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나는 어과동의 귀염둥이 마녀, 일리야. 과학실험을 가장 좋아하지만, 실험을 하지 않는 시간엔 우아하게 영화를 보곤 하지. 역시 영화엔 고소한 팝콘 아니겠어? 푸푸, 어서 팝콘을 가져와….
음? 이 냄새는 팝콘 냄새잖아? 푸푸, 제법인 걸? 아니, 그런데 팝콘은 없고 처음 보는 동물이 소파에 앉아 있네. 팝콘 냄새는 저기서 나는 것 같은데…. 너는 누구니?일리 : 안녕~! 자기소개를 부탁해.
빈투롱 : 안녕하세요. 저는 ‘베어캣(bearcat)’이라고도 불리는 ‘빈투롱’이라는 동물이에요. 히말라야, 태국, 말레이시아 등의 동남아시아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사향고양이과 동물이지요. 전체 몸길이는 60~95cm 정도로, 사향고양이과 동물 중에선 몸집이 큰 편이에요.
저는 나무 위에서 사는 것을 좋아해요. 꼬리의 힘이 강해 꼬리를 이용해 나무에 매달리거나 물건을 감아쥘 수도 있지요.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어 초식동물처럼 보일 수 있지만, 과일을 비롯해 작은 새나 설치류를 잡아먹기도 하는 잡식성 동물이랍니다.
일리 : 팝콘 냄새는 너에게서 나는 거니?
빈투롱 : 네, 맞아요. 저를 포함한 사향고양이과 동물들은 모두 특유의 냄새를 가지고 있답니다. 이 냄새는 서로 신호를 보내는 데 사용되기도 해요. 그런데 사실 이 냄새는 오줌에서 나는 냄새예요. 조금 더러워 보일 수 있지만, 많은 동물들은 옛날부터 오줌 냄새를 이용해 영역표시를 하거나 구애를 해왔지요.
실제로 많은 과학자들이 냄새를 이용한 동물들의 의사소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미국 듀크대학교 리디아 그린 교수팀은 제 몸에서 나는 특이한 냄새 때문에 빈투롱을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그 냄새는 바로 고소한 ‘버터팝콘’ 냄새였지요. 오줌에서 팝콘 냄새가 난다니, 정말 특이하죠?
일리 : 팝콘 냄새의 정체가 뭐니?
빈투롱 : 연구팀은 20마리의 수컷과 13마리의 암컷 빈투롱에게서 오줌 샘플을 채취해 성분을 분석했어요. 그 결과, 제 오줌 속에서 총 29종의 화학물질을 발견했지요. 이 중에서 ‘2-AP(2-acetyl-1-pyrroline)’라고 불리는 물질이 팝콘 냄새의 핵심이었답니다.
2-AP는 암컷에 비해 수컷이 더 많이 가지고 있었어요. 즉, 수컷의 오줌에서 냄새가 더 많이 나는 거예요. 연구팀은 빈투롱끼리는 이 냄새의 차이를 이용해 멀리서도 암수를 구별할 수 있다고 밝혔어요. 또한 오줌에는 호르몬 성분도 들어 있어 빈투롱들은 오줌 냄새를 맡고 상대방과 짝짓기가 가능한지를 확인할 수도 있답니다.
일리 : 네 팝콘 냄새를 계속 맡고 싶어. 나랑 살자!
빈투롱 : 아쉽지만 저는 제가 살던 곳으로 돌아가야 해요. 많은 사람들이 빈투롱을 애완용으로 키우려고 욕심을 내는 바람에 최근 30년 동안 전체의 30%에 달하는 빈투롱들이 모습을 감췄답니다. 또한 최근에는 빈투롱이 사는 숲 지역이 개발되면서 빈투롱들이 살 수 있는 나무가 부족해 더 큰 위협을 받고 있지요. 리디아 그린 교수는 저를 통해 냄새를 이용한 동물의 의사소통을 더 자세히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교수님의 연구를 통해 사람들이 빈투롱에 대해 관심을 갖고 저희들을 더 아껴 줬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