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미국 전역에 커다란 충격을 던져준 '딕 테레시'와 '캐슬린 매컬리프'가 쓴 남자의 임신을 옮긴 것. 체외수정이 30여년전에는 환상처럼 보였듯이 지금 논의되고 있는 남자의 임신도 1세대 뒤에는 평범한 일이 될지도 모른다.
지난 1979년 '뉴질랜드'에서 이상한 출산이 있었다. 29세의 주부 '마가레트 마틴'이 체중 2.268kg의 건강한 여자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그녀는 8개월 전에 자궁을 떼내는 수술을 받았던 것이다.
자궁없는 여자의 출산
아마도 그녀의 수정란은 자궁을 찾아 복강을 헤매다 그대로 장(腸) 위에 착상해 버렸으리라. 자리를 잡은 수정란은 자궁의 도움을 빌지 않고 임신기간을 무사히 채운 뒤 출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제 자궁이 없어도 아이를 낳는다는 게 실증된 셈이다.
"이 출산으로, 수정란을 복막에 착상시키면 남성도 임신할 수 있음이 증명 되었읍니다."
마가레트의 주치의인 '피터 잭슨' 박사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남성임신 시대 도래!"
온세계 신문들이 이 사실을 다투어 대서특필했다. 이 기사를 읽고 임신에 대한 희망을 품은 남성도 적지 않은 수에 달했다. 인간생식이라는 분야의 최첨단에 서 있는연구자에게는 어머니가 되고 싶은 소망을 가진 남자들로부터 편지가 쇄도했다. 성전환 수술을 한 남자도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성적으로 정상적인 남성이었다.
남자가 임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연 믿어야 할 것인가?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뉴질랜드 케이스가 발생하기 휠씬 전에 실시된 하나의 실험이 그 가능성을 밝혀 주고 있다.
60년대 중반 '조지 워싱턴'대학 의과대의 '세실 야코브센'박사는 매우 특이한 실험을 했다. 그는 동료교수인 '로이 헤르츠'박사와 한 팀이 되어 암컷 비비의 수정란을 수컷의 복막에 이식했던 것이다. 장(腸)의 앞면에는 프롱(prong)과 같이 아래로 늘어뜨려진, 혈관이 많은 지방조직이 있는데, 암컷 비비에서 드러낸 수정란을 대망(大網)이라 불리는 수컷의 이 조직에 착상시켰다.
"수정란은 이곳에서 충분한 혈액과 영양분을 공급받았읍니다. 수컷 비비에게 소량의 화학약품을 투여하기는 했읍니다만 4개월 이상 '임신상태'를 유지했읍니다."
야코브센은 이렇게 보고했다. 그러나 당시 이 실험은 그다지 주의를 끌지 못했다.
태아의 강한 자생력
이 실험은 태아의 강한 자생력을 입증하고 있다. 그 증거로, 태아는 수정란으로서 착상하면 어머니(이 경우는 아버지) 로부터 영양분을 흡수하는 기관인 태반(胎盤)을 스스로 만든다. 태반이라는 것은 편의주의여서 체내 어디라도 달라붙는 기관이라 할 수 있다.
태반은 주위에서 혈관을 찾아내어 이것을 이용한다. 혈액과 영양분만 풍부한 장소라면 태반, 즉 태아는 어느 곳이든 착상한다.
'침식하는 조직'-UCLA의 신경내분비학자 로자 고스키는 태반 같은 융모(絨毛)조직을 이렇게 부를 정도이다.
야코브센 팀은 이번에는 수정란을 수컷 비비의 콩팥과 지라에도 이식해 보았다. 그러나 결과는 대망(大網)에 착상시켰을 때와 같지는 않았다.
비비의 임신기간은 보통 7개월, 하지만 야코브센 팀은 4개월이 되자 태반을 들어내 버렸다.
"마음만 먹었다면 임신기간을 채울 수 있었을 것입니다. 태아의 발육은 정상이었읍니다. 우리가 태아를 끄집어 냈을 때, 아직 살아 있었어요."
수컷 비비에게 출산까지 시킨다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다고 야코브센은 말한다. 그들의 본래의 목적은 난소암에 걸린 임신부를 위한 것이었다.
"문제는 수컷도 임신이 가능한지가 아니라 태아가 어느 단계에 이르면 필요한만큼의 호르몬을 생성할 수 있는 가였읍니다."
이것을 조사하는 데는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여러 암컷에서 난소를 드러냈을 때 죽어 있는 태아가 얼마나 되는가를 보는 방법이며 또 하나는 각각의 단계에 있는 수정란을 수컷에 이식시켜 태아가 사는가를 조사해 보는 방법이다.
야코브센팀의 실험결과만을 보면, 수정란은 독립해서 존재할수 있으며 자기 생육에 필요한 호르몬은 자급 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자궁외 임신이 갖는 의미
야코브센팀의 실험이 있은 지 20년이 지났다. 그러나 그 자세한 내용에 관해서는 지금도 여전히 실태를 파악할 수 없다. 그는 결과를 공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는 그의 실험이라는 것이 사실무근 이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비판까지 일고 있다.
그렇지만 그는 신뢰를 받을 만한 인물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버지니아주 생식유전학 센터 소장으로 있는 그의 태아의 염색체 이상(異常)을 발견하기 위한 양수천자(羊水穿刺)를 개발, 처음으로 이것을 사용한 인물이다. 지금에 와서는 유전자에결함이 있는 아이를 낳을 우려가 있는 고령의 여성에게 양수천자를 하는 일은거의 당연시되어 있다.
수컷을 임신시킨 야코브센 실험은 영장류를 실험대상으로 한 점에서는 유일한 예라고 할 수 있으나 같은 실험이 조류나 설치류, 양서류 등을 대상으로 해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옥스포드 대학의 '레이비드 카비'박사는 생쥐의 태아를 수컷의 고환, 지라 콩팥등에 이식했다.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은 것은 고환에 이식한 경우였다. 이때 태아는 정상적인 임신 기간의 약 반인 12일 동안 '완벽한 상태'로 발육을 계속했다고 한다. 정상적인 임신기간을 유지할 수 없었던 이유를 지금은 잊어버린 카비는 음낭의 탄력성이 결여되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라고 추론했다.
고환에는 테스토스테론 같은 남성호르몬이 있다. 그러면 이 호르몬들이 태아의 정상적인 발육을 방해하지 않는가? 만약 방해하지 않는다면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남자들에게는 이것은 희소식임에틀림없다. 이보다 더 그들의 관심을 끈 케이스는 동물실험보다도 바로 같은 인간인 여성이 이제까지 경험한 기이한 임신 실례(実例)쪽.
의학문헌에 따르면 자궁적출 수술을 받은 후에 임신이 확인된 경우가 세계적으로 24건 보고되어 있다. 24건의 자궁외 임신 가운데 23건까지가 사산이었다. 그러나 자궁이 없어도 아이를 낳을 가능성이 있다는것은 남자들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일이다.
뿐만 아니라 논쟁할 여지 없이 그 증거로 되는 것은 물론 24번째 케이스인 저 뉴질랜드의 마이가레트 마틴과 그녀가 낳은 체중 2.268kg의 아기이다.
자궁외 임신의 대부분은 태아가 나팔관에서 자라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그 중에는 아주 드물게 수정란이 복강에 착상하여 그곳에서 태아가 자라기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복막임신을 정확하게 진단하기란 매우 어렵다.
81년 7월 뉴저지주에서는 자궁 위쪽에 커다란 종양이 생겼다는 진단이 내려진 여성이 절개수술을 받았다. 그런데 수술을 해보니 종양은 없었다. 종양이라 판단되었던 것은 사실 복막에서 자란 체중 3.35kg의 아기였다.
79년 8월, 미시간주에 사는 존 포레터라는 의사는 어떤 여성의 맹장절제 수술을 했다. 그런데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AP통신 기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복부를 절개해 보니 어찌된 일인지 그곳에 있는 것은 맹장이 아니라 조그만 발이었다."
임신기간을 미처 다 채우지 못하고 세상을 나온 이 '맹장'은 체중 1.5kg의 남자아이로 그의 이름은 조셉 토마스 퀴크이다.
최초의 '남성 어머니'가 경험하고 감수해야 할 것은 바로 복막임신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위험이 따른다. 통계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복막임신에 의한 사망율은 6~7% 정도이다.
위험은 매우 크다
위험성이 큰 이유 중 한 가지는 수술대에 오르기 전까지는 복막임신이라고 올바르게 진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 의과대 교수이자 성전환 수술의 선구자로 유명한 '존 마네' 박사는 말한다.
"예의 뉴질랜드 케이스가 특이한 것은 담당의사가 정확한 진단을 했다는 점입니다. 병이 아니라 임신이라고 진단하기는 지극히 어려운 일이예요."
마가레트의 경우에도 임신이라는 진단이 내려진 것은 자궁을 드러낸 지 23 주나 지났기 때문이었다. 그녀 스스로 얼핏 혹시 임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가슴이 풍만해지는가 하면 어쩐지 뱃속에서 아기가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자궁이 없는데 임신을 하다니"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될까바 두려워 그녀는 이사실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물론 스스로 희망해서 복막임신을 하는 남자들에게 오진의 염려는 없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위험은 있다. 체외수정의 개척자인 '란드람 쉐틀즈'박사는 손수 여성의 복막에서 건강한 두 아이를 끄집어 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쉐틀즈는 경고한다. 그는 임신부의 장(腸)에 착상해 있는 태아를 떼어내려고 시도한 동료의 경험담을 들어 설명해 주었다.
"그가 난막과 태반을 장에서 떼어내려하자 피가 천정까지 솟아올랐읍니다." 물론 산모는 죽어버렸어요."
자궁에는 당당한 존재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 이는 UCLA의 '고스키'이다.
"분만이 시작되면 자궁은 수축되어 태반과 연결되어 있는 혈관을 닫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 결과 산모는 출혈로 인한 죽음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복막임신의 경우는 태반과 이어져 있는 혈관은 수축되지 않아 모체로부터 태반을 떼어내면 '폭포와 같은'출혈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산부인과 교과서에도 나온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자궁이 있어야만 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쉐틀즈'는 이렇게 말한다. "중요한 것은 복막임신의 경우 태반을 그대로 두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면 태반은 체내에서 흡수되어 버립니다."
그러면 생명을 앗아갈지도 모르는 위험에도 굴하지 않고 여전히 아이 낳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남성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기로 한다.
의사는 우선 체외수정을 한다. 외과수술에 의해 부인의 난소에서 난자를 추출하여, 배양기 속에서 남편의 정자와 수정을 시킨다. 30~50시간 후면 수정란은 2~8세포 단계에 이른다. 크기는 바늘 끝 정도이다. 마침내 이식에 대비해 '카데터(Catheter)에 넣는다.
여기에서 체외수정은 갑자기 역선회한다. 의사는 부인이 아니라 남편의 복막검사를 시작한다. 검사가 끝나면 복막을 조금 절개하여 수정란을 복막하부에 있는 장(腸) 앞쪽의 혈액이 많은 지방조직인 대망(大網)에 부착시킨다.
운이 좋으면 수정란은 그곳에 착상하여 태반이 형성되면서 임신이 시작된다. 그보다 조금 일찍 내분비학자가 남성 산모에게 호르몬을 투여한다. 남자의 호르몬 상태를 임신부와 유사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9개월 후, 특별히 주문한 임신복을 입은 배에서 제왕절개 비슷한 개복수술로 아기는 탄생한다.
84년 1월에 개최된 킨제이 연구소의 심포지움에서 마네는 여섯 명의 성전문 과학자들 앞에서 남성 임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발표했다. 그후 진행된 토론 속에서 '고스키'는 남성임신에 필요한 호르몬 기술은 이미 확립되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앞에서 언급한 야코브센의 비비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보면, 남성에게 여성호르몬을 투여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남성의 신체가 임신에 적합하게 변해 가기 때문은 아닌가"라고 쉐틀즈는 말하기도 한다.
아니면 태아는 아버지의 체내에서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이방인'일지도모른다.
반대론도 속출
그것이 어떻게 해서 이루어지든 남자가 임신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사고방식은 아니다.
"참으로 기괴망측한 일입니다" 게리호젠 박사는 이렇게 말하면서 남성의 임신이란 생명을 잃을지도 모르는 자궁외 임신과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이유로 그에 반대하고 있다.
"자기 배에 태아를 옮겨 주기를 바라는 남성은 아무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 일에 목숨을 내맡기려 하는 것과 마찬가지예요. 의사로서 말하기보다, 의학이 결코 그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복막임신중 일어날 수 있는 출혈을 전혀 멎게 할 도리가 없읍니다. 더구나 생명에 관계됩니다. 기꺼이 시도해 볼 만한 것은 아니죠."
이에 반해 야코브센은 복막임신의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수정란이 나팔관에 착상하는 자궁외 임신은 나팔관 자체가 팽창할 수 없는 폐쇄된 부위이므로 위험합니다. 그러나 복막은 팽창합니다. 물론 위험이 없지는 않죠. 그래도 계속 관찰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죽음을 몰고 올 위험까지는 일어나지않습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는 야코브센조차 자기가 남성임신을 직접 다룬 의사 제1호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남성의 임신은 확실히 가능하지만 "그래도 어떻게 그런 일을 하겠읍니까? 복막임신 기술을 그런 식으로 이용하는 것은 바로 기술남용이라는 게 저의 생각입니다." 이 기술은 어디까지나 아이를 가지고 싶으나 자궁이 없어 안타까와하는 여성을 위해 쓰여져야 할것이라고 말한다.
그래도 출산하고 싶다는 남자들
의사들의 이런 우려를 비웃기라도 하듯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남성은 속출한다.
1964년 7월, 적어도 여섯 명 가량의 성전환 수술을 한 사람들이 멜버른 소재 퀸 빅토리아 의료센터 체외수정 프로그램에 자기를 넣어 달라고 신청했다. 그들은 아기를 낳고 싶었던 것이다. 의료센터측에서는 이 신청을 거절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약 2만 명의 성전환 수술자가 살고 있다. "임신을 한다거나 아기를 낳을 수만 있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돈이 얼마나 들어도 개의치 않아요." 젤리(가명)는 이렇게 말했다. 현재 남성에서 여성으로 변해 가고 있는 그는 제왕절개 따위는 전혀 무섭지 않다고 큰소리치고 있다. 개중에는 호르몬을 투여한 결과 아이에게 수유할 수 있게 된 남성도 있다. 그의 경우는 성전환 후에도 부인과 결혼생활을 계속하고 있었는데 부인은 남편이 '여자'로 되기 전에 임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출산 후, 두 사람은 번갈아가며 아기를 키웠다 한다.
아이를 낳고 싶다는 생각은 반드시 성전환자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부인이 불임증이므로 대신 낳고 싶다는 남성도있다. 그런가 하면 자기가 아기를 낳지 못하니 남편에게 낳게 하고 싶다는 여성의 신청도 있었다.
어쨌든 아이를 낳고 싶어하는 남성은 끊이지 않고 있는 것 같다. 미시간주에 서는 이미 남성임신을 포함한 새로운 출산기술(birth technology)에 대한 시민의 반응을 알아보는 조사를 위촉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무래도 "임신복을 입고 가슴에는 수유용 브래지어를 한 남자가 물건을 사고 있는 모습을 보다니!"하는 의견이 적지 않은 듯했다.
남성이 임신하기 위해서는 호르몬이나 복막임신 치료에 관해 좀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제는 예삿일처럼 되어버린 체외수정도 "체외수정 기술이 실시되는 시대가 왔다"라는 문구가 의학지에 실린 것은 지난 58년의 일이다. 그로부터 실제로 체외수정아를 탄생시키기까지는 20년이 걸렸다.
20년. 앞으로 그 정도 세월이 지나면 어쩌면 남성의 임신도 흔한 일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