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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코끼리의 기이한 습관 왜 어두운 동굴을 찾을까

어두운 동굴은 코끼리 들에게는 공포의 장소. 그런데도 무엇엔가 홀린듯 깊숙한 곳으로 들어간다. 입구에서 1백20m. 그곳은 동굴의 막다른 곳이다. 코끼리 무리는 대체 그곳에서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먼 옛날 인류는 동굴이나 불쑥 튀어 나와있는 거대한 암석 밑을 주거지로 이용했다. 동아프리카에서 발견된 인류의 조상으로 추정되고 있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도 동굴입구 부근에서 살았다는것이 확인되었다.

 

코기리 무리는 동굴안에서 일렬이 된다. 만약앞쪽에서 이상한것이 발견되면 코끼리들은 방향을 바꾸어 그대로 대형을 유지하면서 밖으로 탈출한다.


어두운곳은 싫어하기 마련인데
 

불을 밝히는 방법을 발명하기 까지는 동굴을 이용했다해도 입구 부근에서 주로 생활했을것이다. 태양이 있는 밝은 낮에 광대한 초원을 뛰어다니던 인류의 조상은 캄캄하고 좁은 동굴속 같은 곳에 들어가고 싶지않았을 것이다. 강력한 회중전등을 갖춘 문명한 현대인도 동굴속을 산보한다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않는다. 어둠이 무섭다는 사람도 있고 폐쇄공포증이 있어 도망가는 사람도 있다. 땅 바닥에서 울려오는것같은 기분나쁜 반향음을 듣는것만으로 겁에 질려 엉거주춤해지는 사람도 있다.
 

동물도 마찬가지다. 만약 천정에서 바위가 떨어지면 어쩌나 하는 불길한 예측까지는 하지않더라도 밝은 시간에 훤하게 넓은 곳에서 활동하는 동물은 기본적으로 동굴을 싫어한다.

 

코끼리는 무리지어 동굴을 찾아간다
 

거대한 아프리카 코끼리는 이상하게도 동굴을 찾아간다. 그 동굴은 케냐와 우간다 국경에 있는 ‘에르곤’산의 케냐쪽 경사면 중턱에 있다.
 

건조기가되면 코끼리 무리는 이 동굴을 자주 찾는다. 해가 질 무렵 제비가 동굴의 둥지를 찾아들면 이번에는 천정에 매달려 밤이 오기를 기다리던 박쥐가 활동을 시작해 밖으로 날아간다. 1시간쯤 지나는 사이에 박쥐는 모두 날아가 버리지만 이때쯤에 코끼리가 모습을 나타낸다. 리더인 나이 든 숫코끼리를 선두로 천천히 걸어온다. 코끼리는 밤에도 잘볼수있는 좋은 눈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코를 늘어뜨려 더듬으면서 신중하게 걷는다. 여기저기에‘크레바스’(Crevasse. 거대한 갈라짐 틈)가 입을 벌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렬이되어 각각 자신 앞에 있는 코끼리의 몸과 접촉하면서 걷는다. 크레바스가 있는 곳에 이르면 어미코끼리가 새끼코끼리에게 코를 내밀어 옆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견제한다. 그런데도 새끼코끼리가 옆에서 빠져나가 잘못하여 크레바스에 떨어져 죽는일이 가끔있어 크레바스에는 새끼코끼리의 시체가 더러 발견된다. 그러므로 어미 코끼리는 더욱 신중하게 행동한다.

 

초식동물들이 동굴을 찾는다
 

동굴을 찾는것은 코끼리 뿐만이 아니다. 원래 동굴을 보금자리로 하는 큰박쥐는 별도로 하더라도 ‘부슈백’, ‘워터백’ 등의 영양류, 그리고 아프리카 물소등도 동굴속 깊은곳을 찾아간다. 어느것이나 모두 초식동물이다. 흑백‘코로부스’나 사반나‘비비’등의 영장류도 모습을 보이지만 완전한 주행(昼行)성 동물이어서 동굴의 입구에서 빛이 미치는 범위 안에서만 지낸다. 그런데 이것들은 도대체 무엇때문에 동굴을 찾아 가는것일까. 동굴은 끝이 막혀있어 바위 그늘에서 표범이라도 뛰어나와 달려들면 꼼짝 못하고 당하고 만다.
 

오랜동안에 걸쳐 코끼리가 동굴을 찾는 이유를 관찰해온 ‘아이언 레드몬드’(IAN REDMOND)에 의하면 코끼리를 비롯한 동물들은 암벽을 핥기위해 동굴을 찾는다는 것이다. 보통의 동물들은 혀나 이빨로 벽을 핥거나 갉는데 코끼리만은 좀 다르다. 길고 큰 코와 이빨(상아)때문에 입으로 암벽을 핥을 수가 없다. 그대신 이빨로 바위를 조금씩 쪼개고 코로 그 돌조작을 주워 입에 넣어 이빨로 씹어 넘긴다.
 

루세트큰쥐는 동물을 거처로하고있다. 밤에는 동굴에서 나간다.

 

소금기를 얻기 위해
 

바위조각을 씹어삼키는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것일까. 레드몬드가 시험해 봤지만 바위조각을 핥아보아도 특별한 맛은 없었다고한다. 슬프게도 현대인에게는 이런 감각이 전혀 무디다. 기기류에 의존하지않더라도 분석하면 금방 결과가 나온다. 바위에는 황산나트륨이 포함되어 있다. 이것은 황조광이라는 2차광물이되어 바위 표면으로 나와 결정으로 성장한다. 동물들은 동굴에 나트륨 즉 염분을 섭취하러 오고 있었던것이다. 우리는 나트륨분을 거의 염화 나트륨, 즉 식염에서 섭취하고 있기 때문에 짠맛이 없으면 염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식동물에게 있어 염분을 비롯한 미네랄은 빼놓을수 없는 것이다. 육식동물은 초식동물의피나 고기에 염분이 섞여있으므로 염분과잉섭취를 조심해야 할지 모르지만 초식동물은 그렇지 못하다. 풀에서 얻을수 밖에 없다. 비가 많이 오는 에르곤산에서는 수용성인 미네랄이흙에서 녹아 나와 버리므로 이 일대의식물이 미네랄 부족이되고 그 식물을 섭취하는 초식동물들도 미네랄부족을 면할수없다.
 

‘레드몬드’탐사팀은 코끼리가 주식으로하는 10종의 풀을 모아 풀속에 있는 나트륨의양과 동굴속 화산재 속의 그것을 비교했다. 화산재는 풀의 1백배가 넘는 나트륨을 갖고 있으며 그 밖에도 칼슘이나 마그네슘등의 원소도 많이 함유되어 있었다. 이때문에 코끼리들은 굳이 어둡고 위험요소가 많은 불길한 동굴을 찾아가는 것이다.

 

뿔이 망가지지만
 

동굴의 바위 벽명에는 뿔이 갉은 상처가 수없이 많다. 코끼리들이 여러 대에 걸쳐 갉아 추상화같은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코끼리의 뿔은 위쪽 대문이가 현저하게 발달한 것으로 아프리카 코끼리는 수컷이나 암컷 모두에 있으며 사자나 늑대등의 송곳니가 발달한것과는 전혀 다르다. 일생동안 계속자라 지금까지의 최고 기록은 길이 3.45m, 무게 1백17kg 이나 되는것이 있다. 그러나 단단한 에나멜 질은 끝부분 뿐이고 나머지는 비교적 부드러운 상아질이므로 끝부분이 닳고나면 나머저 부분도 부스러지고 만다.
 

동굴 속에 들어오는 코끼리의 뿔은 짧다. 늙은 코끼리는 겨우 뿌리쪽이 보일 정도다. 이런 이빨로 바위를 갉으면 뿔에 상처가 생기고 구멍이 뚫리고 끝은 둥그렇게 되고만다. 바위를 갉는것 만이 아니고 씹어 부드럽게 하여 넘기는것이므로 어금니까지 닳아버린다. 소금을 얻기위해 치르어야 할 보상이라지만 이것은 너무 비싼 대가라는 느낌이 든다. 이가 상하여 약해진 동물은 단명해지기 때문이다.

 

코끼리가 10만년 걸려 160m의 동굴을 만들어
 

동굴 속의 어둠 속에서 코끼리에대해 조사하고 있던 레드몬드는 에르곤산 중턱에 있는 동굴이 어떻게해서 생긴것인가 하는것도 조사하기 시작했다. 동굴안에 물이괴인곳은 있으나 지하수가 흐르지는 않고 종유석같은것도 없다. 화산성의 바람굴도 아닌것이다. 에르곤산 기슭에는 인간이 판 동굴이 여러개 있으나 이런 동굴은 천정이 그을려 꺼멓게 되었다. 그러나 코끼리가 모이는 동굴에는 인간의 손이미치지 못하는 벽면에 곡괭이 자국같은 흔적이 수없이 많다.
 

레드몬드는 이 동굴을 코끼리가 판것이라며 놀라운 추측을 지금 검증 중이다. 동굴의 용적은 약 5천m³며 10마리정도의 코끼리가 1주간에 파내는 바위는 배설물에 섞인 암석의 양으로 추정하여 최저 1리터정도다. 이만한 동굴이 완성되기까지는 10만년정도 걸린다는 계산이 나온다.  에르곤산의 역사가 약1천5백만년, 아프리카 코끼리가 출현한지2백만년이므로 10만년은 오차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굴을 판것은 아프리카 코끼리라는 레드몬드의 추측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프리카 코끼리무리는 보통 굴 속에서 4~5시간을 지낸다. 상아로 바위를 갉아먹는것은 처음 30분정도 뿐이며 그 뒤는 이따금 코소리를 낼뿐 조용하게 있다. 자고 있는 것이다. 코끼리의 4~5시간으로 대낮에도 그늘에서 자기도 한다. 동굴 바깥숲속의 기온은 밤이 되면 섭씨8도까지 내려가는데 동굴안은 섭씨 14도이고 습도도 85~90%로 안정되어있다. 미네랄을 흠뻑 섭취한뒤에 기온이 찬 바깥보다 따뜻한 동굴 안에서 푹자는 것이다. 그러나 몸이 거대하고 초식이어서 대량의 식물이 필요한 코끼리는 지능이 높아 정착할 법도한데 동굴을 거처로 정할수는 없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될수 없었던 동굴의 코끼리를 생각할때 먼옛날 바위 그늘에서 거처하면서 염분이 부족할때 이것을 구하려 얘쓰던 인류의 조상들이 살았던 모습도 이 코끼리들과 비슷했던 것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동굴 속의 코끼리를 조사한 「레드몬드」가 수없이 많은 상하흔적이 남아있는 벽면을 분석자료로 떼어내고 있다. 그는 이동굴을 염분을 섭취하려는 코끼리들이 파서 만든것이라고 단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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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5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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