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전문 음악인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글의 내용보다 더 깊은 수준을 논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글만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어도 큰 어려움 없이 노래반주 중 조옮김까지 즉석에서 할 수 있다. 필자도 기타를 잡고 가끔〈Friends〉와 함께 〈Dr.Black Hole & Friends〉라는 이름으로 공연하고 있음을 밝혀 둔다.
직각삼각형 세 변의 길이에 대한 공식으로 잘 알려진 피타고라스는 정말 특이한 사람이었다. 그는 우주가 완전한 질서의 아름다움을 갖는 배열에 의해 이뤄져 있다는 신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우주가 수로 구성돼 있다는 이색적인 주장을 하게 된다. 한마디로 아름답거나 조화로운 것들 속에는 수의 질서가 존재하고 있다는 뜻이다.
피타고라스의 업적은 너무 많아서, 과연 혼자서 다 해낸 것인지 아니면 학파에서 한 일들이 개인의 치적으로 포장된 것인지 분명치 않다고 한다.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음악의 8음계 '도레미파솔라시도' 역시 그의 작품이다. 즉 '미 - 파'와 '시 - 도' 사이에 반음 간격을 설정한 사람도 피타고라스라는 말이다.
하지만 음악은 여전히 어렵다. 으뜸음과 으뜸화음 차이는 무엇인지, #(sharp)이 3개면 무슨 장조인지, ♭(flat)이 2개면 무슨 단조인지, #5개를 오선지에 그리려면 어떠한 순서대로 그려야 하고 그 이유는 무엇인지, 까다롭기 짝이 없다. 필자도 천문학이나 우주와 관련된 음악을 만들고 싶어 5인조 밴드 〈Friends〉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데, 음악이론을 수학적으로 분석해 어려움을 극복해 내고 있다. 이 글을 통해 그 요령들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장조화음을 만들자!
최소한 계명과 음명을 구분할 줄 알아야 이 글을 읽을 수 있다. 계명이란 '도레미파솔라시’를 말하고 음명은 각 음의 고유이름으로 정의된다. 음명은 우리말로는 ‘다라마바사가나’, 영어로는 ‘CDEFGAB’로 정의되는데 이 글에서는 영어 음명으로 통일하겠다. 피타고라스가 정한 대로
C음이 계명으로 도, 즉 으뜸음이 되는 장조를 C장조라고 한다. 이 경우 으뜸음 C를 도라고 하면 D는 레, E는 미, F는 파, G는 솔, A는 라, B는 시에 각각 해당된다. 또한 로마숫자를 이용해 으뜸음 C를 I이라고 하면 D는 II, E는 III, F는 IV, G는 V, A는 VI, B는 VII에 각각 해당된다.
장조의 으뜸화음 (도, 미, 솔)은 (I, III, V)로 구성된다. 예를 들어 (C, E, G)를 동시에 울리면 우리 귀에는 ‘듣기 좋은’ 화음으로 들린다. 왜 듣기 좋을까?
그 이유를 피타고라스는 음의 간격에서 찾았다. 첫째, (I, II, IV) 또는 (I, III, IV)처럼 연속하는 2음이 있어서는 어울리지 않는 불협화음이 된다. 반드시 (I, III, V)처럼 하나씩 건너뛴 3음을 골라야 한다. 둘째, I과 III사이에는 반음 간격이 없어야 하고 III과 V사이에는 반음 간격이 하나 있어야 한다. 화음 (C, E, G)는 E–F 사이가 반음 간격이기 때문에 위 두 조건을 만족한다.
C장조의 으뜸화음
화음 (C, E, G)는 으뜸음이 C이기 때문에 C장조의 으뜸화음이 된다. 이 화음을 음악에서 보통 C 코드라고 부르기 때문에 C음과 혼동돼 음악이론이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보통 음을 스칼라로, 코드는 벡터로 기술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보려고 한다. 예를 들어 C 코드는 굵은 고딕 ‘C’로 표기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면 C는 성분 C, E, G에 의해 C(C, E, G)처럼 표기될 수 있기 때문에 혼돈을 피할 수 있다. 또한 으뜸음을 I로 나타낸 것처럼 으뜸화음을 I로나타내면 여러 가지가 더욱 편리해진다.
장조의 화음
정의
-장조의 으뜸화음 I(I, III, V)는 I과 III 사이에는 반음 간격이 없어야 하고 III과 V 사이에는 반음 간격이 하나 있어야 한다.
쉬운 예제
- G장조의 으뜸화음 G를 정의해 보자. 으뜸음 G를 I이라 하면 B는 III, D는 V에 해당되므로 일단 G(G, B, D)가 된다. 체크해보면 G와 B사이에는 반음간격이 없고 B와 D사이에는 B–C 반음 간격이 있으므로 G(G, B, D)는 문제가 없음을 확신하게 된다.
어려운 예제
- D장조의 으뜸화음 D를 정의해 보자. 이 경우는 D(D, F, A)가 아니다. 왜냐하면 D와 F사이에 E–F 반음 간격이 있고 F와 A사이에는 반음 간격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F의 반음을 올린 D(D, F#, A)가 돼야 한다.
단조화음을 만들자!
화음 (I, III, V)에서 I과 III 사이에 반음 간격이 있고 III과 V 사이에 반음 간격이 없어도 듣기 좋을까? 그렇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명랑한’ 느낌을 주는 장조화음에 반해 ‘슬픈’ 느낌을 주는 단조의 화음이 된다. 예를 들어 화음 (C, E♭, G)는 C단조의 으뜸화음이 되고 계명은 (라, 도, 미)가 된다. 단조의 경우 예를 들어 C단조의 으뜸화음을 Cm로 적고 ‘C마이너’라고 읽는다.
C단조의 으뜸화음
단조의 화음
단조의 으뜸화음 Im(I, III, V)는 I과 III 사이에는 반음 간격이 하나 있어야 하고 III과 V 사이에는 반음 간격이 없어야 한다.
예제
- G단조의 으뜸화음 Gm를 정의해 보자. 으뜸음 G를 I이라하면 III은 B, V는 D이므로 일단 Gm(G, B, D)가 된다. 살펴 보면 G와 B사이에는 반음 간격이 없고 B와 D사이에는 B–C 반음 간격이 있으므로 Gm(G, B♭, D)가 돼야 함을 알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화음 C와 Cm에서 G가 공통으로 참여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즉 G는 C장조와 C단조의 곡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C가 으뜸음인 경우 G는 딸림음, 즉 자동으로 따라다니는 음이라는 이름을 갖는다. 앞에서 피타고라스는 현악기에서 으뜸음을 내는 현의 길이 $\frac{1}{3}$지점을 손가락으로 누르고 퉁기면 딸림음이 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기술한 바 있다. 같은 이유로 예를 들어 C가 으뜸화음, 즉 I인 경우 G, 즉 V를 딸림화음이라고 한다. 이 경우 F, 즉 IV를 버금딸림화음이라고 하는데 그 이유는 뒤에서 분명해진다. C가 으뜸음인 경우 F를 버금딸림음이라고 부르는 것도 마찬가지다.
화음 (I, III, V)에서 반음 간격이 모두 없는 (C, E, G#)와 모두 있는 (C, E♭, G♭) 경우는 불협화음을 이루고 각각 Caug(증화음), Cdim(감화음)처럼 표기된다. 간격이 증가했다고 해서 증화음, 감소했다고 해서 감화음으로 해석하면 된다. 이 불협화음들은 장중하고 깊이 있는 음악에서 오히려 더 큰 역할을 맡기도 한다.
TIP. 주요 장조와 단조화음
주요 장조화음을 나열해 보면 C(C, E, G), D(D, F#, A), E(E, G#, B), F(F, A, C), G(G, B, D), A(A, C#, E), B(B, D#, F#)가 된다. 주요 단조화음을 벡터로 표기하면 Cm(C, E♭, G), Dm(D, F, A), Em(E, G, B), Fm(F, A♭, C), Gm(G, B♭, D), Am(A, C, E), Bm(B, D, F#)가 된다.
화음반주의 기초
화음반주의 원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으뜸화음 I이 결정되면 딸림화음 V와 버금딸림화음 IV도 자동으로 정해진다. 그러면 I은 계명으로 (도, 미, 솔), IV는 계명으로 (파, 라, 도), V는 계명으로 (솔, 시, 레)에 해당된다. 예를 들어 C장조에서는 I이 C가 되니까 V는 G, IV는 F가 되고, C는 (도, 미, 솔), F는 (파, 라, 도), G는 (솔, 시, 레)를 맡으면 된다.
C장조의 세 화음 C, F, G
화음반주를 넣자
정의
-으뜸화음 I은 계명으로 (도, 미, 솔), 버금딸림화음 IV는 계명으로 (파, 라, 도), 딸림화음 V는 계명으로 (솔, 시, 레) 부분을 맡는다.
예제
- 동요 ‘학교 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에 화음반주를 달아 보자. 이 노래는 계명이 ‘솔솔 라라 솔솔미, 솔솔 미미레….’이므로 반주를 C장조로 단다면 C가 (도, 미, 솔)에 해당되니까 맨 앞 ‘솔솔’ 부분은 C가 돼야 한다. 이 경우 F는 (파, 라, 도)에 해당되니까 그 다음 ‘라라’ 부분을 맡아야 한다. 그 다음부터 ‘레’ 직전까지, 즉 ‘솔솔미, 솔솔 미미’는 모두 C로 해결된다. 이 경우 G는 (솔, 시, 레)에 해당되니까 마지막 ‘레’ 부분을 맡으면 되는 것이다.
화음반주에 익숙해지면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버금딸림화음이 으뜸화음이 되면 이전의 으뜸화음은 딸림화음으로 바뀐다는 점이다. 즉 IV를 I이 되도록 조옮김하면 이전의 I은 V가 된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C장조에서는 C가 I, F가 IV, G가 V지만, F가 I이 돼 (도, 미, 솔)을 맡으면, 즉 F장조로 조옮김하면 이번에는 C가 V가 돼 (솔, 시, 레)를 맡게 된다.
상대적으로 V-I-IV 순서로 배열된 장조화음. 화음을 그림처럼 배열하고 임의의 나란한 셋을 고르면 일반항으로 V-I-IV 된다.
위에 배열된 장조화음에서 C의 오른편은 ♭을 사용하는 장조들의 으뜸화음이다. 즉 ♭이 1개면 F장조, 2개면 B♭장조, 3개면 E♭장조, 4개면 A♭장조, 5개면 D♭장조, 6개면 G♭장조가 된다. 마찬가지로 C의 왼편은 #를 사용하는 장조들의 으뜸화음이다. 즉 #이 1개면 G장조, 2개면 D장조, 3개면 A장조, 4개면 E장조, 5개면 B장조, 6개면 F# 장조가 된다.
장조화음의 배열은 의미심장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현이 4개인 바이올린이나 베이스 기타는 장조화음의 배열에서 발견할 수 있는 순서, 즉 E, A, D, G 음을 갖는 순서로 조율된다. 장조 화음 배열의 양끝은 같은 F#과 G♭, 즉 같은 것이므로 이어붙이면 고리구조를 갖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화음반주의 실제
세 화음 V–I–IV를 이용해 반주를 다는 데는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느낌이 너무 단순하기 때문이다. 특히 단조의 곡은 장조화음의 도움이 절실하다.
같은 조표를 갖는 장조와 단조를 나란한 조라고 한다. 즉 I장조의 경우에는 VI단조가 나란한 조가 된다. 예를 들면 C장조의 나란한 조는 A단조, G장조의 나란한 조는 E단조가 된다. 장조화음의 배열과 같이 나란한 조의 으뜸화음들을 아래와 같이 배치하면 확장된 고리구조를 갖는다. 이 고리는 두 줄로 돼 있으므로 이제 ‘굴러갈’ 수도 있겠다.
확장된 화음 고리구조 중 임의의 한 부분이 화음이 I장조 또는 VI단조에 없어서는 안 될 화음들이다.
확장된 화음 고리구조의 아래 줄에서 Am의 오른편은 ♭을 사용하는 단조들의 으뜸화음이다. 즉 ♭이 1개면 D단조, 2개면 G단조, 3개면 C단조, 4개면 F단조, 5개면 B♭단조, 6개면 E♭단조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마찬가지로 확장된 화음 고리구조의 아래 줄에서 Am의 왼편은 #을 사용하는 단조들의 으뜸화음이다. 즉 #이 1개면 E단조, 2개면 B단조, 3개면 F#단조, 4개면 C#단조, 5개면 G#단조, 6개면 D#단조가 된다. 확장된 화음 고리구조의 아래 줄의양끝도 같은 D#m와 E♭m이므로 윗줄과 마찬가지로 이어붙이면 고리구조를 갖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나란한 조로 화음을 만들자
정의
- 화음 I, IV, V는 각각 ‘명랑한’ 느낌의 (도, 미, 솔), (파, 라, 도), (솔, 시, 레) 부분을, VIm, IIm, IIIm는 ‘슬픈’ 느낌의 (라, 도, 미), (레, 파, 라), (미, 솔, 시) 부분을 각각 맡는다.
악보에 화음을 달자
아래 나온
첫 부분
‘하늘이 열리고 태극이 춤추던 날, 해와 달 내려와 오악을 비추네…‘ 에 화음반주를 달자.
이 노래는 C장조니까 물론 G–C–F가 주로 이용돼야 한다. 처음 ‘하늘이 열리’ 부분은 계명이 ‘미미미 미솔’이니까 C가 돼야 한다. 하지만 다음에 나오는 ‘고’ 부분이 문제다. 계명으로는 ‘솔’인데 솔은 더욱 확장된 화음 고리구조에서 무려 세 가지나 선택의 여지가 있다. 왜냐하면 C는 각각 ‘명랑한’ 느낌의 (도, 미, 솔) 부분을, G는 ‘명랑한’ 느낌의 (솔, 시, 레) 부분을, Em는 ‘슬픈’느낌의 (미, 솔, 시) 부분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이 노래에서는 이 부분에 약간 ‘슬픈’ 느낌을 주는 Em가 분위기에 맞는다.
그 다음 ‘태극이 춤추던’ 부분도 계명이 ‘도라라 도도미’이기 때문에 (파, 라, 도)를 맡는 F가 대세다. 그 다음 ‘날’ 부분도 계명으로 ‘미’니까 무리 없이 C가 된다. ‘해와 달 내려와’ 부분도 계명이 ‘파파 파 파라라’니까 F 가무난하다.
하지만 ‘오악을 비추네’ 부분은 어렵다. 계명으로 ‘라도도 시라솔’인데 뒷부분이야 딸림화음 G가 대세지만 앞부분이 왜 D 가 돼야 하는지는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들어 보면 D가 안성맞춤인데 이런 부분에서 반주자의 숙련도가 필요하다. 어쨌든 여기서 중요한 것은 D가 C장조와 A단조 노래 반주에 필요한 모든 화음에 포함돼 있다는 사실이다!
C장조와 A단조 노래 반주에 필요한 모든 화음들
더욱 확장된 화음 고리구조. 이 경우 II, III, VI은 각각 ‘명랑한’ 느낌의 (레, 파#, 라), (미, 솔#, 시), (라, 도#, 미) 부분을 추가로 맡는다. 예를 들어 노래에 계명 파#이 나오면 II가, 솔#이 나오면 III이 맡게 된다.
지금까지의 내용들은 기초 중의 기초에 속한다. 실제 음악에서는 지금까지 예를 든 성분이 3개인 ‘3차원 벡터’들만이용되지 않는다. 실제로는 VI을 추가한 6 코드나 VII♭을 추가한 7 코드 같은 ‘4차원 벡터’들이 빈번히 쓰인다. 예를 들자면 Am6(A, C, E, F#)나 C7(C, E, G, B♭) 같은 코드들이다.
앞에서 Caug나 Cdim같은 불협화음들은 장중하고 깊이 있는 음악에서 오히려 더 큰 역할을 맡기도 한다고 기술한 바 있다. 불협화음까지 적절히 사용해서 한 곡을 만들면 천문학 연구에서 수치해석 프로그램 하나를 잘 짠 것만큼 즐거웠다.필자는 불협화음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잘 모르지만 ‘달밤’과 같은 곡을 만든 적도 있었다. 음악의 길은 끝이 없지만 즐겁기만 하다.
근세에 이르러 피타고라스 신봉자였던 케플러는 한술 더 떠 행성 하나하나에 음악을 달기에 이른다. 행성들이 피타고라스의 우주에서는 원운동만 하는 반면 케플러의 우주에서는 타원운동을 하기 때문에 더 복잡해졌다.
피타고라스가 듣기 좋은 코드로 구성된 가벼운 우주 오케스트라를 들었다면 케플러는 불협화음이 섞여 무겁고 심오하게 들리는 우주 오케스트라를 듣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