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도서의 독서는 이공계분야의 진료결정에 자료를 제공해줄뿐 아니라 결정된 진로의 정보를 사전에 얻고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인간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능력에 포함되는 쓰기 읽기 셈하기를 흔히 기본능력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학과 기술이 개인의 행복은 물론 사회 복지와 재앙의 중심문제가 될 미래 산업 사회에서는 '기본능력'의 개념도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다.
그러면 미래 사회에서는 어떤 능력이 가장 가치로울 것인가? 문제해결책 및 비판적인 사고력 등의 복합적인 지적 능력은 모든 연령층의 학생들이 기필코 습득해야 할 기본능력이 아닐까? 오늘날 우리가 고등수준의 지적 사고활동이라고 생각하는 평가 및 분석, 비판적인 사고, 조직 및 추리, 종합, 적용, 불충분한 정보로부터 의사결정내리기, 다양한 방법을 통한 의사소통 등에 필요한 능력의 많은 부분이 기본능력에 포함될 것이라 주장하는 학자가 있다.
전문화시대에 대응하려면
1990년대 또는 그 이후의 산업구조와 직업특성은 적용력 및 복합적인 지적능력을 갖춘 사람을 요구하는 '전문적 직업' 이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각 개인은 이러한 산업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현명한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만 하고, 사회와 문화를 지탱하는 양대 산맥인 과학과 기술에 관련된 문제를 대처하고 해결할 수 있는 과학적 및 기술적 소양을 길러야만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행의 학교 과학교육과 과학교과서 만으로는 위에서 언급한 기본능력을 기르는데 충분하지 못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학생들이 매일마다 신문 TV 라디오 등의 대중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지식만으로는 현대의 과학 기술 사회 문제에 대처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결과를 낳게 된 것은 학생들로 하여금 실제 문제 상황에 참여하여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기보다는 많은 지식만을 전달하고 기억과 재생만을 강조하는 현행 학교 교육풍토에도 그 책임이 있고 주어진 공교육 틀 속에서 분과 위주의 교과목을 통한 교육만으로는 한계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교 생활로 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방학이나 주말을 통해 학생 각자는 다양한 독서를 함으로써 학교교육의 한계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이공계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은 장차 어떤 과학 또는 기술분야에 활동하든지 일생 동안 기초과학 및 첨단기술과 관련되는 직업에 종사하게 될 것이다. 이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과학도서의 독서를 통해 과학적 지식을 보충하고 넓히는 것은 물론, 과학 및 기술과 관련된 직업 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얻어야 하며 과학의 본성 또는 과학 활동의 특성, 과학―기술―사회의 상호 관련성 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과학도서의 독서는 이공계 분야의 진로탐색, 진로 결정, 또는 진로 수정의 계기와 자료를 제공해 줄 뿐만 아니라, 결정된 진로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얻고 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에 고등학교 학생에게는 매우 중요한 활동이 아닐 수 없다.
흥미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과학도서의 독서는 '과학'에 대한 경외감과 부담감을 떨쳐버리고 쉽게 그리고 흥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학생 자신의 능력수준에 맞고, 관심을 끄는 분야의 책을 선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이공계 진학 학생이라면 과학도서를 읽는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첫째 이공계 지망 학생은 누구나 독서를 통해서 진출하려고 하는 이공계 분야의 다양성과 각 분야의 특성을 탐색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이공계 분야에는 여러 분야가 있다. 그 분류 방식은 입장에 따라 다를 수 있으나, 일반적으로 크게 기초과학 분야와 공학 분야로 구분한다.
기초과학은 자연현상을 관측하여 자연 가운데 존재하는 자연법칙을 추구하는 학문으로서 물리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 등이 포함되고 수학도 이 영역에 포함되기도 한다. 공학은 발견된 자연법칙을 우리의 물질적 생활 향상을 위하여 응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학문으로서, 기계공학 전기공학 전자공학 화학공학 생물공학 등이 포함된다.
그러나 정보화사회 탈공업화사회 고도지식사회 제5석기시대 등으로 지칭되는 미래사회에서는 이공계의 분야는 더욱 세분화되고 전문화될 것이다. 예를 들면 기초과학 중의 하나인 물리학의경우를 보면, 실험물리 이론물리 응용물리 등 연구방식의 차이로 분류하기로 하고 입자물리 고체물리 양자물리 통계물리 상대론 광학 등등으로 구분되기도 하는데, 각 세분화된 내용이 지극히 깊고 좁게 추구되고 있다. 같은 물리학자라 하더라도 각각 하는 일이 다르기 때문에 자기 분야 이외의 물리학의 세분화 된 타분야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화되어 있다.
특히 전자 정보·통신 신소재 생물·생명공학 우주산업 에너지 등의 소위 '고도기술'과 관련된 공학분야의 세분화 및 다양화 정도는 예측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이공계 분야에는 어떤 영역이 있으며, 각 학문 영역의 목적과 특성은 무엇이며, 그 학문과 관련된 직업에는 어떤 것이 있고 또 그 직업의 전망은 어떠한지, 그리고 그 직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 과정을 거치고, 또 어떤 능력과 기능이 필요한지 등을 남보다 먼저 파악하고 대비하는 것은 개인의 진학 및 진로를 결정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기술정보지, 월간 또는 주간잡지, 신문 등을 꾸준히 구독하는 것도 한 방안이 될 것이다.
둘째 기초과학의 본성 또는 특성, 과학자의 활동과 집념, 기초과학 간의 관련성 등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독서가 요청된다. 기초과학은 단순히 학생 여러분이 과학 교과서에서 배우는 과학개념 법칙 이론 등의 지식이나 정보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이다.
과학지식 자체도 중요하지만…
과학은 과학 지식 자체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그 과학의 지식을 얻는데 쓰인 방법과 자연현상의 이해를 토대로 하는 합리적인 사고방식과 논리적 사고력을 포함한다. 즉 과학은 '과학적 방법' 이라는 큰 힘을 지니고 있으며 이 힘은 기초 과학뿐만 아니라 공학, 심지어는 사회나 인간의 현상을 연구하는 사회과학 분야에 까지 응용되고 있다.
예를 들면 물리학의 기본원리를 이해하고 본성을 파악하는 것은 다른 기초과학을 이해하는 필수 요건이 된다. 비록 물리학을 전공으로 할 학생이 아니라 할지라도 물리학은 이들에게 물리적인 세계 현상이 어떻게 설명될 수 있는지 중요한 예를 제공해 줄 것이며 물리학자들의 해답이 각 분야의 전문가가 부딪치는 문제에 대한 중요한 해결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깨우쳐 줄 수 있다. 물리학을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과학의 으뜸이 되고 기준이 되는 원리를 찾아내는 학문이라고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물리학 생물학 등의 각 학문은 독특한 연구대상과 연구방법을 지니면서도 각 분야 간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훌륭한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각 학문의 특성은 물론 각 분야간의 상호 관련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생물학은 생물이 지니는 심오한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생물체의 발생과정과 유전현상, 세포의 구조와 기능, 물질대사, 생물체와 환경과의 상호작용 등을 연구대상으로 한다.
특히 요즘에는 생명현상의 추구가 점차 분자 수준으로 깊어지면서 분자생물학, 유전공학 등으로 발전하면서 화학과 물리학의 깊은 지식이 필요하게 되었다. 따라서 훌륭한 생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인접 기초과학 즉 화학 물리학 등의 다양한 기초 지식을 독서를 통해 습득할 필요가 있다.
또한 기초과학의 본성, 기초과학 간의 관련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대한 과학자의 전기, 과학사 서적, 또는 어떤 한 가지 소재에 대한 개요서 등을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위대한 과학자의 전기를 읽음으로서 시간과 공간을 추월한 과학자의 고생과 실패, 성공과 희열, 진리 탐구를 위한 열정과 집념, 과학자로서의 사명감을 접하게 되어 이로부터 많은 것을 배우고 또 과학자가 되려는 각오도 새롭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파브르의 '곤충기' 다윈의 '종의 기원' 등을 읽게 되면 특정 영역의 학문 특성을 파악할 수 있고 선인들의 생명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남다른 관찰력을 접할 수 있으며 학생 자신의 적성과 재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고 자연현상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의욕도 갖게 될 것이다.
과학, 기술, 사회의 관련성
세째 과학과 기술의 관계 인식, 과학―기술―사회 간의 관련성에 대한 인식, 가치, 태도를 증진시킬 필요가 있다.
현대사회는 과학이 기술의 도움으로 기술적 과학이 되고, 또 과학이 기술에 이론적 바탕을 제공함으로서 기술이 첨단기술로 발전됨으로써 지탱되고 있는 사회라 할 수 있다. 과학과 기술이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항상 과학의 존재와 기술의 존재를 느끼면서 생활하고 있으면서도 과학과 기술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또한 사회가 과학과 기술 발전에 끼치는 영향과 그 관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현대생활 또는 미래생활에 부적응을 가져오고 나아가서는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에너지문제 식량문제 환경보존문제 질병퇴치문제 등의 당면한 문제들은 과학―기술―사회 간의 관련성에 대한 폭넓은 인식과 지식을 통해서 보다 쉽게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들이 과학 또는 기술의 어떤 특정 분야에 종사하든지 과학―기술, 과학―기술―사회 간의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위치에 놓이기 때문이다. 과학과 기술은 각각 고립된 학문이 아니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예를 들면 물리학에서의 반도체 이론없이는 오늘날의 전자통신 및 컴퓨터기술의 고도화가 이룩될 수 없었을 것이다.
또한 모든 첨단기술의 발전은 한 전공분야의 좁은 기술에 의해서 이룩되는 것이라기 보다는 수학 물리학 화학 등의 기초과학은 물론, 여러 공학분야의 상호작용에 의해서 가능해짐을 이해해야 한다. 기술 발전이 기초과학과 여러분야의 공학은 물론, 농학 의학 약학 등의 여러 분야들과 직접 관련되어 있을 뿐만아니라 정치학 경제학 경영학 법학 철학 등과도 간접적인 관련성을 갖고 발전함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리 민족이 우수한 두뇌와 남다른 근면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현대 과학 기술 문화를 남보다 먼저 꽃피우지 못한 이유 중의 하나는 과학과 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하고 현대 문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데도 이것을 우리 문화의 중요한 한 요소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풍토 때문이다. 이것은 과학에 대한 그릇된 인식 그리고 과학―기술―사회의 관련성에 대한 부족한 인식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이공계 진학 희망학생은 물론 과학과 공학을 전공으로 할 학생이 아니라 할지라도 과학―기술―사회에 대한 인식, 가치, 태도를 갖추는 것은 과학과 기술이 역할이 한층 더 증대될 사회에 있어서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관건임에 틀림없다. 전파과학사에서 출판하고 있는 '과학신서' 또는 '과학선서'에 포함된 도서들은 과학―기술―사회에 대한 관련성을 인식시키는데 좋은 책이라 할 수 있다.
학문 추세의 발전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네째 앞으로 진출하거나 전공하고자 하는 과학이나 공학분야의 특정 영역이 결정된 상태라면 그 분야에 대한 지식을 넓히고, 그 분야의 최신 연구경향 등을 알기쉽게 설명한 도서를 수집하여 읽어볼 것을 권한다. 현대 과학과 첨단기술의 특징은 그 발전속도가 빠르며 특히 신기술의 수명이 짧다는 것이다. 또한 특정 과학 또는 특정 기술을 개발하는 공학이 그 사회적 문화적 상황에서 차지하는 중요도나 기여도, 전망 등은 시시각각 변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 각자가 염두에 두고 있는 어느 과학 또는 공학분야가 현재 상태에서 많은 관심을 모으고, 또 많은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있다고 해서 영원히 그러한 위치를 유지하리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10여년 전에 기계공학과 화학공학 등이 크게 부각되었으나 요즘에는 전자공학 컴퓨터과학 생명·유전공학 등에 정부나 산업체의 관심이 쏠리는 것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학생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특정 분야의 새로운 지식을 얻고 그 분야의 최근 연구 경향, 현대 부딪히고 있는 문제점, 연구의 한계 등을 파악하는 것은 과학도서의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 중의 하나가 아닐 수 없다.
만일 물리학에 뜻이 있어 이 분야에 관한 최신의 정보를 읽어본다면, 이론물리학 분야에서는 많은 물리학자들이 자연현상을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수 있는 '대통일이론'을 발견하려는 데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으나,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응용물리학 분야에서는 각 연구팀이 경쟁하듯이 초전도성 재료를 개발하는데 골몰하고 있으며 또 그 성과도 눈부시게 달성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또다른 예를 들면 '원소의 작은 사전'이라는 책을 읽으므로서 1백3가지의 원소가 발견되기 까지의 숨은 이야기, 각원소의 특징, 화학자의 역할, 화학의 발전과 한계, 미래 화학도의 임무 등을 흥미있게 터득할 수 있으므로, 화학자가 되려는 학생 자신은 사전에 자기능력과 각오를 반성해 보는 기회를 가질 수도 있다.
독후감은 비판적 독서의 필수조건
과학도서를 읽고 난 후에는 간단한 독후감을 쓰거나 조용히 자신의 입장에서 읽은 내용을 정리해 보는 습관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떤 책을 읽게 된 동기에 비추어 본 읽은 후의 느낌,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이나 방법, 주인공의 입장에 처했을 때의 독자 자신의 행동이나 입장, 과학자 또는 발견된 과학지식이 전체 과학 또는 기술 발전에 공헌한 정도 등을 자기 나름대로 분석하고 요약하는 비판적인 독서가 되도록 해야 한다.
과학도서의 독서량이 과학학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가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교과서와 참고서 이외의 과학 관계 잡지나 도서를 읽은 것이 전혀 없다고 응답한 학생이 조사 대상자의 84%라는 놀랄만한 조사 결과가 있다. 그나마 학생들이 읽은 책 중에서 가장 많은 것은 공상과학 심령과학 예언집 등이고, 그 다음이 과학자의 전기, 과학사 서적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일반 신문에 과학 관계 기사가 있으면 꼭 읽는다는 학생은 18% 정도, 거의 읽지않거나 전혀 읽지않는다는 학생이 36% 정도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 이르게 된 원인은 여러가지 있을 수 있으나 특히 과학도서의 독서생활을 습관화 하기 위한 체계적인 과학도서가 개발·보급되지 못한 것도 주요 요인의 하나로 지적할 수 있다. 사실 그동안 고등학교 학생에게 읽기를 권할만한 과학도서는 과학자 전기, 몇몇 출판사에서 간행된 단행본을 제외하고는 전무한 상태였다.
그러나 현재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 '전국민의 과학화' 운동을 계기로 좋은 교양 과학도서들이 출판·보급되고 있으며 과학 분야의 월간지 주간지 등이 정기적으로 간행되고 있다. 무엇보다 반가운 현상은 '과학지식의 대중화, 과학의 생활화, 과학기술의 진흥'등을 표방하면서 쉽고 재미있고 알찬 과학지식을 언제 어디서나 값싸게 접할 수 있도록 교양 과학도서만을 출판하는 과학도서의 전문출판사가 탄생하였다는 점이다.
이 출판사가 출판한 과학도서만 해도 과학분야, 기술분야, 과학사 또는 과학자 전기 등에 걸친 다양한 영역과 수준의 도서를 포함하여 약 2백여권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끝으로 전파과학사가 발행한 과학도서명을 몇 가지 제시하니 학생들은 자신의 관심 분야, 자신의 과학지식 수준, 독서 목적, 시간 여건 등에 따라 몇 권 읽어봄으로서 여러분의 앞날에 값진 추진력이 될 양식을 얻기를 권한다.
다윈의「종의 기원」
생물학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의 많은 개념 중에서 진화사상만큼 우리 인간사회 특히 철학이나 사회사상 같은 분야에 큰 영향을 끼친 것도 없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다윈의 '종의 기원'이 유명하다.
영국과 프랑스에서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옛 사상이나 개념이 바뀌어가는 경향이 강했던 그런 시대적 배경의 흐름속에서 19세기초에 프랑스의 '라마르크가 '동물철학'이란 책을 냈고 그속에서 생물의 종은 하등한 것에서 고등한것으로 역사적 변천을 해왔다는 설을 제창해서, 종은 신의 창조물로 변하지않는 것으로 믿고 있던 사회에서 생물의 진화설을 싹튀워왔었다. 그리고 약50년후에 다윈의 많은 자료와 오래연구 결과로 역은 '종의 기원'이 세상에 나왔으니 세상은 크게 놀라게 되었고 많은 분야에서 받아들여진 것은 당연한 이치였다.
다윈은 그책의 머리말에서 "나는 박물학자로서 군함 비글호에 송선하여 항해를 하는 동안에 남아메리카의 생물분포에서 과거에 서식하였던 생명과 현존하는 생물과의 지질학적인 면에서 어떤 관련성이 있음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다"고 말했고 또 "귀국후 1837년에 이 문제에 대하여 의문나는 여러사실들을 꾸준히 수집하고 연구하여 본다면 무엇인가 어떤 결과가 나타나리라고 생각했었다. 그리하여 5년 동안이나 나는 이 일에 매달려 골몰한 나머지 단편적이나마 얼마간의 기록을 남길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그는 또 "1844년에 어떤 결론의 개요를 만들었는데 당시에 나는 이 결론이 확실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후로부터 오늘(1859)에 이르기까지 나는 이 문제를 가지고 계속 연구하여 왔다"고 말하고 있다. 이것으로 우리는 그의 학문적 열정과 끈기를 알 수가 있다.
그는 먼저 야생동식물에서 가축과 재배식물을 얻은 과정을 면밀히 연구함으로써 유전적 변이가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되었고,계속 생기는 경미한 변이인 인위도태(인위선택)에 의해서 누적해 가는 힘이 얼마나 큰것인가를 알 수 있음을 제1장 '사육재배하에 발생하는 변이'란 제목으로 취급했다. 그 다음에는 자연상태에 있어서의 종의 변이성을 많은 증거를 들어 설명했다. 또 모든 생물은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하니 자연히 생존경쟁이 있게 되고, 또 지질학적으로 얻은 생물화석 등을 통해서 시간적으로 보아 오랜 옛날부터 생물이 계승돼 왔음을 알아냈다. 공간적으로는 종들의 지리적 분포가 생겼음을 다루고 끝으로 성숙과 발생시에 있어서의 상호유연관계를 다룸으로써 생물의 분류에까지 언급했다.
이렇게 하여 얻은 다윈의 진화론의 중심은 자연도태 (자연선택)설에 있다. 그 자연도태사상은 생존경쟁에서 환경에 적응한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적자생존의 원칙이다. 그러므로 자연도태의 요인인 생존경쟁은 생물학에서 중요한 이론이 되었을 뿐 아니라 당시 급속히 발전하는 산업자본주의의 자유경쟁 사고방식이라든가 그밖의 사회사상에도 크게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오늘날 우리는 여러 방면에서 진화라는 많은 많이 쓴다. 우주의 진화, 별들의 진화, 지구의 진화, 화학진화 등등. 그러나 진화론하면 으례 다윈을 생각해내듯이 진화는 생물의 문제로서 오랫동안 이야기 되어 온 것도 사실이다. 최근에는 생물의 진화를 우주의 진화의 일환으로 취급할 정도로 발전되었다.
진화란 말은 원래 두루마리를 펴 간다는 뜻이 라틴어 Evolvere의 어원에서 왔다고 한다. '역사적 전개' 즉 자연이 시간적으로 변화하는 일을 뜻하는데 쓰인것이 그 효시였다. 사실 모든일에는 어제가 있는데서 오늘이 있게 된 것이라고 보는 일은 당연하다.
다윈의 종의 기원은 나의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나는 생물의 종을 다룰 때는 물론이고 생물의 모든 구조나 생리작용을 다룰 때일지라도 고정 되었다는 개념으로 보지 않고 환경요인에 따라 항상 적응·변천해 가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보게 되었다. 그러니 생물에는 어떤 면을 보더라도 크고 작은 변이는 있게 마련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학생 여러분에게 이 책을 읽기를 권하는 것은 되도록 많은 자료를 수집하려고 꾸준히 노력하여 오랜 시간이 걸려도 확실한 학설을 제창하려는 다윈의 방법론과 뜨거운 열의, 강인한 의지를 배우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세상이 놀라고 널리 받아들여지는 업적을 낳는 위대한 생물학도들이 많이 배출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와인버그의「최초의 3분간」
요즘 거리의 책방앞을 지나가다보면 진열장에 마치 꽃가게의 꽃들 처럼 가지각색으로 단장을 한 책들에 눈길이 끌려서 아무런 부담감 없이 들어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일이 많다.
그런데 그 많은 책들이 별로 팔리지 않는다고 한다. 점심값 정도로 사볼 수 있는 좋은 문고본들이 얼마나 많은가. 우리나라 사람이 책을 많이 읽지 않는다는 소문은 일본사람들도 알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발전을 언제나 경계의 눈초리로 지켜보고 있는 그들은 이런 소문을 듣고 안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말이라면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잔소리는 그만하기로 하고 내가 권하고 싶은 책은 1977년에 출판된 '와인버그'(weinberg)의'최초의 3분간'(조병하 역)이다. 저자는 1979년에 전자기작용과 약한 작용을 통일하는 이론의 완성과 중성류(中性流 neutral current)의 존재를 예언한 업적으로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한 이론 물리학자로 현재 미국 '텍사스'대학의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우주의 시초 3분동안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여기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물론 사람이 아니고 색다른 작은 알맹이들이다. 이 알맹이들 중에는 오늘날 물리학자가 실험실속에서 만들어 낼 수 없는 것이 많은데, 우주의 초기역사는 이런 알맹이들의 탄생과 죽음 (정확하게는 탈바꿈)으로 엮어진 것이다.
1929년 천문학자 '허블'(Hubble)이 밝혀낸 사실은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우주를 이루고 있는 은하(銀河)들 사이의 거리가 차츰 늘어나고 있다는 뜻인데 그 늘어나는 율로부터 계산하면 우주가 약2백억년전에 큰 폭발에 의하여 탄생하고 계속 팽창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후 1965년에 우주공간은 메우고 있는 우주전파가 발견되어 오늘날 우주의 온도(평균)가 약3˚k(-270℃)임이 알려지게 되면서 우주의 뜨거운 과거의 역사가 밝혀지게 되었다.
이 책의 이야기는 우주의 나이가 3분(온도 약10억도)이 될때까지 겪었던 일들을 재미나게 엮은 것이다. 3분이란 시간이 가진 중요성은 이 무렵에 우주를 이루는 주성분인 수소(H)로부터 그 다음기는 주성분인 헬륨(He)이 만들어진데에 있다. 이 시기는 헬륨이 만들어 지는데 알맞은 온도로 우주가 냉각(팽창)되었을 때에 해당한다.
오늘날 태양을 비롯한 많은 별들의 뜨거운 중심부에서도 수소로부터 헬륨이 합성되고 있지만 우주에 있는 헬륨의 대부분은 최초의 3분이 될 때에 만들어진 것이다. 수소와 헬륨은 우주의 물질을 90%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결국 우주의 체질은 그의 나이 3분에 굳어졌던 셈이다.
이 책이 나오기 된 실마리는 저자가 1973년에 '하바드'대학의 학부과학센터의 준공식에서 했던 강연에서 비롯된다. 그는 첫머리에서 말한다.
"그러나 나는 우주의 초기에 관한 책을 쓸 생각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우주의 창생(創生)'의 문제보다 더 흥미있는것이 또 있을까? 뿐만 아니라 우주의 초기, 특히 처음 1백분의 1초에서는 소립자(素粒子)의 이론과 우주론이 서로 마주치게 되니 말이다. 무엇보다도 지금이야말로 초기 우주에 관해서 책을 쓰기에 알맞은 시기인것이다. 바로 지나간 10년 동안에 초기 우주에서 일어났던 일들의 상세한 이론이 '표준모델'로 널리 받아들여지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누구나 그 내용이 놀랍고도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어려운 내용을 평이하게 표현하는 저자가 가진 비상한 부드러운 말솜씨에 경탄을 금할 수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책을 전공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널리 일반사람의 읽을 거리로 권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