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하루중의 약8시간을 잠이라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보낸다. 이때 감싸주는 이불속에 미묘한 기상이 형성된다. 다음은 안락한 잠과 관련된 연구성과를 정리한 것.
지구 둘레는 대기가 둘러싸고 있다. 따뜻한 공기는 팽창하여 위로 올라간다. 차가운 공기는 밑으로 내려온다. 바람이 일어난다. 소용돌이가 생긴다. 고기압과 저기압이 이동하거나 정체하거나 충돌하거나 하면 대기속의 수증기는 여러가지 형태로 바뀌어 행동한다. 구름이 되거나 비가 되어 내리거나 하고 어떤때는 활짝개어 대기가 밝고 환하게 된다.
침구속의 미기상(微氣象)
우리는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지구와 대기와 물이 복잡하게 변화하는 이런 대기의 변하는 모양에 따라 우산을 준비하거나 일기예보에 주의를 기울인다.
이러한 기상과는 달리 미기상(Micro climate)이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극장 안의 미기상으로는 '무대바람'이라는 것이 있다. 막이 열리면 무대에서 객석을 향해 찬바람이 부는 것이다. 객석에는 체온 섭씨 36.5도 전후의 관객이 많이 앉아 있다. 관객들 때문에 따뜻하여진 공기는 위로 올라간다. 무대는 조명의 열기를 고려하더라도 객석에 비해서는 차다. 그러므로 무대에서 객석으로 바람이 부는 현상이 생긴다. 해안에 불어오는 '바닷바람'도 이와 같은 원리이다.
우리의 생활주변에서는 '이불 속의 미기상'이 있다. 이 경우는 훨씬 미세한 세계다. 그러나 침구 속도 분명히 마이크로 코스모스이다. 지구 대신에 이불이 있고 공기와 수분이 있고 그것을 따뜻하게 하는 태양이 있다. 침구 속에서는 인간이 태양에 해당된다. 그러나 우주 속의 태양과는 달리 열 외에 수분을 방출하는 수원이기도 하다.
활짝 갠 맑은 날에 기분이 상쾌한 것처럼 이불 속의 기상도 기분이 상쾌한 것과 큰 관계가 있다. 이불속의 미기상을 살펴볼때 사람에게 쾌적한 온도와 조건은 무엇이며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은가 하는 것이 첫째 과제가 된다.
실제의 기상은 보는것 만으로 알 수 있다. 이불 속의 기상은 보는것 만으로는 알 수 없다. 이것이 문제인 것이다. 과연 가을하늘처럼 맑고 쾌적한 이불속에서 자고 있는 것인지 그것을 알 수 없다. 이불 속이 마치 비가 쏟아지는 것 같이 젖어있다면 잠자리가 편하지 않다. 그러므로 이불 속의 기상을 안다는 것은 쾌적한 수면과 건강에 이어지는 것이다.
쾌적한 피부온도는 32도
사람에게 쾌적한 미기상 조건은 어떤 것일까. 학자들의 조사 실험에 따르면 배꼽 주변을 재어보아 피부온도가 32~33도여야 하는 것이 제1조건이다.
몸의 표면온도는 체온보다 다소 낮다. 이 32~33도라는 온도는 의복 내부의 피부온도와 같은 것이다. 그것은 자고 있어도 깨어 있어도 변하지 않는 것이다.
32~33도는 쾌적한 수면을 취하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특히 발 언저리의 온도가 중요하다. 발 언저리의 온도는 변하기 쉬운데 32~33도이면 늦어도 20분 정도면 잠이 들지만 20~25도라면 잠들기 까지 1시간 정도 걸린다.
거꾸로 너무 따뜻하면 자주 엎치락 뒤치락하게 되어 이불속의 공기를 갈게 되어 버린다. 그래도 더우면 이불을 차버리게 된다. 피부온도를 쾌적하게 유지하려고 밤새 엎치락 뒤치락을 되풀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피로해질 뿐이다. 실내 온도가 30도를 넘으면 이런 일이 생긴다.
실내 온도가 25도 정도 일때는 엎치락 뒤치락도 적어진다. 침구 속의 온도는 32도 정도로 일정해진다. 밑에 깐 요의 온도는 급상승하는 일이 없이 천천히 조금씩 올라간다. 그것은 몸의 열이 전해지는 과정과 비슷하다.
그리고 이불 속의 기상에 대해 생각할 때는 먼저 열원(熱源)에 대한 것을 알아야 한다. 피부온도는 체간부(體幹部)에서 32~33도로 유지되어야 한다는 것은 이미 지적했다. 그러면 피부온도의 기초가 되는 체온은 어때야 하는 것일까. 인간은 항온동물(恒溫動物)이므로 기본적으로 거의 변화가 없다. 그러나 잠잘때의 체온은 차츰 내려간다. 내려간다해도 1도 정도 뿐이지만.
수면중의 체온변화를 측정한 기록이 있다. 체온은 하루 주기의 리듬이 있어 활동하고 있는 낮 동안에는 높고 수면중에는 낮아진다. 잠을 깨기전에는 1도 정도 낮아져 있다. 좀더 세밀하게 살펴보면 잠이 깊은 논렘(Non-REM.rapid eye movement) 수면기에는 내려가 있다. 뇌파가 각성에 가까운 렘 수면기 (REM Sleep·가벼운 불수운동과 신속한 안구운동이 관련되어 꿈을 꾸고 있는 수면의 한 시기)에는 체온이 작은 폭으로 오르내린다. 렘기(期)에는 땀도 나지 않고 체온조절 기구의 기능도 역할을 못한다. 잠이 깨기 전에는 체온이 내려가지만 아침이 되면 기온도 내려간다. 그리고 렘기는 점점 시간이 길어져 아침녁에는 30~50분까지나 된다. 이럴때 배를 내놓고 자거나 하면 배가 차가워지고 감기에 걸린다.
차게 자서 감기에 걸리는것 뿐만이 아니고 협심증 발작이나 뇌일혈도 이때에 일으키기 쉽다.
생명과도 관계되는 이불 속의 미기상
이불 속의 기상은 생명과도 관계되는 중요한 것이다.
체온은 이처럼 변화하지만 피부 온도는 장소에 따라서도 상당히 변한다. 갓 잠이 들었을 때 손(손바닥이나 손등)의 피부온도는 1도 가까이 올라가고 이마의 온도는 0.5도 정도 내려간다는 보고기록이 있다.
유아가 잠들기 시작하면 손발이 따뜻해진다는 옛날부터의 얘기가 있지만 그 사실여부를 확인하려는 것이 연구 동기였는데 훌륭한 데이타를 얻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손 발 코 귀 등 말단부의 혈류는 교감신경이 조절하고 있다. 잠이 들기 시작할 때는 교감신경활동이 떨어져 그 부분의 혈류량이 늘어나 피부온도가 올라가는 것이다. 이마의 온도가 내려가는 것은 뇌활동이 줄어드는 것과 관계가 있다. 뇌활동이 활발해지는 렘기에는 이마의 온도가 올라간다. 그때 손의 온도는 내려간다.
그러나 3개월된 유아는 렘기에 손의 온도가 올라간다. 그것은 혼수상태의 성인(식물인간)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대뇌의 발육과 관계가 있다.
교감신경계를 억제하면 잠을 자게 되는 것일까. 이점을 고양이 실험으로 증명한 케이스가 있다. 뇌 시상하부(視床下部)의 복내측핵(腹內側核)에 교감신경 중추가 있다. 이곳을 전기로 억제하는 자극을 주어 보았다. 그러자 고양이가 잠을 자기 시작한 것이다. 이 실험은 전기수면기라는 인간용의 수면촉진기 개발로 이어졌다.
거꾸로 교감신경을 자극하여 각성시키는 전기각성기도 개발되고 있다.
전기수면기를 사용하여 교감신경중추를 억제하면 손이 따뜻하여진다. 암산(暗算)을 시키거나 하여 스트레스를 안겨주고 교감신경중추를 자극하면 거꾸로 손이 차게된다. 피부온도를 기준으로 보면 여름에는 머리를 차게 하고 겨울에는 손발을 따뜻하게 하면 잠이 잘 온다. 그리고 잠이 잘 오지 않는다고 괴로워하지 말아야 한다. 괴로워하면 교감신경이 긴장하기 때문이다.
전기 담요로 어깨결림을 고쳤다
손발을 따뜻하게 한다는 점에서 전기담요는 효과가 있다. 실내온도 7도, 습도 50%에서 수면실험을 한 결과 전기담요를 사용했을 때는 약 20분으로 깊은 잠에 이르렀으나 무명홑이불로는 1시간반이 걸렸다는 것이다.
체온의 변화에 따라 민감하게 온도가 변화하는 담요가 있다면 문제는 해결된다. 잠이들기 시작했을 때는 35도 정도로 되어있는 쪽이 좋지만 깊은 잠에 들었을 때에는 땀을 흘리게 된다. 심장의 동계가 생기는 사람도 있다.
전기담요의 온도조절기를 잠들기 전에 낮게 맞추면 된다고 할 수 있으나 미묘한 조정은 역시 어렵다.
그리고 전기담요는 대사가 활발한 젊은 사람에게는 필요없다. 중년이나 노년의 사람은 대사가 느리므로 추워서 잠이 잘 오지 않는 수가 있다. 전기담요를 사용한 후 부인의 어깨결림이 훨씬 줄었다는 예도 있다.
피부온도는 미묘한 변화를 계속하는데 그 열은 이불 속에서 어떻게 전해지는 것일까.
방사(放射)와 대류(對流)와 전도(傳導)로 전해지는데 밑에 까는 이불은 대류상황에 변화가 생기는 수가 있다. 밑이불이 체중으로 눌러지면 섬유가 짖눌러져 공기가 일부 없어진다. 그러면 대류에 필요한 공기가 적어진다. 그때문에 몸의 밑 부분에 열기가 몰려 모르는 사이에 엎치락 뒤치락하게 된다. 흔히 단단한 매트가 몸에 더 좋다고 하는 이유가 이런 점에 있다.
겨울철에 32도의 피부온도를 유지하는데 의외로 좋은 역할을 하는 것이 벼개의 크기다.
호흡을하면 가슴이 위아래로 움직인다. 그 움직임 때문에 어깨 쪽에서 바깥 공기가 침구 속으로 들랑거린다. 이 기류가 이불 속의 기상에 영향을 미친다.
이 기류는 매초 10cm정도의 것으로 여름에 특히 그 영향이 크다.
겨울에는 큰 벼개로 어깨쪽의 빈틈을 없게 하고 여름에는 작은 벼개로 통풍이 잘되게 하는게 좋다. 실제 크고 부드러운 벼개는 추운 유럽 북부에서 사용되는 것이고 따뜻한 남부 프랑스 같은 데서는 작은 벼개를 쓰고 있다.
침구의 재질이라는 점에서는 어떨까. 최근에는 가볍고 엷은 것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것 같다. 이불은 실내온도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것은 계절뿐만 아니라 침실의 조건에도 관계된다. 즉 에어컨디셔너가 있는가 없는가, 목조인가 철근인가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침실안의 미기상도 고려해야 되는 것이다.
이불의 무게는 너무 가벼우면 엎치락거릴때 크게 움직여져 벗겨지거나 옆으로 미끄러진다. 이때 재질이 미끄러지기 쉬운것도 크게 관계가 있다. 침구속의 온도와 실내기온의 차가 크면 이불 틈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무거운 이불은 이런 이불 틈의 바람을 막기 위한 방법의 하나이기도 한다.
어느정도 냉 난방이 조절되는 방 일지라도 다음에는 습도에 대한 문제가 남는다.
습기를 제거해야 한다
증기로 더워지거나 습기로 냉해지는 현상이 있다. 습도가 높으면 보다 덥거나 보다 춥게 느껴진다. 저온 다습한 지역에서는 신경통 류머티즘 등의 질환이 많다. 고온다습한 곳에서는 잠을 못이루어 밤새 괴로워 한다는 것은 열대에서의 밤을 에어컨 없이 지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 연구보고에 의하면 실내온도가 25도 정도이면 습도에 관계없이 쾌적한 수면을 취할 수가 있으나 30도 정도가 되면 습도가 좀 높아도 쾌적한 수면을 이룰 수가 없다고 한다. 또 실내온도가 28도를 넘으면 땀이 나게되고 불쾌도가 높아간다.
침구의 재질은 고려않는다치고 침구속의 습도가 어떻게 작용하는가를 살펴보자.
이불 속에서의 수분 공급원은 인체이다. 인간은 피부 표면에서 수증기 상태로 수분을 체외로 내보낸다.이 현상은 인간이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이루어진다. 그 양은 1시간에 50g 이상이나 된다. 7시간이면 3백50g이 된다. 캔맥주 1개 정도의 수분이 피부에서 방출된다는 계산이다.
이 수분은 어디로 가는가. 대부분은 침구에 스민다. 밑이불 바닥은 따뜻해지기 어려워 비교적 저온이다. 거기에 수증기가 더해진다. 즉 상대습도가 높아진다.
무명은 흡습성(吸湿性·hygroscopicity)이 높아 잘 마른 무명이불은 하루 밤의 땀 정도는 거의 흡수해버린다. 그러나 방습성(放湿性·dampproofing)이 낮고 흡습성에도 한계가 있어 무명이불은 이튿날 햇볕에 말릴 필요가 있다. 적어도 1주에 한번 정도는 안팎을 2시간씩 볕에 말려야 한다.
투습성(透湿性·humidity transparency)이란 말이 있다. 수분을 빨아들이지 않고 투과시켜버리는 성질이다.
무명은 섬유자체에 흡습성은 있으나 방습성은 아주 나쁘고 투습성도 좋지않다. 양모는 흡습성은 낮으나 방습성은 높고 투습성도 있다. 깃털(새털)은 얽힌 단섬유 틈에 수분을 받아들이기 때문에 흡습성과 투습성이 모두 높다. 화학섬유솜은 흡습성은 거의 없으면서 투습성은 대단히 높다.
이런 점에서 볼때 이불은 새털이 가장 좋고 다음으로 화학섬유가 좋다는 결론이 생긴다. 그리고 화학섬유는 벌레가 먹지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나 최근의 양모나 새털제품은 방충처리가 잘되어 있다.
침대도 투습성이라는 점에서는 대단히 잘되어 있다. 금속스프링이어서 흡습성은 제로이지만 투습성은 충분하다. 그리고 체중때문에 섬유의 공간이 짓눌려 공기순환을 막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하이테크 침구는 없는가
어느 방면에서도 하이테크나 신소재가 거론되고 있는 이때 침구만은 자연소재 위주가 여전한 상태다. 지금까지 여러가지로 풀이하여온 것처럼 쾌적한 수면과 연결되는 침구속의 미기상 조건은 거의 밝혀졌다. 그러나 그 데이타를 살려 신제품을 만들려는 시도는 아직 별로 없는것 같다.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이불을 만들어낼 때가 된것 같다. 침구는 사람의 일생의 3분의 1을, 그것도 무의식 속에 지내는 장소이다. 보다좋은 침구를 선택하는 안목을 가지는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