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년 좁은 주차공간에서도 제자리에서 3백60˚회전 쉽게 빠져나올 수 있는 자동차 전환장치를 발명,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개인발명가 김세웅씨(43)가 '자동차 충돌 안전장치'를 개발, 공개적인 시험을 했다.
김씨는 지난 5월 7일 경기도 평택시 비전동 평택여중 앞길에서 자신이 개발한 안전장치를 부착한 차(포니1)를 몰고 정지한 자동차를 들이받는 1차 예비 충돌시험을 하였다. 자동차 충돌 안전장치란 고속 주행시(시속 60km 이상), 정지된 장애물을 들이받았을 때 차체는 망가지더라도 운전자를 비롯 사람은 안전하게 보호해주는 장치이다.
시험 당시 스피드건에 잡힌 속도는 시속 88km. 장애물(정지된 포니1) 전방 5~6m 지점에서 차의 속도는 어느 정도 줄었으나 충돌시에 정지된 차는 약20여m 뒤로 밀렸고, 주행차는 범퍼와 본넷 부분이 상당부분 파괴되었으나 김씨는 외상 하나 없이 안전하였다.
3가지 아이디어의 조합
이 개발품은 차 앞부분에 초단파를 발사하고 앞의 장애물에 닿아 되돌아 오는 빛을 감지하는 센서와 이를 입력신호로 하여 전류를 흐르게 하는 계전기, 전류를 물리적인 힘으로 바꾸어주는 장치로 구성돼 있다.
아이디어의 기본 구성은 센서가 장애물에서 되돌아오는 빛을 감지하면 자동차 브레이크가 작동되고 자동차 앞유리에 차단막이 내려진다. 또한 운전석 의자가 뒤로 젖혀지면서 뒤로 밀린다는 것.
센서는 장애물과의 상대속도가 시속 60km 이상일 때만 작동한다. 즉 장애물이 정지된 물체일 경우에는 주행차가 시속 60km 이상일 때만 작동하지만, 장애물이 주행차의 역방향으로 달려올 때는 두 차의 속도를 합한 속도가 시속 60km면 장애물 전방 3.5m 지점에서 자동 브레이크가 걸리고 차단막이 내려지며 의자가 뒤로 밀리지만, 시속 80km면 6m 전방에서 모든 동작이 작동된다. 물론 1백km이상이면 10m 앞에서 작동되어 충돌량을 줄인다.
이날 시험을 지켜본 취재진을 비롯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 충돌 안전장치'는 사람의 생명에 관련된 발명품이므로 한번의 시험에 성공 실패를 쉽게 단정지어서는 안된다는 신중론을 폈다. 특히 시험과정에 자동차전문가들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은 커다란 실수였다는 지적. 그렇지만 자신들의 운전경력을 바탕으로 아마추어로서 소박한 견해를 피력했다.
그중 가장 먼저 제기된 문제는 시험차량에 정확한 계기판, 예를들면 충돌시에 충돌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측정계기가 하나도 부착돼 있지 않아 과연 어느 정도의 충돌에 사람이 안전할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당시 시험에서는 장애물 대용이었던 자동차의 기어를 풀어놓아 차가 뒤로 밀리면서 충돌량이 훨씬 줄었다. 그러나 실제 상황이 고정 장애물이었다면 과연 사람이 안전했겠느냐는 지적이다.
김씨가 창안한 3가지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의견을 개진했다. 자동 브레이크가 걸리는 것에 대해서는 별다른 의견이 없었으나 자동차 앞유리에 내부에서 철제 차단막이 내려지는 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실제 차가 충돌했을 때 앞유리가 파손된다면 깨어진 유리가 앞으로 튕겨나가지 안으로는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자동차 충돌 사고시에 운전자가 유리에 상처를 입는 것은 사람의 몸이 유리가 깨지는 순간보다 먼저 앞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다 안전하려면 차단막은 철제보다는 만약의 경우 사람이 부딪혔을 때도 안전한 새로운 소재로 대체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더우기 극한 상황에서도 운전자의 시야가 가려지면 더욱 위험하기 때문에 차단막은 투명체여야 한다는 것. 이번 시험에서는 차단막에 작은 구멍을 뚫어 시야가 가리는 것을 어느 정도 보완했지만 좀더 완벽하려면 투명체로 대체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은 의자가 뒤로 밀리는 시점(時點). 현재 김씨가 개발한 장치는 센서가 되돌아 오는 초단파를 감지하는 순간, 즉 충돌전에 의자가 뒤로 젖혀지면서 뒤로 밀리게 된다. 그러나 이는 별효과를 보지 못한다. 왜냐하면 충돌시에 반작용으로 사람이 앞으로 튕겨져 나오므로 좀 거리가 멀어졌다 해도 완벽한 효과는 없을 것이라는 이론적 설명. 다만 충돌 순간에 의자가 뒤로 밀리면 충돌시의 반작용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즉 자동 브레이크가 걸리고 차단막이 내려지는 것은 충돌 전에 작동하더라도 의자가 뒤로 밀리는 것은 충돌시에 작동하도록 개선된다면 더욱 완전한 제품이 탄생될 수 있으리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날 시험에서 충돌 순간 김씨의 몸은 안전벨트를 두겹으로 맸어도 앞으로 많이 쏠렸었다.
예비시험에 불과
시험을 마친 김세웅씨는 "처음부터 완벽하리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수정 보완 하겠다. 혼자서 모든 장치를 구상하고 만들다 보니까 제품이 정밀하지 못한 것이 흠이다"라며 "좋은 설비와 많은 전문 인력을 갖고 있는 대기업들이 도와주면 좀더 완벽한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자동차가 1백30만대 이상 보급되어 있는 실정이고 교통사고율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는 이상. 자동차사고 예방 대책은 물론 사고시에 인명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의 개발이 시급하다 하겠다.
자동차 충돌시의 안전장치는 세계 각국에서 여러가지 방법으로 시행되었고 현재도 개발 중이다. 예를들면 충돌시에 핸들에서 풍선이 튀어나와 충격을 완화시켜주는 방법이라든가 요즘 국내에서도 선보이고 있는 자동차 앞유리와 본넷 사이에 간격을 두어 충돌시 유리창이 쉽게 깨지지 않는 방법 등이 바로 그러한 개발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1백% 완전한 방법은 없었다.
이번에 시험한 개발품은 한가지가 아니라 3가지 아이디어를 조합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몇가지 미비점을 보완한다면 좋은 발명품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다. 특히 제품이 대량생산된다면 자동차 1대당 부착 가격이 10만원 안팎이기 때문에 대중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씨는 이 제품을 특허출원 중이다.
우리나라 발명가들은 김씨의 경우처럼 대부분 개인적으로 활동하고 영세하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를 완벽하게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대기업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한다든가, 개인 발명가의 후원회를 구성, 뒷받침한다면 좀더 좋은 발명품이 쏟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