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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수업이 한창인 서울용마초등학교의 교실. 교과서와 연필 외에 특별한 도구가 눈에 띈다. 바로 스마트폰이다. 학생들이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교과서에 나오는 내용을 쉽고 재미있게 공부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앱을 만든 사람은 전문 개발자가 아니라 초등학교 교사다.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학생들을 위해 직접 교육용 앱을 개발하고 수업에 활용한다는 나훈희 교사를 만나봤다.


시작은 이랬다
나 교사는 게임 이야기부터 꺼냈다. 컴퓨터를 좋아해 컴퓨터 교육을 전공했다는 나 교사는 학창시절 누구 못지않게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는 학생이었다. 어떤 게임을 좋아했냐는 기자의 질문에 스타크래프트, 리니지, 리그 오브 레전드, 오버워치 등 거침없이 답변을 쏟아냈다. 나름 게임 좀 해 본 기자도 주눅이 들 정도였다. 게임을 좋아해서일까? 나 교사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대해 긍정적이었다.

“컴퓨터로 할 수 있는 게 무척 많잖아요. 스마트폰이 작은 컴퓨터인 셈이니까 재미있는 앱을 개발해 교육에 활용하면 훌륭한 수업 도구가 되는 거예요.”

나 교사가 처음부터 교육용 앱을 만들려고 한 건 아니다. 취미가 가죽공예일 정도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나 교사는 프로그래밍도 취미로 배웠다. 그런데 어느 날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보고 교육용 앱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학교 규칙 때문에 아이들이 스마트폰 게임을 하면 못하게 했어요. 그런데 스마트폰 게임을 하는 아이들을 보니 문득 왜 게임만 하는지 궁금해졌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아이들이 스마트폰으로 달리 할 게 없더군요. 대안은 만들어주지 않고 무작정 못하게만 했던 거예요. 게임처럼 재미있으면서 학교 교육에 도움이 되는 앱은 없을까 생각하게 됐죠.”

나 교사는 스마트폰으로 학생이 할 수 있는 재미있고 유익한 앱이 있는지 샅샅이 찾아봤다. 학교 생활에 도움이 되는 앱은 몇 개 있었지만, 수업에 직접 활용할 수 있는 앱은 없었다. 해외도 마찬가지였다.

나 교사는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앱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무작정 스마트폰 앱 만들기 책을 사서 공부했다. 너무 어려워 덮어버리기 일쑤였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았다. 책을 봐도 이해가 안 되면 인터넷에서 찾아보거나 유튜브에서 동영상 강의를 들으며 해결했다.

“2014년 2월에 처음 제작한 앱을 플레이스토어에 등록했는데 기능이 단순하고 초라해서 인기가 없었어요. 점점 실력이 늘어 앱을 발전시키다 보니 지금은 꽤 인기가 많아요. 동료 교사들도 수업에 활용하고 집에서 이 앱을 이용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학부모도 있더라고요. 현재 플레이스토어에 스무 개가 넘는 앱을 등록했는데 앱마다 1만 명 정도는 다운받은 것 같아요.”
 

스마트폰, 걸림돌에서 디딤돌이 되다
보통 스마트폰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게 만들기 때문에 학교 안에서는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 교사는 스마트폰을 수업에 이용하기 전에 학생들과 규칙을 정한다. 스마트폰으로 재미있게 수업을 하는 대신, 인터넷이나 SNS, 게임을 하면 앞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않겠다는 식이다.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한 수업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 교사의 작은 협박(?)은 잘 통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학생들의 수학 성적은 어떻게 변했을까? 재미있는 수업을 하는 건 좋지만, 성적이 그대로거나 떨어진다면 무용지물이다. 나 교사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넘쳤다.

“대학원에서 수학 교육을 전공하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수업이 성적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에 관해 논문을 썼어요. 수업에 스마트폰을 활용하면 성적이 오른다는 사실을 입증했는데, 실제 수업에서도 마찬가지였어요.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와 수학에 대한 흥미가 확실히 높아졌고 무엇보다 수학 점수가 올라갔으니까요.”

주변 반응도 좋다. 보통 동료 교사들이 앱을 사용해 보고 수정할 부분을 지적해 주는데, 요즘은 학생들이 가장 많이 의견을 내놓는다. 이 아이콘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거나 색상을 바꿨으면 좋겠다는 식이다.


더 재미있는 수업을 향해
나 교사는 수학뿐 아니라 역사, 과학 수업시간에 활용할 수 있는 앱도 만들었다. 사실 나 교사가 만든 가장 유명한 앱은 ‘하루하루 독립운동가’다. 이 앱은 독립운동가 240명의 이름과 업적을 하루에 한 명씩 소개해주는 역사 교육용 앱으로, 플레이스토어 이용자들이 만점짜리 앱으로 평가했다. 앱이 유명세를 타자, 2017년 3월 1일에는 행정자치부가 주관한 3.1절 기념식에서 만세삼창 선창자로 나 교사를 초청하기도 했다. 목록에 없는 독립운동가를 제보하면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해 준다.

태양계 행성이나 글자를 홀로그램으로 만들 수 있는 ‘홀로그램 메이커’도 인기다. 과학 시간에 빛의 반사와 굴절을 재미있게 가르치기 위해 만들었지만, 학생들이 홀로그램의 원리를 이해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학생들이 워낙 재미있어해서 수업시간과 특별활동 시간에 활용 중이다. 유일하게 앱 이름이 영어라서 그런지 종종 앱을 사용하는 외국인들이 메시지를 보내기도 한다.

나 교사는 요즘도 집에 돌아가면 앱 만들기에 열중한다. 요즘은 학생들이 6학년 교과과정에 나오는 쌓기나무를 어려워해서 VR(가상현실)기술을 이용해 쌓기나무 앱을 개발 중이다. 다만 학교 업무 때문에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쉽다고 전했다.

나훈희 교사가 만든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 수학 수업을 하고 있는 학생들.
 
“앱을 활용해서 배우면 좋겠다고 생각한 부분은 전부 만든 것 같아요. 그런데 업데이트도 해야 하고 완성도를 높여야 하니까 계속 개발에 힘쓸 생각이에요. 개인적으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수업에 사용하니 정말 좋다!’고 평가받는 앱을 만들고 싶어요.”

앱을 제작하는 것이 자기만의 수업 연구라는 나 교사. 힘들 때도 있지만 학생들이 즐겁게 공부하는 모습이 큰 보상이라고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며 나 교사는 한마디를 덧붙였다.

“미래에는 증강현실, 가상현실처럼 새로운 기술을 교육에 접목해야 할 거예요. 당장 2018년에는 디지털 교과서가 보급되고 2019년에는 코딩 교육도 해야 하죠. 교사들도 새로운 방식에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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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4호 수학동아 정보

  • 김우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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