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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고흐의 진짜 해바라기를 찾아라! 명탐정 코난 화염의 해바라기

매스미디어


 


‘해바라기’는 네덜란드 화가 빈센트 반 고흐가 그린 7점의 연작이야. 초기에는 해바라기가 2~6송이 꽂혀 있는 모습을 그렸지만, 나중에 그린 그림에서는 꽃이 12송이 또는 15송이나 되지. 이뿐만 아니라 색채와 형태도 더욱 과감해져. 해바라기가 마치 샛노란 태양이 이글거리는 듯이 보이거든. 전문가들은 고흐가 이때 그림에 자기 영혼을 담는 방법을 완벽히 터득했다고 분석하고 있어. 이 중에서 괴도키드가 훔쳐가겠다고 경고한 건 초기 작품이야.
 

 
나는 이 작품이 걸려 있는 레이크록 미술관에 도착했어. 여느 미술관보다 훨씬 거대한 이곳에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세계적인 명화가 잔뜩 걸려 있었지. 하지만 나를 놀라게 한 건 따로 있었어. 괴도키드가 훔쳐가겠다고 말한 작품과 똑같은 그림이 10점이나 걸려 있었다는 사실! 괴팍한 미술관장이 괴도키드를 속이겠다고 가짜 9점과 섞어놓았지 뭐야? 그 녀석보다 빨리 찾아야 하는데, 도대체 어떤 게 진짜일까? 가슴이 쿵쾅거리고 손바닥에는 땀이 났어.
 

빛 쪼이면 덧칠이나 스케치 알 수 있어

화가가 그림을 그릴 때의 습관이나 스타일을 알면 이 작품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있어. 연필 스케치나 붓칠을 할 때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거든. 과학자들은 빛을 이용해서 그림에 숨어 있는 비밀을 밝혀낸단다.

그림에 적외선을 쪼이면 물감층 아래에 있는 캔버스 천이나 목판에 그린 연필 선까지 알 수 있어. 예를 들어, 어둠 속에서 스포트라이트 하나만 켜놓은 듯한 그림으로 유명한 카라바조는 연필로 밑그림을 그리지 않는 습관이 있었어. 그래서 적외선을 쪼여도 밑그림이 나타나지 않아. 카라바조의 작품이 진품인지 아닌지 구별하는 방법이야.



네덜란드 델프트공대의 재료과학자인 요리스 딕 박사팀은 고흐가 그린 작품 ‘잔디밭’에 X선을 쪼여 그 안에 숨어 있던 그림을 찾았어. 고흐는 일생을 매우 가난하게 살았기 때문에 그림을 그릴 캔버스를 살 돈조차 없었어. 그래서 이미 완성된 그림 위에 전혀 다른 그림을 그리는 경우가 많았지.

연구팀이 이 작품에 X선과 적외선을 쪼였더니 잔디밭 한가운데에서 여인의 얼굴이 나타났어. 연구팀은 빛을 쪼여 알아낸 값으로 고흐의 그림 스타일에 대한 수학적인 표준모형을 만들었지.
 

자, 이제 벽에 걸려 있는 ‘해바라기’ 10개 중 어떤 것이 진짜인지 알아낼 차례야. 엑스선을 쏘아 물감층을 분석하고, 적외선을 쏘아 밑그림의 형태를 알아보는 거야. 그리고 델프트공대 연구팀이 표준화한 고흐의 그림 스타일과 비교하면 어떤 것이 진품인지 찾아낼 수 있을 거야. 잠깐, 뭐라고? 그림에 빛을 직접 쪼이면 물감색이 변할 위험이 있다고?

그림 훼손하지 않고 감정하는 웨이블릿 변환

수학자들은 그림을 훼손하지 않고도 진품인지 아닌지 감정하는 방법을 알아 냈어. 미국 프린스턴대 컴퓨터과학수학자인 유진 브렙도 박사와 섀넌 휴즈 박사, 듀크대 수학자인 인그리드 도브시 교수 공동연구팀은 수학적으로 그림을 감정하는 기술을 개발했지. 그림을 스캔해 디지털 이미지로 바꾼 다음, 한 부분을 확대해서 세밀하게 분석하는 원리야.

만약 디지털이미지가 8비트★짜리 흑백그림이라면 그림은 2의 8제곱인 256개의 작은 사각형(픽셀)으로 쪼갤 수 있어. 이 사각형은 가로세로 길이가 약 0.14mm로 아주 작지. 사각형 하나는 흰색부터 검은색, 그 사이에 있는 수많은 회색으로 이뤄져 있는데, 색조나 명암이 미세하게 각각 달라. 만약 컬러그림이라면 사각형은 빨강이나 초록, 파랑 또는 이 색깔들이 각각 다른 비율로 섞인 색깔을 띠고 있을 거야.

연구팀은 ‘웨이블릿 변환’을 이용해 그림을 분석했어. 그림의 일부분을 확대해 물감이 칠해진 층별로 나눠 붓칠을 세밀하게 관찰하는 원리야. 아무리 똑같이 그림을 베껴 그린다 하더라도 물감층마다 붓칠을 똑같이 재현할 수 없기 때문이지. 심지어 이 원리를 이용하면 원래 화가가 의도했던 것과는 다르게 그림을 조작할 수도 있어.

연구팀은 고흐가 그린 자화상 중 옷깃 부분을 분석해 보았어. 그림을 스캔한 뒤 가로세로가 대략 7.4cm 정도가 되게끔 잘랐지. 이 안에는 작은 사각형이 26만 2144개가 들어 있었어. 그리고 웨이블릿 변환을 이용해 첫 번째 물감층과 두 번째 물감층에 들어 있는 붓칠을 분석했어. 그랬더니 각 층에는 거칠고 가느다란 붓칠이 여섯 방향으로 뻗어 있었어. 연구팀은 이외에도 고흐가 그린 작품 101개를 같은 방식으로 분석했어. 그랬더니 역시나 물감층마다 붓칠이 여섯 방향으로 뻗어 있었대. 즉, 고흐의 그림 스타일이었던 거야.

이런 습관이 나타나 있는지 관찰하면 어떤 그림이라도 고흐가 그린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있어. 아무리 남의 그림을 잘 흉내 내는 사람이라도 미세한 붓칠까지 따라할 수는 없을 테니까!

레이크록 미술관에 걸려 있던 ‘해바라기’ 10점을 스캔했어. 그리고 프린스턴대 연구팀이 한 것처럼 확대·분석해보았지! 그랬더니 딱 한 점에서만 고흐의 습관이 나타나 있었단다. 드디어 고흐의 진짜 ‘해바라기’를 찾았어. 얏호!

비트★ 컴퓨터에서 처리하는 정보의 최소단위.



화가와 제자의 합작 밝히는 수학모델

그런데 예전에는 그림을 화가 혼자 완성하는 게 아니라 일부분을 제자가 그려 넣는 경우도 많았대. 혹시 ‘해바라기’에서도 한 송이쯤은 다른 사람이 그렸던 것은 아닐까?

화가가 혼자 그림을 완성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이 함께 그렸는지, 또는 아예 다른 사람이 통째로 베낀 그림인지 한 번에 알아내는 방법이 있어. 미국 다트무스대 응용수학 및 컴퓨터공학과 해니 파리드 교수팀은 그림 속 사물과 사물, 붓칠과 붓칠 간의 거리 등 여러 가지 값을 가지고 수학모형을 만들었어.
 

연구팀은 네덜란드 화가 피테르 브뢰헬이 그린 그림에 이 수학모형을 적용했어. 그 결과는 정육면체 안의 점으로 나타났어. 그림 한 점에 그려진 사람과 사물을 한 사람이 모두 그렸을 경우 점들은 서로 가깝게 모여 있어. 그래서 전체를 분석하면 점들이 구처럼 똘똘 뭉쳐 있는 것처럼 보여. 하지만 다른 사람이 따라 그린 가짜의 경우에는 점들이 구 바깥에서 나타나지.

연구팀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화가 피에트로 페루지노가 그린 ‘성모자와 성인들’(왼쪽 그림)에도 이 수학모형을 적용했어. 이 그림에는 여섯 사람이 나오는데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1~6번 순서로 각각 분석했지. 그 결과 1~3번은 페루지노의 그림 스타일을 나타내는 구 안에 포함됐지만, 4, 5, 6번은 구 바깥에 있었어. 심지어 세 점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지. 파리드 교수는 1~3번 얼굴은 화가 본인이 그렸지만 4~6번은 다른 사람이 그렸을 거라고 결론 내렸어. 또 세 점이 멀찍이 떨어져 있던 것으로 보아 각각 다른 사람이 그렸을 수도 있다고 추정했단다.

다트무스대 연구팀이 개발한 수학모형을 ‘해바라기’에 적용해 보았더니 꽃 송이는 모두 고흐가 그린 것으로 밝혀졌어. 역시 진품 중에 진품이란 말이지! 앗, 어디선가 따르릉하고 경고음이 들린다. 드디어 괴도키드가 나타난 것 같아. 그 녀석이 여기 오기 전에 어서 그림을 안전한 곳에 보관해야겠어. 내가 고흐의 ‘해바라기’를 괴도키드로부터 지키는 활약을 좀 더 지켜보고 싶다고? 그렇다면 극장판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 : 화염의 해바라기’에서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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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이정아(zzunga@donga.com) 기자
  • 도움

    U인그리드 도브시 석좌교수
  • 도움

    리차드 존슨 교수
  • 도움

    네덜란드 반 고흐 뮤지엄(www.vangoghmuseum.nl)
  • 도움

    프랑스 오르세미술관(www.musee-orsay.fr)
  • 사진

    투니버스
  • 기타

    Developing Mathematical Tools to Investigate Art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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