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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저글링 하는 수학자

젊은 수학자를 만나다


손이 노래질 때까지 귤을 까먹다가 남은 귤 2~3개를 공중으로 던져 저글링을 해 본 기억이 있나요? 김장수 교수님은 어릴 적 장난 삼아 했던 귤 저글링이 수학과 매우 밀접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틈만나면 저글링을 해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저글링과 관련된 수학 문제를 만들어서 풀겠다는 꿈도 꾸고 있어요. 저글링을 하는 수학자, 김장수 교수님을 지금 바로 만나 봐요.

“저글링 하는 것 보여드릴까요? 공 5개까지는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어요.”

김장수 교수님의 저글링 사랑은 유별나요. 혼자 취미로 즐기는 것을 넘어서 여러 사람에게 저글링 하는 방법을 전파하거든요. 박사 과정 지도 교수는 물론 공동연구자에게까지 저글링을 가르쳐 주고, 저글링 동호회를 찾아가서 저글링과 수학이 어떻게 관련돼 있는지 설명하기도 했어요.

“2010년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근무할 때 저글링과 수학이 아주 밀접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사실 지금도 저글링과 관련된 수학 논문이 간간이 나와요. 최근 논문 내용은 저글링을 잘하는 것과 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1980년대에 나온 논문 내용은 실제로 저글링을 잘 하는 데 도움이 돼요.”

수열만 알면 저글링은 식은 죽 먹기
저글링과 수학, 어떻게 관련이 있는 걸까요? 공이 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1초, 2초, 3초처럼 자연수로 나타난다고 가정하면 ‘333’이라는 수열에 맞춰 공 3개를 던지면 저글링을 할 수 있대요. 즉 첫 번째 공을 3초 뒤에 떨어지게 던지고, 두 번째 공을 그 다음 3초 뒤에, 세 번째 공을 그 다음 3초 뒤에 떨어지게 던지는 거예요. 같은 방법으로 공이 3개일 때는 51법칙으로도 저글링을 할 수 있어요.

“어떤 수열이 저글링이 되는지 안 되는지 판단하는 수학적인 방법도 있어요. 수열의 n번째 수에 n을 더한 값을 수열의 길이로 나눈 나머지가 모두 다르면 저글링이 가능해요. 예를 들어 3, 3, 3의 경우 3+1=4, 3+2=5, 3+3=6이고, 3으로 나눈 나머지가 1과 2, 0으로 모두 다르기 때문에 저글링이 가능한 거지요.”

그렇다면 저글링을 연습하면 얼마 만에 공을 자유자재로 돌릴 수 있을까요?

“운동 신경이 좋으면 공 3개로 돌리는 건 하루, 4개는 한 달, 5개는 1년 정도 걸려요. 하지만 저는 5개 돌리는 데 4년이나 걸렸지요. 하하.”

저글링을 잘 하려면 무엇보다도 끈기가 중요하대요. 두세 시간 연습해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꾸준히 해야 한다는 거예요. 이런 점에서 저글링과 수학, 스포츠와 수학은 많이 닮았대요.

수학은 스포츠다!
“스포츠와 수학, 모두 정해진 규칙 안에서 자기 수준에 맞게 즐기면 되거든요. 테니스를 생각해 보세요. 세계랭킹 1위인 노바크 조코비치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동호회 회원도 테니스를 즐겁게 치잖아요. 수학도 마찬가지예요. 수학자가 아니더라도 자기가 가진 지식 수준에서 문제 푸는 재미를 느끼면 되지요. 연습하면 실력이 늘고, 연습하지 않으면 실력이 줄어드는 것도 닮았어요.”

김 교수님은 수학을 게을리 하지 않기 위해서 공동연구를 즐겨요. 혼자 연구하면 하기 싫을 때 놀기 마련인데, 공동연구자가 있으면 책임감이 높아져 어떻게든 문제를 풀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이에요. 또 혼자서는 풀 수 없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어서 항상 공동연구를 한다고 설명해 줬어요.

김 교수님이 최근 연구하는 분야는 ‘평면 분할’이에요. 직육면체 상자에 쌓기 나무 n개를 쌓는다고 할 때 경우의 수가 몇 개나 있는지 구하는 문제예요. 이때 쌓기 나무 기둥마다 가장 높이 올라와 있는 쌓기 나무를 다른 쌓기 나무가 가리지 않게 쌓아야 해요.
그런데 쌓기 나무를 쌓는 문제인데, 왜 이름은 평면 분할일까요? 쌓기 나무가 없는 칸은 0, 1개 있는 칸은 1, 2개 있는 칸 2, 이렇게 쌓기 나무 기둥마다 높이가 얼마인지 적어요. 그러면 쌓기 나무가 어떻게 배열돼 있는지 위쪽 표와 같이 정리할 수 있어요. 보통 문제를 이렇게 바꿔서 풀기 때문에 평면 분할이라는 이름이 붙었어요. 놀랍게도 이 문제는 조합론뿐만 아니라 표현론과 통계물리와도 관련이 있어요.

“직소퍼즐도 평면 분할 문제와 관련이 깊어요. 직소퍼즐에서 튀어나온 부분과 들어간 부분의 개수가 같은 조각을 0, 세로로 튀어나온 조각을 1, 가로로 튀어나온 조각을 -1이라 두고 직소퍼즐이 되는 경우를 세면 평면 분할 문제의 답과 똑같거든요. 신기하죠?”

수학 잘하고 싶다면? 좋아하세요!
수학자라고 하면 어렸을 때부터 수학을 무척이나 잘했을 것 같아요. 줄곧 1등을 하고 각종 대회를 휩쓸고요. 의외로 김 교수님은 초등학교 때까지는 수학 잘한다는 소리를 한 번도 듣지 못했대요.

“수학을 못했던 것은 아니에요. 다만 잘 한다는 소리를 못 들었어요. 그러다 중학생이 됐는데, 학원 수학 선생님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분이 하는 농담도 재밌고, 수학 시간도 즐겁고요. 그때부터 수학을 좋아하게 됐어요. 좋아하니까 수학에 투자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저절로 잘하게 됐어요. 이때부터는 수학만 공부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죠. 실제로 문과 과목은 잘 못했어요.”

김 교수님은 수학을 잘하고 싶다면 생각을 많이 하라고 조언해줬어요. 문제를 풀 방법을 궁리하다 보면 저절로 수학은 잘하게 된대요. 그런데 수학을 싫어하면 책상 앞에 앉아 있을 때만 수학 생각을 하게 되니까 잘하고 싶다면 수학을 좋아해야 한대요. <;수학동아>;를 읽으면서 수학의 재미를 느끼다 보면 수학을 잘하게 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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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1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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