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나 닥터그랜마는 자나 깨나 지구정복 생각뿐이야. 어제도 한숨도 못 잤지 뭐야. 그래도 한 가지 수확이 있었어. 지구방위대의 통신 장비를 도청하는 데 성공했거든. 킬킬킬. 그런데 세상에, 거북이 복근으로 숨을 쉰다는 거야! 얼마나 강력한 근육을 가졌기에 복근으로 숨을 쉬는 걸까? 거북에게 분명 어마어마한 힘이 숨겨져 있을 거야! 자 그럼 거북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 보도록 할까? 나와라, 거북아~.
거북아, 등껍질이 참 인상적이구나!
안녕하세요, 닥터 그랜마. 나는 크고 딱딱한 등껍질이 특징인 거북이에요. 내 등껍질이 딱딱한 이유는 바로 뼈로 이루어졌기 때문이에요. 갈비뼈와 갈비뼈에서 분화돼 나온 연골이 내 등껍질을 이루고 있지요. 물론 다른 동물들도 껍질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지만, 보통은 피부가 단단하게 변형돼 껍질이 되지요. 나처럼 갈비뼈가 통처럼 변형돼 등껍질과 배딱지를 이루는 경우는 없답니다. 그래서 게임이나 만화에서처럼 등껍질을 벗고 몸만 빠져나오는 건 불가능해요.
그런데 너희는 특이한 방식으로 숨을 쉰다며?
맞아요. 우리는 다른 동물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숨을 쉬어요. 대부분의 동물은 갈비뼈와 횡격막이 늘어나거나 줄어들면서 폐 속으로 공기를 빨아들이거나 밖으로 뱉어내요. 하지만 나는 폐 주변을 감싸고 있는 복부 근육이 늘어나거나 줄어들면서 호흡한답니다. 내 갈비뼈는 딱딱한 등껍질과 배딱지를 이루고 있어서 움직이지 못하고 고정돼 있어요. 그동안 과학자들은 왜 우리만 이런 식으로 호흡하도록 진화했는지 무척 궁금해 했답니다.
이번에 너희 조상님 화석이 발견됐다는데?
1년 전에 남아프리카 카루의 지층에서 ‘유노토사우루스 아프리카누스’ 화석이 발견됐어요.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 연구팀은 이 화석을 분석해 초기 파충류와 현재 거북이의 중간 단계 생물이라고 결론 내렸어요. 약 2억 6000만 년 전에 살았던 유노토사우루스는 갈비뼈가 거의 맞닿아 있어 몸통이 납작하고 평편해요.
놀라운 것은 유노토사우루스가 거북이와 달리 딱딱한 등껍질이 없는데도 거북이와 비슷한 호흡 구조를 가졌다는 점이었죠. 연구팀은 거북이가 천적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기 위해 딱딱한 등껍질을 갖도록 진화하면서 특이한 호흡 구조를 발달시켰다고 설명했지요.
거북아, 나와 함께 지구를 정복하자!
그건 사양할게요, 닥터 그랜마! 나는 등껍질을 가지고 있어서 다리 구조가 달리기에는 적합하지 않아요. 그러니 아무리 복근이 있다고 해도 달리기가 느려서 금방 잡히고 말 거예요. 게다가 나는 수명이 매우 길어서 200살까지도 살아요. 굳이 지구를 정복하지 않아도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 수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