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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영광의 필즈상 수상자는 누구?

현장취재


 
전세계 수학자들의 축제,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가 지난 8월 1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개막식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필즈상 수상자들에게 필즈메달을 수여했다. 과연 <;수학동아>;에서 예측한 필즈상 후보자들 중 몇 명이나 수상의 영광을 안았을까? 그리고 수상자들에게는 어떤 개성 넘치는 특징이 있을까? 시상식 현장은 물론 수상자 인터뷰까지 생생하게 담았다.

세계수학자대회의 꽃, 필즈상 시상식


“9일간 수학계의 발전에 의미 있는 강연이 펼쳐질 예정입니다. 많은 수학자들이 새로운 친구를 만나 즐거운 시간을 가지며 연구의 기틀을 마련하시기 바랍니다.”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이 시작된 후, 곧이어 국제수학연맹의 잉그리드 도비시 회장의 사회로 필즈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수상의 영예는 마리암 미르자카니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와 아르투르 아빌라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 석학연구원, 만줄 바르가바 미국 프린스턴대 석좌 교수, 마틴 헤어러 영국 워릭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한편 시상식에서는 필즈상 이외의 수학 분야 3개 상 수상자도 발표됐다. 응용 수학 분야의 공로상인 ‘가우스상’은 스탠리 오셔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수상했으며, 정보과학 분야의 상인 ‘네반린나상’은 수브하시 코트 미국 뉴욕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수학 분야에 뛰어난 업적이 있는 사람에게 주는 ‘천상’은 필립 그리피스 미국 프린스턴 고등연구원 명예교수가 받았다. 마지막으로 수학의 대중화에 공헌한 수학자에게 수여하는 ‘릴라바티상’은 아르헨티나의 과학 저널리스트 아드리안 파엔자 박사가 수상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수학을 통해 배우는 논리적 사고와 창의력은 미래 인재가 반드시 갖춰야 할 소양”이라며, “이번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를 통해 대중들이 수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란 여성 수학자, 여성 최초로 필즈상을 받다!

“여성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하게 돼서 정말 영광입니다. 앞으로 저를 계기로 많은 여성들이 수학에 진출했으면 좋겠습니다.”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 개막식에서는 여성 주최자가 지켜보는 가운데 여성 대통령이 여성 수학자에게 필즈상을 수여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그 주인공은 바로 이란 출신의 마리암 미르자카니 교수다. 그녀는 여성 최초로 필즈상을 수상하는 영광은 물론, 이슬람권 여성 수학자 중 처음으로 세계수학자대회 기조강연자로 초청받는 기쁨까지 누렸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대학교 시절까지 이란에서 공부했다. 어린 시절 이란은 전쟁 중이었지만 중고등학교에 들어갈 무렵 전쟁이 끝나 운 좋게 수학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또 좋은 선생님을 만나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었다. 박사를 밟기 위해 미국에 갈 때도 이란의 선생님들이 좋은 교수 밑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줬다고 한다.

미르자카니 교수의 연구 분야는 ‘모듈라이 공간’이다. 모듈라이 공간이란 수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곡선을 포함한 공간을 일컫는데, 이는 여러 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어 매우 복잡하다. 예를 들어 유클리드 공간 같은 것이 여러 개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녀는 이 모듈라이 공간을 이용해 쌍곡기하학과 복소해석학, 위상수학, 동역학계 사이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필즈상을 수상했다. 수학의 한 분야만 연구하는 것도 어려운데 무려 4개의 분야에 대한 내용을 알고 이를 연결하는 연구를 했기 때문에 수학계에서는 그녀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가 어린 시절부터 수학을 잘했던 것은 아니다. 12살 무렵에는 스스로 수학을 못한다고 생각해 수학을 싫어하기도 했다. 그러나 국제수학올림피아드를 준비하면서 자신감을 회복해 다시 수학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미르자카니 교수는 “수학을 잘하는 비결은 재능보다는 자신감”이라며, “자신감이 부족한 학생이 많은데 교사와 부모가 수학을 잘한다고 칭찬을 많이 해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거액 연봉 뿌리치고 수학 연구하는 만줄 바르가바 필즈상 수상자

모국이 인도인 만줄 바르가바 교수는 루빅스 큐브에서 영감을 얻어 해결한 문제로 필즈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거뒀다. 그리고 최근에는 세계 굴지의 헤지펀드 회사로부터 거액의 연봉을 제안 받았지만 이를 뿌리치고 수학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개성 넘치는 바르가바 교수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았다.

루빅스 큐브에서 영감을 받아 새로운 가우스의 연산법칙 13가지를 발견했다고 하던데,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1798년 독일의 수학자 가우스가 쓴 <;산술논고>;라는 책을 읽고, 그의 연구를 좀 더 쉽게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루빅스 큐브에 수를 하나씩 대응한 뒤, 세 가지 방법으로 루빅스 큐브를 잘라 그 수의 배열을 이용하면 문제를 쉽게 해결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이를 발전시켰더니 기존에는 몰랐던 새로운 가우스의 연산법칙 13가지를 발견할 수 있었죠.

수학 연구를 하다가 어려움이 닥치면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수학자라고 해서 주어진 문제를 단번에 술술 푸는 것은 아니에요. 20번 시도해도 20번 모두 정답이 아닐 때가 많죠. 그럴 때는 다른 문제를 먼저 풀어요. 그런데 그 문제마저도 잘 풀리지 않으면 음악을 연주해요. 제가 수학만큼이나 좋아하는 것이 음악이거든요. 인도의 전통 악기인 ‘타블라’나 피아노, 바이올린 등을 연주합니다. 사실 아주 어렸을 때는 음악가를 꿈꾸기도 했어요. 그런데 음악가가 되면 영영 수학 공부를 할 수 없을 것 같아 수학자가 되기로 결심했죠.

어린 시절부터 필즈상 수상을 꿈꾸며 수학 공부를 하셨나요?

필즈상은 대학생이 된 후에 알았어요. 따라서 학창시절에는 필즈상 수상을 꿈꿔 본 적이 없어요. 대학생이 된 이후에도 필즈상을 목표로 공부한 적은 없어요. 수학의 세계를 깊이 탐구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지금까지 연구에 몰두했던 것인데, 운 좋게도 필즈상 수상이라는 영광까지 얻게 된 거죠.

세계 굴지의 헤지 펀드 회사로부터 거액의 연봉을 제의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왜 거절하셨나요?

15년 전부터 계속해서 제의가 오고 있는데, 제 연봉의 6배까지 주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펀드 회사에서 일하는 것보다 수학을 공부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래서 번번이 회사의 제의를 거절했죠.
사실 저는 모국인 인도의 힌두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자랐어요. 힌두 문화에서는 아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게 내버려 두지요. 그렇게 교육받고 자란 덕분인지 어른이 돼서도 줄곧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어요.

수학 변방에 희소식을 전한 필즈상 수상자들

아르투르 아빌라 교수와 마틴 헤어러 교수는 자신들이 태어난 조국에 첫 번째로 필즈상을 안긴 수상자들이다. 아빌라 교수와 헤어러 교수가 태어난 브라질과 오스트리아는 이전 대회까지 한 명도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한 나라였다.

특히 아빌라 교수는 필즈상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나 유럽, 일본 등의 수학 선진국이 아닌 나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수상자다. 그는 고등학교 학생 신분으로 브라질 순수응용수학원(IMPA)에 들어가 21세 나이에 박사학위를 받기도 했다.

아빌라 교수가 세계 수학계의 주목을 받은 것은 23세였던 지난 2003년, 30년 가량 이어진 수학계의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다. 당시 학자들은 물체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단순한 함수에 0에서 1 사이의 수를 반복적으로 대입할 때 나오는 점의 자취가 시간이 오래 지난 뒤에 어떻게 이동할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하지만 이 문제는 30년이 지난 2000년대 초반까지도 풀리지 않는 어려운 문제였다. 바로 그때 혜성처럼 등장한 아빌라 교수가 동역학계의 모든 점의 자취가 특정한 위치로 수렴하거나 무작위로 퍼진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한편, 오스트리아 출신의 첫 번째 필즈상 수상자인 마틴 헤어러 교수는 아버지에 이어 2대째 수학을 공부하고 있는 수학자다. 어린시절부터 수학을 좋아했던 그는 요리를 하거나 음악을 들을 때조차 문제에 대해 생각한다고 한다.

헤어러 교수는 수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했던 다양한 방정식들을 정의하는 데 유용한 ‘정칙성 구조 이론’을 만들었다. 함수에서 그래프가 뾰족한 부분을 ‘특이점’이라고 부르는데, 특이점에서는 미분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자연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이 사용하는 방정식 중에는 미분이 불가능한 특이점을 해로 갖는 경우가 더러 있다. 이는 수학적으로는 모순이 되는 상황으로, 미분이 가능하다고 가정하고 문제를 푼 결과가 미분이 불가능함을 나타낸 것이다. 헤어러 교수는 자신이 만든 ‘정칙성 구조 이론’을 통해 이런 모순을 해소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수학 응용의 달인, 스탠리 오셔 가우스상 수상자

세계수학자대회에서는 필즈상 외에도 네반린나상과 가우스상, 천상 수상자를 발표하고 시상한다. <;수학동아>;에서는 그 중 응용수학 분야에 공헌한 수학자에게 주어지는 가우스상 수상자인 스탠리 오셔 교수에게 수학을 응용하는 비결에 대해 들어 봤다.

교수님께서 하신 연구가 무척 다양하게 활용된다던데, 어떤 연구이고 어디에 활용되고 있나요?

제 연구에서 중요한 주제 중 하나는 ‘등위집합’이라는 분야입니다. 물 위에 떠서 움직이는 기름방울을 생각해 보세요. 기름방울의 움직임을 수식으로 설명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변화무쌍한 기름방울의 형태가 마치 산처럼 생긴 3차원 물체를 수평면으로 자른 단면과 일치한다고 가정하고 문제를 설명했어요. 바로 이것이 등위집합이에요.
등위집합은 기름과 같은 유체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훌륭한 수단이랍니다. 그래서 영화 ‘캐리비안의 해적’에서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드는 데 쓰였고, ‘해리포터와 불의 잔’에서는 용의 입에서 나오는 불을 표현할 때 활용됐죠. 최근에는 영화뿐만 아니라 자기공명영상장치(MRI) 같은 의료 영상이나 날씨 예측 등의 다양한 분야에 쓰이고 있어요.

이렇게 다양한 분야에 교수님 연구를 응용할 생각을 어떻게 하셨나요?

다양한 응용의 핵심은 ‘대화’예요. 저는 수학자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을 정말 좋아해요. 비록 모르는 이야기도 많지만, 그들과 얘기하다 보면 내가 하는 연구를 다른 분야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른답니다. 모르는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고 조금씩 배워가며 이야기를 나눠 보세요. 그러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거예요.

34년 동안이나 대학생들을 가르쳐 오셨는데, 창의성을 기르는 비결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이 창의성의 기반이 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느끼기에 요즘 학생들이 예전 학생들보다 훨씬 똑똑한 것 같아요. 그건 아마도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일 거예요. 인터넷과 책, 대화를 통해서 다양한 분야의 정보를 많이 쌓는 것이 창의성을 기르는 방법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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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9월 수학동아 정보

  • 조가현(gahyun@donga.com) 기자
  • 최영준(jxabbey@donga.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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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가현(gahyun@donga.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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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영준(jxabbey@donga.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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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 서울세계수학자대회 조직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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