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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파피루스 CD-ROM이 몰고온 정보혁명

직경 12cm의 디스크에 5억5천만개의 글자를 저장할 수 있는 CD-ROM.
새로운 정보혁명을 예고하는 CD-ROM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 있나, 우리에게 어떤 충격을 줄 것인가.


파피루스를 발견하기 전 고대 이집트 인들은 돌이나 나무 혹은 점토판 위에 그들의 중요한 사건들을 기록했었다. 파피루스의 발명은 이집트인들에게는 일대 혁명이었다. 나아가 그것은 인류문명사를 선사와 역사로 나누는 분수령이기도 했다. CD-ROM의 발명은 바로 파피루스의 발명에 비견할 만한 것이다.


마이크로컴퓨터 오른쪽에 있는 것이 히다치사가 제작한 CD-ROM판독기.
 

1백배나 싸지는 책값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의 사장이자 MS-DOS의 창안자이기도한 '빌 게이트'(Bill Gates)는 확신이 서있었다. 이미 새로운 혁명이 시작되고 있었고 정보의 저장과 유통은 시공을 뛰어넘어 대규모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어림 짐작만으로도 CD-ROM을 사용하면 무려 1백배나 싼 비용으로 제작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미 우리들은 오디오용 CD(컴팩트 디스크)에 어느정도 익숙해져 있다. 직경 12cm의 이 작은 디스크는 레이저로 판독되는데 마모의 위험성도 거의 없다. 오디오용 CD는 CD-ROM의 효시라고 볼 수 있다. CD-ROM이란 Compact Disc-Read Only Memory, 즉 기억 전용 컴팩트디스크 인데, 음이 아니라 기타 문자정도를 대신 저장할 수 있는 장치이다.

CD의 성능은 신기에 가깝다. 베토벤이나 모짜르트의 음악은 일단 아날로그 방식으로 저장되는데 이 소리들은 레이저 광선을 통해 숫자로 번역된다. 극히 짧은 시간으로 시그날이 분할되는 것이다.(한번의분할은 약22마이크로 세컨드, 즉1백만분의22초 안에 이루어진다.) 즉 한번의 분할작업이 이루어질 때마다 시그날의 강도에 따라 0과 1두가지 종류의 숫자가 부여된다. 이렇게해서 0과 1두 숫자는 레이저에 의해 극미한 구멍 형태로 디스크 위에 인각된다. 이 인각된 정보를 읽어내는 것은 또다른 레이저 광선인데 두가지 숫자로된 정보는 다시 아날로그 방식의 시그날로 환원되고 그후 우리 귀로 들을 수 있는 정도로 증폭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소리만이 아니라 문자나 논리기호, 그래픽, 영상 등도 비슷한 방식으로 저장, 이용할 수가 있는 것이다. 가령 적당한 인터페이스장치를 통해, 디스크에서 일단 레이저로 판독된 정보를 아날로그 방식으로 다시 환원시키지 않은 채 CD를 마이크로 컴퓨터에 연결시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컴퓨터가 직접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발달된 전자기술을 통해 한편으로는 모짜르트의 '돈 후안'을 들으면서 또 한편으로는 모니터의 화면을 통해 악보나 연주장면까지도 비쳐볼 수가 있을 것이다.


레이저 빔(붉은색)은 판독헤드에 의해 보호되는데 디스크의 홈을 따라 이동한다. 디스크는 수직축을 중심으로 회전한다. 이렇게해서 레이저는 디스크 전면을 훑게된다. 레이저는 디스크위에서 직경 1마이크론의 작은 구멍들을 만나게 된다. 이 작은 구멍들은 레이저를 변형시킨다. 이진법으로 변형된 레이저는 계속해서 0과 1의 연속으로 인각된다.
 

통합정보시대의 핵심 하드웨어

결국 CD-ROM은 통합 정보시대의 핵심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다. 음성과 영상이 혼합된 정보가 시공을 초월해서 저장 유통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시간이 갈수록 가격도 싸질 것이고 모든 사람이 고루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직경 12cm의 작은 디스크이지만 CD-ROM 한장은 현재기술로도 무려 5억5천만개의 글자를 저장할 수 있는 IBM-PC의 재래식 디스크보다 무려 1천4백배나 큰 기억용량이다.

이러한 차이는 광선을 통한 인각과 판독이 고밀도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레이저 광선은 1㎟의 공간 안에 약 1백만개의 구멍을 낼 수가 있다. 하지만 마그네틱 형태로 기록된 정보가 판독되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공간이 요구된다.
영상기록면으로보면 CD-ROM 한 장에 3천장의 화면을 저장할 수가 있다. 한가지 흠이 있다면 비디오처럼 움직이는 화면을 저장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가격면에서 CD-ROM은 다시 한번 혁명적이라고 할만하다. CD-ROM 한장은 2백50페이지 포켓북 약 1천권을 저장할 수가 있다. 대량생산이 본격화되면 CD-ROM한장에 약1만원 정도면 충분할 것이다. 그러면 1백권짜리 세계문학전집을 단돈1만원에 그것도 주머니에 넣고 다닐 수가 있는 것이다.

시기를 기다리는 잠재수요

그런데 왜 CD-ROM이 오디오CD만큼 시장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CD-ROM은 오디오용 CD가 더욱더 많이 보급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CD-ROM시장이 형성되려면 우선 CD-ROM 판독장치가 생산되어야하고 CD-ROM의 프레스생산설비가 대량생산체제를 갖추어야만한다. 즉 회사측의 입장에서 보면 상업성이 있어야 투자를 할 수가 있다. 최종적인 문제는 늘 경제적인 문제인 것이다.

아뭏든 현재도 CD-ROM과 판독기가 생산되고 있기는 하지만 시장은 형성되어 있지 않다. CD-ROM의 선두주자격인 네덜란드의 '필립스' 그리고 일본의 '히다치''소니'가 이미 CD-ROM판독기를 생산하고 있다. 히다치 1502S는 약 1백80만원 정도의 가격이고 필립스사의 CM100은 인터페이스카드 CM155를 포함해 약 2백20만원정도 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생산된 디스크의 목록을 보면 약 4백50종류가 있는데 거의가 미국에서 제작된 것들이다. 그중에는 미국학술백과사전(Academic American Encyclopedia) CD-ROM도 있다. 12권짜리인 이 두꺼운 백과사전도 겨우 1백20메가 옥테트 정도면 전부 수록할 수가 있다. 이 분량은 한장의 CD-ROM을 $\frac{1}{4}$만 사용했을때의 분량이다. 2백만권을 소장하고있는 미의회 도서관의 전체 도서목록을 수록할 수 있는 분량이다.

현재 미국에는 CD-ROM뱅크가 있는데 가령 DATEX가 그것이다. DATEX는 월스트리트에 있는 약 1천개의 상사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다. 또 어떤 뱅크는 화학정보를 수록, 화학공장내의 종업원건강과 안전을 위해 CD-ROM을 사용하기도 하고 항공산업에 관련된 CD-ROM뱅크도 있다.
유럽에서는 CD-ROM카탈로그를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독일의 출판사 '베르텔스만'사가 1천2백만권의 도서목록을 저장한 CD-ROM을 갖고 있을 뿐이다. 영국에서는 과학서적 출판에 관한 디스크가 준비중에 있고 농업정도(Agris)와 출판정보용 CD-ROM도 함께 준비중에 있다.

프랑스의 경우는 단하나 정보취급소를 위한 실험용 CD-ROM이 있을 뿐이다. 프랑스가 보유하고 있는 이 유일한 CD-ROM은 프랑스의 정보유통상황을 수록하고 있다. 디스크의 극히 작은 일부분만을 사용했을 분이다.

확실한 미래?

현재는 전세계적으로 약1만대 정도의 CD-ROM판독기가 보급되어 있다. 제작사들은 광학적 기억장치와 CD-ROM판독기의 미래를 의심하지 않고 있지만 아직은 관망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는 두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우선 기술적인 기준이 문제가 되고있다. CD-ROM의 규격이나 회전속도, 판독기의 호환성 등에 관한 어떤 기준도 아직은 정해져 있지 않다. VCR(비디오카세트레코드)표준화문제를 겪은 각 회사들은 다시는 그런 문제에 부딪치고 싶지가 않을 것이다.
두번째로는 어떤 분야에 어떻게 그러고 얼마나 응용될 수 있는지가 아직 미지수로 남아있다. 따라서 제작한다고해서 일반대중들이 사줄 것인지 그것이 미지수로 남아있는 것이다.
규격을 결정하는 것은 가장 시급하고 절대적인 문제다. CD-ROM이면 어떤 판독기에서도 판독이 가능해야만 된다. 뿐만아니라 기존에 생산된 마이크로 컴퓨터에도 연결이 되어야만 한다. 이 두가지 점이 충족되려면 기계의 물리적제원이 통일되어야한다. 디스크의 크기, 회전속도 등이 가장 시급한 문제다. 또 마이크로 컴퓨터와의 인테페이스가 가능하려면 모든 판독기와 모든 마이크로컴퓨터의 인테페이스 또한 통일되어야 한다. 즉 정보의 조직, 색인분류, 정보인출 등의 기능에 있어 통일된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다.

규격통일과 용도개발이 문제

그런데 위와같은 규격통일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기존의 퍼스널컴퓨터(PC)의 성능과 규격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된다. CD-ROM이 나왔다고 새로운 PC를 사라고 요구한다면 그만큼 CD-ROM과 판독기의 상업성은 떨어지게 마련이다. MS-DOS시스템이나 애플컴퓨터를 주로 참고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기존의 PC를 쓰면 CD-ROM의 엄청난 정보량을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게 된다. 이것이 최대의 난제다. 결국 보다 발전된 큰 용량의 마이크로컴퓨터가 개발되어야만 한다. 현재 개발 중인 것은 MS-DOS 제5번인데, IBM-PC/AT타입의 기계를 위해 고안된 것이다. 이 장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인텔80286을 내장하고 있고 조만간 그 어렵던 문제에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 같다.

또하나 큰 문제는 과연 엄청난 기억용량의 CD-ROM을 도대체 어디에 쓸것인가하는 문제다. 수억글자를 저장할수있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원하는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공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도 용이하게. 물론 노래와 같은 음성정보는 이미 오디오CD에서 입증되었듯이 쉽게 찾을 수 있지만 기타 다른 정보는 아직 오디오CD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오디오 CD의 경우 누구나 듣고싶은 음악을 선별해서 들을 수가 있다. 선곡을 원하면 판독두(Head of Lecture)를 옮기면된다. 디스크위에 정보를 입력시킬때도 나선형으로 입력시키고 회전속도도 상대적으로 느리게 하면 된다(분당 500회전속도).

반면에 정보은행같은 곳에서는 디스크의 어느 한부위를 신속하게 판독해내거나 혹은 디스크전제를 일정한 속도로 판독해야할 필요가 있을 수 있다. 이경우 CD-ROM은 일반 마그네틱디스크보다 정보인출 성능이 떨어진다. 정보에 접근하는 시간이 마그네틱기억장치일 경우 20~30밀리세컨드인데 반해 CD-ROM은 5백밀리세컨드나 된다.

용량이 큰 CD-ROM은 개인의 사소한 정보보다는 공장같은 대단위 정보가 필요한 수요자에게 엄청난 효과를 가져다 준다. 그래서 과학정보, 법률정보, 경제정보 등은 CD-ROM으로 저장처리하면 훨씬 효과적이다. 현재 미국에서 미미하나마 형성되고 있는 CD-ROM시장도 대부분 대법원이나 대규모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시장이다.

교육분야에서도 가령 지리학강의와 연구에는 CD-ROM이 효과적이다. 지도를 비교 분석 판독하는 작업은 많은 공간과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CD-ROM을 쓸 경우 엄청난 효과를 볼 수가 있다.


CD-ROM이 내장된 자동차
 

1990년이 분수령

그러나 상업성여부는 일반가정에서 CD-ROM을 필요로 하느냐 하지 않느냐에 달려있다. 현재 CD-ROM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제작사들은 1990년을 상업성을 결정짓는 분수령으로 잡고 있다. 필립스나 소니사는 1986년 3월 시애틀에서 열린 국제 CD-ROM대회에 가정생활을 위한 CD-ROM시스템 CD-I(Compact Disc-Interactive)를 내놓았다.앞으로 3~4년 후인 1990년경에 상품화될 전망이다. CD-I는 일종의 지능을 갖춘 CD-ROM인테 마이크로컴퓨터에 연결되지 않고서도 작동이 가능하다. 마이크로프로세서를 내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축이나TV에 연결해서 사용할 수도 있다. 작동방법도 오디오디스크를 다룰 때 처럼 간편하다. 이 디스크의 적용영역은 무한하다. 자동차안에서 CD-ROM정보를 작동시키면 음악, 도로정보, 휴게소정보, 여행관광정보, 날씨 등 거의 모든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 집안에서는 가령 음악을 들으면서 연주곡의 악보와 실황까지 볼 수가 있다. 그 이외의 정보서비스는 말할 필요도 없을 정도다. 백과사전은 물론이고 도서관전체를 집안에 옮겨 놓은 효과를 얻을 수가 있다. 필립스와 소니는 이미 CD-I의 규격을 정하고 합의를 보았다. 필립스에서는 내년 쯤 CD-I의 새로운 모델들을 내놓을 예정으로 있다.

CD-ROM의 궁극적 목적은 많은 정보를 싼값에 대량공급한다는데 있다. 정보의 저장이 목적이 아닌 것이다. CD-ROM의 선교사격인 '빌 게이트'의 꿈이 실현될 날도 얼마남지 않았다. 20세기의 파피루스는 이미 발명되었고 선사에서 역사로 넘어온 인류의 문명사는 또 다른 어떤 시대로 접어들기 시작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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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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