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과 소시지는 전분 양의 차이!
가공육이란 소나 돼지, 닭, 오리, 양, 염소 등 자연상태의 고기에 특별한 가공 과정을 더한 고기를 말해요. 이렇게 가공을 하면 자연 상태일 때보다 오랫동안 보관해 먹을 수 있고, 고기 특유의 맛과 색도 오래 유지할 수 있지요.
소금에 절이거나 양념을 묻히는 아주 간단한 처리에서부터 잘게 갈아서 새로운 형태로 만드는 것까지 모두 가공에 속해요.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햄이나 소시지, 베이컨, 양념고기 등 우리가 평소에 마트에서 사 먹는 고기 대부분이 가공육에 포함되지요. 2013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국민들은 하루에 평균 6g의 가공육을 먹고 있답니다.
그렇다면 햄과 소시지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 고기를 자르지 않고 그대로 이용하면 햄, 잘게 갈았다가 *케이싱에 넣어서 만들면 소시지로 구분해요. 여기에 고기와 수분, 지방, 전분의 양도 중요한 기준이 되지요.
햄은 고기가 전체 양의 90% 이상을 차지해요. 고기의 양이 85% 이상이고, 전분이 5% 이하면 ‘스팸’으로 대표되는 프레스햄이에요. 한편 전분이 10%이하로 더 많아지면 소시지로 분류되지요. 고기를 갈지 않고 그대로 잘라서만 쓰는 비분쇄육인 햄과 베이컨에는 전분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답니다.
*케이싱: 소시지의 원료를 채워 넣는 데 쓰는 얇은 막의 재료. 양이나 돼지, 소 따위의 창자나 셀룰로스 필름을 사용한다.
고기를 오래 보관하는 방법, 가공!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가공육을 먹기 시작했을까요?
모든 식재료는 시간이 지날수록 상해서 결국 썩어버려요. 가공하지 않은 고기는 상온에서 12시간이 지나면 색이 검게 변하고, 표면의 물기가 줄어 탄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지요. 따라서 사람들은 고기를 오랫동안 보관해서 먹을 수 있는 가공육을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이 고민은 아주 오래전 원시시대에서부터 시작됐답니다.
아질산나트륨이 암을 일으킨다?
아질산나트륨은 고기 고유의 붉은색을 유지하는 발색제예요. 게다가 고기에 미생물이 증식하거나 지방 성분이 산화되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하지요. 그래서 아질산나트륨은 가공육을 만들 때 꼭 필요한 첨가물이에요.
아질산나트륨이 암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된 이유는 아질산나트륨이 몸속에서 발암물질을 만들기 때문이에요. 아질산나트륨은 위로 들어가 강한 산성인 위액을 만나거나 뜨거운 열을 받으면 ‘아질산’으로 바뀌어요. 이 아질산이 고기 단백질의 ‘아민’이라는 성분을 만나면 발암물질인 ‘N-니트로사민’이 만들어지죠.
N-니트로사민이 위세포벽이나 장세포벽에 닿으면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러니 고기와 아질산나트륨이 함께 들어 있는 가공육을 먹으면 몸에 해로울 수 있다는 거예요.
한국식품안전연구원도 ‘아질산나트륨은 동물실험에서 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세 미만 어린이와 임산부는 많이 먹으면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아질산나트륨을 유해 물질로 분류하고 많이 먹지 않도록 주의를 주고 있어요.

아직 논란이 끝나지 않은 아질산나트륨
하지만 아질산나트륨의 위험성은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어요. 이번 WHO의 발표문에도 아질산나트륨에 대한 내용은 없어요. 위와 같은 이유로 가공육이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된 것이 아질산나트륨 때문이라고 추측하는 것뿐이지요.
게다가 아질산나트륨이 발암물질인 N-니트로사민을 만든다는 건 동물실험에서만 확인됐어요. 사람의 몸에서도 똑같이 일어나는지는 과학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답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WHO는 ‘아질산나트륨을 포함한 아질산염이 인체의 몸에서 암을 일으키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며 아질산나트륨을 2A군 발암물질로 분류했어요. 암을 일으킨다고 의심은 되나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했던 거예요.
게다가 가공육에 식품첨가물로 사용되는 아질산나트륨의 양은 1Kg당 0~0.2mg으로 정해져 있어요. 이 양은 매일 평생을 먹어도 몸에 해롭지 않을 정도지요. 따라서 가공육이 1군 발암물질로 분류된 이유가 아질산나트륨 때문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답니다.
가공육,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게 문제!
이번에 가공육이 분류된 1군 발암물질에는 담배와 석면, 비소뿐만 아니라 자외선과 술, 젓갈, 미세먼지도 포함돼 있어요. 자외선이나 미세먼지는 1군 발암물질이지만 질병을 일으키는 등의 위험성은 담배나 술보다 훨씬 작지요. 즉, 같은 1군 발암물질이더라도 위험한 정도의 차이는 다르다는 거예요. 따라서 이번 WHO의 보고서는 가공육 그 자체가 위험하다기보다는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게 몸에 해롭다는 게 핵심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 국민들의 식습관이 가공육을 점점 더 많이 먹는 형태로 변하고 있어요. 식품의 약품안전처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가공육 섭취량이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고 밝혀졌거든요. 10~19세 남성이 먹는 가공육의 양이 2010년 하루 평균 12.6g이었다가 2013년이 되면서 18.2g으로 증가했어요. 또 10~19세 여성도 같은 기간동안 11.5g에서 14.9g으로 늘었지요.
서강대학교 화학과 이덕환 교수는 “조리하기 편하다고 햄과 소시지만 먹기보다는 고기와 채소, 과일 등을 골고루 먹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