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세계적으로 남한면적의 반 정도가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화석은 지구의 역사를 말해준다. 1만년 정도 전에는 사하라 사막도 녹색의 초원으로 뒤덮였다는 것을 우리는 화석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이곳에서 사슴 타조 영양 그리고 이들을 쫓는 사자 등 초원의 식생에 걸맞는 동물의 화석이 발견되었던 것이다.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 지금부터 3만~4만년 전에 북아프리카에서 중동과 아라비아에 이르는 지역은 습기가 많고 더운 밀림지대였다.
미국면적 4배가 사막화 위기에
건조기가 닥친 것은 기원전 3천~2천년이다. 북반구의 중위도 지방에서 기온이 올라가고 강수량이 적어지기 시작해 메소포타미아 평야가 사막으로 변했다. 예수가 탄생한 무렵에는 사하라 지방도 사막이 되었다. 이처럼 기후가 건조해져 생긴 사막을 '기후사막' 이라 부른다. 온도가 20℃에 연평균 강수량이 3백mm이면 이런 사막이 생긴다. 자연적인 이유로 생기는 사막으로는 그 밖에 남미 등지에서 볼 수 있는 한류의 영향에 의한 '해안사막'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사막과 그 주변의 미묘한 생태계의 균형을 인간이 교란해 생기는 '인공사막'이다.
지난 1977년 세계적으로 번져가는 '사막화 현상'에 대처하기 위해 제1회 국제연합 사막화 방지 회의가 열렸다. 사막화에 대한 국제적인 관심이 고조됐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사막화의 실상은 어떠한가.
현재 전세계적으로 사막은 매년 5백만~7백만ha씩 늘어나고 있다. 경상도와 전라도를 합친 면적의 토지가 사막이 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2000년에는 60억에 달하는 인류를 먹여살릴 경작지의 1/3이 소실될 것이라고 한다. 1980년 국제연합의 조사에 따르면 전세계의 3천2백70㎢ 즉 미국 면적의 4배에 해당하는 지역이 사막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사막의 확대중 인간에게 책임이 있는 부분은 얼마나 될까. 기상자료로 볼 때 지구의 36.3%가 건조지 또는 반건조지이다. 그러나 토양과 식생을 조사해보면 43%가 건조지 및 반건조지라는 것이다. 결국 그 차인 6.7%가 인간이 만들어 놓은 사막이라고 할 수 있다.
생태계는 생물의 종류가 많고 다양할 수록 보다 안정하다. 그런 면에서 사막과 그 주변의 생태계는 지구에서 가장 불안정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인간의 파괴적 영향력도 상대적으로 크게 미친다. 세계도처에서 일어나는 사막화 현상의 실태를 살펴보자.
세계의 사막화 실태
극도로 건조한 지역의 사막에는 모래 폭풍이 심하여 날라간 모래가 주변지역을 사막으로 만든다. 매년 사하라 사막에서 폭풍으로 날려가는 모래의 양은 1억5천만t에 달한다. 그로 인해 사하라 사막의 남쪽에서 서쪽에 걸쳐있는 초원지대인 '사헬'지구(수단, 차드 등 6개국)는 극심한 사막화에 시달리고 있다. 원래 '사헬'이란 아랍어로 '녹색'을 뜻하는 말로 '황갈색의 공허'를 의미하는 '사하라' 와는 달리 윤택한 농경문화를 이루던 지역이었다. 수단정부의 조사로는 62년부터 79년까지 사막전선은 1백km 남하했다는 것이다. 사하라 사막 주변에서는 매년 적어도 남한 넓이만한 토지가 사막으로 변하고 있다. 비슷한 기후 사막화의 예는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으로서 최근 10년간 사막이 1백km나 남하했다고 한다.
인간의 잘못으로 인한 사막화의 예로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우를 들 수 있다. 연평균 강우량이 4백~5백mm인 보리와 밀농사 지대가 경작의 실패가 동기가 되어 약 90%의 토지가 사막과 비슷하게 황폐화되었다.
미국에서는 강우량 5백mm정도인 캘리포니아에서 아리조나에 이르는 지역에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전에는 비옥한 농지였던 곳이 사막화되어 모래폭풍의 발생원으로 변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지하수를 37억t이나 퍼내 관개용으로 씀으로써 농지가 염해(鹽害)를 입게 되었다.
또 최대의 곡창지대인 아이오와주는 바람에 의한 침식으로 토양이 파괴되어 이대로 간다면 2020년에는 전경지의 40%가 표토(表土) 없는 벌거숭이땅으로 될 지 모른다는 우울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만성적인 식량부족에 허덕이는 소련도 사막화에서 예외는 아니다. 자연조건을 무시한 생산지상주의 때문에 지력이 떨어져 카자프스탄의 광대한 보리와 감자밭은 반사막화해 바람에 의한 침식이 심각하다. 소련전토의 70%에서 표토의 유실이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아프리카의 사막화는 무리한 관개농업 외에도 연료로 쓰기 위한 삼림의 무분별한 벌채에 의해 일어났다. 마찬가지의 일이 10억이 넘는 인구를 가진 중공에서 일어나고 있다. 삼림을 대거 경작지로 만든 것이 사막화하여 최근 30년 동안 사막화한 면적은 6백만ha에 달한다고 한다.
도시화와 공업화에 의한 '도시사막'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습윤한 몬순지대에서도 사막화가 일어나고 있다. 히말라야산맥의 전면에 위치한 몬순지대의 구릉지대에서는 땔나무를 얻고 경지를 넓히기 위해 많은 나무를 벌채해 산이 벌거숭이로 되었다. 그 결과 토양침식이 심해지고 토사가 인더스강 갠지즈강 등으로 흘러들어 하류의 비옥한 농지를 매몰시키고 있다. 인도의 펀잡지방에서도 땔감용삼림벌채가 성행하여 산림이 황폐화되었다. 게다가 토양입자가 극히 미세해 물이 땅속으로 스며들지 않아 침식을 일으키고 염분의 집적에 의한 피해를 일으켜 부근을 반사막상태로 바꾸어 놓았다.
필리핀에서는 과거 1백년간의 화전때문에 5만ha의 밀림이 잡초지가 되었고 사막 일보직전의 상태에 놓여있다.
열대몬순지역의 사막화가 주로 삼림의 벌채와 경작지화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데 비해 온대몬순지역에 해당하는 한국 일본 등지에서는 도시화와 공업화에 의해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다. 즉 도시는 도로와 건물이 녹지를 몰아내 도쿄의 경우 1ha당 식물의 마른 중량이 2t에 불과한 불모의 지역이 48%에 이른다고 한다. 1ha당 식물의 마른 중량이 온대초지 15t, 툰드라·고산지대 6t, 관목사목 7t인데 비하면 가히 '도시 사막' 이라고 부를 만하다.
사막에서도 생명은 숨쉬고 있다. 극한적인 상태에서도 동식물은 어렵사리 생태계의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인구의 증가에 따른 도시화와 가축의 증가 그리고 농업개발은 이들 사막의 파괴를 재촉하고 있고 빈발하는 모래폭풍은 사막을 확대시키고 있다.
인구증가 농업개발 근대공업화는 인류의 자연에 대한 압력을 증대시켜 가장 민감한 사막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게다가 사막화의 위험을 안고 있는 지역은 대개 제3세계 국가들이다. 전세계 인구의 1/7이 살고 있는 이 지역 주민 가운데 7천 8백만명이 생산력을 잃은 대지 위를 떠돌고 있다. "문명 전에는 삼림이 있었고 문명 후에는 사막이 남는다"는 '샤토브리앙'의 말이 실현될 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