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과 같이 두꺼운 종이로 된 도형이 있습니다. 이걸로 팽이를 만들려면 어디에 이쑤시개를 꽂아야 할까요?”
일본의 쿠로다 토시오 교수는 물리나 화학처럼 수학도 실험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서일까. 그가 보여준 ‘실험수학’ 강좌는 선생님들도 따라 할 수 있도록 모두에게 재료가 주어졌다. 눈금이 그려진 두꺼운 종이로 다양한 모양의 팽이를 직접 만들면서 수학의 원리를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앞에서 제시한 종이 팽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무게중심이다. 그림에서 무게중심은 어디이고 어떻게 찾을까?
각 위치에 걸리는 무게(면적)를 고려해 균형을 이루는 지점을 찾으면 이 점이 바로 무게중심이다. 자신이 찾은 무게중심에 이쑤시개를 꽂아 팽이를 돌려보면 무게중심을 제대로 찾았는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실험의 매력이다. 올바른 무게중심에 이쑤시개를 꽂으면 종이 팽이가 기우뚱거리지 않고 잘 돈다.
쿠로다 토시오 교수는 무게중심뿐 아니라 삼각형의 오심에 속하는 내심, 외심, 수심, 방심을 소금으로 알려줄 수 있는 실험도 진행했다.
쿠로다 토시오 교수의 실험수학은 지난 1월 25일부터 28일까지 나흘간 경기 안산 한양대 에리카캠퍼스에서 진행된 ‘MathFestival(MF)’의 강좌 중 하나다.
올해로 13번째를 맞이한 이 행사는 1년에 한 번씩 전국수학교사모임 주관으로 진행되는 중등 수학교사 연수프로그램이자 수학 교사라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수학 축제’다. ‘즐거운 연수, 행복한 교실 그리고 나’라는 구호 아래 이번 MF에는 예전보다 많은 450여 명의 수학교사가 참여했다.
박상의 MF 준비위원장은 “학생이 학교에서 즐겁고 행복하며, 학교는 오고 싶은 곳이 돼야 하는데, 이렇게 되려면 수학선생님들도 즐겁고 행복해야 한다”며 “이번축제는 학생이 수학으로 행복해지는 그날을 기대하며 준비했다”고 말했다.
“연수라기보다 소통의 장”
이번 MF에서는 숫자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외국 책 ‘Number Freak’ 안에 숨어 있는 수학적인 의미를 소개한 강좌, 비판적 사고력 함양을 위한 수학 수업, 페그퍼즐을 이용해 진행하는 수학 영재 수업, 음악과 수학, 중학교 체험수학 프로그램 개발의 실제, 수학벽화와 뫼비우스 띠, 창의적 교사가 되기 위한 전략 등 총 35가지 강좌가 진행됐다.
또 교사들이 직접 만지고 체험하는 15가지 주제로 2회 진행된 워크숍, 4가지 코스로 진행된 ‘수학여행(Math Tour)’, 교사문화 공연 등 다채로운 행사도 펼쳐졌다.
교사들의 자발적인 필요에 의해 시작된 MF는 2005년 7회부터 교육청의 인가를 받아 2학점의 연수프로그램으로도 자리 잡았다. 이번 행사에 참가한 교사 상당수는 설문지에서 “실제 수업에 활용할 수 있는 사례와 자료를 제공해줘서 좋았다” “1회만 진행되던 워크숍을 2회로 늘려 많은 도움이 됐다”고 MF를 평가했다.
이런 반응을 얻을 수 있는 배경에는 교육현장에서 활동하는 교사들이 5개 분과로 역할을 나눠 체계적으로 프로그램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수업개선과 체험·영재교육 분과는 수학 수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수업 방법과 수업모델, 영재수업, 체험수업을 마련했고, 교재연구와 수학교육학 분과는 전문적인 내용을 원하는 교사에게 수학연구라는 주제로 교수와 전문가의 연구 내용을 제공했으며, 수업관찰 분과는 교실 수업을 분석해 자신의 수업을 보완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이동흔 전국수학교사모임 회장은 “MF는 순수한 열정을 품은 수학교사들이 모여 수학 교육에 대해 고민하며 시작한 수학문화 운동으로 교사에 의한, 교사를 위한 수학축제”라며 “연수라기보다 3박 4일 동안 같은 고민을 하는 교사들이 어울리며 열정과 경험과 자료를 나누는 소통의 장에 가깝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