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는 미세한 차이를 샅샅이 살피고 다이아몬드의 등급을 결정하는 다이아몬드 감정사!
들어는 보았나? 라인 테스트!
수학동아 독자라면 이미 다이아몬드의 구조 속에 숨은 수학에 대해 익히 들어보았을 것이다. 한국보석학원을 찾아간 독자기자단은 원장을 맡고 있는 배상덕 박사님을 만나 지난 수학동아 9월호에 나온 ‘다이아몬드 만들기’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브릴리언트 커트 다이아몬드 만들기라…, 이렇게 재미있는 수학 활동이 있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보석 감정에서 수학과 과학은 필수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잘 모르더라고요. 그런데 이렇게 수학을 사랑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다이아몬드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니 매우 기쁩니다.
보석 감정에 대해 배우러 멀리서 왔으니, 가장 간단한 테스트를 직접 해 볼까요? 여기 천연 다이아몬드와, 다이아몬드처럼 보이지만 성분이 다른 유사석이 있습니다. 이 둘을 뒤집어서 종이의 검은 선(혹은 점) 위에 올려놓아 볼게요. 천연 다이아몬드는 검은 선이 비치지 않아요. 반면에 유사석은 뒤쪽의 검은 선이 번진 것처럼 보입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바로 천연 다이아몬드만 모든 빛을 한쪽 방향으로 ‘전반사’ 하기 때문이에요. 여기서 전반사란, 두 물질의 경계면에서 빛이 전부 반사되는 현상이에요. 다이아몬드가 최대한 반짝이게 하기 위해서, 빛이 모두 위쪽(반지로 만들었을 때 다이아몬드의 위쪽)으로 나가도록 그 각도가 설계되어 있는 것이지요. 즉, 뒤집어 놓았을 때 보이는 고깔 같은 면으로는 빛이 전혀 새지 않기 때문에 검은 선도 비치지 않는 거예요.
<;수학동아>;에 나온 ‘브릴리언트 커트’는 다이아몬드 고유의 굴절률에 따라 전반사가 일어나도록 정확히 계산한 모양이에요. 직경과 높이의 비율, 상하부의 비율과 각도가 다이아몬드의 굴절률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어요. 따라서 굴절률이 다른 물질, 즉 유사석으로 이 모양을 만들면 전반사가 일어나지 않죠.
물론, 유사석도 그 자체의 굴절률을 기준으로 설계하면 전반사가 일어나게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랬다가는 전체 모양이 변형되니, 그나마 예쁘지도 않겠죠."
오만가지색, 그리고 계속 변하는 색?!
예쁜 보석을 보고 ‘오색빛깔 찬란하다’는 표현을 쓰곤 한다. 그런데 보석의 색은 기본색만 무려 4만 320가지나 된다! 보석의 색을 정하는 발색원소★는 원소번호 22번에서 29번까지 총 8가지로, 간단하게 계산해 보아도 이들을 조합해서 만들 수 있는 색은 8!〓8×7×6×5×4×3×2×1=40320이다. 게다가 발색원소들의 상대적인 비율까지 고려한다면 경우의 수는 그 이상이 된다.
최수혁 : 엄청나게 다양한 ‘보석의 색’을 어떻게 감정하나요?
배상덕 박사 : 가장 먼저 육안으로 판단을 하고, 그 다음 분광기로 확인합니다. 분광기는 물질이 방출하거나 흡수하는 빛의 파장을 확인하는 장비예요. 분광기를 통해 보면 보석이 무슨 빛을 흡수하는지 알 수 있는데, 그것을‘ 흡수 스펙트럼’이라고 불러요. 흡수 스펙트럼은 모든 물질마다 각기 다른 고유의 특징입니다. 따라서 흡수 스펙트럼을 통해 보석을 감정할 수 있지요.
예를 들어 비취 감정법을 설명해 줄게요. 천연 비취(제이다이트)는 파장이 정확하게 630nm, 655nm, 690nm인 빛만 흡수해요. 그러나 염색 비취는 산화크롬 등으로 염색하기 때문에 더 넓은 구간의 빛을 흡수한답니다. 눈으로 보기엔 같은 녹색이지만, 분광기를 이용하면 진위 여부를 분명하게 밝힐 수 있어요.
김지원 : 가장 비싼 보석은 무엇인가요?
배상덕 박사 : 놀랍게도 가장 비싼 보석은 다이아몬드가 아니에요. 사실은‘ 알렉산드라이트’라는 유색보석이랍니다. 러시아 황제 ‘알렉산더’의 이름을 딴 보석이에요. 이름부터 심상치 않죠? 너무 비싸서 우리나라에서는 거래조차 거의 없어요. 그래서 보석 전문가가 아닌 이상, 일반인은 그 이름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알렉산드라이트는 빛에 따라 색이 바뀌는 신기한 보석이에요! 보석을 백열등 밑에서 보면 붉은 색이지만, 태양 빛 아래에서 보면 녹색이 돼요. 산화크롬(Cr O )에 의한 발색원소들이 광원의 종류에 따라 선택적으로 빛을 흡수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알렉산드라이트 반지를 차고 나가면 아침에는 에메랄드 색이었다가, 저녁에는 루비의 색으로 변해요!
발색원소★ 보석의 발색원소는 티타늄(Ti), 바나듐(V), 크롬(Cr), 망간(Mn), 철(Fe), 코발트(Co), 니켈(Ni), 구리(Cu)다.
‘브릴리언트’한 보석감정사가 되려면?
영화에서 등장하는 보석감정사는 돋보기 같은 기구를 눈에 끼운 채로 다이아몬드를 들여다보면서 혼잣말을 하거나, 말없이 끄덕이는 등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기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특별한 빛에 비춰 보거나, 다양한 장비로 복잡해 보이는 실험들을 하기도 한다. 하루 24시간 아름다운 보석과 함께하는 보석감정사라는 독특한 직업을 가지려면 어떠한 자질이 필요할까?
"여기에 다양한 보석 감정 장비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장비는 바로 자신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지식입니다. 보석 감정에서 결정적인 역할은 사람의 관찰력, 판단력, 그리고 통찰력이 하거든요.
그러려면 공부와 연습을 엄청 열심히 해야 해요! 충분한 지식과 경험을 통해 실력을 갈고 닦은 사람들에게 보석 감정 자격증이 주어집니다. 국가자격증은 필기와 실기시험을 통해 일정한 점수 이상을 받은 사람에게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발급합니다.
그런데 단순히 보석을 많이 들여다본다고 해서 보석 감정의 ‘내공’이 쌓이지는 않아요. 물리학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보석 그 자체는 물론이고, 모든 감정법이 물리학, 화학, 광물학을 기초로 하고 있어요. 제가 보석공학과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은 것도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서였어요. 웬만한 논문은 손쉽게 읽을 정도로 탄탄한 배경 지식이 요구된답니다.
또한 보석감정사의 무대는 전세계이기 때문에 외국어 능력은 필수예요. 사전을 끼고 낑낑대면서 읽어야 하는 영어 실력으로는 자유롭게 활동하기가 정말 힘들어요. 보석감정사가 되고 싶은 학생이라면, 지금부터 차근차근 외국어 실력을 쌓길 바랍니다.
참고로, 보석 전문용어에 한자가 많이 쓰이니 한자 공부도 겸하면 금상천화입니다. 같은 단어를 놓고, 그 한자의 뜻을 아는 사람이랑 모르는 사람이 받아들이는 이해의 깊이는 전혀 달라요. 남들보다 한 발 더 앞서 나가기 위해서는 나만의 무기가 하나라도 더 있어야겠죠? 그런 면에서 한자 공부를 적극 추천합니다!
그리고 보석감정사라고 다 똑같지는 않아요. 다이아몬드 감정사와 유색보석 감정사로 나뉩니다. 다양하고 특이한 보석들을 다루고 싶은 사람이라면 유색보석 감정사가 될 수 있겠죠. 정말 재미있는 전문직이니, 꼭 도전해 보세요!"
독자기자의 취재 수첩
두 얼굴의 보석과 두 얼굴의 박사님
김지원(춘천 유봉여고 1학년)
배상덕 박사님은 다이아몬드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판별할 수 있는 쉬운 방법을 알려 주셨다. 라인 테스트로, 선 위에 다이아몬드를 올려놓았을 때 까맣고 동그란 점선이 생기면 가짜이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면 진짜이다. 나는 이렇게 간단한 방법으로 진위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놀랐다. 요즘에는 보석으로 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많던데, 사람들이 라인 테스트 같은 쉬운 방법을 알고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음으로는 실제로 다이아몬드를 현미경으로 확대하여 보았다. 10배와 30배를 확대한 것은 확연히 차이가 났다. 현미경으로 본 다이아몬드가 인상 깊었던 이유는 실제로 보는 화려한 다이아몬드와는 다른 모습이 현미경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냥 볼 때는 다이아몬드의 빛을 반사하는 특징 때문에 반짝 반짝했는데, 현미경으로 보는 다이아몬드는 거울 조각이 붙어 있는 것처럼 독특했고 소박한 느낌도 들었다.
배상덕 박사님은 취재 내내 재미있는 예를 들어주시며 즐겁게 응해 주셨다. 박사님은 똑똑한 사람들이 갖고 있는 지적인 모습과, 아빠 친구 같은 정답고 푸근한 모습을 다 갖고 계신 분이셨다. 박사님은 우리에게 한 분야에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방면으로 공부를 하며 살아가라고 조언하셨다. 또한 박사님의 부단한 노력에 대해 듣다 보니, 내가 노력했는데도 왜 안 되냐며 탓했던 태도를 반성하게 되었다. 그리고 ‘노력’의 한자를 찾아보라는 박사님의 숙제도 해보았다.
힘쓸 노! 힘 력! 나도 오늘부터 있는 힘껏 힘을 내야겠다!
보석, 수학과 과학을 만나다!
최수혁(대전 문정중 1학년)
한국보석학원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신비로웠다. 벽에는 가공된 보석 작품들이 걸려 있었고, 배상덕 박사님께서 흥미로운 사실들을 많이 알려 주셨다. 가장 놀란 것은 일반인도 손쉽게 다이아몬드와 유사석을 감정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바로 무게 차이다. 다이아몬드의 대표적인 유사석으로는 큐빅(큐빅 지르코니아)이 있다. 큐빅과 다이아몬드는 같은 조건에서 같은 크기를 비교했을 때, 큐빅이 다이아몬드보다 1.7배 더 무겁다고 한다.
또한 샹들리에가 크리스탈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주성분은 유리(SiO2)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크리스탈이 유리와는 다른 보석인 줄 알았는데, 유리에 산화납(PbO)을 첨가하면 크리스탈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놀랐다. 이때 산화납이 금속원소이기 때문에 유리보다 크리스탈이 훨씬 무겁고, 그 무게 차이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보석은 여자들만의 관심사인 줄 알았는데, 진위여부를 감정할 때 수학과 과학을 이용한다니 놀랍고 흥미로웠다.
김선희 기자의 첨삭 포인트
두 기자 모두 취재한 내용을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잘 정리했어요. 김지원 기자는 배운 점과 느낀 점을 적절히 안배했어요. 그런데 제목과 기사의 관련성이 약간 약한 것 같아서 아쉽네요. 최수혁 기자는 다양한 감정법 중 무게 차이라는 하나의 주제를 정해서 자세히 작성한 점이 훌륭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