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 산업은 많은 사람에게 무공해의 '클린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인체에 유해한 인공합성화학물질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집중적인 화학공정이 도사리고 있다. 이 글은 일본, 미국, 스웨덴에서 나온 각종 보고서와 신문, 잡지를 참고해 정리한 것이다.
세계적인 반도체회사들이 집중돼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실리콘밸리'. 수많은 '성공스토리'를 낳은 이땅에서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오염수를 퍼올리고 오염토를 제거하는 공사가 한창인 것이다. 그것이 비록 완전한 회복을 바랄수는 없을 지언정.
60년대까지만 해도 샌프란시스코 남쪽에 위치한 이 계곡은 '기쁨의 땅'이라 불렸고 넓은 평지와 완만한 구릉의 과수원 지대였다. 70년대부터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을 찾아 3천이 넘는 반도체기업이 몰려들면서 반도체인 실리콘의 이름을 따서 '실리콘밸리'라 부르게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음료수판매업'이 이곳에서 가장 성장률이 높은 산업이 되고 말았다.
직업병 발병률 3배
최초로 오염이 발견된 것은 지난 81년이다. '페어차일드'사의 지하탱크에서, 내장에 유독하고 발암물질일 가능성이 있는 트리클로르에탄 등의 유기용제가 흘러나와 지하수를 고농도로 오염시켰다. 그와 때를 같이하여 이 회사주변에서는 심장에 결함이 있는 아이의 출산이 계속되는 대소동이 발생하였다.
그후 오염의 규모는 번져가기만 했다. 캘리포니아 보건당국이 조사한바에 따르면 조사한 약3백50개의 지하탱크 중, 부식되거나 금이 간 89개에서 누출이 인정되었다. 16개의 공공 상수도 수원과 43개의 개인우물이 폐쇄되었고, 검출된 화학물질은 1백종을 넘었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반도체산업의 지하저장탱크 5천개 중 1천개의 탱크가 누출의 위험을 안고 있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캘리포니아 보건당국이 3년간에 걸쳐 조사한 보고서에는 어떤 지역에서는 평균치와 비교해 유산이 2배, 심장이상아 출산이 3배라는 보고도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여러가지 화학물질을 개스상태로 호흡할 가능성이 있는 반도체공장의 종업원은 다른 산업에 비해 피부염, 호흡기질환, 간 및 신장이상 등의 발병률이 3배이상 된다는 연구성과도 하이테크산업의 '클린이미지'를 흐리게 하고 있다.
84년 5월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유수한 반도체 회사인 M/A-Com사의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제이제모텔'은 비소화수소개스에 과다하게 노출된 결과로 죽고 말았다. '직업의 안전 및 건강을 위한 매사추세츠연맹'은 그 회사가 종업원의 유해화학물질의 처리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했다고 주장했다.
하이테크 산업의 신화
반도체산업을 중심으로한 하이테크산업은 밝고 멋진 연구실 그리고 안전하고 안락한 작업환경을 가진 깨끗한 설비로 종종 칭송을 받는다. 이것은 위험한 작업, 지독한 냄새, 시커먼 연기를 분출하는 굴뚝 등으로 상징되는 철강 및 화학 등의 구식산업과 대비된다. 많은 사람들은 하이테크업무에 대해 하얀 실험복을 입고 안락의자에 앉아 현미경을 들여다보면서 난해한 작업을 하는 엔지니어만을 연상한다. 이것이 하이테크산업에 대한 대중적 이미지다. 이런 이미지가 장래성있는 일을 찾는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하이테크산업을 지역사회로 불러들이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게 한다. 캘리포니아와 매사추세츠에서 사건이 벌어지고 있을 때 과학과 미국 국민들의 의식은 거북이걸음을 하고 있었다. 예방 의학자, 공무원, 회사경영층은 하이테크산업이 근로자와 지역주민들에게 위험할 수도 있다는 것을 쉽게 시인하려하지 않았다. 하이테크산업이 깨끗하다는 신화는 쉽사리 깨지지 않았다. 그러나 하이테크 산업이 건강 및 환경에 중대한 위협을 가한다는 증거는 깊어만 갔다.
미국의 반도체산업에서 '하이테크 악마'란 이름을 얻은 유기용제는 이미 일본의 지하수도 오염시키고 있었다. 일본환경청의 조사는 도쿄, 오사카 등의 대도시뿐만 아니라 전국 어느 곳이나 트리클로르에틸렌, 테트라클로르에틸렌이 검출되어 상수도의 수원을 폐쇄시킨 곳도 있다고 밝히고 있다. 수도물의 약 30%를 지하수에 의존하고 있는 일본에서는 상당히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졌다. 분명하지 않은 것은 물질이 반도체 공장에서 나왔는지 아니면 도금이나 크리닝 공장에서 나왔는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83년말 '효고'현'타이시'정의 상수도 수원에서 트리클로르에틸렌이 검출되어 한때 우물의 취수가 정지된 적이 있었다. 이때는 분명히 반도체칩을 제조하고 있는 도시바의 타이시공장이 오염원임이 드러났다. 그러나 용제가 어떤 경로로 흘러나왔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이밖에도 '사가'현, 도코의'타마'강 유역에서도 고농도의 유기용제가 검출되어 반도체공장과의 관련이 추측되고 있으나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다. 반도체공장과 오염과의 관계가 애매한 한가지 원인은 사용되는 인공합성화학물질이 '기업의 노하우'와 관련이 있고 유해물질에 대한 미지근한 법적규제 때문이다.
극단의 정밀공정
하이테크 산업의 중심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이다. 이 산업은 2차대전 직후 '벨'연구소에서 만들어낸 트랜지스터를 시작으로 지난 30년간 대단한 발전을 해 왔다. 초기에는 게르마늄으로 만들어졌으나 보다 구하기 쉽고 값싼 실리콘으로 대체되어 라디오로부터 군사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변혁시켰다. 최초의 반도체는 전화장치와 보청기 등에 사용되었는데 실제적인 혁신은 컴퓨터에서 일어났다. 컴퓨터의 발전과 반도체칩은 서로 상승작용을 하게된다. 1950년대의 집채만한 크기로부터 오늘날의 책상위의 조그마한 모델에 이르기까지 컴퓨터는 반도체칩에 의해 크기와 가격면에서 매우 작아졌다. 컴퓨터는 반도체칩에 대한 엄청난 수요를 발생시켜 오늘날의 반도체시장을 형성했다.
한개의 칩속에 수만개나되는 소자를 집적시키는 256K D램 등의 VLSI급 반도체는 어떤 공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것일까. 반도체제조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지만 기본공정은 소재가공, 웨이퍼가공, 단순조립의 3가지로 나뉠 수 있다.(그림1)
단(單) 결정의 실리콘봉을 성장시켜 웨이퍼를 만드는 소재가공부분에서는 인체에 해로운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것은 마스크 제작 및 웨이퍼가공부분이다. 반도체 회로설계가 완성되면 마스크제작에 들어간다. 마스크는 깨끗한 유리판 위에 크롬을 입히고 그위에 내산성(耐酸性) 감광제를 발라준다. 이 크롬판을 패턴제너레이터에 넣고 노광을 하면 반도체 10배 크기의 회로가 찍히고 이것을 산성용액으로 처리하면 투명유리에 가느다란 검은 선의 회로도를 얻게 된다. 이것을 레티클(Reticle)이라고 부르는데 레티클은 반도체가 어떤것인가에 따라서 여러가지 제작된다. 레티클을 사용해 원판마스크를 만들게 되는데 여기에 먼지가 묻게되면 계속 불량품 반도체가 생산되므로 원판마스크는 1미크론의 먼지도 허용치 않는 곳에 보관해야 한다.
마스크가 완성되면 실리콘웨이퍼에 회로를 사진으로 찍어야 한다. 이때 실리콘웨이퍼를 고온에서 산소와 반응시켜 표면에 이산화 실리콘층을 형성시킨다. 이산화 실리콘층은 우수한 절연체 역할을 하여 외부로부터 전기적인 작용을 막아줄뿐만 아니라 반도체내의 전자적인 변화가 외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단절시키는 튼튼한 담의 구실을 하게된다.
일단 이산화실리콘층이 형성된 웨이퍼는 전기로에서 꺼내져 감광제를 칠해주게 된다. 복사노광은 위쪽에 마스크를 그 밑에 웨이퍼를 놓고 빛을 쏘여 감광막 표면에 회로의 사진을 찍는 작업이다. 이때 회로도에 가려진 부분은 나중에 산(Acid)처리에서 녹아나지만 광선을 쏘인 부분은 감광제가 변하면서 산(Acid)속에서도 이산화실리콘을 보호하는 구실을 한다.
보통 노광원으로는 파장이 짧은 자외선을 사용했는데 반도체의 집적도가 높아지면서 자외선은 한계를 갖게 되었다.
(그림2)에서 처럼 직각으로 이산화실리콘층이 파여져야, 좁은 공간에 가능한 많은 선을 넣을 수 있게 된다. 자외선 대신에 찾은 새로운 노광원은 전자빔이다. 최근 생산되는 65KD램이나 256KD램 등의 반도체칩은 모두 전자빔 노광기가 만들어짐으로서 가능하게 된 제품이다.
웨이퍼 표면의 감광제에 마스크의 회로도가 찍히면 불화수소(HF)용액에 넣고 필요한 이산화실리콘을 녹여내는 에칭(식각)작업을 한다. 에칭이 끝난 웨이퍼는 화학용액에 의해 깨끗이 씻어낸다. 군데군데 이산화막이 깍여나간 실리콘웨이퍼는 다시 전기로에 넣어져 불순물을 주입하는 확산과정을 거친다. 석영관으로된 고온의 전기로에서는 인이나 붕소의 화합물을 기체상태로 넣어 수시간동안 실리콘 웨이퍼에 원하는 만큼의 불순물을 주입시킨다. 산화막을 제거한 자리에 인을 넣으면 N형반도체가 되고 붕소화합물을 넣으면 P형반도체가 실리콘표면에 자리잡는다.
반복 사용되는 인공합성화학물질
보통 반도체는 이제까지 설명한 산화막, 감광막, 노광, 에칭, 세척, 확산 등의 과정을 여러번 반복하면서 탄생하는 것이다. 이처럼 반도체 제조는 화학반응, 화학적세척, 그리고 여러가지 방사전파에 대한 노출 등의 공정이 있다. 대부분의 일은 조립라인에서 매우 정교한 상태로 행해진다. 위험은 유독물질, 방사전파 및 전기적 충격에 대한 급작스런 노출 혹은 만성적노출에서부터 긴장과 피로에 이르기 까지 여러가지가 있다.
(표1)을 보면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화학물질과 이에따른 증상이 설명되어있다. 앞에서 설명한 제조공정 이외도 캡슐화작업, 전기도금, 접착 및 납땜등에도 인체에 유해한 인공합성화학물질이 사용됨을 알 수 있다. 이들 위험은 용제, 알칼리, 금속 등에 대한 노출과 개스에 의한 노출, 방사능 전파에 의한 노출 및 작업장의 긴장에서 오는 것으로 분류할 수 있다.
● 용제 알칼리 및 금속
이들은 전기도금, 에칭, 납땜, 그리고 탈지작업 등의 제조공정에서 사용되는 기본물질이다. 이들에는 트리클로르에탄, 메칠알콜, 납, 비소, 카드뮴, 황산, 질산 등이 포함된다. 이들은 노출시 피부에 염증이나 화상을 입힐 수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소량의 흡입 또는 섭취에 의한 것이다. 일단 폐나 뱃속에 들어가면 호흡곤란, 위경련, 두통 등을 유발한다. 장기간 흡입을 계속하면 혈액이나 장기에 손상을 입게 되며 암 혹은 생식불능증세도 유발할 수 있다.
● 개스와 증기
개스는 불순물 주입, 세척, 산화막제거, 산화방지 등에 사용된다. 개스와 증기는 대부분 눈, 피부, 코에 염증을 유발시킬 수 있다. 인화수소, 비소화수소 혹은 무색의 유색개스(Phosgene)에 장기간 노출되면 호흡기손상, 혈액이상이 유발된다. 개스와 증기에 노출은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로 심각하다. 1982년 6월 매사추세츠주어낼로직 공장의 61명의 근로자들은 저장탱크에서 노출된 염화메칠렌에 과다하게 누출된 결과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 나중에 밝혀진 결과 염화용제는 발암물질이라 생각되는 1,1,1-트리클로르에탄과 혼합되어 있었던 것이었다.
● 방사전파
마이크로 일렉트로닉스 산업에서는 이온화방사전파와 바이온화방사전파 모두가 발견된다. X선은 품질관리에서 종종 사용되며, 마이크로파는 에칭에서 레이저는 마이크제조와 웨이퍼절단에 사용된다. 방사전파에 대한 기준은 아직 확립되어 있지 않으나 직접적인 노출은 눈 및 장기에 손상을 입을 수 있고 미량의 방사전파라 하더라도 장기간 노출되면 피부에 염증 및 화상을 입을 수 있다.
● 긴장(스트레스)
긴장은 세밀하고 반복적이며 단조로운 작업을 시간적인 제약 속에서 행할 때 비롯된다. 이는 시간외 근무, 작업촉진 등으로 증가된다. 반도체제조와 조립은 긴장을 유발하기에 적합한 조건을 고루 갖추고 있다. 긴장결과 피로, 초조감, 근육통이 발생하며 장기간 계속되면 궤양, 고혈압, 당뇨, 심장마비, 중풍 등의 결과를 빛게 된다.
반도체 산업은 왜 위험한가
반도체 산업은 미래사회를 떠맡은 핵심산업이다. 기술수준이나, 투자규모, 타산업에 미치는 영향 등 첨단산업의 대명사가 되기에 충분한 조건들을 고루 갖추고 있다. 반도체산업은 우리의 생활환경을 송두리째 뒤바꾸어 놓을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컴퓨터나 로보트라는 것도 반도체를 이름만 바꿔놓은 것에 불과하다.
반도체산업은 또한 성장산업이다. 최근 10년동안 10배 이상의 성장을 해왔을 뿐아니라 앞으로도 더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반도체산업에 위험이 존재한다는 것은 심히 우려할만한 사실이다. 하이테크 산업 즉 반도체산업을 위험하게 만든것은 개인의 책임은 아니다. 이들 위험은 이 산업의 발전상황의 결과인 것이다.
반도체산업의 다른 산업에 비해 특히 위험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 반도체산업은 인공합성화학물질의 새로운 시대에서 발전하고 있다. 2차대전이후 석유화학산업에서의 주요기술혁신은 광범위한 인공합성화학물질을 만들어냈다. 2차대전중 화학적 연구에 대한 방위산업투자의 결과로 새로운 화학물질이 시장에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참고로 미국의 인공합성화학물질의 총생산량은 1940년 1억파운드로 부터 1950년 30억파운드, 1976년 3백억파운드로 증가했다. 이러한 새로운 화학물질의 양과 종류의 급속한 증가는 반도체 산업의 발전과 병행되었다. 원자재가 한정되었고 또한 자연의 산물을 사용했던 과거의 산업과는 달리 하이테크산업은 에틸렌, 톨루엔, 벤젠, 스티렌 구염화에틸렌이나 염화메틸렌과 같은 복합할로겐화탄화수소, 그리고 여러가지 새로운 케톤과 수지 등을 용제로 사용하는 것이다.
둘째로 하이테크산업의 많은 위험은 유독한 화학물질에 대한 장기간의 노출로 인한 것이다. 노출 후 수년이 지나야 노출의 영향이 나타난다. 이러한 긴 잠복기간은 암, 장기 및 세포손상 혹은 생식기관의 이상 등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반도체제조공정에서 보편적으로 이용하는 화학물질 중에는 발암물질, 기형유발물질 그리고 주요장기에 유해하게 작용하는 물질들이 있다. 이들중 몇몇은 수세기동안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는 물질도 있으나 많은 새로운 화학물질들은 거의가 효과적인 시험 혹은 장기적인 관찰이 안된 것들이 많다. 또한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한가지 화학물질이 아니라 수많은 물질에 노출되는 것이다. 각각의 화학물질에 대해 허용된 기준치 이상으로 여러가지 화학물질에 노출된 사람은 이들 물질간의 상호상승작용 또는 한 화학물질에 대한 신체의 저항력을 다른 화학물질이 방해하는 작용으로 인하여 중대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셋째로 수많은 종류의 제품을 만드는 반도체회사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가 어려운 것이다.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산업은 수천개의 경쟁회사들로 이루어져있으므로 기술혁신 및 독점지식이 종종 성공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이러한 지극히 실험적이고 경쟁적인 환경은 수백종류의 화학물질이 별 시험없이 사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쟁에서 우위를 지키기 위해서는 화학물질의 종류, 사용량, 사용방법을 철저히 보안된 사업상의 비밀로 하고 있다. 제조 및 제품의 다양성과 비밀보호는 공해전문가, 예방의학자, 독극물학자 그리고 검사공무원들로하여금 어떤 화학물질이 어디서 얼마만큼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알아내는데 어려움을 겪도록 한다.
깨어지는 '클린' 신화
하이테크산업의 '클린이미지'로 인한 가장 나쁜 결과 중의 하나는 건강 및 오염문제에 대해 학자들의 관심을 벗어나게 했다는 것이다. 출산장애, 장기손상, 피부 및 눈의 손상, 암 그리고 죽음에 대한 얘기는 증가되고 있으나 과학적 연구는 진전된 것이 없다.
그래도 그중에서 정확한 조사를 바탕으로 한 최초의 연구는 유독화학물질의 노출에 대한 통계를 가장 정확하게 갖고 있는 스웨덴에서 나왔다. 전자산업에 종사하는 스웨덴 근로자들에대한 연구결과 모든 종류의 암의 발생이 약간씩 증가하고 있음이 들어났다. 특히 후두암과 호흡기계통의 암이 두드러졌다.
1970년대 중반 미국의 '국립직업의 안전및 건강기구(NIOSH)'는 전자산업계 회사들의 건강위험평가를 끝마쳤다. 결론은 다음과 같이 완곡한 표현으로 맺었다. "직업과 관계된 중대한 건강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이 NIOSH의 견해다" 그후 NIOSH가 후원한 2개의 연구는 반도체산업의 건강문제를 연구했다. '바텔'연구소에서 행해진 연구는 에칭(식각)장치에 의해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에 노출될 수 있음을 발견해 냈다. 또한 제조근로자들은 직업환경에서 인화수소(Phosphine)와 비소화수소(Arsine) 같은 유독개스에 과다하게 노출될 수 있음도 발견해냈다. '리서치트라이앵글' 연구소에 의한 또다른 연구는 여러가지 화학물질에 노출됨으로 인한 상호상승효과는 각 화학물질에 의한 누출효과를 따로따로 계산하여 합한 것보다 클수도 있다고 했다. 1981년 '직업의 안전과 건강'의 캘리포니아분회는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42개 반도체 회사들을 기초로 한 연구를 끝마쳤다. 이 테마는 반도체제조업의 직업병은 일반제조업의 경우보다 3배나 많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반도체산업의 경우 1백명당 1.3명, 일반제조의 경우 0.4명) 또한 같은 기간의 반도체 관련 직업병의 46.9%는 전신중독(주로 유독화학물질에의 노출로 인한)에 의한 것임을 보여주었다.
이처럼 연구성과는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지만 한단계씩 진전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건강 및 오염문제에 대해 미국에서 관심이 증대되고 있을 때, 세계 반도체수요량의 약40%를 공급하고 있는 일본에서도 본격적인 조사가 시작되었다.
85년 11월 일본 환경청에서 지방 지방자치단체가 반도체 공장을 유치할 때, 환경보전정책을 진행시킬 '지침서'를 마련했다. 내용은 반도체공장의 배수·배기측정과 탐방조사를 중심으로 비밀에 싸여있는 공장의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기본내용이 담겨져 있다. 반도체 제조공정을 설명하고 공정마다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반응, 대기나 물로 배출될 가능성의 유무 등이 설명돼있다.
또한 일본정부는 86년 5월20일, 85년도 환경백서를 발간하면서 '과학기술의 진보와 환경문제와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지적하고 반도체산업과 바이오테크노롤지 등에 의한 환경오염에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백서는 첨단산업에 의한 환경오염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안전성 점검이나 오염상황조사가 절대로 필요하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화학물질에 의한 환경오염은 한번 진전되면 그 회복이 곤란하다'고 지적하면서 방지책으로 화학물질의 사용이나 폐기 등에 대한 정보수집, 환경오염 상황파악 등을 강조했지만 그 구체적 실례나 연구성과는 아직 미진했다. 그 이유는 기업측의 적극적인 협조가 충분하지 못한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으나 첨단기술에 의한 환경오염이 워낙 미지의 부분이 많다는 것이다. 보통 하이테크오염을 '불확실성의 환경문제'라고 부른다. 다만 그 불확실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무엇이 어떻게 사용되고 어떤 형태로 환경에 배출될 우려가 있는지 명확히 하는 것이 첨단 시대의 환경보존의 첫걸음인 것이다.
국내 상황은 시간을 두고 조사를
우리나라 반도체생산은 1965년 고미반도체에서 트렌지스터를 조립하기 시작한 이래 20년의 기간이 경과했으나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한 것은 LSI급 대규모 반도체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83년 이후라할 수 있다. 국내 반도체생산 총액은 84년의 경우 12억6천7백58만달러(전자공업생산의 17.7%)이며 최근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25%를 웃돌고 있다. 또한 국내의 반도체업체는 총 32개사로 소재부분 7개, 웨이퍼가공업체 4개, 조립전문회사가 21개사이다. 이중 외국인 업체 8개사는 모두 조립가공업체이며 합작회사는 소재부분 6개사, 웨이퍼가공 1개사, 조립에 5개사가 있다.
최근에 와서는 256KD램, 1MD롬 등의 개발로 국내수요와 더불어 수출물량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매출액의 40%이상을 재투자하고 있는 상황이므로 국내 반도체 산업의 성장률은 점점 가속화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반도체제조공정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대한 어떤 조사보고서도 나온적이 없다. 하이테크의 '클린이미지'의 장벽이 의외로 두껍게 쳐져 있는 것이다. 물론 반도체산업의 역사가 짧고 생산량이 미국, 일본에 비해 비교가 안될 정도로 적은것은 분명하나 그에 대한 관심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한 일이 아닐수 없다.
고려대학교 환경의학연구소의 김광종 박사는 "일부 반도체공장을 포함하여 생산업체의 유해화학물질 사용에 대한 일반적인 조사를 해왔지만 특별히 반도체공장에서 어떤 문제점을 발견하지는 못했다. 회사 자체내에서 국가에서 정한 기준치를 어기는 일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첨단산업에서 사용하는 인공합성화락물질은 규제대상에서 빠진 것이 많고 어떤 물질을 어느정도 사용하는지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는 힘들다는 어려움이 있다. 조사기간을 장기화하고 반도체회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특별 조사를 한다면 결과를 어떻게 나올지 불확실하다. 좀더 시간을 두고 관심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키는 유해화학물질 폐기문제에 대해 연세대학교 환경공해연구소의 정용박사는 "실리콘밸리의 지하수 오염문제는 많은 학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반드시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쓰다버린 화학물질이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도 반도체공장에서 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밝혀진 것은 없지만 아직까지는 특별한 문제로 대두된 적은 없다. 아직 우리나라는 반도체 생산 역사가 짧으므로 사전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연구를 서두르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의견을 밟혔다.
느린 속도이기는 하지만 하이테크오염에 대한 관심은 전세계적으로 커져가고 있다. '첨단산업은 깨끗하다'는 위험한 신화가 금이 가기 시작한 지금, 1차적인 대처방안은 다음 2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우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앞에서 밝혔듯이 마이크로일렉트로니스 산업에 대하여 믿을 만한 연구가 없다는 것이다. 예방의학자들과 건강운동가들이 중대한 노출 및 그 결과에 대해 경고하고, 회사측은 부정하거나 자신들이 피해자라고 변명하고 있으나 실제상황에 대한 확실한 연구가 없다. 주요 화학물질에 촛점을 맞추어 과거에 노출되었던 근로자들의 건강이력을 추적하는 좀더 상세한 연구가 있어야 한다. 또한 근로자, 예방의학자, 그리고 경영자들에게 화학물질노출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그에 따른 계몽이 지속적으로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숨기는 것이 반드시 미덕은 아니다. 첨단산업이 우리의 물질생활을 풍요롭게 해주는 이상 그 이면에 내재된 위험성은 철저히 사전에 봉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