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도와 기온이 같이 올라가는 계절이면 숲 속 여기저기서 얼굴을 내미는 반가운 친구들이 있어요. 길거나 둥근 자루, 형형색색 다채로운 갓, 향긋한 맛과 다양한 효능을 자랑하는 버섯들이지요. 역사 속 기록을 보면 사람들이 오랜 기간 동안 버섯을 여러 분야에 걸쳐서 이용한 것을 알 수 있어요. 함께 버섯을 탐구해 봐요!


버섯은 균류에 속하는 생물이에요. 곰팡이와 친척이지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자루와 갓 아래에는 복잡하게 얽힌 실과 같은 균사가 가득 있답니다. 사실 이 균사가 버섯의 몸체지요. 자루와 갓은 균류의 씨앗에 해당하는 ‘포자’를 만들고 퍼뜨리는 생식기관이에요.
버섯은 다른 균류처럼 죽은 생물을 분해해 영양분을 저장하고, 이 영양분을 또 다른 생물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해요. 다시 말해 버섯은 생태계의 중심에 자리잡고 여러 동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영양분을 순환시키지요.
그러면 버섯은 대체 언제부터 지구상에 살았을까요? 버섯이 포함된 균류는 고생대부터 있었어요. 현재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오래된 균류 화석은 약 4억 4000만 년 전, 고생대 실루리아기의 것이랍니다. 우리에게 친숙한 기둥에 갓이 달린 버섯은 중생대에 나타난 것으로 추정돼요. 2006년 미얀마에서 약 1억 년 전 송이과의 버섯이 나무의 송진에 굳어 생긴 보석인 ‘호박’에 갇힌 채 발견됐거든요. 우리나라에서도 약 1억 년 전 백악기 초기의 민주름버섯 화석이 발견됐지요.



고대 이집트에서는 버섯이 신들과 직접적으로 교감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겼답니다. 아메리카에 있었던 고대 문명에서도 여러 주술의식에서 버섯을 사용했다는 기록들이 있어요.
고대 사람들이 버섯을 이렇게 생각하게 된 이유는 버섯 중에 환각 물질을 포함하고 있는 종류가 많기 때문이에요. 환각물질은 몸을 나른하게 만들고, 다양한 환상을 보여 주는 물질이에요. 고대 사람은 이런 성질을 마술처럼 사용했던 거예요.
하지만 이런 환상은 버섯 속의 독이 뇌나 신경계를 망가뜨리면서 생겨요. 그래서 환각 물질이 포함된 버섯은 대부분 독버섯으로 분류된답니다. 예를 들어 갈황색미치광이버섯은 환각을 보여 주면서 계속 실실 웃게 만들어요. 그렇지만 사실은 얼굴에 있는 신경이 마비되어 경련이 일어나는 거지요.
내장 조직을 파괴하고 신경계를 완전히 마비시켜 먹으면 죽을 수도 있는 독버섯도 있어요. 그 중 대표적인 종류가 광대버섯류예요. 먹으면 구토나 설사가 이어지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답니다. 안전하다고 확인된 식용 버섯만 먹고, 야생에서 자라는 버섯은 절대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우리나라에도 삼국사기에 왕에게 버섯을 진상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적어도 삼국 시대부터 버섯을 식용이나 약용으로 이용해 왔다는 증거지요. 이 후 조선 시대에는 세종실록지, 증보산림경제 등 다양한 역사서에 표고를 포함해 송이, 능이 같은 식용 버섯에 대한 기록이 가득하답니다. 지금 우리가 슈퍼에서 보는 버섯들을 조상님들도 길러 먹었다니 재미있지 않나요?
이 밖에도 우리나라에는 약 2000종의 버섯이 자라고 있어요. 특히 국립수목원이 있는 광릉숲에는 우리나라 자생버섯 가운데 약 30%인 700종이 자라고 있답니다. 식용으로 쓰이는 버섯들뿐만 아니라 밤에 빛나는 화경솔밭버섯, 바구니를 짠 것처럼 생긴 노랑망태버섯, 폭탄처럼 터지며 포자를 흩뿌리는 먼지버섯 등 신기한 버섯이 가득해요.
국립수목원에서는 광릉숲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역에 자생하는 버섯을 채집하고 분류해서 이들을 보존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또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발견되는 종이나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보고되는 신종에게 이름을 붙여 주기도 한답니다.
혹시 난생처음 보는 버섯을 발견하게 되면 국립수목원으로 꼭 연락해 주세요. 어쩌면 여러분이 발견한 버섯이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신종일지도 모르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