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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잔~! 드디어 2010년 새해가 밝았어. 내일이면 새해가 된다는 생각에 어젯밤에는 잠도 제대로 못 자겠더라구.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누구보다 먼저 새해 아침을 맞이하겠다는 생각에 이불을 걷어차고 창문 앞으로 달려갔어. 그런데 창 밖을 내다보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기분이었어. 늘 보던 풍경이 뭔가 달라 보이는 거야! 건물은 기울어 있고, 차가 다니던 길가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거든. 더구나 보이는 곳에는 모두 풀이나 나무가 가득 자라고 있었어. 잠시 뒤 나는 이 풍경이 이상해 보이는 진짜 이유를 깨달았어. 사람이 한 명도 안보였던 거야!
첫째 날 50년 뒤 무너진 콘크리트의 도시
나는 잠시 마음을 진정시키기로 했어. 눈을 감고 셋을 센 뒤 다시 눈을 떴지. 그래도 눈 앞의 풍경은 그대로였어. 하나 아까와 다른 점이 있다면, 내 발 밑에 여우 한 마리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앉아 있다는 것. 내가 자기를 보고 있다는 것을 안 여우는 말을 하기 시작했어.
“안녕? 많이 놀랐구나? 너는 지금 50년 뒤 가상의 서울 풍경을 보고 있어. 50년 전인 2010년 1월 1일 새벽, 사람이 모두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거든. 사람이 관리를 안 하니까 도시가 50년 만에 이렇게 변해 버리고 말았지. 뭐, 덕분에 나나 삵, 고양이 같은 포유류에게는 천국이 됐지만. 넌 지금부터 며칠 동안 나와 함께 사람이 사라진 지구를 여행할 거야. 쉽게 못 보는 광경이니까 똑똑히 봐 둬.”
눈앞의 광경이 워낙 놀라웠기 때문에 여우가 말을 한다는 사실엔 놀라지도 않았어.
“그런데 사람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여우는 뒤로 돌며 시큰둥한 표정으로 말했어.
사람이 없다면?
無 서울 광화문 거리는 이렇게 바뀐다!
우르르~ 무너지는 건물과 다리
콘크리트로 지은 건물은 관리하면 로마의 ‘판테온’처럼 1000년 넘게 무너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관리하지 않으면 바깥에 노출된 콘크리트 부분은 30년 만에, 안쪽 부분도 수백 년 안에 부서지기 시작한다. 다리 역시 금속으로 만든 ‘조인트’라는 연결 고리 부분이 녹슬면 수백 년 안에 끊어진다.
한편 도로 아래에는 지하 터널과 각종 배관이 묻혀 있다. 평소에는 기계가 끊임없이 물을 퍼내기 때문에 괜찮지만, 사람이 관리하지 않으면 금세 물이 차오르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이 내려앉는다.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 지구에 여러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는 거야. 잘 봐. 사람이 살지 않는 도로엔 풀과 나무가 무성해졌어. 길가는 물이 흘러 작은 강이 되어 버렸지.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은 관리가 되지않은 채 30년이 지나자 무너지기 시작했어. 콘크리트 내부에 있던 금이 점점 벌어져 그 사이로 물이 들어가고, 콘크리트의 뼈대인 철근이 녹슬면서 건물을 지지하는 힘이 약해진 거지. 앞으로 몇백 년이 채 못 가서 네가 지금 보고 있는 건물은 다 무너지고 말거야.”
“무너진다고? 어제만 해도 새 것 같았던 도시가?”
“응! 도시는 사람이 사라지는 순간부터 천천히 무너지기 시작해. ”
강이 된 도로!
지하에 만든 배수관도 녹이 슬어 부서지거나 막히면서 빗물이 지표면 위로 넘치게 된다. 과거에는 광화문 광장 동쪽과 서쪽에 각각 ‘삼청동천’과 ‘백운동천’ 이라는 작은 개울물이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도시가 개발되면서 개울물이 흐르던 자리가 건물로 메워졌기 때문에 물은 도로 가장자리를 따라 흐르게 됐다. 사람이 사라진 뒤 수십 년이 지나 도로가 갈라지면 이 틈이 다시 새로운 개울이 된다.
야생동물의 천국
사람의 발길이 끊기는 순간 생태계의 변화가 시작돼 50~100년 뒤에는 전혀 다른 생태계로 바뀐다. 콩과 식물이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사이에 침투한 뒤 *양지식물, *음지식물의 순서로 도시를 덮는다. 육식성이면서 몸집이 작은 여우나 삵 등 중형 포유류는 사람이 빠진 생태계에 쉽게 적응하기 때문에 크게 번식한다. 강가는 특히 생태계 복원이 빠른 곳으로, 한강 둔덕을 중심으로 울창한 녹지가 생길 것이다.
*양지식물 : 햇빛이 잘 비치는 지역에서만 자라는 식물. 미나리아제비, 소나무 등이 있다.
*음지식물 : 그늘에서도 잘 자라는 식물. 양지식물 틈을 뚫고 자라기 때문에 생태계 천이 과정에서 양지식물보다 늦게 나타난다. 전나무, 측백나무, 애기괭이밥 등이 있다.
둘째 날 100년 뒤 우거진 열대우림
다음 날 아침, 제발 꿈이었기를 바라며 눈을 떴어. 하지만 풍경은 변하지 않았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고 있는 여우도 변함없이 내 곁을 지키고 있었어.
“잘 잤니? 오늘은 도시를 벗어나 다른 지역에 갈 거야. 좀 먼 데니까 마음 단단히 먹어.”
여우가 데려간 곳은 거대한 숲이었어. 위에서 봐도 나무가 빈틈없이 들어찬 열대 우림이었지. 숲에 들어가니 빛이 잘 들지 않아 어둡고 축축한 기분이 들었어.
“와~, 정말 대단한 숲이구나. 그런데 여긴 어디야?”
“어디긴? 사람이 사라지고 난 뒤의 아마존 강 주변의 열대 우림이지! 사람이 한창 활동하던 때, 이 숲은 매년 약 1만 5500㎢씩 줄어들고 있었어. 1시간에 축구장 270개 넓이의 숲이 사라지는 셈이었지. 농사를 짓기 위해 나무를 베거나 숲에 불을 질렀기 때문인데, 이렇게 사라지는 숲이 지구 전체로 보면 매년 13만㎢이나 됐어.”
이렇게 말하며 여우는 이 곳보다는 울창해 보이지 않는 다른 숲을 손으로 가리켰어.
“저기가 바로 파괴됐던 숲이야. 다행히 사람이 없어지고 나자 숲이 겨우 되살아나기 시작해 100년이 지난 지금은 제법 원래 모습을 되찾았어.”
사람이 없다면?
無 숲이 돼 버린 도시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뒤덮인 도시도 사람이 사라진 채로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나면 숲으로 변한다. 1986년, 동유럽 국가인 우크라이나 프리피야티 근처 체르노빌 핵발전소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났다. 프리피야티에는 5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었지만, 사고 뒤 모두 대피해 지금까지 25년 가까이 사람이 살지 않은 채 버려져 있다. 현재 이 도시의 콘크리트 건물은 금이 가거나 녹이 슬어 있고, 거리는 온통 풀과 나무로 뒤덮인 상태다.
숲 파괴는 그만~!
만약 사람이 미래에도 계속해서 나무를 베어 숲이 사라진다면? 사람이 숲을 파괴한 결과 동물은 물론 사람까지 피해를 입은 실제 예가 있다. 남태평양에 있는 이스터 섬은 가장 가까운 대륙에서 3700㎞나 떨어진 화산섬이다.
이 섬에는 최근 심은 약간의 나무를 빼곤 숲이 전혀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원래는 야자나무 등 21종 이상의 나무로 이뤄진 울창한 숲이 많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섬의 사람들
이 카누를 만들거나 ‘모아이’라는 석상을 옮기기 위해 나무를 벤 탓에 숲이 사라지게 된 것. 숲은 사람이 온 지 700년 만인 1600년대에 완전히 자취를 감췄는데, 그 이후 이 섬에 살던 육지새는 100%, 바닷새는 95%가 멸종했다. 그 결과 사람도 피해를 받아 한때 3만 명에 달하던 주민이 수천 명으로 줄어들었다.
오늘날에는 숲이 기후변화의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전세계적으로 숲 파괴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셋째 날 200년 뒤 되살아나는 바다와 해안
셋째 날 아침에도 여우는 여전히 이불 옆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창밖을 내다봤지만 여전히 아무도 없었어.
“오늘은 어디로 나를 데려갈 거야?”
“바다로 갈 거야. 사람이 없어져서 가장 큰 변화를 겪은 곳 중 하나가 바로 바다거든.”
사람이 바다에서 살던 것도 아닌데 어떻게 큰 변화를 겪었다는 것인지 처음에는 잘 이해가 되지 않았어. 하지만 여우와 함께 잠수복을 입고 남해 바다 속에 들어가자 금세 이해가 됐어. 은빛으로 빛나는 다양한 물고기 떼와 그 틈을 유유히 헤엄치는 푸른바다거북을 볼 수 있었거든. 푸른바다거북은 사람이 살던 때에도 한반도 남해안과 제주도에서 가끔 발견됐지만, 그 수가 적어서 멸종위기종으로 보호받던 파충류야. 제주도 아래 지방으로 내려가자 알록달록한 산호가 가득 피어 있는 모습도 보였어. 다시 서해중국 발해만에 다다르자 백령도의 명물 잔점박이물범도 보였지. 잔점박이물범은 따뜻할 때는 백령도 근처에 살지만 겨울에는 발해만으로 와서 추위를 피해. 하지만 발해만은 중국에서도 가장 공장이 많은 지역 중 하나라 오염이 심했고, 잔점박이물범도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지. 그런데 사람의 활동이 없어지자 해안이 점점 깨끗해졌고, 잔점박이물범도 더 많아진 거야.
“사람이 없어지니까 피해를 입었던 바다가 금세 회복이 됐나 봐?”
그러자 여우가 말했어.
“아니야. 오히려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 생태계는 오랫동안 큰 혼란을 겪었단다. 지금처럼 안정되기까지 20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어.”
사람이 없다면?
無 과연 생태계가 저절로 살아날까?
사람이 사라진다고 금세 바다 생태계가 저절로 되살아나지는 않는다. 만약 한반도와 중국 대륙에서 바다로 내뿜던 오염물질이 없어지면 작은 물고기들은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늘어난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 상어와 범고래도 개체수가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들의 먹잇감인 물범이나 상괭이는 오히려 개체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즉, 생물에 따라서는 오히려 멸종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뜻이다.
사람이 없다면?
有 푸짐한 바닷가재 요리를 먹을 수 있다?
사람이 지금처럼 꾸준히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크고 맛있는 바닷가재 요리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09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교 연구팀은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지금과 비슷한 400ppm부터 2850ppm까지 다양하게 바꾸며
바다생물이 얼마나 잘 성장하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을 때 대부분의 생물은 잘 자라지 못하지만, 일부 게나 바닷가재는 더 크게 자란다는 사실을 알아 냈다. 하지만 실제로 사람이 이런 요리를 먹기는 힘들 전망이다. 2850ppm은 2007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위원회(IPCC)가 제시한 21세기 말 최악의 온실가스 시나리오 농도인 1260ppm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만약 온실가스 농도가 이렇게 높아지면 요리의 재료인 동물은 물론, 먹을 사람까지 멸종한 뒤일 가능성이 높다.
제주도가 아름다운 산호 섬으로?
2008년, 우리나라 국립해양조사원은 지금처럼 온실가스를 계속 방출할 경우 2100년에는 한반도 전체의 해수면이 59㎝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제주도 등 남해안이 집중적으로 높아져 전국적으로 서울시 전체 넓이의 1.4배에 해당하는 넓은 면적이 바다에 잠길 것으로 내다봤다. 이것은 기후 변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서 생기는 현상으로, 높아진 기온은 남해안의 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산호는 이미 2000년대에 제주도를 넘어 울릉도에서까지 크게 번식하기 시작했다. 기온이 계속 따뜻해지면 산호가 더 많이 자라게 돼, 제주도는 태평양의 섬처럼 산호로 둘러싸인 섬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높아진 해수면 때문에 해안가 마을이 물에 잠기는 등
해안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큰 피해가 발생 할 것이다.
넷째 날 1만 년 뒤 가축과 농작물이 변했다!
넷째 날이 되자 이 새로운 세계에서의 생활도 익숙해졌는지 아침 일찍 저절로 눈이 떠졌어. 옆을보니 여우가 이불을 꼭 덮고 쿨쿨 자고 있더라구. 그래서 여우를 깨워서 오늘은 어디를 갈 것인지 물어 봤어. 여우는 잠이 덜 깼는지 하품을 하면서 대답했어.
“오늘은 조금 더 먼 미래로 갈 거야. 1만 년쯤 뒤로.”
1만 년 뒤의 세계는 더 황량했어. 도시는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울창한 숲에 뒤덮여 있었어. 건물이 있던 곳은 작은 언덕처럼 보였고, 도로가 있었던 곳에는 작은 강이 흐르고 있었지.
“저기 도시 바깥쪽으로 가자.”
여우를 따라가는 동안 특이한 동물을 많이 만났어. 고양이 같기도 하고 표범 같기도 한 동물이 의심스러운 눈으로 우리를 쳐다봤고, 늑대 같기도 하고 개 같기도 한 동물이 따라오며 컹컹 짖기도 했지.
“사람이 살던 시대에 각각 고양이와 개였던 동물이야. 사람에게 길들여진 다른 동물들은 사람이 사라지고 나서 대부분 죽었어. 먹이를 주거나 돌보지 않았기 때문이지. 하지만 개와 고양이 중 일부는 살아남아 야생 상태의 습성을 회복했어. 원래 개는 1만 7000년 전, 고양이는 9500년 전부터 사람에게 길러지기 시작한 동물이야. 방금 본 동물들은 사람의 가축이나 애완동물로서 가졌던 특징을 잃고 다시 야생동물이 된 거야.”
사람이 없다면?
有 개집이 사라진다?
1만 년 뒤의 인류는 개나 소가 아닌, 지금과는 전혀 다른 가축을 키우고 있지는 않을까? 인류가 개를 시작으로 여러 가지 동물을 가축으로 만들어 키우기 시작한 것은 대략 1만 7000년 전으로, 사람들에게 가장 이롭도록 개량을 거듭해 오늘날에 이르렀다. 인류는 육종이나 유전공학 등 과학을 이용해 계속해서 가축이 더 유용해지도록 개량하고 있다. 그러므로 1만 년 뒤에는 개나 소, 말이 지금과는 다른 모습으로 변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제까지 키우던 가축이 아닌 다른 종을 길들여 새로 가축으로 만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 과거 1만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인류는 대형 포유류 가운데 148종을 가축으로 키우려고 시도해 왔다. 하지만 현재 가축으로 키우고 있는 14종 말고는 대부분 너무 일찍 죽거나 너무 오래 성장하는 등, 가축이 될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다.
▼ 호주의 야생개 ‘딩고’는 4600년~1만 800년 전에 호주에 온 뒤야생으로 돌아가 지금은 가축이 아니다(왼쪽). 개들도 사람이 사라지면 1만 년 뒤에는 이런 야생개가 될지도 모른다. 북아메리카의 야생 들소 ‘바이손’은 1만 년 전에 건너왔지만 가축이 되지 않았다(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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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 약 1만 3000년 전부터 농작물로 키워지기 시작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약 9000년 전, 처음 농작물이 됐을 때의 옥수수는 단 12개의 옥수수 알이 붙은 4~5㎝의 작은 크기였다. 그러나 농작물로 재배되면서 품종이 개량돼 지금은 500개의 옥수수 알이 달려 있는 수십 ㎝ 크기가 되었다.
사람이 없다면?
無 가축과 농작물은 못 살아~
가축과 농작물은 오직 사람에게 유용하도록 개량된 품종이다. 따라서 사람이 사라지고 나면 쓸모가 없어져 자연히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특히 소나 돼지처럼 가둬져 길러지던 가축의 경우 스스로 먹이를 구해 먹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식량 공급이 끊어지자마자 죽어서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큰 전염병이 돌 가능성도 있다. 살아남은 가축은 야생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환경에 적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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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 날 2억 5000만 년 뒤 하나의 대륙으로 모인 지구
다섯째 날에는 여우도 나도 잔뜩 긴장하고 있었어. 이번에는 몇 십, 몇 백 년이 아니라 몇 억 년 뒤의 지구를 보러 가기로 했거든.
여우가 안내한 곳은 2억 5000만 년 뒤의 한반도였어. 나는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어. 오랜 세월이 지난 뒤의 한반도는 사막이었어. 지표면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하얗게 부서진 바위와 누런 모래, 그리고 약간의 사막 동식물뿐이었지. 넋을 잃고 서 있는 나를 보고 여우가 말했어.
“사람의 흔적은 아마 깊은 땅 속에서나 찾을 수 있을 거야. 과거, 사람들이 땅 속에서 공룡 화석을 발견했듯이 말이야. 2억 5000만 년이라는 시간은 공룡이 살던 시대와 사람이 살던 시대 사이의 시간보다도 더 긴 세월이니까.”
“그런데 나를 왜 하필 이 시대로 데리고 온 거야?”
바람이 불어 눈에 모래가 들어갔는지, 여우는 앞발로 눈을 비비며 말했어.
“대륙이 이동한다는 말 들어봤어? ‘아시아’, ‘남, 북 아메리카’ 이런 대륙이 바다를 가르고 천천히 이동한다는 내용이야. 2억 년 전에는 ‘판게아’라는 하나의 대륙이었는데, 이 대륙이 조각조각 갈라지며 이동해 우리가 살던 시대와 같은 모습이 되었다는 것이지. 그런데 과학자들이 연구해 보니까 대륙은 2억 5000만 년 뒤에 다시 하나의 대륙으로 합쳐진다는 것을 알게 됐어. 여기가 바로 그 대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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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에 있는 ‘마사다’ 유적으로 약 2050년 전에 세워졌다. 지금은 사막한가운데에 있는 폐허로, 2억 5000만년 뒤 한반도가 위치한 지역도 이렇게 마르고 건조한 폐허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대륙이 다시 하나로 모인다!
현재 유럽-아시아, 아프리카, 남북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등 여러 개의 덩어리로 나뉘어 있는 대륙은 지금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이 움직임과 땅 속에 남은 증거를 바탕으로 계산해 보면 대략 2억 5000만 년~7억 년 단위로 대륙이 하나로 모였다가 다시 흩어지는 일을 반복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현재의 대륙 바로 다음에 등장할 하나의 대륙의 모습은 연구한 과학자에 따라 ‘노보 판게아’, ‘아마시아’, ‘판게아 프록시마’로 불린다. 이 중 노보 판게아와 아마시아는 동아시아와 아메리카 대륙이 만나며 만들어지는 대륙으로, 한반도가 대륙 한가운데에 위치하게 된다. 또다른 대륙인 판게아 프록시마는 유럽과 아메리카, 아프리카가 만나는 대륙으로 한반도가 대륙의 동쪽 끝 해안가에 위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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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없다면?
有 어디에 살면 좋을까?
하나로 모인 대륙은 사람이 살기에 불편한 곳일 가능성이 높다. 약 3억 년 전부터 2억 년 전까지 존재했던 판게아의 경우, 열대지역의 기온은 평균 44℃, 지금의 한반도가 있는 곳도 여름에는 덥고 겨울에는 영하 30℃까지 떨어지는 변덕스러운 기후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더구나 ‘아마시아’나 ‘노보 판게아’처럼 한반도가 미래 대륙의 중심에 놓일 경우, 높은 산에 가로막힌 내륙 지역으로 구름이 이동하지 않아 비가 거의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과학자들은 이런 대륙에서 사람이 살 만한 곳은 적도 부근의 북쪽 해안가 아주 일부에 불과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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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 ©Chris77
여섯째 날 10억 년 뒤 인류의 흔적은?
여섯째 날, 여우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지구 밖 우주였어. 그런데 우주 멀리에서 본 지구는 파란색이 아니라 노란색이었어.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여우가 설명해 줬어.
“태양은 나이를 먹으며 점점 더 강한 에너지를 뿜어 내. 10억 년 정도지나고 나면 지구의 바다가 모두 증발해 버릴 정도로 온도가 올라가지.
그렇다면 지구에 생물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거의 없을 거야. 지구가 노란 사막의 행성이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
여우의 말에 나는 깜짝 놀라 말했어.
“그렇다면 지구에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사람이 만든 문화와 과학, 도시가 모두 사라지고 만다는 거야?
“바다가 완전히 증발하기 전, 지구에는 몇 억 년 동안 많은 비가 내리게 될 거야. 그러면 육지에 있던 사람의 흔적은 모두 사라져 버리겠지.”
말을 하는 중에도 태양은 점점 더 밝은 빛을 내뿜고 있었어. 시계를 보던 여우가 말했어.
“이제 곧 50억 년 뒤가 돼. 태양도 이 때가 되면 연료인 수소를 모두 태우고 ‘적색거성’이라는 할아버지 별이 돼 버릴 거야. 적색거성이 되면 태양은 크기가 지금보다 100배 정도로 큰 뚱뚱보 별이돼. 그럼 수성과 금성은 태양에 녹아 들어가고, 지구도 태양열 때문에 흔적도 없이 타 버리고 말 거야. 물론, 과학자들은 이런 현상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려는 연구도 하고 있어.”
인류가 있다면?
지구를 밀어라!
태양이 점점 많은 열을 내뿜어 지구가 마르고 결국 타 버린다면, 지구를 태양에서 멀리 밀면 구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황당한 상상을 실제로 연구한 과학자가 있다.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코리칸스키 교수팀은 태양 주위를 도는 소행성을 지구 근처로 끌고 올 수만 있다면, 태양계 중력에 변화가 생겨 지구를 태양에서 먼쪽으로 조금씩 밀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기술이 성공을 거두려면 지름이 약 100㎞인 소행성을 적어도 6000년 에 한 번씩 지구에 접근시켜야 한다.
이것은 현재로서는 거의 불가능한데다 자칫 잘못하면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에 위험하다. 하지만 먼 미래에 인류가 살아남는다면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는 높은 기술로 성공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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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구에서 150광년 떨어진 ‘HD209458’이라는 별과, 그 행성의 상상도. 별과 행성 사이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행성을 이루는 물질이 마치 물이 끓듯 우주로 날아가고 있다. 만약 태양이 커져 지구와의 거리가 가까워지면 지구도 이렇게 사라질지도 모른다.
일곱째 날 ◯◯년 뒤 정말 갑자기 사람이 사라질 수 있을까?
마지막 날 아침, 여우는 나를 내가 살던 시대로 데려갔어. 털이 하얀 곰이 덩실덩실 춤을 추고 하프물범이 빙하 위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북극이었지. 무척 평화로워 보이는 풍경이었어.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어. 저 멀리서 빙하가 우르르 무너져 내리는 바람에 분위기가 엉망이 됐거든. 곰과 물범이 정신 없이 달아나는 모습을 보며 여우가 말했어.
“첫째 날 네가 사람들이 왜 갑자기 사라졌냐고 물었지? 이제 그 질문에 대답할 차례야.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어. 20세기부터 심해진 기후변화 때문일 수도 있고, 자원을 너무 많이 이용해 자연이 파괴됐기 때문일 수도 있어. 지구도 자연이니까 어쩔 수 없이 환경이 변하는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사람이 한 행동 때문에 그 피해를 동물과 사람이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
“사람이 없는 지구의 미래의 모습, 어땠어? 사람 때문에 파괴된 모습은? 역시 지구는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있을 때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아. 사람이 갑자기 사라진다는 건 어디까지나 상상이야. 지금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인류는 지혜를 발휘해 지구를 지켜나갈 수 있을 테니까. 미래의 지구는 너희 인류의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 자, 헤어질 시간이야.잠시 눈을 감아 줘. 네가 살던 곳으로 데려다 줄게. 가서 작은 일이라도 미래의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꼭 생각해 줘.”
나는 그러기로 약속하고 눈을 감았어. 하나, 둘, 셋. 다시 눈을 뜨자 내 방이었어. 새해를 맞는 사람들의 활기찬 소리가 창 밖에서 들려왔지. 기지개를 켠 뒤, 나는 여우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창문을 열었어.
‘미래의 지구를 위해,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눈에 이해가 쏙쏙 특집 한 걸음 더!
천이
어떤 장소에 식물이 자라고 있을 때, 시간이 지나면 자라나는 식물의 종류가 조금씩 변해요. 이 과정은 대부분의 땅에서 비슷한 순서로 이
뤄지는데 이 과정을 ‘천이’라고 불러요. 맨 처음 맨땅이 생겨나면 거기에 콩과 식물 등 풀의 씨가 들어와 일대에 풀이 우거지게 돼요. 그런 뒤 햇빛이 잘 자라는 지역에서 자라는 나무, 즉 소나무 등의 양지식물이 숲을 이뤄요. 시간이 지나면 점차 전나무 등의 음지식물이 양지식물의 숲을 뚫고 자라기 시작하는데, 숲 전체를 음지식물의 숲이 차지하게 되면 천이가 끝나게 된답니다.
콘크리트의 균열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를 보면 건물 표면에 금이 나 있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어요. 무너질까 봐 겁이 날 수도 있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콘크리트는 재료 특성 상 원래 금이 가게 돼 있거든요. 콘크리트의 재료인 시멘트는 물을 만나면 화학반응이 일어나며 단단하게 굳어지는 성질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수축이 일어나면서 작은 금이 생길 수밖에 없어요. 안전에 문제가 없지만, 금에 물이 들어가 부식이 일어
나거나 내부의 철근에 녹이 슬면 위험할 수 있어요. 이럴 땐 ‘에폭시’라는 물질을 이용해 금이 간 부분을 살짝 막아 주면 된답니다.
철근 콘크리트
1900년 전 고대 로마시대에도 건축재료로 이용된 콘크리트는 무거운 무게나 압력을 잘견디는 성질이 있어요. 하지만 이런 콘크리트에도 약점이 있으니, 바로 잡아당기는 힘에 약하다는 점! 이 약점을 보강하기 위해 콘크리트 속에다 철근을 넣은 재료가 철근 콘크리트예요. 철근은 콘크리트와 반대로 무게나 압력에는 약하지만 잡아당기는 힘에는 잘 견디는 성질이 있거든요. 최근 건물을 지을 때 쓰는 콘크리트는 대부분 이런 철근 콘크리트예요.
가축화, 농작물화
인류는 1만 7000년 전에 야생 개를 길들여 키우기 시작했어요. 이후 양(1만 2000년 전), 소(1만 년 전), 말(6000년 전) 등 덩치가 커다란 포유류를 기르기 시작했어요. 이 과정을 ‘가축화’라고 불러요. 마찬가지로 1만3000년 전부터는 호밀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옥수수(1만 년 전), 땅콩(8500년 전), 쌀(8000년 전) 등을 농작물로 키우기 시작했지요. 이렇게 동식물을 가축과 농작물로 만든 덕분에 인류의 삶은 사냥을 하거나 열매를 따먹던 생활에서 농사를 짓는 생활로 바뀔 수 있었답니다.