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충하초는 ‘버섯’에 속하는 균류예요. 평소 균(포자) 형태로 토양이나 공기에 퍼져 있다가 숙주인 곤충이 나타나면 표면에 달라붙지요. 곤충의 몸에 붙은 포자는 싹을 틔우면서 곤충의 외벽을 뚫고 몸 안으로 들어가요. 곤충의 외벽은 딱딱한 ‘키틴질’로 이뤄져 있지만, 동충하초균은 효소를 분비해 키틴질을 녹일 수 있답니다.
곤충의 몸속으로 침투한 동충하초균은 숙주의 면역체계를 무너뜨리고 서서히 자라기 시작해요. 이와 동시에 곤충은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요. 다 자란 동충하초균은 곤충의 몸 밖으로 길쭉한 몸체인 ‘자실체’를 내밀고, 새로운 포자를 만들어 뿌린답니다.
보통 자실체가 나오는 시기는 기온이 높고 습기가 많은 여름철이에요. 반면 겨울에는 포자도 활동을 하지 않지요. 그래서 동충하초가 되었답니다.
동충하초균은 800여 종이 알려져 있어요. 딱정벌레류, 개미류, 잠자리류 등 대부분의 곤충은 물론, 거미나 땅속의 번데기까지 다양한 벌레에 기생할 수 있지요. 늠름한 하늘소나 장수풍뎅이, 사슴벌레도 동충하초균에게는 좋은 먹이일 뿐이랍니다.



좀비개미에 대해 들어 보았나요? 좀비개미들은 균에 감염돼 죽은 개미로, 죽은 뒤에도 무언가에게 뇌를 조종당해 움직이는 특징이 있어요. 그리고 이들은 모두 머리에 뾰족하게 솟은 자실체를 달고 있지요. 좀비개미를 만드는 균은 ‘포식 동충하초’에 속하는 네 종의 동충하초균이랍니다.
이 균들은 브라질 우림에서 살며 개미의 몸에 기생해요. 그리고 개미의 뇌에서 자실체를 만들어 자라나면서, 포자가 더 많이 퍼질 수 있는 곳으로 개미가 이동하게 만들어요. 물에서 번식하는 기생충인 ‘연가시’에 감염된 곤충들이 저도 모르게 물로 뛰어드는 것과 비슷하지요.
이렇듯 동충하초균은 곤충에게 있어서 매우 무서운 존재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생태계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곤충의 밀도를 조절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요. 생태계는 작은 차이에 의해서도 전체 균형이 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미묘한 작용들이 균형을 유지하는 중요한 열쇠랍니다.
곤충에게 치명적인 이 균류의 특성을 이용하여 해충을 없애는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어요. 동충하초과에 속하는 ‘백강균’이 해충을 없애는 ‘생물 병기’로 이미 쓰이고 있지요. 백강균에 감염된 해충은 몸이 하얀 균사로 덮이며 죽는답니다.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해충들을 없애기 위해 무당벌레나 우렁이를 이용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에요.

비록 곤충에게 기생해 삶을 이어가는 균류지만, 동충하초는 오랜 시간 동안 사람들에게 약재로 사랑받아 왔어요. 동충하초에는 면역력을 키우고 항생 작용이 있는 ‘코디세핀’과 항산화효소 등 사람 몸에 좋은 성분이 들어 있거든요. 고대 중국에서는 동충하초를 불로장생약으로 여겼을 정도지요.
동충하초의 생김새도 사람들의 눈길을 끈답니다. 곤충의 몸에서 삐죽하게 자실체가 솟은 모습 자체도 신기할 뿐더러, 곤충의 종류와 기생하는 균에 따라 자실체의 생김새도 각각 다르거든요.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숲에도 막대과자나 사탕 같은 형태의 노린재포식 동충하초, 팽이버섯처럼 소복하게 모인 눈꽃동충하초, 강렬한 색으로 사람의 눈을 사로잡는 붉은자주동충하초 등 다양한 동충하초들이 있답니다.
다만 동충하초는 다른 버섯보다 작은 자실체를 형성하기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워요. 습기가 많은 계곡 주변의 낙엽 위나 이끼 사이로 붉거나 노란 곤봉모양의 작은 물체가 빼꼼하게 올라와 있다면 가까이 다가가 보세요. 곤충과 버섯, 그 중간에 있는 신비한 생물을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참, 동충하초균은 우리에게는 병을 일으키지 않아요. 걱정 말고 가까이에서 관찰해 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