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부터 우리는 제주 올레 8코스를 걸으며 아름다운 자연을 감상하고 그 속에 숨은 수학적 원리를 알아가는 중입니다. 이번에는 어떤 수학을 만나게 될까요?
올레를 걸을 때는 길 끝을 향해 바쁘게 가기보다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여유롭게 걷기를 추천합니다. 제주도 사람들은 이럴 때 ‘놀멍놀멍 걸으라’고 말합니다. 사투리를 몰라도 어떤 뜻인지 대충 짐작이 가지요?
그럼 우리도 놀멍놀멍 가 보도록 하지요. 마침 올레 주변에는 키 큰 나무가 많습니다. 튼튼한 나무 기둥에 등을 대고 물도 마시고, 친구들과 이야기도 나누며 쉬어 가는 겁니다. 저는 수학 선생님이니 쉬는 동안 간단한 수학 이야기를 들려줄게요. 고대 그리스의 수학자 탈레스는 ‘닮음’이라는 수학적 개념과 ‘그림자’를 이용해 피라미드의 높이를 쟀다는 이야기로 유명합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수학을 이용해 높이를 쟀다는 점이 참 신기합니다.
탈레스가 쓴 방법으로 우리가 등을 기댄 이 나무의 높이도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무가 햇빛을 받아 드리우는 그림자가 꼭 필요합니다. 만약 흐린 날이라면 탈레스의 방법을 쓰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럼 다른 방법을 찾아볼까요?
우리는 거울을 이용해 나무의 높이를 잴 수 있습니다. 거울을 통해 나무 꼭대기를 올려다보면 아래 그림과 같이 직각삼각형 두 개가 생깁니다. 이때 입사각과 반사각이 같으므로 두 직각삼각형은 서로 닮음이 됩니다.
그러므로 ‘거울부터 사람까지의 거리’와 ‘거울부터 나무까지의 거리’의 비는 ‘사람의 눈높이’와 ‘나무의 높이’의 비와 같습니다. 이를 이용해 나무의 높이를 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사람의 눈으로 나무 꼭대기를 바라봤기 때문에 비를 구할 때 꼭 사람의 눈높이를 이용해야 합니다. 눈높이 대신 키를 이용한다면 오차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실제로 나무와 사람 사이에 거울을 둬 아래 그림과 같은 상황을 만들어 봅시다. 거울을 둘 곳은 눈으로 거울을 봤을 때 나무 꼭대기가 보이는 지점입니다. 이 지점이 두 직각삼각형이 만나꼭대기는 꼭짓점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거울 속에 나무 꼭대기가 보이는 지점을 찾으려고 하니 쉽지 않았습니다. 어느 쪽으로 움직여야 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혹시 거울의 위치를 예측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요?
나무의 높이를 예상해 보면 됩니다. 나무의 높이가 내 키의 3배 정도 된다면 나와 나무 사이의 거리를 1:3으로 나누는 지점에 거울을 놓아 보세요. 그러면 아주 약간만 움직여도 거울 속에서 나무 꼭대기를 볼 수 있습니다. 이 문제도 닮음의 성질을 이용하니 해결됐네요!
이제 다시 일어나 올레를 따라 힘차게 걸어봅시다. 무릎 아래 높이로 시선을 돌리면 작고 귀여운 꽃과 솔방울이 여러분을 반길 겁니다. 여기에도 신비한 수학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이탈리아의 수학자 레오나르도 피보나치가 발견한 ‘피보나치 수’입니다.
토끼와 피보나치 수
토끼 한 쌍이 1월 초에 태어났다고 합시다. 이 토끼는 태어나고 두 달 뒤인 3월초부터 한 달에 한 번 새끼 한 쌍을 매달 낳는다고 합니다. 이후에 태어난 토끼들도 마찬가지로 출생 두 달 뒤부터 토끼 한 쌍을 매달 낳습니다. 어떤 토끼도 죽지 않는다고 가정할 때, 1년 동안 태어나는 토끼는 모두 몇 쌍일까요?
표를 보면서 생각해 봅시다. 태어난 토끼 쌍은 다음 달에는 자라고, 그 다음달부터 새끼 한 쌍을 낳습니다. 즉, 자란 토끼 쌍은 다음 달부터 새끼 한 쌍을 낳지요. 그래서 ‘지난 달 자란 토끼 쌍의 수=다음 달 태어날 토끼 쌍의 수’가 됩니다.
지난 달 태어난 토끼 쌍은 다음 달 자라기 때문에 ‘다음 달 자란 토끼 쌍=지난 달 태어난 토끼 쌍+지난 달 자란 토끼 쌍’이 됩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구한 전체 토끼 쌍의 수는 1, 1, 2, 3, 5, 8, 13 …입니다.
여기서 잠깐! 혹시 규칙이 보이나요? 2+3=5와 같이 앞의 두 수를 더하면 그 다음 수가 됩니다. 이 규칙으로 만든 수가 바로 피보나치 수입니다. 이 수가 신비로운 이유는 자연에서 종종 발견되기 때문입니다. 제주 올레에서도 이 수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제주 올레의 피보나치 수
올레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솔방울에도 피보나치수가 숨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솔방울의 포엽은 두 나선을 따라 솔방울의 주위를 돕니다. 포엽의 배열을 자세히 살펴보고 왼쪽으로 돌아가는 나선과 오른쪽으로 돌아가는 나선의 수를 각각 세어 보세요. 피보나치 수가 보이시나요?
피보나치 수는 나무의 가지가 자라는 패턴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가지가 돋을 때 가지의 수가 피보나치 수를 유지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나무가 자라는 데 환경이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가지의 수가 피보나치 수에 정확히 들어맞는 나무를 찾기는 다소 어렵습니다.
지난 3월에 다시 찾은 제주 올레에는 예쁜 꽃이 많이 피었습니다. 꽃잎이 5장, 8장인 꽃도 볼 수 있었습니다. 꽃잎의 수가 피보나치 수라는 사실은 매우 유명합니다.
‘테셀레이션’이란 마루나 욕실 바닥에 깔려 있는 타일처럼 도형을 포개지 않고 어떤 틈도 없이 평면이나 공간을 완벽하게 덮는 것을 말합니다. 눈썰미가 좋은 친구라면 올레에 있는 테셀레이션을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겁니다.
정다각형 테셀레이션 만들기
테셀레이션은 고대 로마에서 모자이크에 사용했던 작은 정사각형 모양의 돌 또는 타일을 뜻하는 라틴어 ‘tessella’에서 유래했습니다. 한 가지 정다각형으로만 이뤄진 테셀레이션을 ‘정다각형 테셀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정다각형 테셀레이션을 만들 수 있는 도형을 찾아볼까요?
테셀레이션을 만들려면 한 점에 모이는 다각형의 내각의 총합이 360°여야 합니다. 정삼각형은 6개, 정사각형은 4개, 정육각형은 3개가 모여서 내각의 총합이 360°가 되므로 정다각형 테셀레이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오각형, 정칠각형, 정팔각형은 자연수 개수만큼 붙여 한 점에 모이는 내각의 합이 360°가 되도록 만들 수 없으므로 정다각형 테셀레이션을 만들 수 없습니다.
한 점에 모이는 내각의 총합이 360°가 되는 데 필요한 정다각형의 개수는 정다각형의 변이 많을수록 줄어듭니다. 정칠각형은 한 점에 모이는 정칠각형의 내각의 합이 360°가 되도록 하는 데 2.8개가 필요합니다. 2.8보다 작은 최초의 자연수는 2입니다. 그러나 꼭짓점 주위를 정다각형 2개로 채우려면 두 정다각형의 한 내각이 각각 180°여야 합니다. 한 내각의 크기가 180°인 정다각형은 없으므로 테셀레이션이 가능한 정다각형의 변의 수는 3, 4, 6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가지 정다각형으로 만든 테셀레이션
두 가지 이상의 정다각형으로 이뤄졌으며, 각 꼭짓점에서 정다각형의 배열이 모두 같은 테셀레이션을 ‘준정다각형 테셀레이션’이라고 합니다. 준정다각형 테셀레이션을 만들 수 있는 정다각형의 조합을 찾아볼까요?
한 내각의 크기가 60°인 정삼각형 2개와 한 내각의 크기가 120°인 정육각형 2개를 모으면 한 점에서 모
이는 내각의 합(60°+60°+120°+120°)이 360°가 돼 준정다각형 테셀레이션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때 정
삼각형과 정육각형을 번갈아가며 배열해야 합니다. 이 외에도 준정다각형 테셀레이션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방법에 따라 테셀레이션에 들어가는 정다각형의 종류와 개수, 배열이 각각 다릅니다.
Math Tour 여섯 번째 이야기의 주제는 ‘지오데식 돔 건축물’입니다. 과연 지오데식 돔 건축물에는 어떤 수학적 원리가 숨어 있을까요? 다음 화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