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통카드 한 장이면 교통체증 없이 원하는 장소에 갈 수 있어, 전세계 주요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발이 되어 주고 있는 교통수단 지하철! 저렴한 비용으로 유명한 관광지 곳곳을 갈 수 있기 때문에 국내여행은 물론 해외여행을 떠날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애용한다. 그런데 지하철에는 우리가 몰랐던 수학이론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지하철 노선도부터 운행 시간 표까지, 지하철 속 수학을 만나 보자.
서울, 인천, 경기 지역은 물론 대전과 대구, 부산 시민들의 발이 되어 주고 있는 지하철은 언제부터 운행된 걸까? 우리나라 최초의 지하철은 1974년 8월 15일 개통된 서울지하철 1호선으로, 서울역과 청량리역을 잇는 구간을 달렸다. 이는 세계 최초의 지하철이 개통된 이후 111년만의 일이었다.
세계 최초의 지하철은 1863년 1월 10일 운행을 시작한 영국 런던지하철이다. 교통체증을 극복하기 위해 SF소설이나 상상으로만 존재했던 땅속을 달리는 열차를 실제로 구현해 낸 것이다.
하지만 초기의 지하철은 이용객 수가 많지 않았다. 지금처럼 전기로 달리는 열차가 아니라 석탄을 태워서 움직이는 증기기관차로 운행됐기 때문에 매연이 심각한게 문제였다. 전기열차로 바뀐 다음에도 시민들은 지하철 노선도를 보기가 어려워 여전히 지하철을 자주 이용하지 않았다. 당시에는 지도 위에 지하철 노선을 그대로 표기했기 때문에 지하철역이 밀집해 있는 런던 중심부의 노선도는 매우 복잡해서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 문제는 1931년 지리 정보를 무시한 획기적인 노선도가 발명되면서 해결된다. 새로운 노선도는 역간의 거리를 실제 거리 비율과 상관없이 나타내 역 하나 하나를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노선도가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것은 아니다. 런던지하철의 고위 당직자들이 지리 정보를 반영하지 않은 노선도는 의미가 없다며 이 노선도의 도입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결국 3년 동안 일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았고, 1933년에서야 시범적으로 500부를 제작해 배포하게 된다. 그런데 그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노선도의 반응이 좋아 그해에만 70만 부를 더 찍을 만큼 큰 인기를 누렸다.
놀라운 것은 이 새로운 노선도가 스위스의 수학자 레온하르트 오일러의 연구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점이다. 런던지하철 신호국에서 일하던 해리 벡은 오일러가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 7개를 지리 정보에 관계없이 점과 선으로 표현한 것을 보고, 지하철 노선도도 이렇게 만들면 보기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런던 중심부의 역들은 간격을 넓히고, 멀리 떨어진 역들은 간격을 좁혀 노선도에 나타냈다. 이때 노선은 수직과 수평 또는 45° 각도의 직선으로 그렸다.
벡의 노선도가 영국에서 큰 인기를 누리자 다른 나라에서도 관심을 보이면서, 현재 그의 기법은 세계 지하철 노선도의 표준이 됐다. 또 버스 노선이나 수도관, 하수관의 지도는 물론 전자제품의 회로기판과 공장의 생산라인 도면에도 사용되고 있다.



그래프 이론을 이용하면 기다리지 않고 지하철을 탄다!

“아…, 방금 출발했네? 조금만 일찍 왔어도 타는 건데….”
지하철을 타는 사람이라면 환승역에서 방금 출발한 지하철을 보면서 아쉬워했던 기억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이다. 또한 왜 아깝게 놓치도록 운행되는 건지 불만을 갖는 경우도 있다. 타고 온 지하철이 1분만 일찍 도착하거나, 갈아탈 지하철이 1분만 늦게 출발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지 않고 편리하게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10년 전 독일 베를린지하철 운행계획자들도 이 같은 문제에 대해 고심했다. 하지만 환승역이 수십 개나 되고 지하철이 10분 간격으로 계속 운행되다 보니 환승역마다 기다리는 시간을 짧게 만드는 것은 아주 어려운 문제였다. 결국 수학자들에게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베를린공과대학 수학연구소의 크리스티안 립헨 교수는 지하철 운행에 필요한 인원과 차량의 수를 늘리지 않으면서, 환승할 때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그 결과 2005년 새로운 운행표를 만들 수 있었다. 이 운행표대로 운행하자 기다리지 않고 바로 환승할 수 있는 역이 전체 역의 60%나 됐다. 그리고 환승 때 기다리는 시간이 평균 2분 48초에서 2분 30초로 줄었다. 결국 지하철 운행횟수가 전체적으로 줄어들어 비용절감의 효과를 가지고 왔다.
립헨 교수는 어떤 방법을 사용해 운행표를 만들었을까? 그는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그래프를 그려 문제를 해결했다. 립헨 교수의 연구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아주 단순한 지하철 시스템을 가정해 보자.
지하철 노선은 A와 B 두 개뿐이다. 각 노선마다 정차역이 세 개 있고, 이 중 한 곳은 환승역이다. 노선은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고, 둘 다 4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지하철은 역에서 정확히 1분간 정차하고, 승객들이 환승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이다. 그런데 두 노선이 동시에 환승역에 도착하면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는 양쪽 승객 모두 간발의 차로 지하철을 놓치게 돼 3분간 지하철을 기다려야 하는 불편을 겪게 된다. 지하철이 1분간 정차하지만 갈아타는 데 1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두 노선은 1분, 2분, 3분 간격으로 도착해야 한다.
이제 가정한 내용을 그래프로 나타내 보자. A와 B 두 노선이 한 점에서 만나도록 ×자로 그린다. 초록 선은 A 노선, 노랑 선은 B 노선이다. 그리고 선 위에 원을 각각 5개씩 그려 넣자. 원 안에는 열차가 언제 도착하는지 그 시간을 적는다. 열차가 현재 위치한 지점을 0이라고 하고 열차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차례로 1, 2, 3, 0이라고 쓴다. 열차가 4분 간격으로 운행되고 있기 때문에 4분 지난 지점은 다시 0이 되기 때문이다. 만약 B가 A보다 환승역에 1분 늦게 도착한다면, A 노선과 B 노선의 환승역 구간에 들어간 원의 숫자가 1만큼 차이나도록 적는다.
이처럼 지하철 운행 상황을 그래프로 나타낸 뒤, 환승역 원 안의 숫자 차이가 가능한 작게 나도록 운행표를 만들면 승객들이 환승할 때 기다리는 시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사실 여기서 소개한 노선은 아주 간단하기 때문에 특별한 수학 공식 없이 여러 번 숫자를 대입해서 운행표를 짤 수 있다. 하지만 노선이 십여 개가 되고, 환승역도 수십 개가 넘는다면 모든 환승역에서 승객들이 기다리지 않고 갈아타기란 불가능하다. 따라서 최대한 많은 역에서 최소의 시간만 기다리도록 운행표를 짜야 한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혼합 정수 선형 계획법’이라는 방법을 써서 주어진 문제를 일차 연립 부등식으로 나타냈다. 그 다음, 미지수를 풀어 최적의 운행표를 만들었다.



지하철 운행 간격은 어떻게 정할까?
분명 아침 8시에 지하철을 이용했을 때는 몇 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열차가 왔는데, 오후 1시에는 10분 이상 기다려도 열차가 안 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대체 지하철은 어떤 기준으로 운행되는 걸까?
서울지하철의 배차 간격은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 수를 기준으로 정한다. 보통 지하철 1량의 정원은 약 160명이다. 1시간 동안 1량에 약 288명 이상이 이용하면 즉, 혼잡도가 180%(=288÷160×100) 이상 되면 쾌적한 열차 운행을 위해 배차 간격을 좁힌다.
하지만 무턱대고 간격을 좁히는 건 아니다. 열차가 자주 운행될수록 거기에 투입되는 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사람들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에는 2.5분에서 3.5분 가격으로, 이 이외의 시간은 10분 이상의 간격으로 열차를 운행시킨다.
그렇다면 안전한 최소 운행 간격은 얼마일까? 철도 용어로 이를 ‘최소 운전 시격’이라고 하는데, 열차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운행할 수 있는 열차 사이의 최소 운행 시간 간격을 뜻한다. 이를 구하기 위한 공식은 t1+t2+t3+t4+t5이다.

t1은 앞 열차가 정차 역에 머물러 있다가 출발해서 역의 맨 앞에 있는 출발 신호기를 통과하기까지의 시간이다. t2는 역에 정차하고 있는 시간이고, t3은 뒤 열차가 역 안으로 들어올 때 가장 먼저 보이는 장내 신호기에 진입한 후 정차하기까지의 시간이다. t4는 폐색 신호기와 장내 신호기 사이를 주행하는 시간이다. 여기서 폐색 신호기란, 2대 이상의 열차가 동시에 진입할 수 없는 일정한 구간인 ‘폐색 구간’이 있음을 알려 주는 신호기다. 마지막으로 t5는 지하철을 세우기 위해 제동장치를 작동시킨 시점부터 열차가 멈출 때까지 걸린 시간이다.
이 같은 공식을 이용해 10량짜리 지하철의 최소 운전 시격을 구해 보면 보통 2분이 나온다. 일반 기차는 3분, 고속열차는 4분이다.

지하철 노선도에 물고기, 달팽이, 고래 등 다양한 동물들이 나타났다? 1988년 영국의 예술가 폴 미들윅은 지하철로 출퇴근을 하면서 우연히 지하철 노선도에서 코끼리 한 마리를 발견했다. 그런데 그 모양이 옷이나 컵 등의 디자인에 사용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귀여웠다. 그래서 그 길로 ‘Animals on the underground’라는 회사를 설립한 뒤, 런던지하철 노선도에서 새로운 동물을 찾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응모에 참여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지하철 노선도에는 동물이 없을까? 지난 2006년 경남대 수학교육과 박부성 교수는 서울지하철 노선도에서 악어, 아기 코끼리, 타조 등 10개의 동물을 찾아 자신의 홈페이지에 소개했다.
지하철 노선도에 어떤 동물이 살고 있는지 궁금한 독자들은 수학동아 홈페이지(math.dongascience.com) 공지사항 게시판에서 지하철 노선도를 내려받아 다양한 동물들을 직접 찾아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