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침팬지 ‘침프’라고 해. 나에겐 한 가지 소원이 있어. 바로 사람이 되는 거야. 왜 사람이 되고 싶냐고? 사람들은 엄청나게 똑똑하잖아. 많은 침팬지들은 어떻게 침팬지가 사람이 될 수 있냐며 나에게 포기하라고 해.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을 거야. 최근에 피노키오 이야기를 알게 됐거든. 친구들도 알고 있지? 나무인형 피노키오는 파란요정님을 만나서 결국 사람이 됐잖아! 나도 파란요정 님을 찾아서 꼭 사람이 되고 말거야.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이 파란요정 님을 찾을 수 있게 날 좀 도와 줄래?
뚝딱뚝딱, 도구를 쓰는 인간
파란요정 님을 찾으러 가기 전에 이 궁금증부터 풀고 싶어. 아주 먼 옛날, 사람과 침팬지가 같았던 때가 있었대. 그런데 어느 날 사람과 침팬지로 서로 다르게 진화했다지 뭐야? 나도 사람으로 진화했으면 좋았을 텐데….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진화하면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도대체 사람과 침팬지는 서로 어떻게 달라졌을까?
도구를 쓴다, 호모 하빌리스
1960년, 영국의 인류학자 루이스 리키 박사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올두바이 계곡에서 인류 조상의 머리뼈 화석을 발견했어요. 리키 박사는 이 화석에 호모 하빌리스라는 *학명을 붙였답니다. 호모 하빌리스는 ‘도구를 쓰는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같은 곳에서 냇가의 돌을 쪼개서 만든 석기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이런 이름을 붙였지요.
호모 하빌리스는 인류의 조상 중에서 사람속을 뜻하는 ‘호모(homo)’가 붙은 최초의 사람이에요. 호모 하빌리스는 더 오래 전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 화석인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속과는 다르게 치아가 작아지고 뇌가 커졌기 때문에 사람속으로 분류됐지요. 참고로 현재를 살고 있는 인류는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라고 불린답니다.
도구를 쓴다는 것이 뭐가 그렇게 중요해서 사람속으로 구분되는 최초의 화석에 이런 이름을 붙인 걸까요? 그 이유는 도구를 쓴다는 것이 사람과 다른 동물을 구분할 수 있는 큰 차이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1928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프랑스의 철학자 앙리 베르그송이 인간을 ‘도구의 인간’이라고 정의했어요. 그 뒤로 오랫동안 사람들은 인간만이 도구를 쓸 수 있다고 생각해 왔답니다.
*학명 : 생물을 분류할 때 붙이는 이름으로 세계에서 공통으로 쓰는 이름. 라틴어 또는 라틴어화한 말이 쓰인다.
사람과 침팬지, 왜 다르게 진화했을까?
아주 오래 전에 인류의 조상은 인간과 침팬지로 나뉘지 않고 하나의 종으로 아프리카에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어느 날, 두 발로 서서 걷는 인간과 네 발로 걷는 침팬지로 나뉘어져서 서로 다른 진화의 길을 걷게 되었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살고 있는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이에요. 오래 전 인류 조상은 아프리카에 살았어요. 그런데 아프리카의 중서부 지역에 동아프리카지구대라고 하는 높은 산지가 생겨나면서 숲으로 이루어진 서쪽과 초원으로 이뤄진 동쪽으로 나뉘게 되었지요. 침팬지의 조상은 숲에서, 사람의 조상들은 초원에서 살게 된 거예요. 초원에서 살게 된 사람의 조상은 적을 살피기 위해 몸을 펴고 초원을 둘러봐야만 했고, 그 결과 척추를 펴고 두 발로 걷게 되었답니다. 이 때문에 양 손이 자유로워지면서 도구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지요. 하지만 침팬지의 조상은 몸을 숨겨 주는 숲에 살았기 때문에 두 발로 걸을 필요가 없었어요. 그래서 침팬지는 여전히 네 발로 걷는 것이랍니다.
임종덕 (국립문화재연구소 천연기념물센터 학예연구관)
도구, 동물도 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어. 도구를 쓴다는 것이 사람만의 특징이라고? 과연 그럴까? 우리 침팬지들도 도구를 쓸 수 있단 말이지! 뭐? 처음 들어보는 말이라고? 우리가 도구를 얼마나 똑똑하게 잘 쓰는지 알면 깜짝 놀랄걸?
세상이 깜짝 놀란 도구 사용!
호모 하빌리스를 발견한 루이스 리키 박사는 ‘인간은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궁금증을 갖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인류의 조상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인간과도 비슷한 동물인 침팬지를 봤지요. 리키 박사는 인간이 어디에서 온 것인지 밝히기 위해서는 침팬지 연구가 꼭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답니다. 그래서 리키 박사는 비서로 일하고 있던 제인 구달에게 침팬지 연구를 부탁했어요. 제인 구달은 대학도 나오지 않았지만, 동물을 이해하려고 하는 열정과 인내심이 가득했기 때문에 침팬지를 연구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지요.
1960년 11월, 제인 구달은 침팬지를 연구하러 간 지 일 년도 되지 않아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됐어요. 침팬지가 나뭇가지를 꺾어 잎을 떼어낸 뒤, 이 가지를 흰개미 굴에 찔러 넣어 흰개미를 잡아먹는 거예요! 사람이 아닌 침팬지가 도구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도구를 다듬고 만든다는 사실에 전세계는 깜짝 놀랐지요. 리키 박사 역시 ‘인류에 대한 정의를 다시 해야 하고, 침팬지를 인류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했답니다.
여러분 반가워요. 전 아프리카에서 40년 넘게 침팬지를 연구해 왔답니다. 제가 침팬지는 물론 오랑우탄과 고릴라 같은 *대형 유인원들이 얼
마나 똑똑하게 도구를 쓰고 있는지 이야기해 줄게요.
*대형 유인원 : 침팬지나 오랑우탄, 고릴라, 보노보를 묶어 부르는 말.
우와~, 침팬지 말고 다른 유인원들도 도구를 쓰나요?
그럼요! 저처럼 리키 박사님의 도움으로 오랑우탄을 연구하러 갔던 비루테 갈디카스는 오랑우탄이 비가 오면 나뭇잎을 우산처럼 사용한다는 걸 발견했어요. 또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학교 연구팀은 오랑우탄이 나뭇잎으로 적을 쫓는 악기를 만든다는 것도 발견했답니다. 오랑우탄은 뱀이나 구름무늬표범, 호랑이, 사람 등 무서운 상대와 마주쳤을 때 입술을 오므려 날카로운 소리를 내요. 그런데 몸집이 클수록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내지요. 오랑우탄이 나뭇잎을 모아 잎에 대고 소리를 내면 더 낮은 주파수의 소리를 낼 수 있어요. 나뭇잎 악기로 자신의 몸집을 더 커보이게 하는 거예요.
정말 신기해요! 고릴라는 어떤 도구를 쓰나요?
고릴라는 물의 깊이를 잴 수도 있답니다. 미국 야생보호협회 토머스 브로이어 연구팀은 야생 고릴라가 물웅덩이를 건널 때 1m 길이의 막대기로 물의 깊이를 재면서 조심스럽게 건너는 모습을 관찰했어요.
우리 침팬지들도 도구를 잘 쓰죠? 침팬지 이야기도 해 주세요~.
사실 오랑우탄이나 고릴라보다 침팬지가 도구를 더 잘 사용한답니다. 침팬지들의 흥미진진한 도구 사용 이야기도 바로 들려줄게요!
딱뚝딱딱, 도구를 쓰는 침팬지
동물 중 가장 먼저 도구를 쓴다는 것이 알려졌고, 또 유인원 가운데 도구를 가장 잘 사용하는 동물이 바로 침팬지예요. 침팬지는 사람과 유전자가 98.8%나 같아서 사람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지요. 그럼 지금부터 침팬지들의 놀라운 도구 사용 능력을 들어 볼래요?
침팬지의 복잡한 도구 상자
침팬지들은 나뭇가지를 이용해 개미를 잡아먹어요. 그런데 이런 도구 사용이 얼마나 똑똑하고 복잡한 행동인지 알고나면 깜짝 놀라게 될 거예요.
침팬지들은 개미를 잡아먹을 때 나뭇가지를 있는 그대로 사용하기도 하지만, 이파리를 모두 떼어내어 사용하기 좋게 바꾸기도 해요. 또 막대기 끝을 씹어서 솔처럼 만들기도 한답니다. 막대기의 길이 역시 침팬지들이 세심하게 신경 쓰는 부분이에요. 개미에게 물리지 않기 위해서지요. 땅위를 기어가고 있는 개미는 짧은 막대기를 이용해 잡아먹어요. 개미의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막대기가 짧아도 손을 물리지 않지요. 하지만 개미집의 개미들을 잡아먹을 때는 긴 막대기를 사용한답니다. 개미집의 개미들은 집을 지키기 위해 빠르게 달려들기 때문이지요.
침팬지의 망치
침팬지들은 기름야자나 바오밥 열매 같은 딱딱한 껍데기가 있는 먹이를 먹기 위해 망치돌과 받침돌을 만들어 써요. 모양이나 단단한 정도를
고려해서 가장 알맞은 돌을 골라 쓰지요. 때로는 열매를 잘 깨는 도구를 쓰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기도 한답니다.
침팬지의 인형
야생에 사는 암컷 침팬지도 사람처럼 인형을 갖고 놀아요. 어린 암컷 침팬지는 어미가 자식을 돌보듯 나뭇가지를 안아 어르고, 나뭇가지를 위해 따로 만든 둥지에서 같이 잠을 자기도 하지요. 하지만 수컷 침팬지는 나뭇가지 인형을 사용하지 않는답니다
침팬지의 컵
손이 닿지 않는 나무구멍 속의 물이라도 침팬지에겐 문제없어요. 컵이 있거든요. 바로 나뭇잎 컵! 침팬지는 나뭇잎을 우물우물 씹어서 스펀지처럼 만든 뒤, 이 나뭇잎을 물에 넣어 흡수시켜요. 그리곤 나뭇잎을 빨아먹어서 물을 마신답니다. 정말 똑똑하죠?
침팬지의 창
침팬지들은 이빨로 나뭇가지를 뾰족하게 만든 창으로 나무 속을 찌르기도 해요. 그 속에 숨어 있는 동물을 잡아먹기 위해서지요. 또 침팬지들은 만지고 싶지 않은 것을 탐사할 때도 나뭇가지를 쓴답니다.
침팬지도 공부한다?
침팬지도 사람처럼 공부를 한답니다. 어린 침팬지는 도구를 사용하는 방법을 익히기 위해서 부모나 다른 어른이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직접 지켜보곤 해요. 또 어미 침팬지가 어린 침팬지를 가르치기 위해 직접 시범을 보여 주기도 한답니다.
잠깐! 과학자를 도구로 사용한 침팬지
1925년, 영장류 전문가 볼프강 퀼러 박사는 침팬지가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실험을 했어요. 빈방 천장에 바나나를 매달아 놓고 막대기와 나무상자를 함께 두었지요. 퀼러 박사는 침팬지가 상자들을 차곡차곡 쌓고 올라가 바나나를 따 먹거나, 막대기로 나무를 쳐서 떨어트릴 거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침팬지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퀼러 박사의 움직임을 지켜보기만 할 뿐 도무지 움직이지 않았지요. 그러다 퀼러 박사가 바나나 밑으로 다가선 순간, 침팬지는 번개같이
퀼러 박사의 어깨를 타고 올라가 바나나를 따 먹었답니다. 퀼러 박사를 바나나를 따는 도구로
이용한 거예요. 참 똑똑하죠?
새대가리라고 놀라지 마라!
앗! 우리 침팬지들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듣다가 파란요정 님을 찾으러 가는 걸 잊어버릴 뻔했어. 이제 파란요정 님을 찾으러 가자! 그런데 도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 걸까? 저기 날아가는 까마귀에게 물어볼까? 아니다. 새는 머리가 나빠서 아마 아무것도 모를 거야!
챔팬지보다 똑똑한 까마귀
까악! 뭐? 우리 까마귀의 머리가 나쁘다고? 까마귀가 침팬지보다 더 똑똑하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군. 못 믿겠다고?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연구팀은 뉴칼레도니아 까마귀에게 문제를 냈어. 긴 시험관에 아주 작은 양동이를 넣고 그 안에 먹이를 놓았지. 그 옆에는 갈고리 모양의 막대기를 두어서 갈고리로 양동이를 끌어올려 먹이를 먹을 수 있는지 알아본 거야. 원래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들은 나무 속에 숨어 있는 애벌레를 꺼내 먹기 위해 막대기를 사용하거든. 그런데 다음날 놀라운 일이 벌어졌어. 똑같은 상황에서 펴진 철사를 주자 뉴칼레도니아 까마귀는 철사를 구부려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었어. 그리고는 양동이의 먹이를 꺼내 먹었지. 과학자들은 야생동물 중 가장 똑똑하다는 침팬지도 인공 재료로 갈고리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한 경우는 없다며 놀라워 했단다.
똥으로 곤충을 잡는 굴파기올빼미
나는 똥을 미끼로 사용하는 굴파기올빼미야. 이름처럼 땅에 굴을 파서 둥지로 사용한단다. 그런데 우리 굴파기올빼미는 말과 개, 고양이 등 포유류의 똥을 수집하는 습성이 있어. 이 똥이 쇠똥구리와 같이 똥을 먹고 사는 곤충을 유인하거든. 실제로 똥이 놓인 땅굴에 사는 굴파기올빼미는 똥이 없을 때보다 쇠똥구리와 같이 똥을 먹고 사는 곤충을 10배나 더 많이 잡아먹을 수 있단다.
돌로 알을 깨는 이집트민목독수리
도구를 잘 쓰는 새에 내가 빠지면 섭섭하지. 안녕? 난 이집트민목독수리라고 해. 딱딱한 알을 깨서 먹을 때 돌을 이용한단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야. 과학자들이 여러 가지 크기의 돌과 여러 가지 크기의 알을 주고 실험을 해 봤어. 그 결과 난 알을 깨는 데 가장 적당한 크기의 돌을 골라서 쓸 뿐만 아니라, 알이 작으면 그냥 알을 바닥에 깨뜨려 먹는 등 똑똑하게 도구를 쓴다는 사실이 밝혀졌단다.
빵으로 물고기 낚는 해오라기
나는 까마귀만큼 똑똑하게 도구를 사용하는 새, 해오라기야. 우리 해오라기는 사람들이 과자나 빵을 던지면 수면 위로 물고기가 올라온다는 걸 알아차렸어. 그래서 빵조각을 물어다 수면 위에 떨어뜨린 후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아먹는단다. 빵이 없으면 작은 곤충을 이용하기도 해. 미끼를 이용해 사냥을 하는 우리가 정말 똑똑하지?
잠깐! 까마귀도 오른손잡이, 왼손잡이가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알렉스 카셀니크 연구팀은 뉴칼레도니아 까마귀 10마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했어요. 도구를 이용해 벌레를 잡아먹을 때 도구를 주로 어느 쪽 뺨을 향하게 해서 사용하는지 조사한 거죠. 그 결과 까마귀마다 도구를 사용하는 방향이 정해져 있으며,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가 절반씩 있다는 것을 확인했답니다. 정말 신기하죠?
우리도 도구를 쓴다!
우와~, 새들 멍청한 줄 알았는데 이렇게 똑똑하다니 정말 놀랐어. 그런데 똑똑한 새들도 파란요정 님이 어디 있는지는 모르더라구. 아무래도 피노키오를 만나서 직접 물어 봐야 할 것 같아. 피노키오를 만나려면 고래 뱃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걸까? 일단 바다로 가 보자!
해면을 쓰는 똑똑한 병코돌고래
난 호주의 바다에 사는 병코돌고래라고 해. 코에 얹은 건 뭐냐고? 이건 우리 코를 보호해 주는 해면이야. 우리는 긴 주둥이로 바다 밑바닥을
뒤지면서 먹이를 찾는데, 해면이 주둥이가 긁히는 것을 막아 준단다. 이 방법은 우리 엄마께 배운 거야. 과학자들은 바다에 사는 포유류 가운데 도구 사용법을 자식에게 가르쳐 주는 동물은 돌고래가 처음이라며, 우리의 똑똑함에 깜짝 놀랐지.
아마존강돌고래도 도구를 쓴다는 거 아니? 아마존의 수컷 돌고래들은 나뭇가지나 잡초, 진흙 덩어리 같은 물체를 던지거나 받아올리는 행동을 해. 그냥 장난을 치는 게 아니라 암컷의 관심을 끌기 위한 행동이지. 참, 피노키오를 찾으러 왔다고 했나? 하지만 나도 피노키오가 뱃속에 들어 있다는 고래는 보지 못했는데…, 어쩌지?
콩콩콩, 돌을 쓰는 해달
안녕? 난 바다의 귀염둥이 해달이야. 넌 도구를 잘 쓰는 침팬지구나! 우리도 도구를 잘 쓰는 걸로 유명하다는 사실, 알고 있니? 우리 해달들은 조개를 먹을 때 돌을 배 위에 올려 놓고 조개를 콩콩 쳐서 깨먹는단다. 가장 쓰기 편해서 마음에 쏙 드는 돌은 겨드랑이 밑에 끼워서 가지고
다니면서 사용하기도 해. 그리고 이건 새롭게 밝혀진 사실인데, 전복처럼 바닷속 바위에 단단하게 붙어 있는 먹이를 떼어낼 때도 적당한 크기와 모양의 돌을 이용한다구. 그런데 침팬지가 바다엔 무슨 일이니? 피노키오를 찾으러 왔다고? 나도 피노키오가 어디에 있는지는 모르겠어!
앗! 물고기도 도구를 쓴다?
피노키오를 찾을 수 없어 실망하고 있던 나에게 ‘딱딱딱’하는 이상한 소리가 들렸어. 난 똑똑한 침팬지인 만큼 호기심도 아주 많지.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서 소리가 나는 곳으로 가 보았어. 그런데 이럴 수가! 물고기가 도구를 쓰고 있잖아!
도구 쓰는 검은점박이돔
난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에 사는 검은점박이돔이라고 해. 나는 껍질이 딱딱한 조개를 먹을 때 바위를 사용해. 입으로 조개를 문 다음 바위에 내려쳐서 껍질을 깨는 거야. 이번 발견을 통해 사람들은 포유류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동물들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거야. 앗! 저기 도구를 사용하는 또 다른 동물이 숨어 있어. 어서 가서 만나 봐!
잠깐! 물고기의 도구 사용이 논란거리?
이탈리아 인지과학연구소의 비살베르기 박사는 동물이 도구를 사용한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도구를 가지고 다니거나 운반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해요. 그렇기 때문에 검은점박이돔은 도구를 사용한 것이 아니라는 거예요. 하지만 검은점박이돔을 연구한 호주 맥커리대학교의 브라운 박사는 도구를 다룰 수 있는 신체기관이 입밖에 없는 물고기의 경우, 그 정의를 이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어요. 과학자들은 보통 동물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 미리 생각하고 신체의 일부분이 아닌 물체를 사용한다면 도구라고 이야기해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동물의 도구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내려지지 않았답니다.
코코넛 껍데기로 집 짓는 핏줄문어
반가워~, 난 핏줄문어라고 해. 우리는 반으로 쪼개진 코코넛 껍데기들을 한 곳에 묻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들고 다니면서 이동 주택으로 사용한단다. 코코넛 껍데기가 하나뿐이면 열린 쪽이 밑으로 가게 뒤집어 놓고 안에 숨지만, 코코넛 껍데기가 두 개 있을 때는 둘을 합쳐 공 모양으로 만들고 그 안에 숨지. 과학자들은 빈 조개 껍데기를 집으로 삼는 소라게와 핏줄문어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말해. 핏줄문어들은 코코넛 껍데기, 즉 도구를 수집해 정리하고 운반해 조립까지 해서 훨씬 더 똑똑하다는 거야. 정말 놀랍지?
동물들의 도구 사용, 왜 연구하는 걸까?
우와~!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비슷한 유인원은 물론 새와 물고기…. 정말 많은 동물들이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이 참 신기해. 그런데 난 사람들이 도구를 쓰는 동물들을 왜 연구하는지 그게 더 신기해. 도대체 왜 연구하는 거야?
동물의 도구 사용,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다!
사람이 아닌 동물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미리 생각을 해서 도구를 사용한다는 사실은 사람들에게 정말 놀라운 소식이었어요. 이를 통해 사람들은 ‘동물도 생각을 한다’라는 걸 깨닫게 된 거죠. 계속된 연구로 동물도 감정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됐고, 사람들이 동물을 보는 눈도 달라졌어요. 동물을 사람의 필요에 따라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게 됐지요. 게다가 ‘만물의 영장’인 사람도 한 종의 동물이라는 것까지 깨닫게 되었답니다.
동물들을 연구하는 방법
아주 오래 전,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해 동물을 연구했어요. 동물을 사냥하기 위해서 그 동물의 행동과 습관을 잘 알아야 했죠. 하지만 이제는 동물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연구해요. 생물진화론을 최초로 주장한 과학자 찰스 다윈은 동물의 감정에 대해 과학적으로 관심을 가진 최초의 과학자예요.
이후 콘라트 로렌츠, 카를 폰 프리슈 같은 과학자들은 동물이 살고 있는 환경 그대로에서 동물들을 관찰하고 실험했어요. 반대로 벌허스 프레더릭 스키너나 이반 파블로프 같은 과학자들은 주어진 조건, 즉 실험실에서 동물의 행동을 연구했지요. 오늘날 과학자들은 이 두 가지 방법을 모두 이용하고 있어요. 자연 속에서 동물의 행동을 관찰하고, 또 이를 바탕으로 동물이 어떻게 행동할지에 대해 예상하는 거예요. 그리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실험실에서 여러 가지 실험도 한답니다.
동물들의 도구 사용, 왜 연구하는 걸까?
과학자들은 동물이 왜 이런 행동을 하게 됐는지, 이런 행동이 동물의 생활과 적응에 어떻게 도움을 주는지를 밝히기 위해 동물들의 행동을 연구해요. 또 이런 행동이 과거로부터 어떻게 진화되어왔는가도 연구하고 있지요. 한편으로는 이렇게 해서 알게 된 지식으로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고, 우리의 행동은 어디에서 온 것인지를 탐구한답니다. 결국, 동물을 연구하는 것은 동물의 하나인 인간을 이해하는 방법인 거예요.
특히 사람과 비슷한 유인원에 대한 연구는 사람과 유인원의 공통조상으로부터 인간으로 진화한 이유를 알려 줘요. 또 사람과 유인원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특징은 사람과 유인원의 공통조상이 가지고 있던 특징이라고 추측할 수 있어요. 이를 통해 사람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진화했는지도 알 수 있지요.
이외에도 사람이 아기에서 어른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동물과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서도 알아 낼 수 있답니다.
장이권 (이화여자대학교 에코과학부 교수)
잠깐! 동물들의 아이큐, 진짜? 가짜?
금붕어의 아이큐는 5, 돌고래의 아이큐는 80….사람들은 흔히 동물이 똑똑한지 아닌지에 대해 아이큐를 가지고 이야기해요. 아이큐가 낮다고
판단되는 동물을 무시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동물의 아이큐는 사실 아무 의미가 없어요. 각자의 동물들은 현재 환경을 사는 데 필요한 지능은 모두 가지고 있거든요. 모든 동물이 각자 사는 환경에 맞게 똑똑한 것이랍니다.
휴~, 결국 파란요정 님은 찾지 못했어. 하지만 도구를 사용하는 똑똑한 동물 친구들을 만나 보고 나니, 처음부터 내가 잘못 생각했다는 걸 알았어. 똑똑한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 말이야. 우리 침팬지는 물론 모든 동물들이 살고 있는 환경에 살기 딱 알맞게 충분히 똑똑하니까 말이야! 그러니 우리 친구들도 앞으로 모든 동물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아껴 줘야 해. 알았지? 그럼, 안녕~.
특집 한 걸음 더!
침팬지, 유전자 조작으로 사람처럼 될 수 있을까?
지난 8월 17일,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이 개봉했어요. 영화에 등장하는 침팬지들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인간을 뛰어넘는 엄청난 지능을 갖게 되고, 말도 할 수 있게 되지요. 이런 일이 현실에서도 정말 가능할까요?
말을 할 수 있게 하는 유전자
사람에게는 말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유전자가 있어요. ‘언어유전자’로 불리는 ‘FOXP2’지요. 이 유전자가 고장난 사람들은 말을 잘하지 못하는 병에 걸려요. 침팬지도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사람과는 유전자를 이루고 있는 염기서열이 다르답니다. 한편 사람의 뇌 크기는 ‘ASPM’이라는 유전자가 조정해요. 이 유전자가 망가지면 뇌 크기가 70%나 줄어든답니다. 뇌의 크기를 조절하는 유전자 역시 침팬지도 가지고 있지만, 사람의 유전자와 염기서열이 달라요.
사람의 유전자를 침팬지의 유전자에 넣으면?
그렇다면 사람의 유전자를 침팬지의 유전자에 넣어 주면 침팬지가 말도 하고, 뇌가 커져서 더 똑똑해지지 않을까요? 실제로 2009년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 볼프강 에나드 박사팀이 사람의 FOXP2 유전자를 쥐에게 넣는 실험을 했어요. 그 결과 쥐의 ‘찍찍’거리는 소리가 달라지고, 뇌신경세포의 형태도 바뀌었다고 해요.
하지만 과학자들은 영화에서처럼 침팬지의 유전자 몇 개를 바꾼다고 사람처럼 말을 하거나 똑똑해질 수는 없다고 이야기해요. 침팬지가 사람처럼 말을 하거나 똑똑해지는 데에는 한두 가지의 유전자가 아니라 수많은 유전자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