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핀란드 세이나요키, 무엇이 특별할까?
세이나요키는 핀란드의 수도인 헬싱키에서 차로 5시간 정도 걸리는 곳에 위치한 작은 도시예요. 서울과 경기도를 합친 정도의 면적에 서울시 인구의 0.6%밖에 되지 않는 약 6만 명이 살고 있지요. 특별할 것 없는 세이나요키가 주목을 받는 이유는 바로 어린이 비만을 빠르게 줄였기 때문이에요.
핀란드는 어린이의 비만과 과체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서 큰 문제였어요. 1997~2013년에 실시한 학교건강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세이나요키가 속한 핀란드 남포흐얀마 지역의 8~9학년(14~15세) 학생의 경우 *과체중이나 비만인 여학생은 8%에서 14%로, 남학생은 16%에서 23%로 급격하게 증가했지요.
그래서 세이나요키는 지난 2013년부터 어린이 비만 예방프로그램을 시작했어요. 그 결과, 오른쪽 표처럼 어린이 비만을 거의 절반으로 줄일 수 있었답니다. 겨우 3년 만에 어린이의 비만을 크게 줄일 수 있었던 비밀은 과연 무엇일까요?

* 과체중과 비만 : 어른의 경우 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 BMI가 23 이상 25 미만이면 과체중, 25
이상은 비만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어린이의 경우 BMI만으로는 구별할 수 없어서 소아청소년 표준 성장
도표에서 BMI가 85~94%에 해당하면 과체중, 95% 이상이면 비만으로 판단한다.

세이나요키의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학교를 찾아왔어요. 어? 그런데 교실에 책상만 있고 의자가 하나도 없어요! 서서 수업을 받는 교실로, ‘움직이는 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였어요. 움직이는 학교는 학교에서 움직이는 시간을 늘리는 프로그램으로, 세이나요키의 27개 학교 중 24개 학교가 시행하고 있답니다.
움직이는 학교를 처음으로 시행한 세이나요키중학교의 경우 19개의 교실 중 2개가 서서 수업을 받는 교실이에요. 핀란드는 과목에 따라 교실을 옮기면서 수업을 하는데, 세이나요키중학교의 경우 하루 7시간의 수업 중 1~2시간은 서서 수업을 받아요.
앉아서 수업을 하는 교실의 경우에도 균형을 잡으면서 앉아야만 하는 ‘균형 방석’에 앉아서 수업을 받을 수 있지요. 또 30분 이상 앉아 있었다면 선생님과 함께 일어나서 스트레칭을 한다고 해요.
세이나요키중학교의 야리 노포넨 교장 선생님은 “45분 동안 서서 수업을 하는데, 아이들이 힘들어하지는 않는다”면서 “오히려 수업에 집중할 수 있어서 서서 하는 수업을 좋아한다”고 말했어요.


재미있는 점은 수업도 움직이면서 한다는 거예요. 교실을 OX 혹은 찬성, 반대로 나누거나 교실 밖에서 수업 미션이 적힌 종이를 주는 등 움직이는 수업을 하고 있지요. 노포넨 교장 선생님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얼마든지 움직이는 수업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답니다.
쉬는 시간에도 학생들이 더 많이 움직이게 만들었어요. 학생들은 미리 예약만 하면 쉬는 시간에 학교 체육시설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지요. 운동장도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운동장에 모래만 깔려 있었지만 지금은 재미있는 놀이기구가 가득하답니다. 학교 운동장을 바꿀 때는 학생이 원하는 것을 고려해 디자인했지요.
이외에도 학교 근처를 걷는 ‘움직이는 날’이나, 매일 250m를 뛰어서 42.195km를 완주하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노포넨 교장 선생님은 “아이들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환경의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면서 “많이 움직이면 두뇌도 더 활발하게 움직여서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답니다.




두 번째 비밀은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과체중과 비만을 관리하고 있다는 거예요. 핀란드에서는 태어나서부터 받았던 모든 건강 검사 데이터가 초등학교로 연결돼요. 이를 통해 어린이의 성장 예상 곡선을 만들고, 여기에서 벗어나는 경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건강을 관리하는 방법을 알려 주고 있었답니다.
특히 과체중인 경우에는 학교 간호사와의 상담을 통해 앞으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운동할 것인지 함께 계획을 세워요. 과체중을 넘어 비만인 경우에는 부모님과 함께 학교 간호사나 의사와 상담을 해서 가족 전체의 식습관과 운동 등을 관리하지요. 만약 3개월 동안 비만을 관리했는데도 체중이 더 늘어난 경우에는 비만과 관련이 있는 혈당과 혈중지질, 갑상선호르몬 등을 체크하는 혈액 검사를 받아요. 또 영양사와 운동처방사, 심리상담사와 상담을 할 수도 있답니다.
학교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도 변하고 있어요. 공원에 다양한 놀이시설을 만들고, 70여 개의 스포츠 클럽을 만드는 등 시 전체가 어린이는 물론 시민들의 신체 활동을 늘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요.
이런 노력의 결과 3년 만에 어린이 비만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었어요. 세이나요키의 어린이가 건강해진 비밀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비만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랍니다.



함께 시작해요! 움직이는 교실, 건강한 학교
우리나라도 아동·청소년의 비만이 늘어나고 있어 큰 문제예요.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12~18세의 과체중 및 비만은 지난 2010년 17.6%에서 2014년 21%로 계속 늘어나고 있지요.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도 ‘움직이는 교실, 건강한 학교’를 시작해요. 세이나요키가 획기적으로 비만을 줄인 비법을 서울시 강동구의 2개 초등학교에서 시행한답니다. 먼저 시범 운영을 한 뒤, 점차 서울시 전체
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에요.
서서 수업하는 교실을 만드는 것은 물론 움직이는 퀴즈 수업과 뛰어노는 쉬는 시간, 체조로 시작하는 하루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하루 2~3시간은 즐겁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할 계획이에요. 또 어린이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영양과 비만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심리 상담도 하게 되지요.
이 모든 과정은 병원과 대학교, 강동구 보건소와 정신보건센터 등의 19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아동건강·비만 예방위원회가 함께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