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한다는 게 뭐지?”
“선택은 여러 가지 길 중에 하나를 고르는 거야.”
“하지만 어떤 길을 골라야 할지 모르겠는걸.”
“어디로 가야할지 모를 때 높은 곳에 올라가 길을 살펴보잖아. 인생의 길에선 통계가 이런 역할을 해. 이참에 통계를 공부해 보는 건 어때?”
선택의 기로에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여러분은 앞으로 많은 선택의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겁니다. 작게는 주말에 무슨 영화를 볼지, 친구에게 어떤 선물을 줄지부터 크게는 어떤 대학의 어느 과를 갈지, 직업은 무엇을 가질지, 결혼은 누구랑 할지 등 일생일대의 선택도 해야 하죠. 사람들은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마다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 많은 고민을 합니다. 한 가지를 선택하고 나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내 선택을 후회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마도 여러분은 친구나 부모님, 선생님의 조언에 많이 의존하고 있을 거예요. 이 방법도 물론 좋지만, 선택에 미련이 남지 않으려면 스스로 선택하는 연습도 해야 해요.
사실 선택의 기로에서 결정을 내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하지만 가장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정보를 기반으로 추론과정을 거쳐 선택을 하는 거예요. 그 이유는 정보를 제대로 해석하면 선택의 결과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특히 이미 누군가 그 길을 걷고 있다면, 그 사람의 정보를 통해서 내가 그 길을 선택했을 때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거든요.
미래에는 어떤 직업이 촉망받을까?
지난해 교육부가 초중고생 2만 41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청소년들의 52.5%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돈을 꼽았어요. 뒤를 이어 명예와 권력, 인기가 있었죠. 사실 청소년뿐만 아니라 누구나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해요. 돈이 있으면 할 수 있는 일이 많으니까요. 따라서 인생의 중요한 결정을 할 때 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게 사실이에요.
직업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예요. 요즘처럼 나라의 경제가 좋지 않을 때는 안정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 공무원의 인기가 높아요. 이는 2012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결과를 통해서도 알 수 있어요. 청소년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1위는 초등학교 교사, 2위는 의사, 3위는 공무원이었거든요. 20~30대 청년들이 선호하는 직업 1위도 공무원이었어요.
그런데 공무원의 인기가 앞으로도 계속 될까요? 예를 들어 공무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사람만 사는 세상이 있다고 가정해 봐요. 공무원의 인원수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엄청 높을 거예요. 따라서 공무원이 되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질 거예요.
만약 누구나 공무원이 될 수 있다고 하면 월급이 아주 적어질 거예요. 왜냐하면 시장에선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에는 돈을 조금 주고,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에는 돈을 많이 주기 때문이에요. 예를 들어 햄버거를 파는 일에는 최저 임금인 시간당 5210원을 주지만, <;트랜스포머4>;를 기획한 미국의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게는 시간당 강의료로 2억 5000만 원이나 주죠.
이런 차이는 희소성 때문이에요. 특별한 기술이나 재능을 가진 사람은 사회 전반에서 원하는데, 이런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에 많은 돈을 지불하고 그 사람을 고용하는 거죠.
따라서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돈을 고려한다면, 미래에도 수요가 예상되면서 희소성의 가치가 있는 걸 찾아야 해요. 이런 전략을 경제에서는 ‘비교우위’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비교우위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것이 가장 유리하다는 경제이론이에요. 예를 들어 사냥에 자신이 있다면 사냥을 통해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사냥과 농사를 함께 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거예요.
즉, 남들이 가는 길을 따라가기보다는 내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내가 아니면 할 수 없도록 계발하는 것이 미래의 직업을 효과적으로 선택하는 방법이랍니다.
선택의 순간, 의사결정 나무로 해결한다!
‘스펙’이라는 말을 많이 들어 봤을 거예요. 스펙이란 ‘specification’의 줄임말로,구직자들 사이에서 취업에 필요한 정보인 학력, 학점, 자격증 등을 뜻하는 말로 통해요. 구직자들은 원하는 곳에 취업하기 위해 스펙 쌓기 열풍을 몇 년째 이어가고 있어요.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스펙에 집착하는 걸까요? 바로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이에요. 정보가 한쪽에만 존재하고 다른 쪽에는 존재하지 않는 거죠. 기업에서는 우수한 인재를 뽑고 싶어 해요. 하지만 기업에서 가진 정보라고는 학생들이 제출한 이력서나 자기소개서가 전부죠. 즉 스펙과 관련 있는 것밖에 없는 거예요.
그런데 이렇게 스펙을 중요시 하다 보니 비슷한 스펙을 가진 학생들이 넘쳐나고 있어요. 따라서 인사담당자 눈에 띄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지요.
그렇다면 취업 준비생 입장에서 어떤 전략을 펴야 할까요? 바로 ‘의사결정 나무’를 통해서 합격 비법을 알아내는 거예요. 의사결정 나무란 관심의 대상이 되는 집단을 몇 개의 소집단으로 나눈 뒤, 나무 구조로 분류해서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는 방법이에요.
여기서는 원하는 기업에 합격할 수 있는 비결을 알아내기 위한 의사결정 나무를 만들어 봐요. 우선 해당 기업 취업카페나 스터디 모임을 통해서 합격자와 불합격자의 정보를 수집해요. 그 다음 서류전형에서 합격한 사람과 떨어진 사람으로 집단을 나눈 뒤, 집단 각각의 특징을 알아내요. 만약 합격한 사람은 모두 토익점수가 800점 이상이라면 왼쪽 상자에 토익 800점 이상, 오른쪽 상자에는 800점 미만이라고 적어요. 왼쪽 나뭇가지에는 합격, 오른쪽에는 불합격이라고 써 넣어요.
그 다음에는 토익점수가 800점 이상인 사람 중에서 1차 면접에 합격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집단을 나눈 뒤, 각각의 특징을 알아내요. 이런 식으로 나뭇가지를 만들면서 합격의 조건을 알아내는 거예요. 마지막 나뭇가지부터 합격이라고 써진 나뭇가지를 따라 올라가면 합격의 조건을 알 수 있거든요.
그런데 아직 나는 내가 어떤 일을 잘하는지, 내 적성이 뭔지도 모르겠다고요? 통계적으로 답을 구해 보면, 내가 시간을 가장 많이 투자하는 일이 내 적성에 맞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요. 그만큼 그 일에 흥미를 갖고 있다는 뜻이죠. 예를 들어 잠자고 학교에 가는 일 외에 요리하는 데 시간을 가장 많이 쏟는다면 요리사, 게임이라면 게임 개발자가 적성에 맞을 가능성이 높아요.
사자성어 중에 ‘운칠기삼’이라는 말이 있어요. 노력보다는 운에 의해 잘되는 경우를 일컫는데, 실제로 세상은 우연에 의해 많이 좌우돼요. 과거에는 인기 없던 직업이 갑작이 인기 직종이 돼서 이곳저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오기도 하죠.
이런 우연은 여러분들도 쉽게 경험할 수 있어요. 주사위의 확률은 $\frac{1}{6}$로, 세 번 연속해서 같은 수가 나올 확률은 $\frac{1}{216}$로 매우 낮아요. 하지만 우연치 않게 1의 눈이 연속해서 세 번 나오기도 하죠. 물론 주사위를 10000번 정도 던져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져요. 주사위 눈이 1을 가리킬 확률이 $\frac{1}{6}$에 가까워지거든요. 즉 한두 번은 우연히 행운을 거머쥘 수 있지만, 매번 운에 맡길 수는 없다는 거죠. 결국 준비된 자만이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어요. 더불어 통계적 의사결정을 활용한다면, 앞으로 있을 여러 번의 선택의 기로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을 거예요.
1년 동안 함께한 통계 여행은 아쉽게도 이번 호를 마지막으로 마칩니다. 통계이야기는 끝나지만, 통계로 세상을 보는 일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나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