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들어서자마자 원자력 발전소에서나 볼 법한 방사선 마크, 탄소와 수소 화합물 벤젠, 기계의 필수요소 톱니바퀴가 신입생 지우에게 달려든다. 각각은 원자력공학과, 화학과, 그리고 기계과를 나타내는 상징이다. 이처럼 첫 화부터 이공계를 나타내는 상징물이 대거 등장하며 이공계 개그 만화라는 사실을 대놓고 알린다. 순간, 슈뢰딩거의 고양이와 세미콜론이 지우의 눈앞에 나타난다. ‘끼야악! 저게 뭐야!’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 슈뢰딩거가 고안한 사고실험★에 등장한다. 외부와 완전히 차단된 상자에 고양이가 갇혀 있고, 상자는 독가스가 들어 있는 통과 연결돼 있다. 만약 방사선이 감지되면 가스통이 열려서 고양이가 죽게 된다. 1시간 내 방사선이 나올 확률은 50%다. 그리고 1시간 뒤 고양이가 살아있는지를 묻는 이 사고실험으로 슈뢰딩거는 양자역학의 불완전함을 주장했다. 실제로는 할 수 없는 실험이다.
사고실험★ 사물의 실체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 머릿속으로 하는 가상의 실험.
세미콜론은 컴퓨터공학과, 또는 전산과를 뜻한다. 컴퓨터공학과 학생들의 언어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다. C와 C++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로 컴퓨터에 명령어를 입력할 때, 모든 문장 끝에는 세미콜론(;)을 찍어야 한다. 세미콜론을 치지 않으면 오류가 나서 기껏 다 적어 놓은 내용이 쓸모없어지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에서도 지우는 꿋꿋하게 ‘과학이랑 전혀 상관없는 과’인 사회에코시스템공학과를 찾는다. 지우는 대체 왜 과학과 수학을 피하는 걸까?
지우는 문과 출신이다. 그래서 수학과 과학 지식이 필요하지 않은 학과로 진학했다. 지우가 문과 출신이라는 사실을 안 순간 선배들은 엄청난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한다는 질문이…,
‘엔트로피를 이용해 열역학 제2 법칙을 증명할 수 있니?’
수상한 동아리 가입조건
대학 생활의 꽃은 동아리! 갓 신입생이 된 주인공은 동아리에 가입하려고 한다. 어떤 동아리에 가입할까 둘러보는데, 으응? 동아리 가입조건이 이상하다!
보통 공과대학의 여학생 수는 매우 적다. 최공대학교도 마찬가지다. 남자만 바글바글한 공과대학에서 소수의 여학생을 동아리로 유치하려는 싸움이 치열하다. 그래서인지 모든 동아리가 여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해 온갖 꼼수를 부린다.
남학생의 동아리 가입조건 첫 번째 문제는 ‘눈금 없는 자와 컴퍼스로 각의 3등분’. 불가능한 문제다. 즉, 첫 번째 조건에서 이미 남학생 가입은 불가능하다.
두 번째 문제 ‘페르마의 마지막 정리’는 1637년에 프랑스 수학자 피에르 드 페르마가 처음 제시한 것으로 ‘a,b,c가 양의 정수일 때, an+bn=cn을 만족하는 3 이상의 정수 n은 없다’라는 정리다. 페르마는 본인이 증명했지만, ‘책의 여백이 충분하지 않아 증명 내용을 적을 수 없다’고 주석만 달아 놓았다. 이후 수백 년간 풀리지 않던 이 문제는 350년이 지나서야 영국 옥스퍼드대 수학연구소 앤드루 와일스 교수가 증명해낸다. 일개 대학 신입생이 A4용지 1장 분량으로 풀 수 있을 리 없다.
‘P=NP 문제’는 클레이 수학연구소에서 2000년에 발표한 ‘밀레니엄 문제’ 7개 중 하나로 상금 100만 달러가 걸려있는 유명한 난제다. 계산 복잡도에 따라 분류한 P형 문제와 NP형 문제가 같은지를 묻는 문제로, 아직 풀리지 않았다. 동아리 회원으로 남자 신입생은 받지 않겠다는 의지를 이보다 더 강하게 표출할 수 있을까!
반면 세포분열은 중학교 3학년 생물시간에 배우는 쉬운 문제이기도 하지만…, 가입조건은 ‘세포분열 설명’도 아니고 그냥 ‘세포분열’이다. 세포분열을 하는 여학생은 동아리에 가입할 수 있다. 모든 여자 생명체는 세포분열을 한다. 즉 모든 여자 생명체는 동아리에 가입할 수 있다.

공과대학의 핫이슈!
올해부터 최공대학교 여자 신입생이 굉장히 많이 늘어났다. 사회에코시스템공학과의 신입생이 다섯 명이나 된다는 말에 학교 선배들은 충격에 휩싸일 정도다. 급기야 지우의 학교 선배 중 한주연은 컴퓨터공학과의 신입 여학생이 20명이 넘는다는 얘기에 정신을 잃고 쓰러진다.
이 학교, 점점 더 수상하다.
친구들은 쓰러진 한주연을 깨우기 위해 일종의 충격요법을 쓴다. ‘일론 머스크’와 ‘데미스 허사비스’가 학교에 왔다는 거짓말이다. 그때 지우의 나직한 한 마디…, ‘그게 뭐죠?’
일론 머스크는 영화 ‘아이언맨’의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실제 모델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독학하고, 12살 때 게임을 개발한 천재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유명한 데미스 허사비스는 인공지능 연구자이자 컴퓨터 설계자다. 2010년 스타트업 ‘딥 마인드’ 설립 후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만들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유명한 대결은 독자 여러분도 모두 아실 듯.


<;공대생 너무만화>;는 문과출신 신입생이 공과대학에 들어가며 겪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작가는 여기에 공대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화 구석구석에 은근슬쩍 설치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만화다!
친구들의 도움으로 건강해진 한주연은 어느 날, 다른 친구들이 자신을 만화에 빠진 ‘덕후’라고 놀리는 이야기를 듣고 또 충격을 받는다. 손에 들고 있던 책까지 ‘툭’하고 떨어뜨릴 정도였다. 이때 한주연이 보고 있던 책은 ‘트랜스포머’. 만화 동아리 회장 한주연은 아이언맨과 트랜스포머에 빠져 기계공학과 컴퓨터공학을 지원했다. 한주연의 꿈은 교수가 돼서 아이언맨 슈트 연구비를 지원받는 것이다.
하지만 한주연은 본인이 입학할 때와 달리 여학생이 많아진 학교 분위기에 적응할 수 없다며 학교를 떠나기로 한다. 그때 지우가 미닫이문을 열고 나가는 선배를 막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신경도 쓰지 않고 넘길 상황에서 한주연은 ‘뭐야. 힘의 합력을 0으로 만들었잖아’ 하고 말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런 대사를 하지 않을 터. 공대생에게 일상은 늘 물체의 힘과 이동을 다루는 역학의 연속이다.
이후 한주연은 남녀공학을 나왔다는 지우를 의심한다. 여자인 지우를 남자로 알고 있었던 것. 그리고 말싸움 도중 뼛속까지 공대생인 한주연의 머릿속 알고리즘이 등장한다. 여기서 핵심은 디버깅! 컴퓨터 프로그램에서 오류를 찾는 작업이다. 이 컷에 코딩의 늪에서 허우적대는 수많은 공대생이 한주연의 알고리즘을 컴퓨터 언어로 바꿔 댓글을 달아놨으니 궁금하면 이 컷에 달린 댓글을 찾아보면 된다.

“악플도 좋으니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
인기 만화 작가에게도 무서운 게 있다. 바로 악플보다 무섭다는 무플이다. <;공대생 너무만화>;는 매 컷마다 댓글을 달 수 있는 웹툰인데, 최삡뺩 작가도 종종 댓글을 읽어본다. 독자들의 재치있는 댓글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절대 다른 사람 의견에 쉽게 휩쓸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분명하게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매 화마다 숨은 의미가 가득해 재미를 더하는 <;공대생 너무만화>;. 앞으로 어떤 반전이 나올지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