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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가 체내에서 번식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정상세포는 그대로 두고 암세포만 골라 집중공격을 한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다. 마치 첨단의 전자장비를 갖춘 미사일이 핵폭탄을 싣고 가서 수만km 밖의 목표물을 명중시키는 것처럼 말이다.
 

최신의 암 정복기술은 실제로 이같은 미사일요법을 이용해 괄목할만한 발전을 이룩해가고 있다. 미사일의 유도기능에 해당하는 게 암세포만 식별하는 모노클로날 항체이고 여기에다 핵폭탄격인 항암제를 결합시키는 방법이 그것이다.
 

현재 세계 각국의 유수한 연구진들이 앞다투어 개발중인 미사일요법에 의한 암치료기술에 적극적으로 가담하고 있는 곳이 바로 동아제약연구소. 물론 위에서 언급한 암치료제 개발은 동아제약연구소의 신약(新薬)개발노력중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암치료제 개발에 몰두중
 

'고혈압에 걸린 쥐'에 신물질을 주사, 혈압을 체크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연간매출액 1천5백억원을 상회하는 국내최대의 제약회사. 규모에 걸맞게 연구소(서울 동대문구 용두동 소재, 소장 민신홍박사) 또한 업계최초(1977년)이자 최대의 투자규모(86년 매출총액의 1.97%인 30억5천2백만원)를 자랑하고 있다. 연구인력도 박사 3명을 포함해 56명으로 제약업계의 선두그룹 수준이다.
 

이 연구소의 핵심은 제품개발연구실 생물공학연구실 유기합성연구실 약리연구실 및 안전성연구실 등 5개 연구실. 각 연구실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연구내용을 살펴보면 하나의 약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탄생하며 또 최근의 신약개발동향이 어떤가를 엿볼 수 있다.

먼저 유기합성연구실은 신물질을 합성, 약효를 나타내는 의약품으로 개발해내는 곳인데 약리연구실과 긴밀한 협력 아래서 연구가 이루어진다.
 

하나의 새로운 의약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천 내지 수만개의 신물질이 필요하며 그 과정이 매우 어렵고 긴 시간을 요한다. 신물질은 기존의 물질의 화학적 합성을 통해 만들어낸다(천연물에 존재하는 신물질을 추출해내는 경우도 있다). 동아제약연구소가 지금까지 합성해낸 신물질은 약 1백여종으로 이제 신약개발의 첫걸음을 떼어놓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에서 나온 의약품들은 모두가 외국에서 개발한 물질을 도입, 제조해낸 것일 뿐 자체개발한 신약은 전무한 실정이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유기합성연구실에서 만들어진 신물질은 약리연구실로 보내진다. 약리연구실에서는 이 신물질이 약리효과가 있는가를 평가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실험동물의 질병모델을 만들고 약리활성검색시스팀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어 '선청성 고혈압 쥐'를 통해 고혈압에 대한 약효가 있는지를 검색해보는 것이다.
 

생물공학연구실에서는 유전공학기술과 면역학기술을 기본으로 하여 요즘 각광 받고 있는 암치료제나 B형간염백신 등을 연구한다.

미사일요법에 의한 암치료제개발도 이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는데 82~85년에 간염진단시약과 임신진단용시약을 개발한 데 이어 86~87년에는 배란, 성병, AIDS진단시약개발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유전공학기술을 이용한 연구중에 관심을 모으는 게 인터루킨-2(IL-2) 우리의 몸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2개의 방어기전 즉, 항체에 해당하는 체 액성 면역과 이물질을 죽이는 세포성 면역이 생기게 된다. IL-2는 바로 이때 이물질을 죽이는 세포(Killer cell)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이다. 이것이 제품화된다면 면역증강제 및 항암제의 보조치료제로 유용하게 쓰일 전망이다.
 

지금까지의 항암제는 암세포와 함께 정상세포까지 죽이므로 인체내 투여에 있어서 휴지기를 두어야 하는데, IL-2가 개발되면 좋은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현재 외국은 물론 KAIST 등 국내에서도 연구가 진행중이다.
 

생명공학연구실의 세포배양장치

 

국내최초로 독성실험시스팀 갖춰
 

일단 신물질을 만들어 약리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해서 곧바로 약이 될 수는 없다. 사용하는 데 있어서 독성이 없어야만 한다. 그래서 급성독성과 만성독성 특수독성 등에 관한 완벽한 임상실험이 반드시 필요하다.
 

임상실험도 직접 사람에게 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동물실험 등 '전(前)임상실험'단계를 거쳐야 한다. 이때의 실험내용을 GLP(good laboratory practice)라고 해서 그 세부적인 조건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제시하고 있으며 각국은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KGLP가 작년에 제정됐다. 지금까지는 외국에서 독성실험을 거친 신물질을 이용해왔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심이 적었으나 앞으로 독자적인 신약개발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GLP의 도입이 필수불가결한 것. 약에 대한 신뢰성과 안전성에 직결되는 것이다. 동아제약연구소는 금년 11월 새연구소를 가동할 예정인데 여기에 국내최초로 GLP시설을 갖출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제품개발연구실은 제형(약의 형태)연구를 통해 제제를 개발하는 곳이다. 투여형태, 생체내 이용률, 안정성, 포장 등에 관한 연구가 주내용이다.
 

다시 말해 알약형태가 효과가 좋은가 아니면 물약이 좋은가, 몸에서 약효를 빨리 흡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의약품의 내부적인 변질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 유리용기가 알칼리에 의해 변질되는 것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 등등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동아제약연구소에서 수행한 연구실적을 보면 77년 설립 이후 최근까지의 신제품개발이 75건인데 이중 23건이 연구소자체개발품목이다. 즉 그동안의 신제품개발에 31%의 기여도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특히 83~85년에는 34개 품목의 신제품개발중 12개를 자체개발에 35%의 기여율을 보였다. 회사측은 자체개발비율을 계속 높여나간다는 방침이다.
 

연구인력의 활용은 특히 해외연수를 중시하고 있다. 1, 2년 기간으로 미국 일본에 1명의 연구원을 교대로 파견, 연수를 시키고 있다. 주요시설기재를 보면 점도를 재는 레오미터, 입자도를 측정하는 쿨터 카운터, 인체의 통증을 체크하기 위한 체액삼투압측정용 오스모미터, 코팅용 글래트머신 등 최신의 것들이 망라돼 있다.
 

동아제약연구소는 금년 7월1일부터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자체적인 신약개발에 사운을 걸만큼 전력투구하고 있다. 김원배수석연구원은 "두뇌와 돈, 시간, 땀 그리고 집념 등 5박자가 맞아 떨어져야만 가능하다는 신약개발에의 대장정을 시작한 셈"이라고 말하면서 단순히 제약회사의 신약개발 차원을 넘어서는 국가적인 기술력 향상과 관련이 크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추세에 대응하기 위해 경기도 신갈(민속촌입구)에 신축, 11월에 문을 여는 새연구소는 지하1층에 지상3층 건평 1천7백50평이나 되며 GLP시스팀 등 첨단의 시설을 갖추게 된다. 아울러 연구인력도 91년까지 1백여명, 95년까지 40명의 박사를 포함한 2백여명으로 늘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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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사진

    정경택 기자
  • 황의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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