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체험] 세상을 이끄는 수학 고수 4인방을 만나다!


수학동아 창간 4주년을 맞아 세상을 이끄는 수학 고수 4인방을 만났다. 세계이동통신협회 최고전략 책임자, 오리가미 예술가, 필즈상 수상자, 국내 최고를 넘어 세계 최고를 넘보는 고등과학원 원장까지! 세계 여러 나라를 넘나들며 각 분야에서 활약하는 수학 고수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자.


통신 편 세계 통신 산업을 이끄는 슈퍼 우먼, 양현미 박사

세계 각국을 누비며 활약하는 슈퍼 우먼이 있다. 최근 일주일 새 영국 런던에서 노르웨이 오슬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거쳐 다시 런던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세계이동통신협회 최고전략책임자 양현미 박사다. 그녀는 일년 간 전세계 220개국을 돌며 통신 산업을 이끄는 주역답게, 수학동아와의 인터뷰도 런던에서 걸려온 국제전화로 진행됐다.


“전략을 짜는 건 수학 문제를 푸는 것과 비슷해요. 전략을 짜려면 몇 수 앞을 내다보며 논리적으로 해결책을 생각해야 돼요. 수학에서도 문제를 어떻게 풀지 논리적으로 생각하지요. 또 수학을 전문적으로 공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문제가 풀릴 때까지 집요하게 매달려요. 끈질긴 과제 집착 능력도 전략 업무랑 잘 맞는 것 같아요.”

양 박사는 서울대 수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응용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수학을 박사까지 마치고 미국의 카드회사에서 마케팅 담당자로 사회 생활을 시작해, 국내 은행과 통신사의 전략본부장을 맡았다. 그리고 지난 해에는 동양인 최초로 세계이동통신협회 최고전략책임자가 됐다. 수학에서 마케팅과 전략 업무로, 금융사에서 통신사로, 그리고 영국 런던에 있는 세계이동통신협회 임원이 되기 위한 도전까지. 그녀의 인생에는 도전의 순간이 많다. 앞으로 또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할 계획은 없을까?

“제가 모험 정신이 강해요. 힘든 일에는 오히려 ‘내가 한 번 해결해 보겠다’는 투지가 불끈불끈 솟지요. ‘겁이 없다’, ‘용감한 영혼’이라는 말도 참 많이 들었어요. 인간은 두려움을 감수하며 자신을 테스트 할 때마다 한 단계씩 레벨 업 되는 것 같아요. 앞으로요? 전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세계이동통신협회로 자리를 옮긴 이유도 세계 통신 시장을 좋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데 기여하고 싶었기 때문이지요.”

마지막으로 글로벌한 인재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덧붙였다.

“관심을 넓게 가지세요. 다양한 분야의 책도 많이 읽고, 여러 과학 분야나 인문학적인 소양도 쌓으세요. 그리고 자신을 믿으세요! 하고 싶은 일은 주저하지 말고요. 어려운 일 같지만 청소년 시절부터 연습하면 분명 자신이 원하는 미래를 이룰 수 있을 거예요.”
 
양현미 박사

예술 편 오리가미 초고수 로버트 랭 박사를 만나다!

여기 종이 한 장으로 무엇이든 뚝딱 접어내는 오리가미 초고수가 있다. 종이 한 장만 있으면 동물, 사람, 꽃은 물론 뼈만 남은 공룡까지도 제작이 가능하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오리가미 활동이 ‘수학’을 기초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창간 기념 인터뷰 그 두 번째는 수학을 예술로 승화시킨 미국의 오리가미 전문 작가 로버트 랭 박사다.


“저는 6살 때 처음 오리가미★를 시작했습니다. 그 뒤로 오리가미와 사랑에 빠져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고요. 사실 저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에서 근무했던 물리학자였어요. 그러다가 오리가미를 활용해 본격적으로 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표현하고 싶어 오리가미 전문 작가가 되었습니다. 아마 수학과 과학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았더라면, 다른 일을 하고 있을 겁니다. 그만큼 오리가미에서 수학과 과학은 중요하거든요.”

오리가미와 수학은 대체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오리가미는 작품의 기준이 되는 ‘선 접기’로 시작합니다. 이때 수학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면 작품을 완성할 수 없어요. 작품의 종류에 따라 선을 접는 방법과 경우의 수가 조금씩 다른데, 3차원 작품의 경우 선들의 관계는 수학적 수식으로까지 표현이 가능해요.
작품을 섬세하게 표현하려면, 정사각형 종이로 직선과 곡선을 자유롭게 접을 수 있어야 해요. 예를들어 공룡의 굽은 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려면 네모반듯한 종이를 접어 곡선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바로 수학이 필요합니다. 선 접기를 할 때 접는 각도를 계산해 자연스럽게 곡선을 만들어야 하거든요. 정확한 표현을 위해선 조금 복잡한 수식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래서 실제로 작업을 할 때에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설계를 해요.

이처럼 수학을 사용하는 이유는 더 간편한 새로운 접기 방법을 연구하기 위해서입니다. 수학을 활용하면 실패하더라도 쉽게 전 단계로 돌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거든요.”

로버트 랭 박사는 오리가미가 예술 작품을 넘어 세상을 바꾸는 과학 기술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로버트 랭 박사

오리가미★ ‘종이를 접어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드는 놀이’를 뜻하는 일본어다. 전세계에서 종이 접기 분야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공식 명칭이다.


독자기자, 이것이 궁금하다!

오리가미는 과학기술에 어떻게 활용되고 있나요?

오리가미는 인공 안구, 자동차, 에어백, 비행기 디자인 등 다양한 과학 기술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대부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함께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공 안구 제작 프로젝트의 경우 미국의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연구팀과 제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인공 안구 제작 프로젝트란, 시각장애인의 망막 역할을 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일이에요. 이 장치를 시각장애인의 눈 속에 넣는 수술을 하면, 카메라가 달린 헤드셋을 통해 영상이 시신경에 전달돼 앞을 볼 수 있지요.

이때 이 장치를 최대한 가늘게 접어서 눈 속에 넣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일에 오리가미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최대한 가늘게 접어야 눈 속에 장치를 넣을 때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줄일 수 있으니까요.

작품 활동이나 융합 연구를 진행하시면서 오리가미의 한계를 느꼈던 적은 없으신지요?

물론 작품 활동을 할 때는 가끔 공간의 한계를 느낍니다. 보통 오리가미는 정사각형 종이 한 장으로 작품을 만들어 내니까요. 실제 모습과 꼭 닮도록 정교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정사각형이라는 한정적인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종이를 빈틈없이 사용하기 위해 ‘수학’을 도구로 활용하지요.

하지만 때로는 정사각형 대각선 길이 이상으로 작품을 표현할 수 없다거나,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에는 정사각형이 한없이 부족할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처음으로 돌아가 전개도 설계를 다시 생각해 보곤 하죠. 무엇보다 한계를 극복하고 작품을 완성할 때 희열을 느껴요.

융합 연구는 오리가미의 장점만을 활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예를 들어 원래 크기의 $\frac{1}{60}$ 정도로 접혀 있다가, 사고가 나면 0.1초 만에 순간적으로 펴지는 자동차 에어백이 대표적인 예죠. 융합 연구는 작품 활동에 비해 좀 더 자유로운 부분이 있어요. 게다가 실생활에 적용되고, 많은 사람들에게 오리가미로 도움을 줄 수 있어 기쁘죠. 융합 연구를 진행하면서 매번 오리가미와 수학의 위대함에 놀라고 있답니다.


수학 편 필즈상 수상자 에핌 젤마노프 교수를 만나다!

수학계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 수상자는 수학의 고수 중에서도 정점에 오른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1994년 필즈상을 수상한 에핌 젤마노프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대 수학 교수로 자리하고 있지만,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으로 1996년 고등과학원 설립 이래 오랫동안 석학교수로 지내며 매해 여름 한국을 찾고 있다.


“수학을 좋아하니까 행복하고, 수학을 할수록 더 행복합니다.”

천상 수학자인 에핌 젤마노프 교수의 말에 수학자가 꿈인 독자기자 오하은, 허준영 학생이 두 눈을 반짝였다. 젤마노프 교수 옆에는 통역을 위해 고등과학원의 금종해 원장이 직접 자리했다. 그런데 두 학생이 직접 영어로 또박또박 인터뷰를 시작하자 젤마노프 교수와 금종해 원장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

젤마노프 교수는 러시아 출신의 수학자로 소련이 붕괴된 후 미국으로 자리를 옮겨 교수로 지내다가, 시카고대학 재직 중에 ‘제한된 번사이드 문제’를 해결한 업적을 인정받아 필즈상을 수상했다. ‘제한된 번사이드 문제’는 영국의 수학자인 윌리암 번사이드가 1902년에 제기한 뒤, 대수학 분야의 최대 난제로 남아 있던 문제다. 젤마노프 교수는 무려 100쪽에 이르는 증명 끝에 이 문제를 풀어내 결국 1994년 필즈상을 차지했다.

“번사이드 문제는 군론에서 다루는 문제 중 하나입니다. 군론은 대수학 분야로, 수학뿐만 아니라 과학계 여러 연구의 기초이자 토대가 되어왔습니다. 실제로 군론이 자연계에서 쓰이는 경우가 다반사고, 통신, 암호 등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응용되고 있지요. 많은 수학자들이 제한된 번사이드 문제를 연구했지만 100여년 간 풀리지 않았어요. 저도 거의 2년간 이 문제와 살다시피 했고, 결국은 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는 내년에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수학자대회(ICM) 유치 결정에도 큰 힘을 보탰다. 대체 한국과 무슨 인연인 걸까?

“고등과학원 4대 원장인 고 명효철 박사는 제 오래된 친구입니다. 전 고등과학원을 매해 찾겠다는 친구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습니다. ICM의 한국 유치에 도움을 준 건 한국에 대한 애착만은 아니에요. 한국의 수학이 그만큼 발전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지요.”
 
에핌 젤마노프 교수

독자기자, 이것이 궁금하다!

수학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수학은 ‘삶’입니다. 수학이 무엇이냐고 질문하는 것은 예술가에게 예술이 뭐냐고 질문하는 것과 같습니다. 수학자는 예술가나 시인에 가까울 거예요. 예술가에게 예술, 수학자에게 수학, 그것은 아마 삶 그 자체일 것입니다. 수학을 좋아하면 자연스레 수학을 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수학 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제 말을 이해할 거예요.

교수님처럼 훌륭한 수학자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재미있는 문제를 많이 푸세요. 어려운 문제도 스스로 곰곰이 생각하고 푸는 훈련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절대 싫증날 정도로는 해서는 안 됩니다.

또 하나는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어떤 선생님 밑에서 어떤 공부를 하느냐에 따라 진로가 달라질 수 있거든요.

한국은 학생들이 세계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데, 필즈상 수상자는 아직 배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한국은 교육을 좋은 대학을 가는 지름길로 생각하는 경향이 큽니다. 물론 교육열을 탓할 수는 없지요. 하지만 지나친 압박으로 인해 지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IMO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IMO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 목표가 돼선 안 됩니다. 어른이 됐을 때 훌륭한 수학자가 되기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해야 되지요.

올림피아드의 문제는 어렵지만 반드시 풀리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수학자는 답도 없는 문제에 평생을 매달려야 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니까 포기하지 않고, 지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배우도록 하세요.


기관장 편 세계 최고를 꿈꾸는 고등과학원 금종해 원장

고등과학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기초과학 연구기관으로, 수학부, 물리학부, 계산과학부로 구성돼 있다. 국내외 뛰어난 연구자들과 매해 고등과학원을 방문하는 세계적인 석학들이 연구에 전념하는 곳이다. 9월 5일, 고등과학원 제6대 원장으로 취임하신 금종해 원장님은 수학과 물리학 분야의 우리나라 최고 연구기관인 고등과학원을 “앞으로 세계적인 석학들이 오고 싶은 연구 기관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고등과학원이란 어떤 곳인가요?

“고등과학원은 단순히 공부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 아닙니다. 깨닫길 원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지요. ‘아하, 그렇구나! 이 이론들을 서로 연결하면 이렇게 되는구나!’ 우수한 연구자들이 모여 자신의 연구도 하고 학문적 교류를 통해 깨달을 수 있는 고등과학원이 되었으면 합니다.”

세계적인 수학자이자 고등과학원의 원장으로서 앞으로 목표는 무엇일까?

“고등과학원을 세계적인 석학들이 오고 싶은 연구 기관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필즈상 수상자인 에핌 젤마노프 교수처럼 매해 고등과학원을 방문하는 석학들도 있지만, 더 많은 분들이 이곳에 방문해 우수한 연구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우선 고등과학원에 연구 공간이 많이 부족한데요, 연구 공간을 늘리는 것이 첫 번째 목표입니다.”

개인적인 목표가 있으시다면?

“연구하는 기관장이 되는 것이 꿈입니다. 저는 2006년에 대수기하학 분야에서 20년 넘게 풀리지 않던 난제인 ‘유한대칭군 분류’를 세계 최초로 성공하며 그 연구 성과를 인정받았습니다. 수학 분야의 최고 학술지인 ‘수학연보’(Annals of Mathematics)에 제 논문을 실었지요. 앞으로 고등과학원의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일 거예요. 하지만 이와 더불어 앞으로도 수학자로서 연구의 끈을 놓지 않도록 노력하고 싶습니다.”
 
고등과학원 금종해 원장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2013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김정 기자
  • 염지현 기자
  • 사진

    염지현 기자
  • 사진

    김선희 기자
  • 사진

    양현미
  • 사진

    Robert J. Lang
  • 사진

    위키미디어
  • 사진

    동아일보
  • 사진

    고등과학원

🎓️ 진로 추천

  • 수학
  • 물리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