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로코왕궁에서 한 달 동안 호의호식하던 허풍과 도형이 드디어 탄자니아로 떠난다. 하디시 공주의 도움으로 쿠말로라는 여행가이드도 함께한다는데…. 탄자니아에선 어떤 일이 벌어질까?
1 세렝게티 국립공원
“우와~. 선생님, 이렇게 많은 얼룩말은 처음 봐요. 어디 가는 걸까요?”
허풍과 도형 앞으로 수백 마리의 얼룩말 떼가 지나간다.
도형은 신기한 동물들을 보느라 신이 나 있고 허풍은 맹수가 나타날까 봐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코가 긴 코끼리, 목이 긴 기린, 떼 지어 다니는 얼룩말, 뿔이 아름다운 사슴까지! 세렝게티 공원은 정말 재미난 곳이에요.”
“이제 슬슬 다른 곳으로 가 볼까요?”
세렝게티 공원에 사는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힘쓰고 있는 쿠말로는 하디시 공주의 부탁으로 허풍 일행의 여행을 안내한다.
“수많은 동물이 밀렵꾼들의 총에 죽어가고 있어요. 수시로 순찰하고 있지만…,한계가 있네요. 하루 빨리 동물 보호 구역으로 지정돼야 할 텐데.”
쿠말로의 설명을 들으며 이동한 바위 부근에는 사자들이 있다.
“선생님, 사자들이 우리를 사냥하면 어쩌죠? 무서워요.”
“하하, 도형 군. 동물들은 아무런 이유 없이 상대방을 해치지 않아요.”
“녀, 녀석 별걸 다 걱정하고 그래. 초원의 왕 사자는 이 허풍과 비슷하지. 절대로 먼저 이빨을 드러내지 않아.”
사실 도형보다 열 배는 더 걱정했던 허풍이지만 쿠말로의 설명에 안심하고 평소처럼 말한다.
“그나저나 이렇게 넓은 초원을 어떻게 한 번도 헤매지 않고 이동하시는 거예요?”
“1부터 10까지 번호를 매겨 이동경로를 표시해 두었단다. 크기 순서대로 가면 되지. 지도에 숫자가 적힌 동그라미 보이지?”
“그런데 어떤 순서대로 가야 하는 거예요. 번호는 3개밖에 안 보이는데….”
“지난 번 비에 젖어 숫자가 지워졌구나. 어떤 순서로 가야 하는지 숫자를 맞혀 볼래? 이 동그라미의 중심과 중심을 직선으로 이어 하나로 연결하면 이동 경로가 되거든. 당연히 왔던 길은 다시 지나지 말아야 하고 경로도 겹치면 안 되지.”
2 코끼리 무덤
“네~, 숙소에 돌아가서 풀어 볼게요. 그런데 이렇게 넓은 공원을 보호하려면 엄청 힘드시겠어요. 저는선생님 한 분 보호하기도 정말 어렵거든요.”
“도형아, 그럴 땐 ‘보호’가 아니라 ‘모신다’라고 해야지. 에헴.”
여러 곳을 돌아다니느라 지칠 만도 하지만 처음 보는 동물을 구경하느라 허풍과 도형은 피곤한 기색이 없다. 이내 해가 저물어 숙소로 발길을 옮긴다.
“코끼리 무덤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사실은 존재하지 않는 곳이지만 밀렵을 통해 상아를 얻은 사람들이 자신들의 죄를 가리기 위해 ‘코끼리 무덤에서 가지고 왔다’라고 거짓말을 해서 생겨난 말이죠.”
“코끼리 무덤이라는 말까지 만들어 내다니 정말 나쁜 사람들이네요.”
쿠말로와 함께 도착한 숙소에서 동물들이 처한 상황에 대해 듣고 있던 허풍이 갑자기 벌떡 일어선다.
“사나이 허풍. 말 못하는 동물을 괴롭히는 사람들은 절대 용서할 수 없지. 도형아, 가자. 우리 친구들을 지키러….”
“선생님, 우리 친구들도 저녁엔 자고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참, 도형아. 공주님 말로는 퍼즐을 아주 좋아한다고 하던데…, 괜찮으면 우리 자물쇠를 하나 만들어줄래? 이곳 지도를 안전하게 보관해야 하거든.”
“아, 물론이죠. 선생님, 말씀대로 동물친구들을 지킬 수 있겠는데요. 하하하.”
쿠말로의 부탁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퍼즐에 매달린 도형.
“선생님, 이거 보세요. 같은 색깔엔 같은 숫자가 들어가게 수식을 완성하면 자물쇠가 열려요. 어때요?”
“음…, 도형아. 이거 너무 어려워도 문제가 있는 거 아니니? 난 도통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모르겠구나.”
“에이~, 아니에요. 동물 친구들을 확실히 지켜주려면 이 정도는 돼야죠.”
3 야간 순찰
“아저씨, 이렇게 만들었어요. 동물 친구들을 철저하게 지켜야 하니까요.”
쿠말로도 도형이 만든 퍼즐을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다.
“오늘은 저녁식사 뒤에 특별한 곳으로 안내해 드릴게요. 잠시 뒤 저녁 8시에 숙소로 마중 갈게요. 조금있다 봬요.”
“정말 기대돼요. 선생님도 기대되시죠?”
특별한 곳에 가는 것보다 저녁식사를 더 기대하는 허풍은 무얼 먹을지 궁리한다.
“도형아, 저녁은 냐마초마로 먹자. 알았지?”
도형이 대답하기도 전에 주문하는 허풍.
냐마는 고기, 초마는 굽다라는 뜻인데, 냐마초마는 소고기나 양고기를 구워 먹는 음식이다. 허풍이 알고먹는 건 아니겠지만, 탄자니아 대표 음식이다.
“선생님, 빨리요. 아저씨가 기다려요.”
“도형아, 밥 먹고 급하게 움직이면 안 된단다. 천천히 가야지.”
약속대로 저녁 8시에 쿠말로와 만난 허풍 일행. 특별한 곳이 어딘지 궁금하기만 한데….
“밤마다 제가 순찰하는 곳이랍니다. 밤에는 밀렵꾼들이 더 많아서 야간 순찰은 중요하죠.”
낮에 간 곳과 같은 곳이었지만 해가 진 뒤에 찾아간 초원은 또 다른 모습이다.
“아저씨, 낮에 갔던 길이랑 다르게 이동하는 것 같아요. 이쯤 사자 바위가 있었는데….”
“다른 순찰팀과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 다른 길로 가고 있단다. 이게 순찰경로지.”
쿠말로가 건넨 종이에는 퍼즐이 적혀 있다. ‘3칸 또는 4칸을 차지하는 직사각형 막대를 수직(V), 수평(H), 대각선(D) 방향으로 놓아 모든 칸을 채우도록 배치한다. 알파벳이 적힌 곳 위에는 해당하는 방향으로 막대를 놓는다.’
“퍼즐로 돼 있네요? 우와~, 제가 풀어 봐도 되죠?”
“한번 풀어 보렴. 쉽지 않을 텐데….”
4 코끼리를 노리는 밀렵꾼
“이런, 도형이에게는 비밀이 없구나. 하하. 허풍 씨는 똘똘한 조수를 둬서 좋겠어요.”
“하하하. 다 제가 가르치고 있습니다. 한 번 말하면 다 이해하곤 하죠.”
허풍이 떠는 허풍까지 그대로 배울까 걱정하는 쿠말로.
“아저씨, 저기 보이는 게 뭐예요?”
“코끼리들이 무리 지어 이동하는 거란다. 녀석들은 낮보다 밤에 이동하지. 물과 목초가 풍부한 곳으로 자주 자리를 옮기거든.”
“그 뒤에 누군가 따라가고 있는 걸요?”
코끼리 무리 뒤에 누군가가 살금살금 다가가고 있는 것이 보인다.
“밀렵꾼 녀석들이군! 코끼리들이 놀라지 않도록 녀석들을 쫓아야겠구나.”
쿠말로는 크게 앞질러 돌아가기로 하고 허풍 일행은 뒤에서 밀렵꾼들을 쫓기로 한다. 앞서 간 쿠말로가 밀렵꾼들의 앞에 나타나자 밀렵꾼들은 혼비백산해 달아난다.
“아저씨, 밀렵꾼들이 이 쪽지를 흘리고 간 것 같아요. ‘G = 30, 2, 15 G = 39, 3, 6 G = 5, 17, 3 이 세 개의 그룹을 각각 수식으로 만들어서 같은 값이 나오게 하면 코끼리 무덤으로 가는 구역이 나온다’ 라고 적혀 있는데요.”
“아직도 코끼리 무덤을 찾아 헤매고 있는 사람들이 많구나.”
그 헛된 것에 관심을 쏟는 사람이 여기 한 명 더 생긴다. 바로 허풍이다.
“도형아, 그… 뭐 혹시 모르니 한번 풀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다.”
“선생님도 참. 풀어보는 건 나쁘지 않지만 그저 지어낸 이야기라고 쿠말로 아저씨가 그랬잖아요.”
“하하하, 호기심은 어쩔 수 없는 것이란다. 우리 한번 풀어 보자꾸나. 과연 어떤 힌트가 나올지 궁금하구나.”
“네~. 선생님, 딴생각하시지 마세요.”
★ 세렝게티 공원을 떠나며…
“저런, 이 숫자는 이곳 탄자니아를 나타내는 숫자(국가번호)에 불과하단다. 저들도 누군가에게 속은 것 같구나. 코끼리는 해치지 말아야 할 텐데….”
순찰을 돌고 숙소로 향하는 허풍 일행. 왠지 아쉬워하는 허풍을 빼고는 다들 보람찬 얼굴이다.
다음 날, 세렝게티 공원의 아침이 밝는다.
“선생님, 세렝게티 공원을 절대로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이렇게 가까이서 자연을 느낀 적이 없었거든요.”
“그래, 냐마초마도 참 맛있었는데 말이야. 터키에서 먹었던 꼬치와 같은 맛이었지.”
탄자니아를 떠나면 그저 맛있는 냐마초마를 더 이상 못먹게 되는 것이 아쉬운 허풍.
“쿠말로 아저씨, 동물 친구들을 잘 지켜주세요! 또 놀러 올게요.”
“앞으로 여행하면서 동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렴. 그리고 꼭 한 번 더 놀러 오고. 허풍 씨도 함께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세렝게티를 떠나는 허풍 일행. 살아 있는 자연에서 느낀 감동이 너무 커서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음 여행지에선 어떤 일이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