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젓가락 한 쌍, 신발 한 켤레, 치약-칫솔, 남자-여자…. 짝이 없으면 존재감이 약해지는 것들이 많아. 이처럼 짝이라는 것은 꽤 소중한 존재야. 이번 달에 살펴볼 숫자 2는 가장 작은 짝수라는 점에서 짝이라는 단어와 밀접한 관련이 있어. 짝수의 대표 주자인 2에 대한 여행을 떠나 보자.
제1코스 단짝 자연수, 친화수와 쌍둥이 소수
자연수는 짝수와 홀수로 이루어져 있다. 짝수 중 가장 작은 수에 해당하는 2는, 2k라는 표현을 통해 다른 모든 짝수를 나타낼 수 있다. 즉, 모든 짝수는 2의 배수이므로 자연수 집합의 원소 k에 대해 2k 꼴로 나타낼 수 있다. 같은 방식으로 모든 홀수는 자연수 k에 대해 2k-1의 꼴로 표현한다. 또한 2는 짝수 중 유일한 소수다. 2를 제외한 나머지 짝수들은 1과 자신 외에 반드시 2를 약수로 갖기 때문이다.
자연수 중에는 2와 연관된 단짝 소수도 있다. 바로 쌍둥이 소수다. 쌍둥이 소수는 그 차가 2인 두 소수를 말한다. 즉, 한 소수 p에 대해 p+2도 소수라면, (p, p+2)는 쌍둥이 소수다. 쌍둥이 소수는 (3, 5), (5, 7), (11, 13), (17, 19)와 같이 우리가 알고 있는 소수 중에서도 제법 많이 찾아볼 수 있어 친숙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쌍둥이 소수가 소수처럼 무한히 존재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사촌 소수도 있다. 사촌 소수는 쌍둥이 소수와 비슷한데, 그 차가 4인 두 소수를 말한다. 즉 한 소수 p에 대해 p+4도 소수라면, (p, p+4)는 사촌 소수가 된다. 예를 들어 (3, 7), (7, 11), (13, 17)등이 사촌 소수다. 그렇다면 한 소수 p에 대해 p+3인 삼촌 소수는 없을까? 소수에 3과 같은 홀수를 더하면 짝수가 되기 때문에 삼촌 소수는 딱 한 가지밖에 없다. 바로 유일한 짝수 소수인 2와 5이다.
또한 친화수란 단짝 자연수도 있다. 친화수는 두 수 A, B로 이루어지는데, A의 진약수(자기 자신을 제외한 모든 약수)를 모두 더하면 B가 되고, B의 진약수를 모두 더하면 반대로 A가 된다.
예를 들어 220과 284는 대표적인 친화수다. 220의 진약수 1, 2, 4, 5, 10, 11, 20, 22, 44, 55, 110을 모두 더하면 284가 되고, 284의 진약수 1, 2, 4, 71, 142를 모두 더하면 220이 된다.
그 다음으로 알려진 친화수는 1184와 1210으로, 친화수라는 친근한 이름에 비해 찾아내기는 어려운 편이다. 친화수의 개수가 유한한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제2코스 마술을 부리는 수, 2
이번에는 2가 부리는 마술에 대해 살펴보자. 마술사가 몇 번의 질문만으로, 참가자가 속으로만 생각한 숫자를 귀신 같이 알아맞히는 마술을 본 적 있을 것이다. 이 마술 속에는 2와 관련된 비밀이 숨겨져 있다. 마술사와 참가자의 대화 속에서 그 비밀을 찾아보자.

참가자 : 네.
마술사 : 이 카드 안에 있다니 정말 좋은 숫자를 고르셨군요. 그럼 옆의 카드에는 있나요?
참가자 : 아니오.

마술사 : 괜찮습니다. 그럼 다음 다섯장의 카드 A, B, C, D, E 중 당신이 선택한 숫자가 어떤 카드에 들어 있는지 알려 주시겠습니까?
참가자 : A, B, E에 있어요.
마술사 : 당신이 선택한 숫자는 77이군요.
참가자 : 헉, 맞아요! 당신은 진정한 마술사군요!
마술사는 도대체 어떻게 참가자가 생각한 숫자를 알아맞힌 걸까? 여기에는 이진법의 원리가 숨겨져 있다. 1부터 127까지의 자연수는 모두 7자리 이내의 이진법의 수로 나타낼 수 있다. 이진법은 각 자리의 숫자를 모두 ‘0 또는 1’로만 표현한다. 이 사실을 이용해 참가자가 선택한 숫자가 카드에 있는지 따지기만 하면 참가자가 어떤 숫자를 생각했는지 알 수 있다.
마술사가 제시한 카드는 총 7장이다. 그리고 각 카드는 이진법으로 나타낼 때 20자리가 1인 숫자, 21자리가 1인 숫자, 22자리가 1인 숫자, 23자리가 1인 숫자, 24자리가 1인 숫자, 25자리가 1인 숫자, 26자리가 1인 숫자로 각각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마술사가 가장 처음 제시한 카드의 숫자들은 모두 홀수로만 돼 있는데, 홀수를 이진법의 수로 나타내면 20자리의 숫자가 1이다.
참가자는 자신이 생각한 숫자가 첫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일곱번째 카드에 들어 있다고 얘기했는데, 마술사는 이 정보를 통해 그 숫자가 이진법으로 1001101(2)임을 알아차릴 수 있다. 그리고 재빠른 암산을 통해 그 수가 1×26+1×23+1×22+1×1=77이라고 답한 것이다.
아마 준비성 있는 마술사라면 카드의 뒷면에 자신만 볼 수 있게 힌트가 되는 숫자인 1, 2, 4, 8, 16, 32, 64를 써놓고, 참가자가 대답한 카드 뒷면의 숫자를 살짝살짝 더해 ‘진짜 마술사’처럼 능숙하게 답할 것이다.
제3코스 깜짝 놀랄 거듭제곱의 힘!
체스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판 위에서 말을 움직여 적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얻는 일종의 ‘모의 전쟁 게임’이다. 그런데 체스의 기원을 따라가 보면 숫자 2와 만날 수 있다.
고대 인도에 전쟁 일으키기를 좋아하는 왕이 살고 있었다. 이 왕으로 인해 나라가 거의 망할 지경에 이르렀을 때, 한 승려가 나타나 가상 전쟁 게임을 전해 주었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체스다. 체스에 푹 빠진 왕은 승려에게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만다. 그러자 승려는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음과 같이 요구했다.
“체스판의 총 64칸에 대해, 첫 번째 칸은 쌀알 1개, 두번째 칸은 쌀알 2개, 세번째 칸은 4개, 이렇게 칸 마다 이전 칸의 2배씩 개수를 늘려 64번째 칸까지 쌀알을 모두 더해 주십시오.”
언뜻 들으면 승려가 요구한 쌀의 양이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실제로는 웬만한 대국도 감당하기 힘든 어마어마한 양이었다. 쌀알 1개의 부피를 대략 가로 5mm, 세로, 높이 각각 1mm인 직육면체의 부피와 같다고 하면, 승려가 요구한 쌀알을 모두 저장하기 위해 모서리의 길이가 4km가 넘는 정육면체 모양의 창고가 필요하다. 먼저 쌀의 총 부피를 구해 보자.

210=1024≒1000=103으로 어림잡아 계산하면, 5×264≒5×24×260=80×(210)6≒80×(103)6=80×1018(mm3)이다. 이 때 1km=1000m=(1000)2mm에서 1km3=(1000)6mm3=1018mm3이므로, 쌀의 총 부피는 약 80km3이다.
쌀알을 저장하려는 정육면체 창고의 한 모서리의 길이를 xkm라 하면 x3=80이고, 이 조건을 만족하는 x는 약 4.3km가 된다. 결국 승려가 요구한 쌀의 양은 세 모서리의 길이가 모두 4.3km인 거대한 정육면체 모양의 창고에도 다 보관하기 힘든 엄청난 양이었다.
제4코스 신문지를 42번만 접으면 달까지!
2의 거듭제곱의 힘을 살펴볼 수 있는 또다른 예로는 신문지가 있다.
신문지 1장의 두께는 매우 얇아서 측정하기가 쉽지 않다. 만약 10장을 겹쳐서 측정한 두께가 1mm라고 가정해 보자. 그러면 신문지 1장의 두께는 0.1mm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얇은 신문지도 42번만 접으면 지구에서 접은 신문지가 달에 닿을 정도로 두꺼워진다. 언뜻 들어서는 상상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얇은 신문지가 무슨 우주선도 아니고 달까지 간단 말인가!
천천히 따져 보자. 지구에서 달까지의 평균 거리는 대략 38만 4400km이다. 그리고 신문지를 한 번 접으면 2배씩 두꺼워진다. 그러면 신문지를 42번 접었을 때 그 두께는 0.1×242mm가 된다. 여기서 어림셈을 사용하여 210=1024≒1000이라고 하면, 0.1×242=0.1×22×(210)4≒0.4×10004=0.4×(103)4=0.4×1012 따라서 1km=106mm인 것을 이용해 단위를 km로 바꾸면, 신문지를 42번 접었을 때 두께가 4×105km, 즉 40만km로 지구에서 달까지의 평균거리보다 더 커짐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에 가기 위해 값싼 신문지 대신 우주로켓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는 신문지를 10번 이상 접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신문지를 1번 접을 때마다 두께는 2배가 되지만, 반대로 그 넓이는 1/2배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신문지를 몇 차례만 접고 나면 그 위에 발 하나도 올려놓기 쉽지 않을 것이다.
숫자 2는 단지 숫자로서의 의미에 그치지 않고 혼자가 아닌 둘, 외롭지 않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어. 2012년 새 학기를 준비하고 있는 2월, 단짝 친구에게 우정 어린 문자를 보내 보는 건 어떨까? 더불어 친화수, 쌍둥이 소수 등 2개씩 이뤄진 절친 숫자와, 이진법 마법 등 숫자 2에서 알게 된 재미난 숫자 이야기를 들려주면 단짝친구랑 더 친해질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