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곤충에게 ‘하늘소’라는 이름이 붙은 걸까요? 그건 바로 뿔을 닮은 긴 더듬이와 우직한 얼굴, 크고 둥근 눈이 소를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에요. 하늘을 날아다니는 곤충이 소를 닮았다 해서 ‘하늘소’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답니다.
하늘소는 전세계에 3만 5000여 종이 살고 있어요. 우리나라에는 357종이 있다고 알려져 있지요. 큰 몸집을 자랑하는 천연기념물 ‘장수하늘소’부터 검은색 신사 모자를 등에 그리고 다니는 ‘모자주홍하늘소’와 벌 흉내를 내는 ‘벌호랑하늘소’, 흰색 띠가 인상적인 ‘모시긴하늘소’가 있어요. 또한 노랑색 줄을 등에 그린 ‘노랑줄점하늘소’, 영롱한 하늘색 빛을 가진 ‘루리하늘소’, 금빛의 ‘초록하늘소’ 등 화려한 무늬와 형태를 가진 다양한 하늘소들이 살고 있답니다.
그런데 하늘소 중에는 아름다운 외모 아래에 무서운 ‘제2의 얼굴’을 숨기고 있는 종도 있어요. 바로 나무를 죽이는 해충에 속하는 하늘소들이지요. 소나무를 죽이는 재선충을 감염시키는 ‘솔수염하늘소’, 애벌레 시기에 단풍나무를 갉아먹어 결국 죽게 만드는 ‘유리알락하늘소’ 등이 대표적이에요.
하지만 해충으로 알려진 하늘소는 일부일 뿐이에요. 대부분의 하늘소는 숲 생태계를 건강하게 지켜 주는 고마운 곤충이랍니다.


하늘소들은 우리 주변의 공원이나 산과 들 어디에나 살고 있어요. 꽃, 나뭇잎, 나무를 천천히 그리고 주의 깊게 관찰한다면 누구나 쉽게 만날 수 있답니다. 하지만 정말 보기 힘든 하늘소도 있어요. 바로 천연기념물 제218호인 장수하늘소지요.
장수하늘소는 동북아시아에 분포하는 딱정벌레류 중 가장 큰 몸집을 가지고 있어요. 큰턱과 긴 더듬이는 누가 보아도 “와~!” 하는 탄성을 지르게 한답니다. 몸길이는 최대 11cm로 매우 크고, 가슴 중앙에 크고 선명한 1쌍의 노란 반점을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더듬이에는 오돌토돌한 작은 돌기들이 있고, 날개딱지는 노란색 잔털로 덮여 있지요. 가슴의 옆면에 8~12개의 가시가 있는 것도 특징이랍니다.

러시아, 중국, 한국에 분포하는 장수하늘소는 러시아의 우수리자연보호구역 일대가 대표적인 서식지예요.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에 강원도와 경기도 일대에서 관찰되었지만, 최근에는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숲에서만 발견되는 매우 귀한 곤충이랍니다.
광릉숲에서도 2006년에 암컷 1마리, 2014년에 수컷 1마리가 겨우 발견됐을 정도로 장수하늘소를 보기 힘든 상황이에요. 그래서 국립수목원에서는 장수하늘소를 인공적으로 키우기 위해 계속 연구하고 있답니다.
그 결과 올해 초, 지난 2014년 중국에서 데려온 수컷과 암컷이 교배해 낳은 알을 어른벌레로 키워내는 데 성공했어요. 앞으로 이 기술을 이용해 장수하늘소의 특징을 더욱 깊이 알아가고, 토종 장수하늘소를 복원하기 위한 연구도 진행할 예정이랍니다.


“마당에서 장수하늘소를 잡았어요!”
“어제 뒷산에 갔는데 장수하늘소랑 똑같게 생긴 곤충을 보았어요!”
7~8월이 되면 국립수목원에 장수하늘소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이 와요. 하지만 시민들이 제보한 곤충이 진짜 장수하늘소였던 적은 없어요. 앞에서도 말했듯이, 광릉숲에서만 장수하늘소를 찾아볼 수 있거든요.
사람들은 왜 다른 하늘소를 보고 장수하늘소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전국 각지에 장수하늘소와 비슷하게 생긴 큰하늘소들이 살고 있기 때문이에요. 가장 많이 제보되는 종은 버들하늘소예요. 얼핏 보면 장수하늘소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하지만 장수하늘소에 비해 몸집이 작고 가슴에 노란 반점이 없지요. 반면 하늘소는 몸집이 장수하늘소 못지 않게 커요. 하지만 버들하늘소와 마찬가지로 가슴의 노란 반점과 뾰족한 가시들이 없기 때문에 장수하늘소와 구별할 수 있답니다.
참나무하늘소 역시 몸집은 커요. 하지만 참나무하늘소는 남쪽 지역에 주로 서식해요. 그리고 장수하늘소와 달리 날개딱지에 크고 작은 흰색의 반점이 있답니다.
영양사슴하늘소는 큰턱과 넓은 몸집이 장수하늘소와 꼭 닮았어요. 하지만 이 종은 하늘소가 아니라 다른 종류의곤충이에요. 하늘소들은 더듬이가 주로 일자형으로 막대 모양을 하고 있는 반면, 영양사슴하늘소
는 더듬이 끝 부분이 볼록하답니다.
이렇게 장수하늘소를 찾기 위해 숲을 탐사하고 알려 주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하늘소를 비롯한 곤충을 징그럽다는 이유로 싫어하고 무서워하는 사람들도 많아요. 하지만 하늘소는 생태계를 지키는 소중한 일원일 뿐 아니라, 수세기 동안 인간과 함께 살아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함께 살아가고 있는 존재랍니다. 멀리하기보다는 우리 주변의 친구처럼 아껴 주고 지켜 주었으면 좋겠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