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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포항제철과 협동체제 갖춘 산업과학기술연구소

과학기술발달을 위한 연구개발노력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최근 몇년 사이 우리나라에도 연구개발의 열풍이 불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 정부는 정부대로 대형의 국책연구소를 설립, 연구개발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기업들도 나름대로의 의욕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시점에서 국내굴지의 제철소인 포항제철에서 대규모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포항제철의 주도로 설립된 산업과학기술연구소(포항시 효자동 산32)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른 기업연구소에서 보기 드문 특징들을 발견하게 된다.
 

포항공대구내에 위치한 산업과학기술연구소의 본부건물

 

산·학·연 3각체제 구축
 

산업과학기술연구소(약칭,産技硯)는 포항제철―산기연―포항공대가 유기적으로 연계된 3각연구체제를 구축했다는 점이 국내의 어느 연구소에서도 찾아볼수 없는 특징이다. 이른바 산(産)·학(學)·연(硯) 연계체제가 명실상부하게 완성된 셈이다.
 

이같은 연구체제는 연구개발능력을 결집함으로써 연구활동의 효율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게 연구소측의 자체진단이다. 대학에서는 주로 기초연구를, 연구소에서는 응용연구를 담당하되, 연구소의 자격있는 연구원은 겸직교수로, 대학의 교수는 해당분야의 겸직연구원으로 임명하여 상호발전을 꾀한다는 것이다.
 

또 인접한 포항제철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맺음으로써 관련산업의 발전을 선도하는 과학·기술·생산이 유기적으로 연계된다는 게 산·학·연 협동체제의 장점이라는 것.
 

대부분의 민간기업연구소가 주력업종의 생산성을 향상시키기위한 단기적 성격의 연구업무에 치중하는데 비해 종합적이고도 장기적인 연구를 지향한다는 점도 산업과학기술연구소의 특색. 철강부문의 연구뿐 아니라 철강을 대체할 신소재분야의 폭넓은 연구, 그리고 고온초전도체 유전자공학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기술에까지 연구범위를 확대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기초과학분야에도 주력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특정분야 생산품의 기술개발이 아니라 기초과학에서 첨단과학까지를 포함한 광범위한 연구를 수행하는 민간종합연구소를 지향한다는 얘기다.
 

산업과학기술연구소의 연구분야를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재료공학분야를 들 수 있다. 산업의 기본이 되는 소재를 연구하는 분야로 무기재료 유기재료 및 복합재료를 기초로 한 신소재 개발연구와 철강을 포함한 금속재료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개발연구가 이에 속한다.

다음은 기전공학(機電工學,Mechatronics)분야로 CNC(컴퓨터수치제어) 로보틱스 제어계측 자동화 등을 연구하고 있다.
 

또 정보산업의 핵심인 반도체, 전산공학과 이를 토대로 한 인공지능, 5세대컴퓨터 등 정보공학분야, 의약 농약 염료 및 향료등과 관련된 유기, 무기, 정밀화학제품 등 정밀화학분야, 유전자공학 생체모방 생물이용기술 등 생체공학분야, 그리고 물리 화학 등의 기초과학분야와 경영과학분야에 이르기까지 산기연의 연구분야는 매우 다양하다.
 

미소부위의 극표면층에서의 원소분석기기인 SAM

 

제철·제련의 미래기술연구에 중점
 

이처럼 기초과학에서 첨단과학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연구범위를 포괄하고 있는 산업과학기술연구소는 특히 철강분야의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이는 포항제철의 성격상 자연스런 현상이나 한편으로는 철강재에 대한 수요자의 인식이 과거와는 다르다는 데에서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산기연의 김태현부소장(포항기술연구소장 겸임)은 "철강의 수요충족이 문제되던 시대는 가고, 소비자가 선택하는 시대가 됐다. 규격에 맞는 철판을 찾던데에서 모양이나 색깔 등 패션화의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옛날처럼 만들면 팔리던 시대는 갔다"고 말하면서 따라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철강재 연구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진단했다.
 

또 제철소 같은 장치사업은 막대한 금액을 투자, 한번 시설을 해놓으면 오랫동안 사용해야만하므로 현존의 시설과 기술의 극한효용치를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이 방면의 연구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래에 등장할 기술도 미리 연구, 대비해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제출소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의 기술로는 용융환원제련법, 스트립 캐스팅, 표면처리분야 등이 손꼽히고 있다.
 

미래철강산업의 사활이 걸려있다는 용융환원제련법은 값비싼 코크스 대신 값싸고 질이 낮은 보통의 석탄을 원료로 사용할 수 있고, 고로(高爐)의 밀폐성이 보장돼 공해발생을 극소화하는 장점이 있다는 것. 또 종래의 고로 설비는 한번 불을 때면 10년간은 끄지 않아야 하는 제약이 있으나 용융환원제련법은 단속적(斷續的)인 조업이 가능하므로 작업에 융통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같은 특성이 있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생산에 적합하고, 원료선택의 폭이 커 앞으로 변화하는 사회체제와도 어울리는 공법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산기연은 이 분야의 기술개발을 위해 10억원 가량을 들여 소규모실험공장을 세울 계획인데, 일본과 같이 1995년에는 실용화가 가능하도록 연구를 서두르고 있다.
 

스트립캐스팅(strip casting)기술도 용융환원제련법에 못지 않는 중요한 미래의 철강기술로 꼽히고 있다. 이것은 쇳물을 연속주조를 통해 슬라브로 만든 다음 열간압연 냉간압연을 거쳐 판재로 만드는 종래의 과정을 대폭 줄이는 방법을 의미한다. 즉 쇳물을 직접 한쌍의 롤을 통해 판재로 만드는 기술로 선진국에서도 한창 연구되고 있는 중이다.
 

이 연구팀은 삼성중공업 등 국내관련업체들과 공동연구를 하여 빠르면 내년중 파일럿 플랜트를 가동, 양식기류에 쓰이는 폭 3백50㎜급 판재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표면처리기술분야는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나 기호에 맞게끔 다양하게 처리하는 기술인데, 앞으로 이 방면의 수요가 크게 증대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기술은 2차공정의 성격이 강해 제철소뿐 아니라 철강회사나 제강회사와도 관련이 깊다고 하겠다.
 

용융환원제련법과 스트립캐스팅기술 표면처리기술 등은 세계각국에서 힘을 기울이고 있는 분야인 셈인데, 산기연은 후발(後発)의 장점을 살려 외국에서 개발된 것은 우리것으로 흡수하고 동등한 위치에서 신기술 개발에 뛰어들겠다는 기본전력을 세워놓고 있다.
 

산기연은 철강기술개발과 함께 초전도체 뉴세라믹스 신촉매 인공지능로봇 병렬컴퓨터 등 미래산업의 핵심기술도 아울러 중점연구하고 있는데, 이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프로젝트 팀을 운용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앞서 살펴본 제선·제강연구팀과 초전도체개발팀.
 

초전도체개발팀은 87년 5월 섭씨 영하 1백78도에서 초전도성질을 나타내는 이트륨(Y)고온초전도체를 개발했고, 금년 2월에는 국내최초로 이의 단결성(單結晶)육성에 성공했다. 또 지난 2월중순 세계에서 3번째로 비스무스(Bi)를 이용한 고온초전도체를 포항공대와 공동으로 개발에 성공, 미국 일본을 한달차이로 뒤쫓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더구나 4월에는 비스무스고온초전도체의 단결정화에도 성공, 고온초전도체 연구분야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이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초전도체연구팀은 에너지저장시스팀이나 자기부상열차 등에 응용될 초전도자석, 미세자장체크가 가능해 군사 및 의료장비에 획기적인 기여를 할 수 있는 스퀴드(양자간섭소자)개발 등을 앞으로의 목표로 설정해놓고 있다.
 

33만배의 비율과 고분해능을 자랑하는 투과전자현미경(TEM)

 

산기연의 발달과정
 

산업과학기술연구소의 역사는 1977년에 세워진 포항제철의 기술연구소로부터 비롯된다. 주로 철강기술위주로 연구기반을 축적해 오다가 87년 3월 독립재단법인으로 산업과학기술연구소가 설립된 것. 포항공대 캠퍼스에 새로 지은 본부와 포항 및 광양에 위치한 포항기술연구소와 광양기술연구소를 포용하는 거대한 종합연구소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현재 산기연은 총연건평 2만2천여평의 건물 11동(연구동 7, 실험동 4)과 투과전자현미경 주사전자현미경CO₂레이저 등 첨단의 연구장비 4백61종을 보유, 국내최고수준의 연구소로 손꼽히기에 부족함이 없을 정도. 3백1명의 연구원중 박사가 1백12명이나 되는 거대한 두뇌집단(think tank)이기도 하다.
 

산기연의 조직은 상당히 복잡한 게 특징이다. 즉 행정·지원부서를 제외하더라도 본부내에 연구담당부소장이 둘이 있어 각각 이공부문(물리 화학 기전 정보공학 생체공학 화공분야)과 신소재부문(신금속 무기재료 유기재료 복합재료분야)을 관장하고 있다.
 

또 부소장급에서 포항기술연구소장을 겸임, 철강부문을 맡고 있는데 철강부문 중에서 강재·표면처리·특수강·가공연구부 등은 본부건물에서 연구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광양연구소는 포항기술연구소의 산하에 속해 있다. 이처럼 복잡해 보이는 연구조직은 산기연 설립 이전에 포항기술연구소가 있었던 데다가 연구분야가 방대하고 연구소 입지가 3군데에 분산돼 있기 때문이다.
 

77년 포항제철부설연구소에서 87년 재단법인의 산기연으로 개편되기까지의 발전과정을 보면 연구기반구축(77년~83년) 연구능력의 국제수준화(84~87년) 종합적 과학기술연구소로의 발전 (88~ )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각 단계별로 연구인력(96명→1백76명→3백1명) 연구개발비(97억8천만원→2백90억원→4백42억8천만원) 시험기기(1백81종→3백5종→4백61종)가 비약적으로 확대돼왔다.
 

이같은 양적인 확충계획과 함께 연구의 실질적인 효율을 높이고자 하는 노력도 주목할만 하다. 그중의 하나가 연구개발조직의 탄력적 운용을 위해 만든 단위연구실제도(unit laboratory system). 연구자의 능력이나 프로젝트의 특성에 따라 설치 또는 폐쇄되는 융통적이며 탄력적인 조직운영을 해나가겠다는 게 그 취지다. 초전도개발팀도 이같은 원칙에서 구성된 것인데 각 연구부문별로 프로젝트 팀이 구성, 운영되는 특징있는 제도인 셈이다.
 

초전도체개발팀의 경우를 보면 물리 화공 재료 전자공학 등을 전공한 박·석사급 연구원 40여명이 모여 공동연구를 하고 있는데, 괄목할만한 연구결과가 이 제도의 효율성을 입증해준다는 것이다. 포항공대교수이자 산기연연구원인 이성익박사(물리학)는 "협동연구가 잘되고 있는 게 이 연구소의 장점인 것 같다. 자기분야에서 얻어진 연구성과를 즉시 공동연구팀에 보고, 또다른 사람에 의해 새로운 진전을 이룩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 초창기의 의욕적인 연구분위기도 공동연구가 잘되는 이유일 듯 싶다"고 진단하고 있다.

 

괄목할 연구실적과 발전계획
 

연구소의 평가기준은 인력 및 시설투자 등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객관적으로는 연구실적이 중요한 기준이 된다. 이런 점에서 1980년에서 작년말까지의 공업소유권출원실적(특허 2백2건 실용신안 1백8건)은 매우 성공적이라는 게 자체평가이다.
 

특히 87년 한해동안의 출원실적(특허 52건, 실용신안 21건)은 국내유수의 연구소를 능가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산기연의 향후발전계획을 보면 금년부터 90년까지는 기본기술을 정착시키고 소재개발을 활성화하고, 91~95년의 2단계 기간은 신제품 및 신공정의 독자적개발, 95년 이후는 기술의 복합화·종합화 및 핵심기술의 공업화를 꾀한다는 것. 연구내용으로는 개량형연구가 줄어드는 대신 시스팀개발연구와 혁신형연구의 비중이 커지는 셈이고, 부문별로는 철강쪽이 주는 반면 경영다각화부문 즉, 신소재·이공·경영전략연구가 상대적으로 활성화될 전망이다.
 

인력측면에서는 우수한 과학기술연구원을 계속 유치해 95년에는 4백50여명의 연구인력중 박사학위소지자가 2백50여명에 이르며, 겸직연구원까지 합하면 6백50여명에 이르러 민간종합연구소로서 완전한 체제를 갖추게 된다는 것이다.
 

한편 세계적으로 저명한 연구기관 및 대학, 산업체와 정보교류 및 공동연구를 긴밀히 해나갈 계획도 진행중이다. 최신기술정보의 신속한 입수와 인력교류를 위해 미국의 MIT, 카네기멜론대, 영국의 셰필드대, 캐나다의 스텔코사(社)등과 인력교류 및 업무협정을 체결하는 일도 이같은 노력의 일환이라 하겠다.
 

산업과학기술연구소의 의욕적인 연구활동은 포항공대와 함께 우리나라에 또하나의 과학기술연구단지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인근에 포항제철이라는 국제적인 제철소가 있는 것을 감안하면 철강과 신소재연구의 메카로 성장할 바탕이 조성됐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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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황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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