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폭격기, 즉 레이다에 잡히지 않는 비행기의 제작이 비밀 속에 진행되고 있다. 정말 만들 수 있을까?
실전 경험이 있거나 전쟁이 무엇인지 웬만큼 아는 사람이라면 아군을 안보이게 할 수만 있다면 승리는 식은 죽먹기라는 것을 알 것이다. 누구라도 보이지 않는 적을 공격할 수는 없으니까 말이다. 이 꿈같은 얘기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것이 미국의 최신예 전략 무기인 '스텔드'(잠행 비행기, 안보이는 비행기)라는 이름의 대륙간 폭격기이다. 최근에 소개된 외지의 보도를 요약해본다.
극비속에 제작추진돼
미국의 다른 많은 모험적 군비개발이 그렇듯 '스텔드'의 기술적 대담함을 뒷받침하는 것은 그에 못지않는 정치적 대담성이다. 이 비행기는 항공기술 면에서 뿐 아니라 여론의 화살이나 의회의 공개 토론을 피한 준(準)기밀 상태에서 개발된다는 점에서도 첨단적이다. 이러한 보안 유지가 정치적 상업적으로 이로울 것은 뻔하지만 미 국방성은 이를 국가안보의 차원에서 정당화하고 있다. '스텔드'개발의 기술과 비용은 국방성 고위 관리와 상하원군비위원회의 극소수 인사 밖에는 아무도 모른다.
소식통에 따르면 '스텔드'사업이 시작된 81년부터 적어도 50억 달러가 들어갔다는데 아직 원형(原型)비행기도 나오지 않은 단계이다. 이보다 덜 혁신적인 B-IB 폭격기도 74년도부터 시험비행에 들어가 82년 생산허가가 난 뒤에도 4년이 지나서야 선보인 것을 볼 때 오는 87년말에나 첫 시험비행에 들어갈 '스텔드'가 1991년이면 실전에 배치될수 있다는 공군의 장담은 무리인 듯 하다.
하지만 '스텔드'를 미 국방성의 다른 기획의 전말과 비교해서 판단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 이유는 '스텔드'의 장점은 가상적 핵전쟁상황에서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온갖 재래식 사고(思考)를 일단 접어두어야 한다. 그런데 '스텔드'의 기술은 이렇게 기동성 높은 무기가 갖추어야 할 완성도에는 훨씬 못 미치기 때문에 비행거리가 짧다든지 기동성이 뒤진다든지 요격에 약하다는 등 전투기로서는 몇가지 기본적인 약점을 갖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텔드'는 미 국방성의 안팎에서 나름대로 큰 매력을 주고있다. 연방정부가 이 비행편대를 사들일 경우 핵전쟁 촉발의 위험이 가장 적은 최신의 전략이 된다는 점에서 반핵운동가들의 반발은 MX에 비해 사뭇 덜할 것이다.
'스텔드'는 환상의 비행기인가
기분도 꺼림직하게 검은 도료를 칠한다는 '스텔드'는 정말 그렇게 파격적일까? 이 비행기 얘기를 듣고서 도깨비 감투 이야기에서 처럼 정말 안 보이는 비행기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환상적인 것은 못 된다 '몰래 난다는 것이지 실제로 눈에 안 보인다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이 '스텔드' 계획의 지휘자인 공군 무기체계 사령관 '로렌스 스칸체' 장군의 말이다. "단지 찾기가 어렵고 쫓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뜻이다."라고 그는 덧붙인다.
'스칸체'장군의 말은 80년 가을 국방부 장관 '해롤드 브라운'과 연구개발 담당차관 '윌리엄 페리' 가 정치적으로 책임있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스텔드'에 대해 처음 비춘얘기에 비해 현실적이고 정확하다. 그때 '페리'차관은 "항공기를 레이다에 안 보이게 하는 기술"이 있다는 얘기를 흘렸었다. 보안면에서 '브라운-페리'의 발언이나 그에 앞선 몇번의 암시가 남긴 파문은 길었다. 미국의 '스텔드'계획을 앉아서 알게 된 소련은 대비를 서둘렀으니 실제로 이들 관리는 소련에 대해 레이다를 개선해 놓으라고 귀띔해준 셈이되었다. 스텔드는 일단 추적만 되면 다른 어떤 폭격기보다 격추가 쉽기 때문이다.
'브라운'과 '페리'가 그렇게 운을 뗀 동기의 하나로 짐작되는 것은 '지미 카터'가 77년 공군이 그렇게 군침을 삼켰던 B-1폭격기 제작계획을 취소시켰다고 비난하는 '로널드 레이건' 후보의 정치적 공세에 맞서야 했다는 점이다. '레이건'이 군사문제에서 유리하게 되자 '카터'행정부 측에서 B-1에 대한 주요 대안으로서 '스텔드'를 선전하고 나온것이다.
미국방성 관리들의 말대로만 되어준다면 '스텔드'는 그러한 돌파구가 될 것이 분명하다. 레이다는 제2차 세계대전시 조기경보 및 장거리 추적용으로 첫선을 보인 이래 미사일의 유도와 그밖에 최고속전에 필수적인 몫을 하는 등 그 용도를 넓혔다. 따라서 레이다 없는 군사학은 생각할 수도 없게 된 오늘날 적의 레이다를 마비시키는 것은 적을 장님으로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다.
'스텔드'란 말이 모습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단지 레이다를 피하는 기술이라는 의미로 쓰이게 된 것은 공군이 '하비'하는 암호명으로 신예 전투기의 비밀 개발을 추진하던 70년대 중반이었다. 레이다란 결국 무선전파를 보내서 그것이 어떤 물체를 닿아 되튀어오는 것을 탐지하는 장치다.
'시나이' 반도에서의 패배가 개발의 계기
'스텔드'기술을 처음 시도해 본것은 제2차대전 당시 독일의 과학자들이었다. 당시 U-보트의 잠항튜브 장치가 연합군 비행기의 레이다에 걸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들은 전파 반사량이 가장 적게끔 모양을 바꾸는 한편 레이다파의 전기에너지를 열로 전환시키게끔 탄소를 섞은 고무를 입혔다. 이렇게 해서 U-보트는 실제로 잠수함 탐지 비행기의 시계에서 사라졌던 것이다.
그러나 배가 아닌 비행기를 사라지게 하는 데는 훨씬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비행기의 경우에는 도료의 무게조차도 큰 문제가 되기 때문에 두꺼운 레이다 흡수층을 입히는 것은 상식 밖이다. 게다가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뛰어난 조종술이나 초고속 비행으로도 레이다를 쓰는 전투기나 미사일의 요격을 피할 수 있었고 주파수 교란작전도 아직 쓸만했기에 '스텔드' 기술은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73년 10월 미국제 이스라엘 전투기40대가 '시나이' 반도에서 소련제 지대공 미사일에 격추당한 사건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레이다가 유도하는 방어무기가 혁신됨에 따라 미 국방성은 이제 '스텔드' 시대가 왔음을 깨달았다.
레이다를 피하는 기술
'스텔드'기술을 낳은 것은 기체역학 재료공학 전자공학 등 세 분야의 진보인데 앞의 두가지는 특히 공군장교들에게 솔깃한 얘기이다. "전자공학적으로만 우수한 새 폭격기로는 의회 설득이 안된다. B-52가소련의 대응에 발맞추어 끊임없이 최신화되고 있듯이 B-1B와 똑같은 '블랙박스'가 해외에도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라고 한 상원 관계자는 밝힌다.
B-1B나 B-52는 모양이 고정되어 있어서 공학자들이 가할 수 있는 변화의 폭이 좁지만 때로는 그런 변화도 RCS(Radar Cross Section : 레이다 횡단면적) 지수에 적쟎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 RCS는 대상의 물리적 크기와 그대로 일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재료의 모양에 따라 결정된다. 이를테면 구리공의 RCS는 그 표면적의 4분의 1로서 단순한 기하학적 횡단 면적과 같다.하지만 복잡한 물체의 정확한 RCS는 직접 레이다 안테나 앞에 통과시켜 보아야만 알 수 있다. 공군측 얘기로는 B-52의 정면 RCS 가 약1백㎡라는 데 비해 픽업 트럭의 RCS는 2백㎡나 된다. 픽업 트럭이 거대한 B-52보다 더 크게 보이는 것은 모서리와 날이 많아서 레이다를 강하게 되튀기기 때문이다.
한 비행기의 RCS는 레이다의 주파수에도 크게 좌우되는데 대개 정면 방향에서 측정되기 때문에 극히 이상적인 최소치를 나타낸다. 미국방성의 한 고참 공학자는 "공군에는 모든 공중전을 정면 접전으로생각하는 습관이 있다"고 털어놓는다. 결국 특정 비행기의 RCS는 비판자냐 지지자냐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B-52에 비해 몇 피트 밖에 작지않은 애초의 B-1의 RCS는 약10㎡밖에 안 되는데 그 비결은 엔진을 양 날개에 달고 있는B-52가 지붕 큰 집처럼 레이다를 반사시키는데 비해 B-1의 경우 엔진을 몸체에 바짝 붙인 데 있다. 나아가 엔진의 출구를 둥글게 하고 몸체의 날을 깎는 등 공학자들의 노력이 더해져 공군의 주장으로는-곧이 믿는 전문가는 별로 없지만-RCS를 1㎡로까지 줄였다고 한다.
비행기가 레이다 영상에 비치는 모습을 결정하는 데 RCS와 더불에 2대 요소가 되는 또 한가지는 추적레이다의 성능이다. 공군과 협력 관계에 있는 민간인 무기 전문가인 '토마스 애믈리'는 "민간 비행기를 관리하는 연방 비행 관리소에서는 RCS 2㎡의 비행기를 1백50마일 거리에서 알아낼 수 있지만 군용 레이다는 기동성이 높은 대신 크기나 성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같은 거리에서 10㎡의 RCS를 잡아내는 것이 고작"이라고 한다.
몸체와 꼬리가 없는 날개형 비행기
일단 RCS를 낮추는 데만 촛점을 맞춘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스텔드' 기술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새로운 모형설계가 선결과제라는 것이 군비강화론자인 '칼 레빈' 상원의원에게 보낸 공군의 보고이다. B-1같은 재래식 모형에 근본적인 한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상하원의 알만한 측근자들이 '스텔드'가 적어도 B-1B의 변형은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말하는 것을 볼때 그들이 보안을 해치치 않는 범위 내에서 말하려는 것은 스텔드 폭격기가 미국의 기존의 어떤 전투기와도 다른 모양이 되리라는 것이다.
몸체나 꼬리가 없는 순수한 형태의 날개형 비행기가 될 것이라는 것인데 이는 RCS를 늘리는 모서리나 상자형 표면을 없앴다는 점에서 당연한 귀결이다. 4개의 엔진을 날개에 내장한 정면 모습은 B-1B 나 다른 재래형 폭격기에 비하면 실로 얇은 판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모형에는 전투폭격기로서는 적쟎은 결함이 따른다. 최대의 약점은 비행거리가 짧다는 것인데 이 사실은 이미 1940년대에 확인되었다. 43년 '노드롭'사가 처음 제작한 날개형 비행기 XB-35는 5천피트 상공에서 최고속도 시속 3백91마일, 적재량 4만천6백파운드에 연료 재공급 없는 최대 비행거리가 1만마일이었다. 이 비행기는 거추장스러운 장치를 줄인 기체역학상 이상적 모형이긴 했지만 무거운 폭탄을 싣기 위해선 넓은 면적과 무거운 내부구조가 필요했고 이는 다시 상당한 동력을 요했다.
2차대전 후 공군은 이 비행기가 제트엔진으로만 가능하다는 판단아래 46년 XB-35에 4천파운드 추진력의 제트엔진을 달아 최고속도를 시속 5백마일로 높였지만 이에 따른 연료소모가 엄청나게 늘어 비행거리는 1만마일에서 3천마일 아래로 뚝 떨어졌다. 아마 폭탄을 실었다면 더 심했을 것이다. 47년 '버팔로'의 '코넬'항공학 연구소에 추진력 분과장인 '조셉 포어' 교수로부터 날개형 비행기는 제트엔진에 의한 장거리 폭격기로는 항공역학상 최악의 외형이라는 점을 통보받고 공군은 49년 '노드롭' 사와의 계약을 취소했다. '포어'교수는 작년 '캐나다 항공우주 저널'에서 "RCS를 줄인다는 이유 만으로 제트 엔진에 의한 날개형 비행기에 다시금 관심이 이는 것은 그에 따른 성능의 결함을 제대로 못 본 데서 나온듯하다"고 경고했다.
비행거리는 단지 학술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영국이 1950년대에 제작한 전략폭격기 '발칸'은 엔진을 내장하고 부드러운 복합재료로 몸체를 만들어 여태까지의 어느 비행기보다 '스텔드'에 가까왔다. 이 비행기는 RCS가 B-52보다 작았지만 비행거리는 비참할 정도였다. 82년 5월 '어센션'섬에서 '포클랜드' 까지의 전투임무를 띤 이 비행기는 왕복 6천8백마일을 날면서 6번이나 재급유를 받아야 했으며 폭탄의 부담 때문에 그중 5번을 공격행로에서 받아야 했다. '노드롭'사는 이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40년대식 날개형 모형을 '발칸'식의 미끈한 삼각형 모형으로 바꾸고 날개의 굽은 각도를XB-35의 28도에서 50도 정도로 폈다고 한다. '스텔드'는 엔진, 연료, 폭탄, 기기, 승무원을 실을 만큼 두꺼워야 하기에 초음속 항공기가 될것이 확실하다.
B-1B의 3만파운드 추진력의 엔진을 개량해서 달면, 확실한 것은 시험비행을 해보아야 알겠지만 '스텔드'의 최대 비행거리는B-1B의 평균치(폭탄을 안 실을때)인 6천1백마일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막상 활주로에서의 군용기의 무게는 도면에서 보다 늘어나는 것이 보통이다.
'노드롭'사의 옛 모형의 또하나의 약점은 끊임없는 흔들림으로 인한 불안정성 문제인데 이는 폭탄 투하시 수평을 유지해야 하는 폭격기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이다. 오늘날에는 컴퓨터 통제장치가 이를 해결할수 있지만 소프트웨어의 개발에는 적쟎은 시간과 때로 위험한 시험비행이 필요한 것이다. 한가지 기억할 것은 '스텔드'의 세부모형과 성능에 관한 자료는 마이크로칩에만 존재할 뿐이라는 점이다. '노드롭'사에는 워싱턴의 요인들에게 보이기 위한 기체모형과 컴퓨터가 있지만 이것이 공군측의 뜻대로 5년 후 실전 단계에 들어설 수 있을지는미지수이다.
'스텔드'의 실전가상도
소련과의 실전상황에서 '스텔드'의 역할은 어떤 것일까? 다음은 그 가상도이다. 14대의 '스텔드' 비행편대가 '민노트' 공군기지에서 비상출격한다. 때는 겨울이라 눈보라가 진로를 방해하지만 비행기는 최고의 경계태세로 이미 10시간을 비행 중이다. 태평양의 소련 잠수함이 쏘아올린 저탄도 미사일이 기지를 파괴하기 전에 편대의 절반이 2만 피트로 날아오른다. 같은 미사일이 캐나다 국경 북쪽 고공에서 공중폭발하여 3대의 스텔드를 더 격추시킨다. 나머지 4대의 비행기가 마하0.77의 속도로 5시간내에 북극을 가로지르는 동안 조종사 부종종사 무기담당 장교 전자장비 전문가 등의 스텔드 승무원은 비행기의 상태를 점검한다. 한편 미국의 대륙간유도탄은 이미 소련내의 목표물을 향해 가고 있으며 B-1B와 B-52도 크루즈 미사일 투하지점으로 기수를 향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유럽에 배치된 미국의 '퍼싱' 미사일과 전략비행기가 소련의 1천2백여 대공 레이다기지의 일부를 폭격 중이다. 이때는 이미 핵폭발로 전기통신망이 마비된 터라 '스텔드'의 승무원은 작전본부와의 교신이 간헐적이서 이 선제공격이 성공했는지 알 길이 없다.
북극 근처에서 '스텔드'는 KC-135 급유비행기와 만날 예정이었으나 이 비행기가 나타나주지 않는다. 이제 '스텔드'는 목표지점까지 갔다가 곧장 소련 영공을 빠져나올 연료뿐, 추격을 피해 재간을 부리거나 전속력으로 날아갈 여분의 연료가 거의 없다. 대공 레이다에 아직 걸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이 기지들이 파괴되었으리라는 전자장비 전문가의 판단도 잠시, '바렌트'해로부터 2백마일 거리에서 첫 레이다경보가 울린다. 컴퓨터가 즉각 분석한 결과 북극권 위의 어딘가에 있는 '톨킹' 장파레이다에 걸렸다는 것이다. 이 레이다가 '스텔드'를 찾아낼 수는 있지만 소련측이 이 흐릿한 영상으로는 요격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스텔드'는 이를 무시인다. 한편 열을 탐지해내는 적외선 탐지기는 1백마일 전방 상공에는 소련 비행기가 없다고 알려오지만 이 기기는 맑은 기상에서만 작용할 뿐 일단 소련의 두터운 구름층에 다가가면 아무 쓸모가 없다. 이제 '스텔드'는 그목표물, 즉 소련 북동쪽의 '코스트로마' 부근에서 위성촬영된 바 있는 철도시설에 장치된 SS-24 대륙간유도탄 기지를 향해 기수를 돌린다. 이 유도탄은 선제공격을 할 수 없기에 스텔드에게 맡겨진 특수임무 대상이다. 조종사는 마하 0.85로 속력을 조절한다.
'수호이' 기와의 숨바꼭질 끝에 불덩어리로
목표물로부터 1백마일 거리에서 '스텔드'는 선제공격에서 살아남은 지대공미사일 기지의 고주파레이다에 걸리고 또한 '톨킹'기지가 잡아 낸 얼룩을 찾아 하늘을 날고 있는 소련 요격기의 레이다가 있다는 경보도 울린다. '스텔드' 승무원은 대공미사일 기지의 레이다는RCS가 최소화되는 거의 정면 방향에서 오기 때문에 무시하고 스텔드의 넓은 윗면을 내려다보는 소련 요격기를 쫓아보내기 위해 거짓 레이다반향과 교란 적외선은 보낸다. 기지에서 잡아내기 어려운 순간파동을 보내는 종합구경 레이다를 통해서 SS-24발사대를 찾아내 컴퓨터로 위치를 확인한 '스텔드'는 땅에서 터지도록 신관이 장치된 2천4백파운드 짜리 핵폭탄 B83 8기의 하나를 투하하기 위해 목표물을 향해 기수를 돌린다. 또 폭탄이 도중에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후 안전장치로서 폭탄의 자율작동장치를 가동시킨다. 인근의 아군 병력에 대해 곧 핵폭격이 시작 될 것을 알리는 암호 신호를 보낸후 '스텔드'는 드디어 폭탄을 떨어뜨리고 충격파를 피하기 위해 곧장 날아오른다. 앞으로 어떻게 되든 군사적 견지에서 일단 임무는 성공한 것이다.
구름층 위로 빠져나온 '스텔드'는 곧 소련 Su-27 조종사의 눈에 뜨이고 즉각 열추적 미사일과 레이다 유도 미사일의 일제사격을 받는다. 하지만 엔진 연소가 적외선 탐지기로부터 가려져 있고 바깥막이 공대공 주파 레이다의 에너지를 거의 다 흡수하는 '스텔드'는 어느 쪽의 공격에도 안전하다. 다시 구름층으로 들어간 '스텔드'를 찾아 속도가 휠씬 빠른 '수호이'기가 재연소장치로 마하2가 넘는 속도로 따라잡는다. 숨막히는 숨바꼭질끝에 결국 스텔드 1대는 넓은 하복부를 맞고 불덩이에 휩싸인다. 그러나 가까운 곳의 다른 '스텔드'승무원은 이를 알지 못한 채 지중해에 불시착하기 위해 남쪽으로 향한다.
한조각의 금속도 위험하다
"당신이 레이다를 완전히 흡수할 수 있다면 당신의 RCS는 0이다"라는 31살의 MIT항공학 교수 '존한스만'의 말은 '스텔드' 수수께끼의 두번째 결정적 요소, 즉 혁신적 소재의 매력을 한마디로 압축한 것이다. "비행기 내부의 한조각의 금속이라도 위험하다"는 그의 말에 따르면 알루미늄이나 티타늄과 같은 재래식 소재는 아무리 얇은 모형으로 만들어지더라도 비행사에게는 사형선고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는 또 금속을 전혀 쓰지 않고 비행기를 만드는 것은 퍽 어렵다. 적어도 착륙기어 엔진 전자기기 정도는 필요하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인다.
'스텔드'의 비결은 가능한 한 많은 부분에 이른바 복합재료 즉 탄소섬유와 플라스틱의 혼합을 쓰는 데 있다. '한스만'은 "탄소는 레이다 흡수력이 매우 뛰어나서 가령 연필을 극초단파 회로에 넣으면 안 보이게 된다"고 말한다. 복합재료 자체는 새로운 것이 아니지만 일상생활에의 응용이 더뎌서 일반인이 알수 있는 것으로는 '케블라' 방탄조끼, 흑연-에폭시 테니스라켓과 낚시대 정도이다. 복합재료가 강철에 비해 무게는 5분의1이면서 같은 강도를 지닌다는 것이 항공설계가들에게 1차적 매력이지만 이것으로 만들어진 물체의 RCS가 작다는 것은 미국방성측에 특히 솔깃한 얘기이다.
MIT의 첨단복합재료 실험실의 공동실장인 28살의 '폴 레이거스'는 '스텔드'폭격기 소재의 2대 특징을 "첫째는 RCS가 낮거나 0에 가까와야 한다는 것, 둘째는 가벼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꼽는다. 그의 말에 따르면 복합재료의 약점은 금속처럼 "등방형"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즉 복합재료는 결의 방향에 따라서만 강할 뿐 다른 방향으로 힘을 가하면 갈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레이거스'는 "복합재료의 경우는 금속보다 설계가 까다롭다"고 주의를 준다. 즉 비행시의 힘의 구조를 정확히 파악해서 그 압력을 결딜 수 있게끔 여러 방향의 결로 복합재료를 쌓아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노드롭'사가 시험비행기도 만들기 전에 다섯 해의 시간과 수십억 달러의 돈을 쓴 이유 중의 하나도 이렇듯 항공역학상의 사전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레이거스'는 금속과는 달리 복합재료의 경우에는 쌓아올린판의 마름질법을 정확히 알아야만 원하는 방향의 강도를 갖게 된다고 한다. 항공업계에서 이 복합재료를 파괴되어도 지장없는 보조날개 따위의 2차적 구조물에 주로 쓴것은 이런 골치아픈 설계상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큰 비행기의 몸체 부분은 언젠가는 1백% 복합재료에 가까와지겠지만 비행기 전체에서는 50%를 넘지 못할 것이다"라고 말한다.
'스텔드' 계획에 참여하고 있는 '노드롭'사와 '보잉'사가 82년 복합재료의 충격 내성의 실험에 착수했다고 한다. 새 소재는 늘상 나오고 있지만 정확한 자료가 없다. 20년 전에 처음 나온 '에폭시'가 이제야 민간항공기에 쓰이는 문턱에 와 있는 것이다.
천문학적 비용, 의회의 결정이 관건
'스텔드'의 시간표는 특히 까다로운 설계, 시험이 안된 새로운 소재, 천문학적 비용 등을 볼 때 국방성 안에서도 이미 불꽃튀기는 논쟁거리가 되고 있으며 MX 미사일 이래 방위문제에 관한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전망이다. 올해 예산에서 '와인버거' 국방장관에게 '스텔드'의 비용문제를 밝히라고 요구한 민주당 의원 '마이크 사이너'는 이렇게 말한다. "신형전투기의 필요성은 나도 인정한다. 하지만 스텔드가 공군사상 가장 비싼 무기체제가 된다면 그것은 다른 문제이다" 공군측으로부터 브리핑을 받은 그는 "우선 그 비용과 기술에 매우 실망했으며 내가 뭔가 알아보려 할 때, 공군측이 보인 태도에 더욱 의혹을 느꼈다"고 말한다. 81년 레이건의 B-1계획 재개에 대한 반발로라도 '스텔드'계획을 적극 미는 상하원의 민주당 지도부에 대해 '사이너'는 반기를 든 것이다.
민주당 지도부의 측근인 한 상원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B-1의 확보는 '레이건'측의 큰 정치적 실책이었다는 선입견으로 인해 민주당 의원들은 소련 상공에 뚫고들어 갈 수 없는 B-1B의 추가 구매를 반대하고 있다. 만일 행정부가 1백대 이상의 B-1B를 사들이려 들면 의회의 일각에서 '스텔드'의 성능에 관한 정보를 즉각 퍼뜨릴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행정부는 88년에 1백대의 생산을 기점으로 B-1B 제작을 마감할 계획이다. 한때 '노드롭'사에서 '스텔드'개발 책임자로 있었던 연구개발 담당 국방차관 '도널드 힉스'는 "국방부의 입장은 확고하다. 변화의 변수는 의회쪽에 있다"고 한다. 상원 준비위원회 소속 공화당 의원의 한 측근은 "우리가 깎아내리려는 방위예산 문제에서 스텔드 개발비용은 세인들에게 꽤 재미있는 내기거리가 될 것"이라고 한다. 실로 스텔드 계획이 정밀조사를 받게 되면 공군측은 꽤 많은 기술적 문제를 해명해야 할 것이다. 예컨대 소련의 고주파 레이다장파망에 스텔드는 형체모를 작은 얼룩으로 나타나겠지만 소련이 이에 속아넘어갈 리 없다는 것이다.
두번째의 쟁점은 '스텔드'의 모형이 재래식 모형만 못하기 때문에 대륙간을 날아갈 연료를 실으려면 크기가 엄청나게 커져야 하고 이는 결국 RCS를 줄이려는 노력과 모순되지 않는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비용 문제다. 84년 FBI는 하청 계약을 둘러싼 '노드롭'사직원들의 횡령 사실을 밟혀냈다. 비용액을 거짓으로 불리는 것이 얼마나 쉬웠는지는 몰래 녹음된 한 직원의 얘기가 말해준다. "한가지 안심되는 것은 사내 감사가 전혀 없고 앞으로 1년반이나 2년 동안에도 없으리라는 걸세. 우리는 그동안에 챙겨넣으면 된다구" 의회에서 얻어내야 하는 '스탤드' 사업 기금은 올해의 27억 달러에서 내년에는 57억 달러로 뛰어오를 예정인데 꼬장꼬장한 예산관계 의원들은'노드롭'사와 공군에 대해 돈주머니를 졸라맬지도 모른다.
2월 1일이라는 시한부가 아니더라도 국방성은 의회와 여론으로부터 훨씬 오랫동안 거센 압력을 받게 될 것이다. 국무성의 무기관계 장기분석가에 따르면 '스텔드'가 의회에 의해 공개되기까지 공군이 쉬쉬함으로써 불리한 여론을 산 이유도 소련과 대중과 계약회사라는 세 상대를 놓고 곡예를 해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세금을 내는 국민들은 지금으로서는 '스칸체'의 다음의 말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지금 하는 것은 모험은 모험이되 예측가능한 모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