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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는 궁금한 걸 못 참아 텔로미어를 뛰어넘는 할머니의 힘!


“할머니 댁에 좀 다녀오지 않으련? 엄마가 지금 바빠서 갈 수가 없구나.”
빨간 모자는 고민에 빠진 채 길을 걷고 있습니다. 엄마의 갑작스러운 부탁에 케이크와 과일을 들고 할머니 집에 가는 길이에요. 하지만 빨간 모자는 태어나서 할머니를 본 적도, 할머니 집에 가 본 적도 없어요. 주변 친구들은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사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 할머니’도 꼭 같을 거라는 보장이 없지요. 친구들에게 듣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자신과 너무 달라 상상도 가지 않고요. 할머니는 대체 어떤 분이실까요? 갑자기 만나 뵈어도 될까요? 두근대는 마음을 안고 숲 가운데 작은 오두막 앞에 선 빨간 모자는 크게 숨을 들이 쉬었어요. 여기가 할머니 집이랍니다. 일단 노크부터 해야겠죠? 똑, 똑, 똑!
“할…, 머니. 안녕하세요?”

“왜” 할머니는 나랑 같으면서 달라요?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단정하게 정리된 방이 맞이했어요. 구석구석 밝은 햇빛이 비춰 따뜻한 느낌이었지요. 손때가 묻은 나무벽도 정겨웠고요. 갸웃갸웃, 여기저기를 살피던 빨간 모자는 잠깐 멈춰 섰어요. 벽에 걸린 액자 속에 자신과 똑같은 사람이 있는 거예요!
“우리 빨간 모자 왔구나.”
갑자기 들린 소리에 빨간 모자는 화들짝 놀랐어요. 소리도 없이 들어오신 ‘할머니’가 의자에 단정하게 앉아 계셨지요. 액자 속에서 본 ‘빨간 모자’와 집에서 매일 보던 엄마의 얼굴이 그곳에 있었어요. 하지만 어쩐지 더 작고 쪼글쪼글해 보였지요. 빨간 모자는 자신도 모르게 불쑥 질문해 버리고 말았어요. 인사도 제대로 안 한다고, 버릇없다고 혼날까요?
“할머니, 할머니는 왜 저와 닮았는데 달라요?”
“그건 내가 늙었기 때문이야.”

노화는 ‘늙는 것’


흔히 ‘늙는다’고 하는 건 바로 노화야. 나이가 들면서 몸과 정신에 여러 가지 변화가 나타나는 현상을 말한단다. 피부는 쪼글쪼글, 머리카락은 하얘지고 허리는 굽어가지. 가까운 곳은 보기 힘들어지고 작은 소리는 귀가 무시해 버려. 이런 눈에 띄는 변화 말고도 몸속 여러 장기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하는 탓에 병에 걸리기도 쉽단다. 그나마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간과 심장은 나이 들어서도 제 기능을 하지만, 혈관이나 호흡기에 생긴 문제 때문에 덩달아 나빠지는 경우도 많아. 뇌도 원래의 90% 크기까지 줄어들고, 뇌세포가 문제를 일으켜 치매나 기억 장애에 걸리기도 하지. 노화된 세포나 장기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일을 멈추면 건강에 문제가 생기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단다.

노화가 시작되는 나이는 학자에 따라 의견이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성적으로 성숙한 10대 중후반이라고 해. 물론 영양이나 환경에 따라 차이는 있어. 영양이 충분하면 더 빨리 성적으로 성숙하거든. 그저 쑥쑥 자라던 시기가 끝나고, 어딘가에서는 몸이 조금씩 늙기 시작한단다. 그렇다고 해도 지금부터 너무 걱정하지 말렴. 정말 몸의 기능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노화가 일어나는 시기는 40대 이후니까 말이야. 초등학생인 너는 아직 많은 영양과 애정을 듬뿍 빨아들이며 마냥 자라날 시기란다.

사람은 몇 살까지 살 수 있을까?
 

노화로 인해 사람의 수명은 한정되어 있다. 그럼 가장 오래 산 사람은 몇 살까지 살았을까? 현재 ‘공식적인 기록’이 남아 있는 사람 가운데 가장 오래 산 사람은 프랑스의 잔 칼망(왼쪽, 1875~1997)이다. 그녀는 화가 고흐가 활동하던 1875년 2월 21일에 태어나 총 122년 164일을 살고 1997년 8월 4일에 죽었다. 110살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닐 정도로 건강하게 살았고, 114살일 때 고관절 치료를 받으며 가장 나이 많은 환자로 기네스 기록을 얻기도 했다. 살아 있는 사람들 가운데 가장 나이 많은 사람으로 2012년 기네스북에 올라 있는 이는 미국의 베스 쿠퍼(1896년생, 현재 118살), 가장 나이 많은 남자는 일본의 기무라 지로에몬(1897년생, 현재 117살)이다.
 

“왜” 할머니는 얼굴이 쪼글쪼글해요?

눈 앞의 할머니와 액자 속 ‘빨간 모자’를 번갈아 보던 빨간 모자는 조금 침울해졌어요. 나도 늙으면 이렇게 되는 걸까요? 어느 새 털실을 들고 와 길고 긴 선을 짜나가기 시작한 할머니가 마음을 읽은 듯 방긋 웃었어요. 이끌린 듯 함께 웃은 빨간 모자는 쭈뼛쭈뼛 케이크를 꺼내놓기 시작했어요. 마음 속 의문도 꺼내놓으면서요. 또 한 번 물어 봐도 되겠죠?
“할머니, 할머니는 왜 할머니가 된 거예요?”
“내 몸속에서 계속 일어나는 여러 가지 변화 때문이란다. 어쩌면 열심히 살아 온 증거일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사람은 왜 늙는가?


속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간은 누구나 일정 나이가 넘으면 늙기 시작한단다. 무엇이 사람을 이렇게 쪼글쪼글, 힘없는 노인으로 만드는 걸까? 과학자들은 크게 세 가지 이유를 꼽는단다.

하나. 염색체가 짧아지면 세포의 삶도 끝

사람의 외모나 두뇌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자에 담긴 여러 가지 정보로 결정된단다. 세포가 자기를 둘로 나누는 분열을 시작하면 유전자는 돌돌 말리고 꼬여서 실처럼 뭉쳐진 뒤 갈라진 세포로 복제돼. 이 덩어리를 ‘염색체’라고 하지.

세포의 분열은 생물의 삶에 아주 중요해. 대표적으로 작은 수정란 세포 하나가 계속 분열하면서 엄마 뱃속의 태아가 된단다. 네 머리카락이 자라거나 체중과 키가 늘고 상처가 회복하는 것 모두가 세포분열을 통해 이루어져. 그런데 세포는 무한정 계속 분열하지 않아. 예를 들어 태아 세포는 100번 정도 분열할 수 있지만, 노인의 세포는 20~30번이 한계란다.

이런 횟수를 조절하는 부분이 염색체 끝에 있는 ‘텔로미어’야. 텔로미어는 세포가 분열하면 할수록 점점 짧아져. 텔로미어가 너무 짧아지면 유전자를 더 이상 복제할 수 없기 때문에 세포의 분열이 끝나 버린단다. 텔로미어가 망가진 세포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사람도 노화하지. 텔로미어는 우리 몸의 ‘생체시계’라고 할 수 있어.
 

둘. 산소와 만난 세포는 “아이고, 힘들어!”

몸속 에너지를 만드는 세포 속 공장인 ‘미토콘드리아’도 영향을 미친단다. 우리가 밥을 먹고 호흡을 하면 영양분과 산소가 세포로 들어가. 미토콘드리아는 이것들을 받아서 호흡하면서 세포에서 쓸 수 있는 에너지로 바꾸는 역할을 해. 그런데 몸에 들어 온 산소 중 일부는 미토콘드리아를 치고 지나가며 ‘산화’시킨단다. 공기 중에 계속 내놓은 철이 붉게 녹스는 게 바로 산화 현상이지.

산화가 일어나는 미토콘드리아는 조금씩 망가져.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진 미토콘드리아와 세포는 활동을 멈춘단다.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문 닫는 미토콘드리아 공장이 늘어나고, 새로운 공장을 지을 힘은 줄어들지. 몸이 쓸 수 있는 에너지도 줄고 세포의 기능도 한계까지 떨어져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때 병에 걸리거나 죽는 거란다.

셋. 자손을 많이 남기는 게 더 중요해

생물종이 오래 살아남기 위해서는 젊은 나이에 튼튼한 자손을 낳는 데 좋은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를 많이 갖고 있을수록 유리해. 유전자는 세포분열이나 다른 세대로 전달되는 과정에서 변하기도 하는데 이게 ‘돌연변이’란다. 변이를 일으킨 유전자들 중 어린 나이에 병을 일으켜 튼튼한 자손을 낳는 데 방해가 되는 유전자가 계속 걸러지면 생물종은 오래오래 유지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나이를 먹은 뒤 늙게 만드는 유전자는 자손을 남기는 데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 그대로 살아남기 쉽단다. 결국 노화를 일으키거나 관련이 있는 ‘나쁜 유전자’들은 인간의 진화 끝에 살아남는 ‘승자’인 셈이지.

“왜” 창문 밖 늑대는 저렇게 늙었어요?

할머니는 눈 앞에서 활발하게 이야기하고 계시지만 그 몸속에서는 지금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나 봐요. 어쩌면 몇 년 후 빨간 모자의 몸속에서도 시작되겠지요. 빨간 모자는 어느새 손 끝에 닿은 할머니 무릎을 가만히 쓰다듬어 보았어요. 피부 너머 어느 세포 속 유전자가 빨간 모자의 몸속에도 들어 있을 거예요. 더욱 가까워진 할머니의 온기를 느끼며 빨간 모자는 가만히 눈을 감았어요. 왜 진화니 세포니 하는 것 때문에 인간은 늙고 병들고 힘들어해야 할까요? 창 밖의 나무는 늘 푸르고 생생해 보이는데…. 뜨개질을 마치고 함께 창밖을 바라보던 할머니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답니다.
“아니, 식물도 동물도 모두 ‘할아버지’, ‘할머니’가 될 수 있단다. 저 창 밖의 늑대처럼.”

생물은 모두 노화를 겪는다


저 늑대는 너희 엄마가 널 낳았을 무렵, 내가 이 숲속 오두막에 홀로 들어왔을 때부터 있었어. 그 땐 은회색으로 멋지게 빛나는 털과 탄탄한 몸을 자랑하던 젊은 녀석이었단다. 나와 오래도 싸워댔었지. 닭을 키우면 닭을 물고 가, 물고기를 잡아 오면 물고기를 훔쳐 가….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보니 저 녀석도 어느 새 허리가 꼬부라진 채 하얀 털 성성한 늙은이가 되고 말았구나. 살아 있는 생물은 모두 늙어. 그건 자연의 섭리이자 원칙이란다. 늑대도, 닭도, 물고기도, 저 앞의 나무도, 심지어 작은 세포 하나로 이루어진 단세포 생물조차도 말이야.

이런 것도 ‘노화’?

쌀이나 밀 같은 곡식을 물과 함께 익히면 안에 있던 베타 전분이 부풀어 투명하고 끈적끈적한 알파 전분으로 바뀐다. 딱딱한 쌀이 부드럽고 맛있는 밥으로 바뀌는 이 과정을 ‘호화’라고 한다.
그런데 호화된 밥이나 빵, 떡을 실온에 방치하면 알파 전분이 다시 베타 전분으로 돌아가 딱딱해지고 맛도 없어진다. 이렇게 전분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현상도 ‘노화’라고 부른다. 한번 노화된 전분은 다시 수분에 풀어지지 않고 소화도 힘들다. 생물체의 노화와는 다르지만, 되돌리기 어려운 과정이라는 의미에서 일맥상통하는 셈이다.

하나. 동물도 나이를 먹으면 털이 숭숭 빠져

우리 주변의 생물은 모두 적건 많건 세포로 이루어져 있어. 세포분열에 관여하는 텔로미어의 영향을 받는다는 소리지. 생물에 따라 수명과 세포분열 횟수가 다를 뿐이지, 세포 자체는 비슷한 노화 과정을 밟는단다. 예를 들어 창밖의 늑대처럼 포유류는 나이를 먹으면 털색이 변하거나 빠지는 경우가 많아. 사람처럼 살갗이 쪼글쪼글 주름지기도 하지. 늙은 포유류는 숨이 가빠지고 심장병에 걸리거나 몸의 노폐물을 걸러내는 신장의 기능이 약해지곤 해. 치매에 걸려서 주변을 알아보지 못하거나 감각이 마비돼서 상처가 나도 모르고, 잇몸이 약해져 이빨이 우수수 빠지는 녀석도 있어. 그래, 정말 사람이랑 같지?

둘. 나이 들수록 힘이 세지는 동물들

오, 이런. 너무 슬퍼하지 말렴. 우울한 마음을 달래 줄 겸 힘나는 이야기를 해 주마. 아까 사람들은 나이를 먹으면 생식능력이 떨어지고 여러 병 때문에 사망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했었지? 그런데 2013년 덴마크 서던덴마크대학교의 국제공동연구팀이 여러 생물을 조사한 결과 나이를 먹어도 아이를 쑥쑥 잘 낳고, 오히려 사망률까지 떨어지는 ‘슈퍼동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단다. 연구팀은 포유류 11종, 척추동물 12종, 무척추동물 10종, 식물 12종, 물속에 사는 녹조류 1종을 연구했는데 이 가운데 나이와 사망률이 비례하는 동물은 포유류밖에 없었지. 무척추동물인 히드라는 계속 분열하며 마치 영생을 사는 것처럼 보였고 딱딱한 조개 속에 사는 소라게 역시 나이를 먹어도 사망률이 늘어나지 않았어. 파충류인 사막거북은 오히려 늙으면 늙을수록 사망률이 떨어졌단다. 높은 산의 암벽에서 알을 낳고 기르는 고산 칼새는 나이가 들면 들수록 알을 더 잘 낳았고 말이다. 이런 동물을 자세히 연구하면 노화를 줄이거나 오히려 이용하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구나.
 

셋. 매년 노화하는 식물?

식물도 노화한단다. 너희 집 마당에 있는 단풍나무 기억나니? 그 나무는 가을마다 붉게 변한 잎을 떨굴 게야. 이건 매년 반복되는 단풍나무의 노화 현상이란다. 날씨가 추워지면 광합성을 하기 쉽지 않아. 게다가 추위에 잎들이 얼기라도 하면 식물 본체까지 큰 해를 입을 수도 있고 말이야. 그래서 식물은 호르몬을 조절해 잎의 엽록소가 사라지게 만들어. 그러면 잎 안에 있던 다른 색소들이 모습을 드러내 잎이 붉고 노랗게 물들지. 식물은 더 이상 광합성을 할 수 없는 단풍잎들과 가지 사이에 막을 치고 잎을 떨어뜨린단다. 그렇게 나무는 겨울을 넘기고, 봄이 오면 다시 푸릇한 잎을 피워 새 삶을 일궈 가지. 동물의 노화와는 조금 다르지?

“왜” 사람들은 늙기 싫어해요?

늑대 이야기를 하면서 할머니는 바삐 움직였어요. 다 먹은 케이크와 과일 부스러기를 정리하고 털실 무더기를 감아 서랍 속에 고이 담아 두었지요. 서랍에 담겨 있던 커다란 지도를 한 손에, 빨간 모자가 가져온 바구니를 다른 한 손에 들고 문 밖으로 나서는 할머니를 따라 빨간 모자도 종종걸음을 쳤어요. 할머니를 보자 늑대는 잠시 움찔하더니 쓸쓸히 걸음을 옮겨 사라져 갔습니다. 어쩐지 그 뒷모습이 애처로워 따라가려고 했지만 저 녀석과는 나중에 놀아 주면 된다고 할머니가 말려서 관뒀지요. 할머니는 지도를 펼치다가 크게 기침을 했어요. 지도에서 날리는 털실 먼지 때문일까요, 아니면 나이 때문일까요. 늑대의 뒷모습과 할머니의 빨개진 얼굴을 번갈아 보던 빨간 모자는 작게 한숨을 쉬었답니다.
“할머니, 늙지 않는 방법은 없어요?”
“아직까지는 없단다. 하지만 조만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

노화를 멈추는 방법을 찾아라!


듣기로는 참 많은 과학자들이 노화를 늦추고 수명을 늘리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하더구나. 하지만 아직까지는 주변을 깨끗하게 유지하고 전염병 백신을 만들어 사람의 평균 수명을 늘리는 게 고작이었어. 40~50대면 대부분 죽었던 몇 세기 전 사람보다는 엄청나게 많이 발전한 거지만 말이다. 하긴, 70살이 다 되어가는 나도 이렇게 쌩쌩한 걸 보면 요즘 의학이 참 좋긴 좋아~.

하나. 몸속을 바꿔라

생체시계인 텔로미어의 손상을 막던가 텔로미어의 길이를 아예 늘릴 수 있으면 노화도 늦출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몸속의 세포를 죄다 꺼내서 염색체 길이를 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 하지만 최근 주변의 환경이나 건강한 식이 조절을 통해서 텔로미어의 길이를 바꿀 수 있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단다. 타고난 유전자에 너무 좌절하지 말고 긍정적인 태도로 삶을 즐기는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이야기니 참고하렴.

세포의 공장 미토콘드리아를 생생하게 유지해도 노화를 늦출 수 있어. 2013년 미국 하버드대학교 연구팀은 세포핵과 미토콘드리아 사이에서 의사소통을 조절하는 물질인 ‘NAD’가 미토콘드리아를 살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지. 실제로 사람 나이로 치면 60대에 해당하는 할아버지 쥐에게 NAD를 2주간 주었더니 근육이 20대 청년 수준으로 돌아갔단다.

둘. 주변 생물에게서 비법을 찾아라

오래 사는 생물들의 비법을 ‘훔치는’ 사람들도 있어. 유전자가 모두 해독돼서 생물 연구에 많이 쓰이는 예쁜꼬마선충이 대표적인 예란다. 예쁜꼬마선충은 네 단계의 유충기, 쉽게 말해서 어린이 1~4기를 거치며 각 단계마다 주변 환경에 몸을 맞추지. 그런데 먹이가 부족하거나 주변 온도가 높으면 ‘다우어유충’이라는 단계에 들어가 아무 것도 먹지 않고 버틴단다.

연세대학교 백융기 교수팀은 예쁜꼬마선충이 이 시기에 내뿜는 페로몬 ‘다우몬’이 바로 노화를 조절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지. 또 날씨가 추울 때는 노화를 막는 ‘장수 유전자’를 가동해 몸을 보호해. 환경에 맞춰 다양한 방법으로 노화를 멈추는 거란다. 빨간 모자 네가 다 컸을 무렵에는 예쁜꼬마선충의 생존 비법을 사람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셋. 두뇌를 훈련하라

노화하면 뇌에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의 능력이 떨어져서 깜빡깜빡하기 십상이란다. 또 집중력도 젊은이보다 약해. 한꺼번에 많은 정보를 처리하려면 집중력을 담당하는 ‘이마엽’에서 뇌로 들어오는 정보 중에서 중요한 정보만 골라 줘야 하는데 중년 이후부터는 그 능력이 줄어들거든. 또 신경전달물질이 줄고 전두엽이나 대뇌 피질 같은 부분의 세포들도 죽어가며 기억력이나 집중력뿐만이 아니라 인지능력이 전체적으로 떨어져. 이게 바로 ‘치매’란다.

치매를 예방하려면 두뇌 활동을 활발하게 하라잖니.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는 두뇌 활동을 살리는 방법으로 게임을 골랐단다. 연구팀은 직접 만든 자동차 게임 ‘뉴로레이서’를 60~84살 노인들에게 시켰지. 4주간 꾸준히 게임을 한 노인들의 인지능력이 실험 전보다 무려 4배나 높아졌다지 뭐니. 나도 해 보고 싶구나.

“왜” 할머니는 강해요?

할머니의 지도에는 주변 환경이 꼼꼼하게 표시돼 있었어요. 숲 밖, 빨간 모자네 집으로 가는 길이며 주변 마을의 여러 가게까지요. 이게 다 할머니가 몇 십 년간 직접 쌓아 온 경험이겠죠? 숲에서 신선한 과일을 따고 마을에서 장을 보고 빨간 모자네 집으로 가는 여정을 설명하며 뛰어 다니는 할머니는 마치 해맑은 어린아이 같았어요. 할머니는 정말 늙었다는 사실을 슬퍼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직접 확인해 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법이지요. 빨간 모자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습니다.
“할머니, 할머니가 되면 뭐가 좋아요?”
“음…, 늑대와 안 싸우게 된 거? 세상을 넓고 깊게 볼 수 있게 됐다는 거? 아, 그 전에….”

노화의 긍정적인 효과


일단 이 사이드카에 타렴. 참 많이 무거워졌구나. 아기 땐 번쩍번쩍 잘도 들어 올릴 수 있었는데, 어느 새 다 커 버렸네. 겁나니? 내가 벌써 오토바이 몰고 다닌 지가 10년이니 너무 걱정마렴. 면허를 딸 때도 젊은이들보다 성적이 좋았으니~. 아, 그래. 아까 할머니가 되면 뭐가 좋냐고 물었지? 그거야 당연하지 않겠니? 이렇게 예쁜 손녀가 날 찾아와 주는 거~!

하나. 할머니는 ‘할머니’이기 때문에 강하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역할이 뭐라고 생각하니? 난 내가 쌓은 경험과 세상살이의 이치를 너희 같은 어린이들에게 알려주는 거라고 생각한단다. 과학자들도 이런 생각을 했었는지 ‘할머니 가설’을 만들었어. 조부모가 손자, 손녀에게 생존 방식을 가르치고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주며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도록 도왔다는 이야기지. 앞에서 한 유전자 이야기를 떠올려 보렴. 사람이 오래 살면 살수록 오래 사는 유전자가 ‘자연선택’될 가능성이 높지 않겠니?

구석기 시대 사람들을 생각해 보렴. 그 때는 수명도 짧고 자연의 위험을 그대로 받아 안던 시기라 빨리 아이를 낳았어야 했지. 지금 네 엄마 나이의 사람들에게 이미 손자, 손녀가 있었단다. 그리고 그 때까지 살아남은 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았지. 그런데 남아 있는 치아와 유골을 조사한 결과 구석기 시대 후기로 갈수록 사람들의 수명은 점점 길어졌어. 인류의 수도 확 늘어났지. 이 연구를 한 미시건대학교의 레이첼 캐스퍼리 박사는 아이를 낳자마자 먹고 살기 위해 환경과 싸우던 ‘부모’ 대신 남아 있는 조부모들이 아이를 키우고 여러 가지 생존 능력을 전해 주면서 사람들의 수명도 함께 늘었다고 보고 있단다. 적어도 양육에 대해서는 지금도 마찬가지야. 요즘은 맞벌이 가정이 많아서 나 같은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손주들을 키우고 있잖니. 너희는 적어도 40~50년 이상 쌓인 인생 경험을 태어나자마자 만나는 셈이란다.

둘. 할머니의 ‘눈’은 넓고 생각은 깊어

깜빡깜빡 잘 잊고 산만하기 그지없는 노인의 뇌에는 사실 굉장한 능력이 숨어 있어. 미국 펜실베니아주립대학교의 연구팀이 40년 동안 6000명의 인지 능력을 조사한 결과, 40~60대의 중·노년층 사람들은 어휘력이나 단어를 기억하는 능력, 공간을 인식하는 능력, 상황을 파악하고 결론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 20대 젊은이보다 더 좋았단다. 심지어 여성, 즉 할머니들은 60대 이상일 때 점수가 더 올라갔다지. 연구자들은 노인들의 뇌는 풍부한 경험과 통찰력으로 사물을 넓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단다. 아주 마음에 드는 결론이야, 오호홍!

우리가 기억을 깜빡깜빡하는 이유는 머릿속에 들어 있는 너무나 많은 기억들을 제대로 끄집어 내지 못한 탓이란다. 하지만 가만히 내버려두면 기억이 저절로 튀어 나오는 경우가 있어. 젊은이들보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이런 경우가 많대. 내가 가끔 기억이 헷갈리거나 너희 엄마가 갑자기 깜빡깜빡하기 시작해도 ‘뇌의 변화구나~’ 하면서 넘겨 주렴. 뭐, 이 주변은 너나 너희 엄마보다 내가 더 잘 기억하겠지만 말이다~. 이제 달려 볼까? 야호!

빨간 모자는 빨간 오토바이에 타고 빨간 두건을 쓴 할머니와 함께 달려갑니다. 오늘 처음 만났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것처럼 할머니와 가까워졌어요. 할머니가 쌓아 온 지난 세월과 앞으로 빨간 모자가 걸어가야 할 날들이 긴 그림자를 그리며 겹쳐지네요. 빨간 모자는 다음에는 그림자 끝에 홀로 쓸쓸하게 앉은 늙은 늑대와도 인사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늑대가 덤비면 어떡하냐고요? 괜찮아요. 할머니와 함께 있으면 무섭지 않은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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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0호 어린이과학동아 정보

  • 김은영 기자
  • 기타

    인간은 왜 늙는가(스티븐 아스태드, 궁리), 과학, 죽음을 죽이다(조너던 와이너, 21세기북스), 가장 뛰어난 중년의 뇌(바바라 스트로치, 해나무) 외
  • 도움

    백융기 교수
  • 사진

    위키피디아
  • 사진

    포토파크닷컴 외
  • 진행

    신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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