빰빠빠 빰빠빰~! 기상, 기상! 모두 일어나! 비상 상황이 발생했어. 석유가 흘러나와 바다와 해안을 오염시킨 사고가 또 일어났단 말이야!
아…, 2년 반 전 서해안에서 일어난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 때 큰 피해를 입었던 굴 가족이 가장 먼저 껍질을 닫아 버렸구나. 상괭이와 논병아리, 불가사리도 안절부절 못 하며 해변가를 떠돌고 있고…. 진정해. 이번 사고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게 아니야. 저 멀리 미국 남부에서났다구. 하지만 시커먼 석유 때문에 바다와 생물이 고통을 당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 자, 다 모였지? 그럼 출발하자. 어디 가냐고? 바다를구하러 가야지~! 바다동물특공대, 출동~!
석유 사고, 처음이 아니야~!
잠깐…, 상괭이야 뭐라고? 아~, 사고 이야기 를 좀 더 자세히 해 달라고? 후훗, 그럴 줄 알고 내가 미국에 사는 갈색 펠리컨 존을 인터넷 화
상 전화로 연결해 놨지. 잠시 설명을 들어 볼까? 지금 미국에서 일어난 사고뿐 아니라 다른 유명 한 석유 오염 사고도 소개해 줄 거야.
석유 기지가 폭발했다? 2010년 딥워터호라이즌 사고
하이~! 미국에 사는 잘 생긴 펠리컨 존이라고 해. 내가 미국에서 일어난 석유 사고를 소개해 줄게. ‘딥워터호라이즌’은 영국의 석유회사인 ‘비 피(BP)’가 미국 남부 멕시코 만에서 66㎞ 떨어진 바다에 설치한 석유 채취 시설의 이름이야. 가로 121m, 세로 78m 크기로 축구장보다 넓고, 최고 9100m 깊이에 있는 석유를 뽑아낼 수 있지. 2001년 한국에서 만들어서 수출했어. 그런데 미국 시간으로 지난 4월 20일 저녁 9시 45분, 이 시설에서 갑자기 원인 모를 대폭발이 일어났어. 다행히 사람들은 모두 탈출했지만, 그 뒤에도 이 시설은 꼬박 하루 반 동안 불에 탄 뒤, 4월 22일에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단다. 그래서 이 시설과 연결돼 있던 *유전에서는 많은 양의 석유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 나오게 됐지.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현재 지하 1500m에 위치한 유전 입구에서 하루에 190만L에서 300만L의 원유가 새어 나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유전 : 땅 속에 석유가 있는 지역.
가장 유명한 석유 사고 1989년 엑손발데즈 호 사고
딥워터호라이즌 사고가 일어나기 전, 미국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석유 사고는 21년 전인 1989년 3월 24일에 있었어. 미국 알래스카에서 유조선 ‘엑손발데즈’ 호가 암초에 부딪힌사고였지. 사고가 난 뒤 6시간 만에 4090만L의 원유가 흘러나와, 사고 56일 뒤에는 750㎞ 떨어진 해안까지 퍼졌단다. 지금까지 밝혀진바에 따르면 모두 1760㎞의 바닷가의 생물이 피해를 입었다고 해. 그런데 알아 둘 점이 있어. 엑손발데즈 호 사고가 유명한 석유 사고이긴 하지만, 석유가 가장 많이 흘러나온 사고는 아니라는 거야. 석유의 양을 기준으로 하면 세계 50위 안에도 들지 못하거든. 하지만 워낙 깨끗한 알래스카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생물이 입은 피해가 더 컸고, 사람들의기억에도 그만큼 오래 남았단다.
사상 최악의 석유 사고 1991년 걸프전 석유 사건
1990년 이라크는 쿠웨이트를 침략하고 전쟁을 일으켰어. 이 전쟁을 ‘걸프전’이라고 부르는데, 전쟁이 한창이던 1991년 1월 21일, 이라크 군은 페르시아 만에 있던 유전의 입구를 열어서 석유를 바다에 흘려 보내는 작전을 썼단다. 혹시라도 미국 해병대가 자신들을 공격할까 걱정돼서 배가 접근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말이야. 그 결과 페르시아 만 바다로 모두 17억 5000만L의 석유가 흘러들었어, 엑손발데즈 호 사고 때의 수십 배에 달하는 양이었지. 하지만 이 작전은 결국 실패했어. 이라크는 전쟁에서 졌으니까. 하지만 환경에 가져온 피해는 엄청나서, 페르시아만의 해변 560㎞의 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단다.
한국 최초의 대형 사고 1995년 시프린스 호 사고
시프린스 호 사고>;는 1995년 7월 23일, 유조선 ‘시프린스’ 호가 전남 여천군 앞바다에서 암초에 부딪힌 사고야. 이 때 504만L의 원유가 새어 나왔는데, 마침 찾아온 태풍 때문에 손쓸 틈도 없이 석유가 해안 으로 퍼졌단다. 한편,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는 2년 반 전인 2007
년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 호와 국내 중공업 회사의 크레인이 부딪힌 사고야. 이 사고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석유 사고 가운데 가장 피해가 컸어. 모두 1255만L의 원유가 흘러나와 태안 앞바다를 뒤덮었고, 한 달 뒤에는 300㎞ 이상 떨어진 제주도 근처까지 흘러갔단다.
태안의 검은 눈물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
잠깐! 석유 사고 이름은 배 이름으로!
석유 사고는 사고를 일으킨 배의 이름을 따서 붙이는 것이 국제적인 규칙이다. 2007년 서해안에서 일어난 사고도‘태안석유 유출사고’가 아니라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혹시 그 동안 자신도 모르게 사고 지역을 붙여 불렀다면 앞으로는 절대로 그렇게 부르지 않도록 조심하자. 깨끗한 자연으로 유명한 태안은 사고의 피해자일 뿐이다.
바다 석유 사고, 왜 피해가 더 클까?
상괭이야, 어때? 이제 석유 사고가 우리가 살던 곳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겠지? 사실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 우리나라만 해도 배에서 석유가 새는 사고는 한 해에 수십 건씩 일어 나고 있단다. 또 다른 시프린스 호 사고나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거지.
자, 그럼 이제 석유 사고 공부도 했으니 딥워터호라이즌 사고가 난 곳으로 바다를 구하러 갈까…? 응? 이번엔 불가사리가 손을 들었네? 바다에서 난 석유 사고가 왜 넓은 바다 생태계를 파괴 하고, 주민들의 삶을 힘들게 하느냐고? 음…, 그건 바다와 해안의 특이한 환경 때문이야!
➊ 분해하려다 더욱 멀리~!
바다 한가운데에 기름이 퍼져 있을 경우, 그대로 걷어내는 건 거의 불가능해. 그래서 석유를 빨리 분해할 목적으로 ‘유화제’라는 물질을 뿌리기도 해. 유화제는 기름을 작은 방울로 만들어 주는 물질로, 기름을 잘게 나눠서 분해되기 쉽게 만들어 줘. 그런데 이런 작은 방울이 뭉쳐서 가라앉으면 오히려 석유 성분을 멀리 퍼지게 만들기도 한단다
➋ 거친 파도 타고 멀리 멀리~!
석유는 물보다 가볍기 때문에 물 위에 떠서 얇은 막을 이루는 특성이 있어. 그런데 파도와 조류, 때로는 해류가 석유를 넓은 지역으로 퍼뜨리는역할을 하지. 또 거친 파도나 배가 지나가면서 만드는 물살이 석유를 작은 방울로 잘게 나누기도 해. 이렇게 나뉘어진 석유 방울은 해류에 휩쓸려 멀리까지 퍼지는데, 이것을 ‘오일볼’ 또는 주성분인 타르의 이름을 따서 ‘타르볼’이라고 부른단다. 이 타르볼도 오염을 퍼뜨리는 주범 중 하나인데, 그 이야기는 오른쪽에~!
➌ 물과 공기 중에도 있어!
석유는 수천 종의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 성분은 대부분 물에 잘 녹지 않아. 하지만 일부 물질은 녹기도 한단다. 물에 녹는다는 것은 그 물질을 제거하기가 더 어렵다는 뜻이지. 또 물이 아니라 공기 중에 흩어져 날아가는 물질도 전체 성분의 10~30% 정도나 돼. 이런 물질 가운데는 PAH라고도 불리는 ‘다환방향 족탄화수소’ 등 독성 물질이 많아. 따라서 바다 위나 해안에 남은 석유를 없앴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다
➍ 안 보여도 사라진 건 아니야!
오일볼 또는 타르볼은 날씨가 추워지면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가 따뜻해지면 바다 위로 떠오르는 특징이 있어. 그래서 겉보기에는 깨끗해진 바다에서 2차 피해를 일으키기도 하지. 그러니까 석유를 없애는 작업을 할 때는, 석유가 눈에 안 보인다고 안심해선 안돼. 실제로 겨울에 일어난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건 때에는 바다 깊은 곳에서 뒤늦게 떠오른 오일볼이 문제가 되기도 했어.
밀물 때 오염된 바다는 깨끗해지기 어려워!
우리나라 황해는 밀물과 썰물 때 바닷물의 높이가 달라. 더구나 달이 보름달이나 그믐달일 때를 ‘사리’ 또는 ‘한사리’라고 하는데, 이 때엔 달이 반달 모양인 ‘조금’ 때보다 바닷물이 더 높이 차오르지.
만약 한사리 때 석유가 해안으로 밀려왔다면, 그 해안에 묻은 석유는 평소에 바닷물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띠처럼 남게 돼(사진). 그래서 다음 한사리 때까지 약 2주 동안 바닷물을 만날 수 없지. 바닷물은 석유를 자연적으로 분해해 주기 때문에, 이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오염이 더 오래 갈 가능성이 높아.
바다 생물은 왜 피해를 입을까?
아이 참~! 석유 사고에 대해 알아보는 건 좋은데, 이러다 멕시코 만의 친구들을 구하지 못하면 어쩌지? 새와 바다거북 등 많은 생물들이
우리의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인터넷 화상 전화가 울리네? 아까 우리와 통화했던 미국 펠리컨 존이야. 존은 석유 사고가 나면 왜 생물이 피해를 입는지 궁금하대. 자기도 석유 때문에 죽을 뻔 했는데 너무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이유를 모르겠다는군. 흠…. 사실은 나도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 때 같은 경험을 했거든? 그 때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나를 치료해 준 수의사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를 해 줄게~!
새에게 석유 독성보다 무서운 건 추위!
새들 가운데 바닷물 속으로 풍덩 잠수해서 먹이를 사냥하는 가마우지나 논병아리, 오리 종류를 ‘잠수성 조류’라고 불러. 그런데 석유 사고가 일어나면 이런 잠수성 조류가 특히 큰 피해를 입는단다.
잠수성 조류가 다치거나 죽는 가장 큰 원인은 체온이 떨어져서야. 새는 평소에 사람보다 높은 40~41℃의 체온을 유지해야 해. 이런 역할을 해 주는 것은 깃털로, 깃털이 사이사이에 따뜻한 공기를 품어서 체온을 높여 주지.
그런데 바다 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던 새가 석유가 뜬 곳으로 나오면 온 몸에 석유가 묻게 돼. 그러면 깃털 사이의 공간이 없어져 따뜻한 공기를 품을 수 없게 되고, 결국 죽고 만단다.
물고기는 석유를 먹어도 괜찮아?
어류는 독성을 분해하는 능력이 뛰어난데다 넓게 오염된 지역을 피하는 본능이 있어. 그래서 가두리 양식장처럼 피할 곳이 없는 경우를 빼고는 석유 사고로 죽는 일이 드물지.
하지만 일단 석유를 계속 흡수하면 몸에 이상이 나타나는 건 사실이야. 물에 녹은 기름이 많아지면 처음에는 마취 효과가 나타나 움직임이 둔해져. 그 뒤 점차 간이나 담낭에 이상이 생기고, 석유에 반응한 효소가 몸에 쌓이는 등 변화가 나타나지. 번식을 못 하게 되기도 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상괭이!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 때 고래의 일종인 상괭이의 사체도 여럿 발견됐어. 하지만 수의사 선생님의 부검 결과 석유때문에 죽은 것은 아니었대. 태안 앞바다가 원래 상괭이의 최대 군락지라 평소에도 종종 사체가 발견된다는 사실!
조개와 고둥, 게는 석유를 싫어해~!
석유 사고가 났을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종 가운데 하나는 조개나 고둥, 게와 같이 *간조대에 사는 동물이야.
이런 종들은 독성에 민감하지. 굴의 경우엔 독성에 민감하지는 않지만, 몸 속에 들어온 석유 물질이 거의 분해되지 않고 쌓이는 특성이 있어. 그래서 이런 동물의 사체를 먹은 물고기나 새, 포유류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단다.
✽간조대 : 밀물 때 물에 잠기고 썰물 때 물이 빠지는 지역.
조심! 사람과 포유류도 위험해
석유에 오염된 조개나 게, 물고기를 먹은 포유류도 똑같이 독성에 중독될 위험이 있단다. 특히 석유에 있는 독성 물질 중 PAH 등의 물질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몸 안에서 분해되지 않고 쌓이지. 그런데 포유류나 사람은 먹이사슬의 위 단계에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해. 즉, 독성에
중독된 물고기를 많이 먹게 되면 그 만큼 먹은 독성 물질의 양도 많아지는 거야.
특명! 바다를 구하라!
자~, 이제 궁금함이 다 풀렸지? 그럼 이제 멕시코 만으로 가자. 상괭이가 게와 고둥을 업고 헤엄쳐 가고, 굴 가족은 내가 직접 태워 갈게. 자, 출발…!
저 멀리 불을 뿜고 있는 배가 보이는구나. 유정에서 나오는 가스를 태우는 불꽃이야…. 그런데 굴 가족이 뭔가 할 말이 있다는데? 아하! 바다를 어떻게 구할 거냐고? 지금부터 나와 함께 현장에 가 보면 알 거야~!
➊ 퐁퐁 솟는 기름부터 막자
사고가 난 지 1달 반이 지난 딥워터호라이즌은 복구를 책임지고 있는 비피(BP)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뿜어져 나오는 석유를 막지 못하고 있어. 그 동안 유전을 막기 위해 시도했던 기술을 정리해 볼게.
결국 딥워터호라이즌 사고가 일어난 멕시코 만에는 아직도 석유가 펑펑 솟아나고 있어. 1500m의 깊은 바다 속에 무인 잠수정과 카메라를 투입했지만, 무섭게 뿜어 나오는 석유를 막기엔 역부족인 거지.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 있을 수는 없는 일! 해안에 밀려 오는 석유도 없애고, 석유 때문에 다친 동물도 구해 줘야지!
➋ 조심조심 새 구출 작전
먼저 석유에 오염된 동물을 구조하는 것이 급해. 허베이스피리트 사고 때에는 모두 53마리의 새가 다치거나 죽은 채 발견됐어. 발견되지 않은 새가 많다는 주장도 있고. 그 중 15마리가 건강하게 자연으로 돌아갔단다.
나도 그렇게 살아남은 새 중 한 마리야. 내 발에 붙은 번호표 보이지? 자연에 돌아갈 때 붙인 건데, 반 년 뒤인 2008년 6월, 국립문화재연구
소의 섬 추적 조사 때 태안 앞바다에 있는 섬인 난도에서 건강하게 생활하는 모습이 발견됐단다(위 작은 사진). 멕시코 만에 사는 펠리컨 존
도 마찬가지였지. 5월 15일에 구조돼 23일에 건강하게 바다로 돌아갔어. 자, 그럼 먼저 우리가 구조된 뒤 겪은 일을 들려 줄까?
➊ 석유에 오염된 새는 대부분 추위 때문에 죽는다. 그러므로 우선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➋ 기름을 닦는 세제를 이용해 구석구석 몸을 닦아 준다.
➌ 몸 상태에 따라 위 과정을 며칠이고 반복한다. 먹이도 먹여 체력을 회복시킨다. 몸집이 큰 가마우지(위)는 한 번 식사 때마다 미꾸라지를 15마리 넘게 먹는 먹보다.
➍ 계속 추적 연구를 하려면 다리나 날개에 번호표를 붙인다.
➎ 건강 충분히 회복되면 원래 살던 곳에 놓아 준다.
특명! 바다를 구하라!
그럼 본격적으로 기름을 없애는 방법을 알아볼까? 바다를 오염시킨 석유를 없애는 작업을 ‘방제’ 라고 불러.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 때에는 전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는 방제 기술들이 총동원됐어. 지금부터 어떤 기술이 바다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됐는지, 부작용은 없었는지 살펴보자구.
가장 기본적인 방제는 직접 닦기!
많은 친구들이 손걸레를 들고 직접 석유에 뒤덮인 해안을 닦아 봤을 거야. 이 방제 방법은 사고 초기에 석유를 빨리 없애 줘서 2차 오염을 막아 주는 효과가 있단다.
이 방법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반드시 쓰는 기본적인 방제 기술이지만, 걷어낼 수 있는 석유이 양이 전체의 10% 이하로 적다는 단점이 있어. 게다가 자원봉사자들의 건강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현재 이런 방제 방법에 대한 더 자세한 연구가 진행 중이야
자연에 맡기는 틸링 기술
틸링은 쉽게 말하면 모래를 트랙터나 굴착기로 갈아 엎는 방제 방법이야. 특히 조간대 모래밭인 만리포 등에서 많이 쓰인 기술로, 모래에 묻은 석유가 바닷물에 자연스럽게 씻기도록 도와 줘. 또 모래 속에 산소를 공급해서 미생물이 석유를 더 빨리 분해할 수 있게 해 준단다.
하지만 이 기술은 생물이 많이 사는 갯벌지역에서는 쓸 수 없고, 심하게 쓰면 경관을 망친다는 단점이 있어.
조심해서 써야 할 고온 고압 세척
40~60℃ 정도 되는 뜨거운 물을 세게 뿜어 내석유를 씻어 내는 방법이야. 찬물보다 효과는 좋지만, 그 속에 사는 생물까지 모두 죽는 부작
용이 있어서 환경단체는 권하지 않는 기술이지.
실제로 태안 파도리에서 조간대에 이 방법을 쓴 적이 있었는데, 가로 세로 1m 넓이의 땅에서 3000마리나 발견되던 조무래기따개비가 세척 뒤 완전히 사라졌대. 외국에서도 이 기술을 쓴 곳의 생태계가 다른 곳보다 2~3년 느리게 회복된 예가 있고. 그래서 전문가들은 방조제(사
진) 등 인공시설에만 쓰도록 권하고 있어.
미생물을 이용하는 생물 방제 기술
방제 기술 가운데 가장 첨단 기술이야. 그 지역의 미생물 가운데 석유를 먹고 사는 미생물을 뿌려서 석유를 더 빨리 분해하도록 하는 기술이지. 직접 미생물을 뿌리는 방법과 미생물의 성장을 돕는 영양소만 뿌려 주는 방법, 이렇게 두 가지가 있어.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영양소만 뿌리는 두 번째 방법만 써도 직접 미생물을 뿌리는 방법 못지 않게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해.
생태계 피해를 줄이려면 과학적인 조사가 필수!
석유 오염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야. 수백, 수천㎞ 떨어진 곳의 자연까지 건강을 잃고, 사람들도 생활의 터전을 잃는 큰 재난이지. 사고가 났을 때 서둘러 기름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일어난 사고를 잘 연구해 다음 사고를 막거나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하는 일도 중요해.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단다.
➊ 어디어디에 석유가 남았나?
해안에 남은 석유를 조사한다. 땅을 깊게 뚫어 흙과 물을 동시에 분석하기도 하고, 땅을 판 뒤 고인 물을 분석하기도 한다. 이런 연구 결
과를 바탕으로 생물과 생태계 영향도 조사한다.
➌ 생물 조사는 굴 가족에게 맡겨라~!
생물 독성을 조사할 때는 굴을 이용한다. 굴은 석유 오염에 덜 민감해 잘 죽지 않는데다, 섭취한 석유를 모두 몸 안에 쌓기 때문에 생물
독성을 측정하기에 적합하다. 굴을 본떠 인공적으로 만든 측정 기구도 개발돼 쓰이고 있다.
➋ 바다 속도 조사하자!
미국 해경은 딥워터호라이즌 사고가 일어난 지점의 바닷물을 떠서 오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오른쪽). 미국해양대기청은 해류의 방향과 속도를 측정한 뒤 분석해, 석유가 어떻게 퍼질지를 예측한 지도를 매일 공개하고 있다. 방제할 때에는 이 지도를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대책을 세운다.
사고 뒤, 바다에서는…
설명을 들은 바다동물들은 모두 조용해졌어. 다들 석유가 흘러나왔을 때의 끔찍함이 다시 떠올라서였을 거야. 하긴 나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동물을 구조하고, 바위에 묻은 석유를 닦고, 과학적인 연구까지 하고 있으니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때까지 묵묵히 듣고만 있던 논병아리가 조용히 날개를 들더니 말했어.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가 난 지 벌써 2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20~30㎝만 파면 석유가 나오는 지역이 있어. 사고 때 굴이 모두 죽고 만 양식장에서는 아직도 굴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고,달랑게와 같이 환경에 민감한 바다 동물도 보이지 않지. 아무리 정성껏 방제 작업을 한다고 해도,한 번 석유를 쏟으면 이전의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석유 사고가 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유조선을 두겹으로 만들자!
엑손발데즈 호 사고가 난 뒤, 미국에서는 몇 가지 대책을 만들었어.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벽을 두 겹으로 만든 유조선만 미국 바다에 들어올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한 거야. 엑손발데즈 호, 시프린스 호, 허베이스피리트 호 모두 벽이 한 겹으로 되어 있는 ‘단일선체’ 유조선이었거든. 그래서 작은 충돌 사고만 나도 안에 있던 석유가 바다로 흘러나왔지. 미국은 1990년 이후 모든 배를 벽이 두 겹인 ‘이중선체’로 만들게 했고, 배에 관한 국제 규칙을 정하는 국제해사기구(IMO)도 1994년부터 큰 유조선은 모두 두 겹으로 만들도록 했단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가 날 때까지 이중선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 2007년에는 단일선체 유조선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173척 지나다닐 정도였지. 다행히 정부는 2011년부터 단일선체 유조선이 우리나라 항구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기로 했단다.
석유에 의존하는 생활 자체를 바꾸자!
하지만 석유 사고를 줄이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석유 사용량을 줄이는 거야. 우리나라는 석유가 전혀 나지 않지만, 2008년 기준으로 세계 10위의 석유 소비국이야. 우리가 쓰는 모든 석유가 바다를 통해 수입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석유 사고로 바다가 오염될 가능성은 늘 있는 셈이지.
더구나 석유는 화석 연료라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고, 이산화탄소를 내뿜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어. 석유는 자동차의 연료로 쓰이기도 하고,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 때 쓰이기도 해. 또 플라스틱이나 합성섬유의 재료가 되기도 하지. 그러니
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전기를 아끼고,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석유 이용을 줄여 보자. 석유를 실어 나르는 횟수가 줄어들면 끔찍한 석유 사고도 줄일 수 있을 거야.
지금까지 본 바다의 모습이 어떻니?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사고로 나온 석유는 넓은 범위의 자연을 오랜 시간 힘들게 하고 있어. 그리고 그런 사고가 바로 석유를 즐겨 쓰는 생활 습관과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친구들과 멀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니?
자, 우리 바다동물특공대는 앞으로도 바다에 석유 오염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계속 감시할 생각이야.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도 꼭 함께해 줘. 그럼 다시 만날 날까지, 안녕~!
특집 한 걸음 더!
환경부정의
환경 문제는 모두에게 똑같은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란 다. 어린이나 동물처럼 약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거든. 또 문제를 일으킨 사람 이 아닌,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도 하지. 이런 현상들을 ‘환경부정의’라고 불러.
예를 들어 석유 사고의 경우를 볼게. 유조선이 운반하 던 석유는 해안가 마을 주민보다는 도시 사람들이 훨씬 많이 써. 하지만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 때도 가장 먼 저, 그리고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은 것은 도시 사람들이 아닌 태안 주민들이었지.
또 많은 동식물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 역시 이런 환경 사고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란다. 이런 환경부정의를 막으려면, 평소 환경 정책을 세울 때 주민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해. 또 사고가 일어나 지 않으려는 노력을 함께하는 자세가 필요하단다
석유의 종류
석유라고 다 똑같은 석유가 아니야. 땅에서 나온 자연 그대로의 석유를 ‘원유’라고 하는데, 원유를 끓여 가공 하면 낮은 온도에서부터 차례로 서로 다른 종류의 석유 가 나와. 가장 낮은 온도에서는 석유 가스가 나오고, 그 다음 150℃에서 휘발유가, 200℃에서 등유, 300℃에서
경유와 중유가 나와. 그리고 370℃에서 벙커-C유가 나 오고 그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아스팔트 등이 나오지. 온도가 낮을수록 맑고, 높을수록 끈적끈적하고 무거우 며 공기 중으로 증발이 잘 안 되는 특성이 있단다.
석유의 특징과 방제 방법
석유는 종류에 따라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사고 때 피해도 달라져. 예를 들어 가볍고 증발이 잘 되는 경유는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물 위에 사는 동물이 피해를 입지. 또 석유의 성분에 따라서도 방제 방법이 다르단다. 물에 잘 녹는 성분인 ‘극성 성분’이 많아지면 물과 기름이
방울처럼 뒤섞이는 ‘에멀전’이 생기는데, 이 경우엔 유처리제가 소용이 없어. 그래서 사고가 나면 석유 종류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야.
아…, 2년 반 전 서해안에서 일어난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 때 큰 피해를 입었던 굴 가족이 가장 먼저 껍질을 닫아 버렸구나. 상괭이와 논병아리, 불가사리도 안절부절 못 하며 해변가를 떠돌고 있고…. 진정해. 이번 사고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게 아니야. 저 멀리 미국 남부에서났다구. 하지만 시커먼 석유 때문에 바다와 생물이 고통을 당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지. 자, 다 모였지? 그럼 출발하자. 어디 가냐고? 바다를구하러 가야지~! 바다동물특공대, 출동~!
석유 사고, 처음이 아니야~!
잠깐…, 상괭이야 뭐라고? 아~, 사고 이야기 를 좀 더 자세히 해 달라고? 후훗, 그럴 줄 알고 내가 미국에 사는 갈색 펠리컨 존을 인터넷 화
상 전화로 연결해 놨지. 잠시 설명을 들어 볼까? 지금 미국에서 일어난 사고뿐 아니라 다른 유명 한 석유 오염 사고도 소개해 줄 거야.
석유 기지가 폭발했다? 2010년 딥워터호라이즌 사고
하이~! 미국에 사는 잘 생긴 펠리컨 존이라고 해. 내가 미국에서 일어난 석유 사고를 소개해 줄게. ‘딥워터호라이즌’은 영국의 석유회사인 ‘비 피(BP)’가 미국 남부 멕시코 만에서 66㎞ 떨어진 바다에 설치한 석유 채취 시설의 이름이야. 가로 121m, 세로 78m 크기로 축구장보다 넓고, 최고 9100m 깊이에 있는 석유를 뽑아낼 수 있지. 2001년 한국에서 만들어서 수출했어. 그런데 미국 시간으로 지난 4월 20일 저녁 9시 45분, 이 시설에서 갑자기 원인 모를 대폭발이 일어났어. 다행히 사람들은 모두 탈출했지만, 그 뒤에도 이 시설은 꼬박 하루 반 동안 불에 탄 뒤, 4월 22일에
바다 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단다. 그래서 이 시설과 연결돼 있던 *유전에서는 많은 양의 석유가 그대로 바다로 흘러 나오게 됐지.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현재 지하 1500m에 위치한 유전 입구에서 하루에 190만L에서 300만L의 원유가 새어 나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유전 : 땅 속에 석유가 있는 지역.
가장 유명한 석유 사고 1989년 엑손발데즈 호 사고
딥워터호라이즌 사고가 일어나기 전, 미국에서 가장 피해가 컸던 석유 사고는 21년 전인 1989년 3월 24일에 있었어. 미국 알래스카에서 유조선 ‘엑손발데즈’ 호가 암초에 부딪힌사고였지. 사고가 난 뒤 6시간 만에 4090만L의 원유가 흘러나와, 사고 56일 뒤에는 750㎞ 떨어진 해안까지 퍼졌단다. 지금까지 밝혀진바에 따르면 모두 1760㎞의 바닷가의 생물이 피해를 입었다고 해. 그런데 알아 둘 점이 있어. 엑손발데즈 호 사고가 유명한 석유 사고이긴 하지만, 석유가 가장 많이 흘러나온 사고는 아니라는 거야. 석유의 양을 기준으로 하면 세계 50위 안에도 들지 못하거든. 하지만 워낙 깨끗한 알래스카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생물이 입은 피해가 더 컸고, 사람들의기억에도 그만큼 오래 남았단다.
사상 최악의 석유 사고 1991년 걸프전 석유 사건
1990년 이라크는 쿠웨이트를 침략하고 전쟁을 일으켰어. 이 전쟁을 ‘걸프전’이라고 부르는데, 전쟁이 한창이던 1991년 1월 21일, 이라크 군은 페르시아 만에 있던 유전의 입구를 열어서 석유를 바다에 흘려 보내는 작전을 썼단다. 혹시라도 미국 해병대가 자신들을 공격할까 걱정돼서 배가 접근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말이야. 그 결과 페르시아 만 바다로 모두 17억 5000만L의 석유가 흘러들었어, 엑손발데즈 호 사고 때의 수십 배에 달하는 양이었지. 하지만 이 작전은 결국 실패했어. 이라크는 전쟁에서 졌으니까. 하지만 환경에 가져온 피해는 엄청나서, 페르시아만의 해변 560㎞의 생태계는 완전히 파괴되고 말았단다.
한국 최초의 대형 사고 1995년 시프린스 호 사고
시프린스 호 사고>;는 1995년 7월 23일, 유조선 ‘시프린스’ 호가 전남 여천군 앞바다에서 암초에 부딪힌 사고야. 이 때 504만L의 원유가 새어 나왔는데, 마침 찾아온 태풍 때문에 손쓸 틈도 없이 석유가 해안 으로 퍼졌단다. 한편,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는 2년 반 전인 2007
년 12월 7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 호와 국내 중공업 회사의 크레인이 부딪힌 사고야. 이 사고는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석유 사고 가운데 가장 피해가 컸어. 모두 1255만L의 원유가 흘러나와 태안 앞바다를 뒤덮었고, 한 달 뒤에는 300㎞ 이상 떨어진 제주도 근처까지 흘러갔단다.
태안의 검은 눈물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호 사고
잠깐! 석유 사고 이름은 배 이름으로!
석유 사고는 사고를 일으킨 배의 이름을 따서 붙이는 것이 국제적인 규칙이다. 2007년 서해안에서 일어난 사고도‘태안석유 유출사고’가 아니라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 혹시 그 동안 자신도 모르게 사고 지역을 붙여 불렀다면 앞으로는 절대로 그렇게 부르지 않도록 조심하자. 깨끗한 자연으로 유명한 태안은 사고의 피해자일 뿐이다.
바다 석유 사고, 왜 피해가 더 클까?
상괭이야, 어때? 이제 석유 사고가 우리가 살던 곳에서만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겠지? 사실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 우리나라만 해도 배에서 석유가 새는 사고는 한 해에 수십 건씩 일어 나고 있단다. 또 다른 시프린스 호 사고나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가 일어날 수 있는 거지.
자, 그럼 이제 석유 사고 공부도 했으니 딥워터호라이즌 사고가 난 곳으로 바다를 구하러 갈까…? 응? 이번엔 불가사리가 손을 들었네? 바다에서 난 석유 사고가 왜 넓은 바다 생태계를 파괴 하고, 주민들의 삶을 힘들게 하느냐고? 음…, 그건 바다와 해안의 특이한 환경 때문이야!
➊ 분해하려다 더욱 멀리~!
바다 한가운데에 기름이 퍼져 있을 경우, 그대로 걷어내는 건 거의 불가능해. 그래서 석유를 빨리 분해할 목적으로 ‘유화제’라는 물질을 뿌리기도 해. 유화제는 기름을 작은 방울로 만들어 주는 물질로, 기름을 잘게 나눠서 분해되기 쉽게 만들어 줘. 그런데 이런 작은 방울이 뭉쳐서 가라앉으면 오히려 석유 성분을 멀리 퍼지게 만들기도 한단다
➋ 거친 파도 타고 멀리 멀리~!
석유는 물보다 가볍기 때문에 물 위에 떠서 얇은 막을 이루는 특성이 있어. 그런데 파도와 조류, 때로는 해류가 석유를 넓은 지역으로 퍼뜨리는역할을 하지. 또 거친 파도나 배가 지나가면서 만드는 물살이 석유를 작은 방울로 잘게 나누기도 해. 이렇게 나뉘어진 석유 방울은 해류에 휩쓸려 멀리까지 퍼지는데, 이것을 ‘오일볼’ 또는 주성분인 타르의 이름을 따서 ‘타르볼’이라고 부른단다. 이 타르볼도 오염을 퍼뜨리는 주범 중 하나인데, 그 이야기는 오른쪽에~!
➌ 물과 공기 중에도 있어!
석유는 수천 종의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 성분은 대부분 물에 잘 녹지 않아. 하지만 일부 물질은 녹기도 한단다. 물에 녹는다는 것은 그 물질을 제거하기가 더 어렵다는 뜻이지. 또 물이 아니라 공기 중에 흩어져 날아가는 물질도 전체 성분의 10~30% 정도나 돼. 이런 물질 가운데는 PAH라고도 불리는 ‘다환방향 족탄화수소’ 등 독성 물질이 많아. 따라서 바다 위나 해안에 남은 석유를 없앴다고 무조건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란다
➍ 안 보여도 사라진 건 아니야!
오일볼 또는 타르볼은 날씨가 추워지면 바다 속에 가라앉았다가 따뜻해지면 바다 위로 떠오르는 특징이 있어. 그래서 겉보기에는 깨끗해진 바다에서 2차 피해를 일으키기도 하지. 그러니까 석유를 없애는 작업을 할 때는, 석유가 눈에 안 보인다고 안심해선 안돼. 실제로 겨울에 일어난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건 때에는 바다 깊은 곳에서 뒤늦게 떠오른 오일볼이 문제가 되기도 했어.
밀물 때 오염된 바다는 깨끗해지기 어려워!
우리나라 황해는 밀물과 썰물 때 바닷물의 높이가 달라. 더구나 달이 보름달이나 그믐달일 때를 ‘사리’ 또는 ‘한사리’라고 하는데, 이 때엔 달이 반달 모양인 ‘조금’ 때보다 바닷물이 더 높이 차오르지.
만약 한사리 때 석유가 해안으로 밀려왔다면, 그 해안에 묻은 석유는 평소에 바닷물이 닿지 않는 높은 곳에 띠처럼 남게 돼(사진). 그래서 다음 한사리 때까지 약 2주 동안 바닷물을 만날 수 없지. 바닷물은 석유를 자연적으로 분해해 주기 때문에, 이 지역은 다른 지역보다 오염이 더 오래 갈 가능성이 높아.
바다 생물은 왜 피해를 입을까?
아이 참~! 석유 사고에 대해 알아보는 건 좋은데, 이러다 멕시코 만의 친구들을 구하지 못하면 어쩌지? 새와 바다거북 등 많은 생물들이
우리의 구조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텐데 말이야….
그런데 갑자기 인터넷 화상 전화가 울리네? 아까 우리와 통화했던 미국 펠리컨 존이야. 존은 석유 사고가 나면 왜 생물이 피해를 입는지 궁금하대. 자기도 석유 때문에 죽을 뻔 했는데 너무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이유를 모르겠다는군. 흠…. 사실은 나도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 때 같은 경험을 했거든? 그 때 이야기는 나중에 하기로 하고, 우선 나를 치료해 준 수의사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를 해 줄게~!
새에게 석유 독성보다 무서운 건 추위!
새들 가운데 바닷물 속으로 풍덩 잠수해서 먹이를 사냥하는 가마우지나 논병아리, 오리 종류를 ‘잠수성 조류’라고 불러. 그런데 석유 사고가 일어나면 이런 잠수성 조류가 특히 큰 피해를 입는단다.
잠수성 조류가 다치거나 죽는 가장 큰 원인은 체온이 떨어져서야. 새는 평소에 사람보다 높은 40~41℃의 체온을 유지해야 해. 이런 역할을 해 주는 것은 깃털로, 깃털이 사이사이에 따뜻한 공기를 품어서 체온을 높여 주지.
그런데 바다 속으로 잠수해 들어갔던 새가 석유가 뜬 곳으로 나오면 온 몸에 석유가 묻게 돼. 그러면 깃털 사이의 공간이 없어져 따뜻한 공기를 품을 수 없게 되고, 결국 죽고 만단다.
물고기는 석유를 먹어도 괜찮아?
어류는 독성을 분해하는 능력이 뛰어난데다 넓게 오염된 지역을 피하는 본능이 있어. 그래서 가두리 양식장처럼 피할 곳이 없는 경우를 빼고는 석유 사고로 죽는 일이 드물지.
하지만 일단 석유를 계속 흡수하면 몸에 이상이 나타나는 건 사실이야. 물에 녹은 기름이 많아지면 처음에는 마취 효과가 나타나 움직임이 둔해져. 그 뒤 점차 간이나 담낭에 이상이 생기고, 석유에 반응한 효소가 몸에 쌓이는 등 변화가 나타나지. 번식을 못 하게 되기도 해.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상괭이!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 때 고래의 일종인 상괭이의 사체도 여럿 발견됐어. 하지만 수의사 선생님의 부검 결과 석유때문에 죽은 것은 아니었대. 태안 앞바다가 원래 상괭이의 최대 군락지라 평소에도 종종 사체가 발견된다는 사실!
조개와 고둥, 게는 석유를 싫어해~!
석유 사고가 났을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종 가운데 하나는 조개나 고둥, 게와 같이 *간조대에 사는 동물이야.
이런 종들은 독성에 민감하지. 굴의 경우엔 독성에 민감하지는 않지만, 몸 속에 들어온 석유 물질이 거의 분해되지 않고 쌓이는 특성이 있어. 그래서 이런 동물의 사체를 먹은 물고기나 새, 포유류가 목숨을 잃는 경우도 있었단다.
✽간조대 : 밀물 때 물에 잠기고 썰물 때 물이 빠지는 지역.
조심! 사람과 포유류도 위험해
석유에 오염된 조개나 게, 물고기를 먹은 포유류도 똑같이 독성에 중독될 위험이 있단다. 특히 석유에 있는 독성 물질 중 PAH 등의 물질은 물에 녹지 않기 때문에 몸 안에서 분해되지 않고 쌓이지. 그런데 포유류나 사람은 먹이사슬의 위 단계에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해. 즉, 독성에
중독된 물고기를 많이 먹게 되면 그 만큼 먹은 독성 물질의 양도 많아지는 거야.
특명! 바다를 구하라!
자~, 이제 궁금함이 다 풀렸지? 그럼 이제 멕시코 만으로 가자. 상괭이가 게와 고둥을 업고 헤엄쳐 가고, 굴 가족은 내가 직접 태워 갈게. 자, 출발…!
저 멀리 불을 뿜고 있는 배가 보이는구나. 유정에서 나오는 가스를 태우는 불꽃이야…. 그런데 굴 가족이 뭔가 할 말이 있다는데? 아하! 바다를 어떻게 구할 거냐고? 지금부터 나와 함께 현장에 가 보면 알 거야~!
➊ 퐁퐁 솟는 기름부터 막자
사고가 난 지 1달 반이 지난 딥워터호라이즌은 복구를 책임지고 있는 비피(BP)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뿜어져 나오는 석유를 막지 못하고 있어. 그 동안 유전을 막기 위해 시도했던 기술을 정리해 볼게.
결국 딥워터호라이즌 사고가 일어난 멕시코 만에는 아직도 석유가 펑펑 솟아나고 있어. 1500m의 깊은 바다 속에 무인 잠수정과 카메라를 투입했지만, 무섭게 뿜어 나오는 석유를 막기엔 역부족인 거지.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 있을 수는 없는 일! 해안에 밀려 오는 석유도 없애고, 석유 때문에 다친 동물도 구해 줘야지!
➋ 조심조심 새 구출 작전
먼저 석유에 오염된 동물을 구조하는 것이 급해. 허베이스피리트 사고 때에는 모두 53마리의 새가 다치거나 죽은 채 발견됐어. 발견되지 않은 새가 많다는 주장도 있고. 그 중 15마리가 건강하게 자연으로 돌아갔단다.
나도 그렇게 살아남은 새 중 한 마리야. 내 발에 붙은 번호표 보이지? 자연에 돌아갈 때 붙인 건데, 반 년 뒤인 2008년 6월, 국립문화재연구
소의 섬 추적 조사 때 태안 앞바다에 있는 섬인 난도에서 건강하게 생활하는 모습이 발견됐단다(위 작은 사진). 멕시코 만에 사는 펠리컨 존
도 마찬가지였지. 5월 15일에 구조돼 23일에 건강하게 바다로 돌아갔어. 자, 그럼 먼저 우리가 구조된 뒤 겪은 일을 들려 줄까?
➊ 석유에 오염된 새는 대부분 추위 때문에 죽는다. 그러므로 우선 몸을 따뜻하게 해 준다.
➋ 기름을 닦는 세제를 이용해 구석구석 몸을 닦아 준다.
➌ 몸 상태에 따라 위 과정을 며칠이고 반복한다. 먹이도 먹여 체력을 회복시킨다. 몸집이 큰 가마우지(위)는 한 번 식사 때마다 미꾸라지를 15마리 넘게 먹는 먹보다.
➍ 계속 추적 연구를 하려면 다리나 날개에 번호표를 붙인다.
➎ 건강 충분히 회복되면 원래 살던 곳에 놓아 준다.
특명! 바다를 구하라!
그럼 본격적으로 기름을 없애는 방법을 알아볼까? 바다를 오염시킨 석유를 없애는 작업을 ‘방제’ 라고 불러. 2007년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 때에는 전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는 방제 기술들이 총동원됐어. 지금부터 어떤 기술이 바다를 원래대로 되돌리는 데 도움이 됐는지, 부작용은 없었는지 살펴보자구.
가장 기본적인 방제는 직접 닦기!
많은 친구들이 손걸레를 들고 직접 석유에 뒤덮인 해안을 닦아 봤을 거야. 이 방제 방법은 사고 초기에 석유를 빨리 없애 줘서 2차 오염을 막아 주는 효과가 있단다.
이 방법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반드시 쓰는 기본적인 방제 기술이지만, 걷어낼 수 있는 석유이 양이 전체의 10% 이하로 적다는 단점이 있어. 게다가 자원봉사자들의 건강을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어. 현재 이런 방제 방법에 대한 더 자세한 연구가 진행 중이야
자연에 맡기는 틸링 기술
틸링은 쉽게 말하면 모래를 트랙터나 굴착기로 갈아 엎는 방제 방법이야. 특히 조간대 모래밭인 만리포 등에서 많이 쓰인 기술로, 모래에 묻은 석유가 바닷물에 자연스럽게 씻기도록 도와 줘. 또 모래 속에 산소를 공급해서 미생물이 석유를 더 빨리 분해할 수 있게 해 준단다.
하지만 이 기술은 생물이 많이 사는 갯벌지역에서는 쓸 수 없고, 심하게 쓰면 경관을 망친다는 단점이 있어.
조심해서 써야 할 고온 고압 세척
40~60℃ 정도 되는 뜨거운 물을 세게 뿜어 내석유를 씻어 내는 방법이야. 찬물보다 효과는 좋지만, 그 속에 사는 생물까지 모두 죽는 부작
용이 있어서 환경단체는 권하지 않는 기술이지.
실제로 태안 파도리에서 조간대에 이 방법을 쓴 적이 있었는데, 가로 세로 1m 넓이의 땅에서 3000마리나 발견되던 조무래기따개비가 세척 뒤 완전히 사라졌대. 외국에서도 이 기술을 쓴 곳의 생태계가 다른 곳보다 2~3년 느리게 회복된 예가 있고. 그래서 전문가들은 방조제(사
진) 등 인공시설에만 쓰도록 권하고 있어.
미생물을 이용하는 생물 방제 기술
방제 기술 가운데 가장 첨단 기술이야. 그 지역의 미생물 가운데 석유를 먹고 사는 미생물을 뿌려서 석유를 더 빨리 분해하도록 하는 기술이지. 직접 미생물을 뿌리는 방법과 미생물의 성장을 돕는 영양소만 뿌려 주는 방법, 이렇게 두 가지가 있어.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영양소만 뿌리는 두 번째 방법만 써도 직접 미생물을 뿌리는 방법 못지 않게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해.
생태계 피해를 줄이려면 과학적인 조사가 필수!
석유 오염은 단순한 사고가 아니야. 수백, 수천㎞ 떨어진 곳의 자연까지 건강을 잃고, 사람들도 생활의 터전을 잃는 큰 재난이지. 사고가 났을 때 서둘러 기름을 없애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일어난 사고를 잘 연구해 다음 사고를 막거나 더 잘 대처할 수 있게 하는 일도 중요해. 그러기 위해서는 과학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하단다.
➊ 어디어디에 석유가 남았나?
해안에 남은 석유를 조사한다. 땅을 깊게 뚫어 흙과 물을 동시에 분석하기도 하고, 땅을 판 뒤 고인 물을 분석하기도 한다. 이런 연구 결
과를 바탕으로 생물과 생태계 영향도 조사한다.
➌ 생물 조사는 굴 가족에게 맡겨라~!
생물 독성을 조사할 때는 굴을 이용한다. 굴은 석유 오염에 덜 민감해 잘 죽지 않는데다, 섭취한 석유를 모두 몸 안에 쌓기 때문에 생물
독성을 측정하기에 적합하다. 굴을 본떠 인공적으로 만든 측정 기구도 개발돼 쓰이고 있다.
➋ 바다 속도 조사하자!
미국 해경은 딥워터호라이즌 사고가 일어난 지점의 바닷물을 떠서 오염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오른쪽). 미국해양대기청은 해류의 방향과 속도를 측정한 뒤 분석해, 석유가 어떻게 퍼질지를 예측한 지도를 매일 공개하고 있다. 방제할 때에는 이 지도를 바탕으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대책을 세운다.
사고 뒤, 바다에서는…
설명을 들은 바다동물들은 모두 조용해졌어. 다들 석유가 흘러나왔을 때의 끔찍함이 다시 떠올라서였을 거야. 하긴 나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으니까…. 하지만 동물을 구조하고, 바위에 묻은 석유를 닦고, 과학적인 연구까지 하고 있으니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이 때까지 묵묵히 듣고만 있던 논병아리가 조용히 날개를 들더니 말했어.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가 난 지 벌써 2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20~30㎝만 파면 석유가 나오는 지역이 있어. 사고 때 굴이 모두 죽고 만 양식장에서는 아직도 굴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있고,달랑게와 같이 환경에 민감한 바다 동물도 보이지 않지. 아무리 정성껏 방제 작업을 한다고 해도,한 번 석유를 쏟으면 이전의 자연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 석유 사고가 나지 않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유조선을 두겹으로 만들자!
엑손발데즈 호 사고가 난 뒤, 미국에서는 몇 가지 대책을 만들었어.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벽을 두 겹으로 만든 유조선만 미국 바다에 들어올 수 있도록 법으로 정한 거야. 엑손발데즈 호, 시프린스 호, 허베이스피리트 호 모두 벽이 한 겹으로 되어 있는 ‘단일선체’ 유조선이었거든. 그래서 작은 충돌 사고만 나도 안에 있던 석유가 바다로 흘러나왔지. 미국은 1990년 이후 모든 배를 벽이 두 겹인 ‘이중선체’로 만들게 했고, 배에 관한 국제 규칙을 정하는 국제해사기구(IMO)도 1994년부터 큰 유조선은 모두 두 겹으로 만들도록 했단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가 날 때까지 이중선체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어. 2007년에는 단일선체 유조선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173척 지나다닐 정도였지. 다행히 정부는 2011년부터 단일선체 유조선이 우리나라 항구에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기로 했단다.
석유에 의존하는 생활 자체를 바꾸자!
하지만 석유 사고를 줄이기 위한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석유 사용량을 줄이는 거야. 우리나라는 석유가 전혀 나지 않지만, 2008년 기준으로 세계 10위의 석유 소비국이야. 우리가 쓰는 모든 석유가 바다를 통해 수입된다는 사실을 생각해 보면, 석유 사고로 바다가 오염될 가능성은 늘 있는 셈이지.
더구나 석유는 화석 연료라 언젠가는 고갈될 수밖에 없고, 이산화탄소를 내뿜기 때문에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어. 석유는 자동차의 연료로 쓰이기도 하고, 발전소에서 전기를 만들 때 쓰이기도 해. 또 플라스틱이나 합성섬유의 재료가 되기도 하지. 그러니
까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전기를 아끼고,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석유 이용을 줄여 보자. 석유를 실어 나르는 횟수가 줄어들면 끔찍한 석유 사고도 줄일 수 있을 거야.
지금까지 본 바다의 모습이 어떻니? 사고는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사고로 나온 석유는 넓은 범위의 자연을 오랜 시간 힘들게 하고 있어. 그리고 그런 사고가 바로 석유를 즐겨 쓰는 생활 습관과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친구들과 멀기만 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 않니?
자, 우리 바다동물특공대는 앞으로도 바다에 석유 오염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계속 감시할 생각이야. ‘어린이과학동아’ 친구들도 꼭 함께해 줘. 그럼 다시 만날 날까지, 안녕~!
특집 한 걸음 더!
환경부정의
환경 문제는 모두에게 똑같은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란 다. 어린이나 동물처럼 약하거나, 가난한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거든. 또 문제를 일으킨 사람 이 아닌,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입기도 하지. 이런 현상들을 ‘환경부정의’라고 불러.
예를 들어 석유 사고의 경우를 볼게. 유조선이 운반하 던 석유는 해안가 마을 주민보다는 도시 사람들이 훨씬 많이 써. 하지만 허베이스피리트 호 사고 때도 가장 먼 저, 그리고 가장 크게 피해를 입은 것은 도시 사람들이 아닌 태안 주민들이었지.
또 많은 동식물이 목숨을 잃었는데, 이 역시 이런 환경 사고에 대해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 없기 때문이란다. 이런 환경부정의를 막으려면, 평소 환경 정책을 세울 때 주민들의 의견을 많이 들어야 해. 또 사고가 일어나 지 않으려는 노력을 함께하는 자세가 필요하단다
석유의 종류
석유라고 다 똑같은 석유가 아니야. 땅에서 나온 자연 그대로의 석유를 ‘원유’라고 하는데, 원유를 끓여 가공 하면 낮은 온도에서부터 차례로 서로 다른 종류의 석유 가 나와. 가장 낮은 온도에서는 석유 가스가 나오고, 그 다음 150℃에서 휘발유가, 200℃에서 등유, 300℃에서
경유와 중유가 나와. 그리고 370℃에서 벙커-C유가 나 오고 그보다 높은 온도에서는 아스팔트 등이 나오지. 온도가 낮을수록 맑고, 높을수록 끈적끈적하고 무거우 며 공기 중으로 증발이 잘 안 되는 특성이 있단다.
석유의 특징과 방제 방법
석유는 종류에 따라 성질이 다르기 때문에 사고 때 피해도 달라져. 예를 들어 가볍고 증발이 잘 되는 경유는 물에 잘 녹기 때문에 물 위에 사는 동물이 피해를 입지. 또 석유의 성분에 따라서도 방제 방법이 다르단다. 물에 잘 녹는 성분인 ‘극성 성분’이 많아지면 물과 기름이
방울처럼 뒤섞이는 ‘에멀전’이 생기는데, 이 경우엔 유처리제가 소용이 없어. 그래서 사고가 나면 석유 종류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