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어과동 친구들~. 나는 과학마녀 일리야. 푸푸에게 수학 공부를 시키고 한숨 자고 일어났더니, 글쎄 정답을 다 맞힌 거야. 칭찬을 많이 해줬더니 푸푸가 찔렸던지 지나가던 꿀벌이 답을 알려주고 갔다고 고백하더라고. 아니, 꿀벌이 수와 기호의 개념을 안다니…. 너무 놀라워서 어찌 된 일인지 꿀벌에게 직접 물어봤단다.
Q안녕? 자기소개를 부탁해.
난 꿀벌이야. 흔히 재래꿀벌과 양봉꿀벌을 합쳐 꿀벌이라 부르지. 색으로 우릴 구분할 수 있는데 노란색 배에 갈색 가로띠가 있으면 양봉꿀벌, 검정색 배에 흰 줄이 있으면 재래꿀벌이란다. 가장 높은 계급인 한 마리의 여왕벌과 생식벌인 몇몇의 수벌, 다수의 일벌이 집단을 이루며 지내. 몸길이는 15mm 안팎인데 여왕벌은 이보다 좀 더 크고, 일벌은 몸집이 작은 편이야. 우리는 엉덩이춤을 추며 대화해. 원형을 그리거나 8자 춤을 추는데 그 속도를 바꿔가며 다양한 의미를 전하지. 꿀이 많은 곳이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으면 엉덩이를 흔들어 위치를 알린단다.
Q우와, 너희 좀 똑똑한 것 같은데?
놀라긴 일러. 지난 6월 5일, 호주 로열맬버른공과대학교 애드리언 다이어 부교수팀은 꿀벌이 기호와 수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갖췄단 사실을 발표했어. 꿀벌이 숫자 ‘0’의 개념을 이해하고, 간단한 덧셈과 뺄셈도 할 수 있다는 지난 연구에 이은 추가 연구 결과였지. 연구팀은 꿀벌이 어떤 부호를 특정한 양과 연결 지어 이해할 수 있도록 Y자 모양의 미로 방을 설치해 훈련시켰어. 꿀벌을 10마리씩 두 그룹으로 나눠 첫 번째 그룹은 기호를 보고 양을 이해하도록, 두 번째 그룹은 양을 보고 기호를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한 거야.
Q어떤 훈련인지 더 자세히 알려줘.
꿀벌이 Y자 미로에서 출발해 앞으로 나아가면 양 갈래 길을 만나. 이때, 출발 지점에서 숫자를 의미하는 기호를 본 그룹은 그 수만큼 도형이 그려진 방을 선택해야 하지. 예를 들어, 3을 의미하는 기호를 봤다면, 3개의 도형이 그려진 방으로 들어가는 거야. 반대로 출발 지점에서 도형을 본 그룹은 그 도형의 개수를 상징하는 숫자 기호가 표시된 방으로 향하는 훈련이야.
연구팀은 꿀벌이 두 개의 보기 중 정답인 방으로 들어가면 달콤한 설탕물을, 틀리면 쓴맛의 물질을 주며 반복 훈련을 시켰어. 그 결과, 연구팀은 교육을 통해 꿀벌이 기호와 기호가 의미하는 수 사이의 관계를 연결 지어 이해할 수 있는 것을 발견했단다.
Q수와 기호를 이해하는 게 어떤 의미를 갖니?
인간의 뇌엔 860억 개의 뉴런이 있지만, 꿀벌은 100만 개도 채 안 돼. 연구팀은 이렇게 인간보다 훨씬 작은 뇌를 가진 곤충이 수와 기호의 개념을 이해하는 것에 큰 의미를 두고 있어. 지금까진 영장류나 새들만 이 관계를 이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거든. 연구를 이끈 애드리언 다이어 부교수는 “곤충의 뇌를 연구하면 간단한 구조로 복잡한 연산을 처리하는 미래의 고효율 컴퓨팅 시스템 설계에 큰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