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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는 상식을 가질 수 있다

인공지능논쟁

인공지능 논쟁 중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인공지능이 얼마나 현명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제한받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분야에서 종사하고 있는 과학자들은 좁은 지식분야에서 추리하는 능력을 가진 컴퓨터 프로그램은 만들어 낼 수는 있었으나 하나의 중대한 모순에 봉착하고 있다. 서양장기를 두거나 미분방정식을 풀거나 재무기록을 정산하는 것과 같은 성인들의 기술을 쉽게 익힐 수 있어도 어머니의 얼굴과 자기의 음성을 인식하는 따위의 어린이들도 금방 배울수 있는 일에 부딪친다면 기계는 금방 얼어버린다.

인간과 컴퓨터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컴퓨터와의 서양장기게임


오늘날 인공지능에 대한 논쟁의 핵심은 기계가 과연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을까?'는 문제이다. 인공지능 전문가들 중에는 인공지능의 초보단계인 '전문가 시스템'은 인간의 생각하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른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기계가 사람처럼 생각하려면 인간이 갖고 있는 상식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식을 갖춘다는 것은 세상일에 관해 엄청나게 많은 지식(정보)를 알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신발을 신는 방법, 길을 건너는 방법에서 잘 익은 과일을 고르는 방법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되는 상식까지 골고루 기계가 갖춘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우리가 갖고 있는 상식은 수억개에서 수십억개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전문가 시스템은 대개 2천에서 3천개의 규칙을 다룰 수 있고 서양 장기의 명수는 전문영역에서 대개 5만개의 규칙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래서 스탠포드대학의 파이겐바움은 인간이 갖고 있는 상식의 일부를 코드화하여 컴퓨터에 입력하자면 엄청나게 많은 인원을 동원해도 한세대의 세월은 걸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탠포드대학의 맥카디교수와 매사추세츠공대(MIT)의 마빈민스키교수는 기계에게 인간의 상식을 고루 입력하자면 적어도 3백년은 걸릴 것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맥카디와 민스키는 이렇게 인간에 관한 모든 상식을 기계에 입력시킨다면 기계는 사람처럼 지능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될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버클리)대학의 실존주의 철학교수인 휴버트 드레이퍼스는 이렇게 많은 상식을 갖춘다고 해도 컴퓨터는 결국 사람과 같이 '생각'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 보고있다. 지난20년간 인공지능을 둘러싼 논쟁에서 앞장을 서 온 드레이퍼스는 사람과 컴퓨터는 '생각하는 방법'이 근본적으로 다르기때문에 이렇게 많은 상식에 관한 정보를 입력했다고 해도 컴퓨터는 사람처럼 '생각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인간은 일상세계를 이해하는데 많은 규칙이나 사실을 마음 속에 간직할 필요가 없으며 일을 올바르게 처리할 수 있는 판단이 저절로 갑자기 떠오른다. 그러나 컴퓨터는 기억과 영상을 갖고 유사성을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드레이퍼스는 컴퓨터가 스펙트로그램을 분석하고 체스를 두는 것과 같은 복잡한 일은 할 수 있어도 네살짜리 어린이가 이해하는 정도의 이야기조차 이해할 수 없으며 앞으로도 절대로 이해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이유는 사람은 질투를 포함한 인간의 감정과 일상적인 일, 그리고 '다른 모든 것은 같다'고 말할 때 다른 모든 것이 무엇인지 일일히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으나 컴퓨터는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우리 생애는 물론 예측할 수 있는 미래에도 인간과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보트는 등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드레이퍼스는 과학자들이 우리가 생각하는 방법을 설명할 수 있는 정밀한 규칙을 결코 고안해 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런 주장은 지구가 납작하다는 주장과 같다고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펄쩍 뛰고 있으나 드레이퍼스의 주장이 틀렸다고 증명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인공지능 연구자들도 영리한 컴퓨터를 만들기에 앞서 우선 지능이 어떻게 우리내부에서 작용하고 있는가 하는 설명을 도출해 내야한다는 점에 대해서는 뜻을 같이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버클리)대학의 철학자인 존서얼교수는 생각하는 힘을 갖고 있는 두뇌는 거의 복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아무리 정교한 기계라고 해도 인간처럼 생각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우기 컴퓨터가 하는 일은 모두 심벌을 조작하는 것이며 이 심벌은 컴퓨터에게 아무 의미도 없기 때문에 컴퓨터는 진짜 생각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컴퓨터는 인간의 의식이나 또는 지각에 대응하는 속성은 아무것도 없다고 서얼은 말하고 있다.

그런데 의식이 무엇인지 진정으로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에 기계의 의식문제에 대한 진정한 해답을 갖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MIT의 민스키교수는 의식이나 지각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신비스러운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감각과 정서는 심오한데 반해 아이디어를 얻거나 생각하는 등의 지능은 이해하기 쉽다고 조심스럽게 주장한다.

낙관론자도 방법론에는 이견(異見)

한편 '생각하는 기계'의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인공지능전문가들사이에도 방법론을 둘러싼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MIT의 민스키와 스탠포드대학의 맥카디는 인공지능과 상식문제의 해결방법에서는 입장을 달리하고 있다. 민스키는 상식이라는 것을 표시하는데 어떤 상황에서도 반드시 중심적인 '프레임'이 있다는 생각에서 프레임 접근방법을 고안했다. 예컨대 '스누피'에 관한 프레임에서는 '브리드(사냥개)'와 주인 (찰리 브라운)과 같은 사항이 포함되어있다. 한 프레임은 또 다른 프레임에서 정보를 끌어 올 수 있다. 그리서 '스누피'는 개이며 개는 포유동물이라는 식으로 연결된다.

민스키는 맥카디가 인공지능에 논리학을 도입하는데 매우 회의적이다. 그러나 맥카디는 컴퓨터 스스로가 세계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을 표현하는데 논리학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결국 지식을 표시하는데 논리학적인 어프로치와 프레임에 의한 어프로치간의 이견이 생기게 된다. 맥카디는 논리학적인 입장에서 볼 때 일반적인 상식적 지식을 일련의 논리언어로 쓰인 글로 표시하고 그 겨냥하는 목표도 이런 글로 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X는 새이다. 새는 하늘을 난다. 따라서 X는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것이 하나의 논법이다.
그런데 민스키는 이와같은 글을 사용하여 논리학이 얼마나 쓸모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민스키의 반론은 여기에는 예외가 많다는 것이다. 예컨대 펭귄이나 타조 그리고 죽은 새는 당연히 날 수 없다. 이에 대해 맥카디는 충분히 농다가 짙은 대기 속에서는 중력이 매우 적다면 타조도 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편 민스키의 프레임 접근법은 컴퓨터가 사건의 인과적인 차례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거의 되지 않는다고 해서 예일대학의 로저 샹크와 그의 동료들은 '스크립트'라고 불리는 접근방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일상적인 시나리오대로 나가는 것이다. 예컨대 레스토랑 스크립터는 우선 예약하는 것, 메뉴를 읽는 것, 주문을 하는것, 그리고 떠나기 전에 팁을 테이블위에 남겨 두는 것등이다. (팁을 남길 때 컴퓨터에게는 이것이 서비스에 대한 팁이며 육상경기 우승자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타일러두어야 한다.)

아직 승패는 나지 않았다

샹크는 또 사랑이나 야심과 같은 인간의 정서에 관한 모델을 만들기 시작하는 한편 다른 연구자들도 물리학이나 심리학에 관한 우리의 직관적인 이해력을 부호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대부분의 인공지능 시스템에서 가장 두드러진 사실은 인공지능이 얼마나 현명한가 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제한을 받고 있는가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중에는 상업적인 '전문가 시스템'을 '바보과학자'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예컨대 '마이신'이라는 전문가 시스템은 혈액질병에 관해서는 모르는 것이 없으나 환자가 어떻다거나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사람의 얼굴을 인식할 수 있는 시각시스템이나 식탁을 준비할 수 있는 로보트는 아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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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현원복 과학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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