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페스트'로 불리는 공포의 AIDS가 마침내 우리에게도 현실적인 존재로서 더욱 가까이 다가왔다. 그러지 않아도 올림픽이라는 국제행사를 앞두고 AIDS의 예방책에 부심하던 중 최근 내국인끼리의 성접촉에서 AIDS 양성반응자가 나옴으로써 이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만큼이나 AIDS에 대한 대비책이 시급해진 것이다.
국내최초의 AIDS 항체양성반응자로 판명된 사람은 직업이 없는 21세의 청년.
이 청년은 간염검사를 하기 위해 병원에 가 혈청검사를 받던 중 AIDS감염자로 판명된 것. 9월1일 보사부가 공식발표한 바에 의하면 청년은 서울 이태원동의 유흥업소에 놀러가서 특수업태부와 여러 차례 성관계를 가져왔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의 청년은 한국여성과만 접촉했을 뿐 외국인 여성과는 성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어 한국인끼리의 첫 감염사례로 간주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85년에 첫 AIDS 양성반응자 1명이 발생한 데 이어 86년4명, 87년 6명이 항체양성자로 판명됐다. 그러나 87년 2월과8월에 각각 1명씩 교통사고와 병으로 사망해 현재 9명의 항체양성자가 있다.
내국인끼리 접촉하여 첫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국민뿐 아니라 관계당국에도 큰 충격을 던져주었다. 이 청년의 경우로 미루어 외국인출입 유흥접객업소엔 노출되지 않은AIDS감염자가 더 있을 것이라는게 보사부관계자들의 견해며 이 경우 내국인끼리의 연쇄 전파가 크게 우려되고 있다.
또 이 청년이 감염상태에서 접객부 또는 일반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졌을 경우 관계한 사람들에게도 전파됐을 가능성이 커 방역당국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 방역당국의 감염 및 전파 경로 추적엔 한계가 있는 형편이다. 특수접객부 1만2천여명에 대한 항체양성검사를 연2회로 강화 실시하고 있으나 완벽한 검사는 실제 기술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9월10일 보사부는 올해안에 전국 규모의 예방대책을 수립했다. 보사부의 방침은 사창가 위안부와 술집 안마시술소 터키탕 다방 인삼찻집등의 여종업원 모두가 보건소에서 검진을 받도록 한다는 것.
보사부는 이를 위해 9월중 AIDS 1차검사장비인 엘리자(ELISA) 검사기 15대를 도입, 각 시·도 보건연구소에 비치토록 했다. 이는 지금까지 국립보건원에서만 검사해온 것을 각 시·도에서도 검사할 수 있도록 한것. 당초 보사부는 강제검진대상을 5대도시의 7만여명에 한정시킬 계획이었으나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 전국 14만명을 대상으로 확대했다.
그러나 AIDS는 보건당국의 예방대책만으로는 감염을 막을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 개인 각자가 신경써서 예방책을 강구해야 하는데 실제 AIDS자체에 대한 인식이 잘 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갤럽조사연구소가 실시한 '한국인의 AIDS에 대한 인식 및 이해'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2명중 1명꼴로 'AIDS 환자나 감염자와 수영장에서 함께 수영해도 감염'된다고 알고 있으며, 5명중 1명이 이들이 만진 돈이나 손잡이를 만져도 감염되는 것으로 오해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와 함께 AIDS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76%)고 느끼면서'AIDS 환자를 병원에 격리시켜야 한다'(86.4%)는 반응을 보여 AIDS에 대한 공포심과 함께 환자에 대한 경계의식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즉 공포는 느끼나 감염경로에 대해서는 오해하는 부분이 많았다는 결론이 내려지는바 당국의 적극적인 예방홍보책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보사부는 88올림픽 때 우리나라에 오는 외국관광객들에게 해당국가가 발급하는 AIDS 항체반응 검사필증(음성) 휴대를 의무화하고 국내의 AIDS 환자는 모두 집단 격리수용할 계획을 세웠다. 보사부는 88올림픽때는 약 30만명의 관광객이 예상된다며 올림픽 후 AIDS의 갑작스런 국내 확산을 우려해 이같은 대책을 세웠다고 밝혔다.
또한 국내 AIDS 예방 대책으로 87년초에 마련해 현재 국회에 상정해놓은'AIDS예방법'이 통과되면 전파행위에 대한 규제도 가능해진다. 즉 확인감염자를 특별관리하고 격리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그러나 9월15일 대한의학협회는 이 법안중 문제가 되는 12조 1항의 강제수용조항과 31조의 체형조항이 세계 입법사상 유례가 없으며 세계 각국에서도 환자의 안전을 고려, 기피하고 있다면서 법제정의 재검토를 건의하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