 10주면 성장이 멈추는데…"
국내 최초로 슈퍼생쥐를 생산, 유전공학계를 흥분시켰던 KAIST 유전공학센터 이경광(李景廣)박사의 말이다.
유전자 재조합부분을 맡았던 김지영박사, 그리고 한용만 이철상 남궁욱연구원은 이박사와 함께 슈퍼생쥐의 탄생을 이끌었다.
그 생산과정은 다음과 같다.
사람의 태반으로부터 사람 성장호르몬(hGH) 분리→이 유전자가 생쥐의 체내에서도 잘 자랄수 있게 하기 위해 생쥐의 작동 유전자(MT-1) 부착→박테리아를 이용, 결합된 유전자(MT-hGH)의 대량복제→생쥐 수정란의 핵속으로결합유전자(MT-hGH) 주입→이렇게 만들어진수정란을 보통 생쥐의 수란관에 이식→수정란이식 후 19~20일 후 슈퍼생쥐 탄생.
생산과정의 최대 난점은 다루는 것들이 극히 작다는 점이다. 예컨데 생쥐의 수정란은 직경이 70μm에 불과하며, 이들을 핵속에 집어넣는데 사용하는 유리관은 구경이 1μm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거의 모든 작업이 1대당 4천만원이 넘는 '마이크로매니퓰레이터(micromanipulator)'란 기계에 의존한다. 물론 이때도 숙달된 인간의 손이 가장 중요하다.
이같은 미세작업을 두고 이박사는 "소나기 오는 빗속을 비하나 안맞고 통과하는 것"이라고 비유했다.
슈퍼생쥐의 탄생확률은 5%미만
이런 험란한 과정을 통과한 생쥐라고 모두 슈퍼생쥐가 되는 것은 아니다. 각 생산단계에서 슈퍼생쥐 탄생 가능성은 점점 줄어든다. 최종적으로 슈퍼생쥐가 될 확률은 5% 미만이다. 이번에 태어난 슈퍼생쥐 3마리는 실험한 29마리중 선택된 행운아.
슈퍼육종사(史)에 큰 기록을 남긴 이박사팀의 감회가 적을 리 없다. 이박사는 슈퍼생쥐의 탄생을 확인했을 때의 소감을 묻자 '첫 데이트하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또 한(韓)연구원은 '슈퍼생쥐를 낳는 태몽'을 꾸었다.
그들의 작품 슈퍼생쥐는 지금 건강하다. 또 잇따라 찾아오는 손님에게 포즈를 취해준다. 이 슈퍼생쥐의 무게는 38.5~42.6g으로,일반 생쥐 18.7~20.3g보다 훨씬 무겁다.
단지 체중이 더 나간다는 것만으로는 슈퍼생쥐의 족보에 낄 수 없다. 호르몬검사와 혈청검사를 통한 확실한 데이타가 첨부돼야 슈퍼생쥐로 인정받는 것이다. KAIST 실험실에 있는생쥐 3마리는 사람성장호르몬(hGH)을 체내에 1천~5천ng이나 가지고 있음이 밝혀졌다.
아직 슈퍼생쥐의 뚜렷한 약점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단 이들끼리의 결합에 따른 슈퍼생쥐 2세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이 박사팀은 이 문제도 규명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유전공학선진국에서는 슈퍼생쥐보다 한발 앞선 슈퍼돼지의 개발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는 보통돼지보다 1.2~1.5배 큰 슈퍼돼지의 생산에 이미 성공했다. 슈퍼돼지의 개발에는 슈퍼생쥐의 생산기술이 그대로 적용된다. 따라서 경험을 축적한 이박사팀은 여기에도 참여할 계획.
슈퍼생쥐가 미국(1982년), 오스트레일리아, 일본(1988년)에 이어 세계 4번째 개발된지 한달 후 이번에는 핵치환 생쥐가 등장했다. 역시 이박사팀의 작품.
핵취환 생쥐는 서로 다른 계통의 두 종류 생쥐 수정란의 핵을 상호 치환시킴으로써 탄생한다.
이박사팀은 갈색털을 가진 잡종 생쥐의 수정란에서 핵을 떼낸 다음, 이 핵을 흰색 털을 갖는 생쥐의 무핵(無核ㆍ핵을 제거한 상태)의 난자에 넣어 주었다. 그랬더니 흰색 어미생쥐에게서 갈색 새끼생쥐가 태어난 것.
이같은 핵치환은 동물의 복제(複製)를 완성하는 첫걸음이다. 물론 완전한 복제를 하려면 체세포의 핵을 뽑아 성세포에 치환해야 한다. 하지만 아직 이 길은 멀다. 이박사의 핵치환쥐는 성세포에서 성세포로 핵이 이동한데 불과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