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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교통안전 지킴이

매일 지나가는 길, 수없이 건너갔던 횡단보도에도 수학이 들어있다. 집 앞 큰길에 있는 녹색 신호등은 몇 초 동안 켜져 있을까?

신호등 녹색 불의 시간

횡단보도를 건널 때면 몇 걸음 가지 않았는데도 녹색 불이 깜빡이는 걸 볼 수 있다. 괜히 마음 급하게 왜 이럴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횡단보도 녹색불에는 엄연한 수학적 계산이 들어 있다.

녹색 불이 깜빡이는 시간은 횡단보도의 길이를 걷는 속도로 나눈 값과 같다. 도시의 일반도로는 한 차선의 폭이 3m이므로 6차선 도로라면 전체 도로폭은 약 18m다. 성인의 걷는 속도는 평균 초속 1m이므로 횡단보도를 건널때 필요한 시간은 18초라는 값이 나온다. 여기에 4~7초의여유시간을 덧붙이는데 이것이 바로 빨간 불에서 녹색 불로 바뀐 다음 불이 깜빡이기 전까지의 시간이다. 이 때문에 녹색 불이 깜빡인 뒤에 횡단보도에 들어서면 정상 걸음으로는 건너기 힘들다.
 


물론 사람이 많이 다니는 곳이나 지역적 특성이 다른 곳은 녹색 불의 시간을 늘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앞이나 노약자가 많은 지역에서는 평균 걷는 속도를 초속 0.8m로 낮춰 계산한다.

최근에는 신호등 옆에 녹색 불의 남은 시간을 나타내는 잔여시간표시장치를 함께 다는 곳이 늘고 있다. 숫자나 8개 이상의 역삼각형 도형을 세로로 배열해 남은 시간을 표시한다. 편도 3차로 이상인 도로 중에 사람이 많이 다니고 사고가 잦은 횡단보도에 설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시각장애인에게 소리로 신호를 알려 주는 음향신호기는 일반인이 길을 건널 때도 긴장감을 불어 넣어 안전에 도움이 된다. 횡단보도의 녹색 불이 빨간 불로 바뀐 뒤 차량의 녹색 불이 2, 3초 있다가 켜지게 하는 것으로도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경계석의 높이
 

8월 개장한 광화문 광장 양 옆에는 차량의 침범을 막기 위해 25cm 높이의 경계석이 설치돼 있다.


지난 8월 이순신 장군 동상 주변으로 서울 광화문 광장이 개장했다. 처음에 광장은 차도보다 조금 높게 만들어졌을 뿐 별다른 안전시설이 없었다. 개장 다음날 택시가 광장 안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서울시는 높이 25cm짜리 ‘경계석’ 670개로 광장과 차도를 구분했다. 10월 중으로 높이 60cm짜리 돌화분을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처럼 경계석은 사람이 다니는 인도와 자동차가 다니는 차도를 구분하기 위해 설치한다. 차가 인도에 침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인도의 높이는 경계석의 높이에 따라 자연스레 결정된다. 흔히 ‘도로턱’이라고 불리는 경계석은 높이 20~30cm, 길이 1m짜리 화강암이나 콘크리트로 만든다. 경계석을 설치할 때 땅에 5cm를 묻기 때문에 바깥으로 보이는 경계석의 높이는 15~25cm다.

경계석의 높이는 주로 해당 도로를 달리는 차의 속도와 관련이 깊다. 법이 정한 표준 높이는 15cm지만 차가 쌩쌩 달리는 도로일수록 경계석의 높이를 25cm까지 높일 수 있다. 자동차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경계석 높이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지 않을까 하는 궁금점이 생길 수 있다. 하지만 15~25cm 높이라 해도 속도를 줄이지 않은 자동차가 부딪치면 타이어가 터지거나 튕겨 올라 자동차가 뒤집어지기도 한다.

오히려 경계석의 높이가 너무 높아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많다. 휠체어나 유모차처럼 바퀴가 달린 기구를 이용하는 사람이 횡단보도의 녹색 불을 기다릴 때, 경계석이 높을수록 경사로의 기울기가 급해져 차도로 미끄러지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에 따르면 인도의 기울기는 1/18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이것은 1m 높이를 내려가기 위해 18m를 움직여야 하는 기울기다. 마찬가지로 20cm 높이의 경계석을 안전하게 내려 오려면 인도 폭이 3.6m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서울의 평균 인도 폭은 약 3m에 불과하다고 한다. 경계석의 높이가 마냥 높아서도 너무 낮아서도 안 되는 이유다

차도와 인도는 언제 처음 나눠졌을까?

역사 속에서 차도와 구분된 인도가 등장한 시점은 기원전 4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마 제국은 500여년에 걸쳐 8만km가 넘는 포장도로를 건설했다. 마차가 다니는 4m 너비의 차도를 만들고, 양 옆으로 3m 너비의 인도를 함께 만들었다. 차도 옆에 경계석을 세우고 같은 높이의 인도를 만들어 사람들을 보호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1923년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경찰청의 지시로차도와 인도를 구분하기 시작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수학의 원리. 참 신기하죠? 이 세상은 수학으로 가득 차 있답니다. 오늘 배운 원리들을 가족과 친구에게 전해 보세요. 수학과 함께라면 모두 더욱 안전하게 살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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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0월 수학동아 정보

  • 이재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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